영화 이야기

2015년 2월 23일 월요일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각 부문상 후보작

여자 주연상 줄리안 모어 1순위
작품·감독상‘보이후드’‘버드맨’각축


미 스튜디오들의 자화자찬 잔치인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22일 할리웃의 돌비극장에서 닐 패트릭 해리스의 사회로 열린다. ABC-TV가 중계한다. 과연 최종 승자가 누구일지는 투표함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현재 오스카를 거머쥘 것이 확실한 부문은 여자 주연상과 조연상 그리고 남자 조연상 부문이다. 
닐 패트릭 해리스(사회)

■여자 주연
*마리옹 코티야르-‘이틀 낮과 하루 밤’ *펠리시티 존스-‘모든 것의 이론’ *줄리안 모어-‘스틸 앨리스’ *로자문드 파이크-‘곤 걸’ *리스 위더스푼-‘와일드’
‘스틸 앨리스’(Still Alice)에서 알츠하이머 초기증세에 시달리는 언어학 교수로 나와 아름답고 가슴 아프고 또한 섬세하고 민감한 연기를 보여준 줄리안 모어가 탄다. 모어는 골든 글로브상과 배우노조상을 이미 탔는데다가 과거 4번이나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도 알파로 작용할 것이다.

■여자 조연 
여자 조연 패트리샤 아켓(보이후드).
*패트리샤 아켓-‘보이후드’ *로라 던-‘와일드’ *키라 나이틀리-‘이미테이션 게임’ *엠마 스톤-‘버드맨’ *메릴 스트립-‘인투 더 우즈’
여자 주연 줄리안 모어(스틸 앨리스).
12년간 텍사스의 한 소년의 성장기를 12년간에 걸쳐 찍은 ‘보이후드’(Boyhood)에서 결손가정의 어머니로 나와 아들과 함께 자신의 삶을 보다 풍성히 가꾸려고 노력하는 여인의 모습을 깊고 겸손하게 표현한 베테런 패트리샤 아켓이 탄다. 모든 비평가 협회상과 골든 글로브 그리고 배우노조상을 독식했다. 상복 많은 메릴 스트립도 이번엔 어쩌지 못할 것이다.

■남자 조연
*로버트 두발-‘판사’ *이산 호크-‘보이후드’ *에드워드 노턴-‘버드맨’ *마크 러팔로-‘폭스캐처’ *J.K. 시몬즈-‘위프래시’
본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은 ‘위프래시’(Whiplash)에서 새디스틱하고 독재적인 재즈학교의 선생으로 나와 제자들을 극한 지경에 까지 몰아붙이는 연기를 겁나게 해낸 베테런 J.K. 시몬즈(60)가 탈 것이다. 오래 전에 영화를 보는 순간 그가 오스카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나리투(‘버드맨’).
상을 탈 것이라고 확신했을 정도로 강렬한 연기다. 시몬즈는 골든 글로브와 거의 모든 비평가협회상과 함께 배우노조상 등 모든 상을 싹쓸이 했다. 수많은 TV 작품과 영화에서 단역과 조연을 하면서 그동안 별로 빛을 못 본 시몬즈는 파머즈 보험회사 TV 광고로 낯이 익다. 

오스카 시상식을 이틀 앞두고도 최종 승자를 가려내기가 가장 어려운 부문이 남자 주연과 작품상 부문이다. 따라서 감독상 부문도 예측이 쉽지 않다.  

■남자 주연
*스티브 카렐-‘폭스캐처’ *브래
남자 조연 J.K. 시몬즈(위프래시).
들리 쿠퍼-‘아메리칸 스나이퍼’ *베네딕 컴버배치-‘이미테이션 게임’ *마이클 키튼-‘버드맨’ *에디 레드메인-‘모든 것의 이론’
‘버드맨’(Birdman)의 마이클 키튼과 ‘모든 것의 이론’(The Theory of Everything)의 에디 레드메인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스크린 밖의 드라마 같은 경쟁이다. 
영국의 떠오르는 젊은 배우 레드메인은 ‘모든 것의 이론’에서 영국의 이론 물리학자로 근육위축증을 앓고 있는 스티븐 호킹 역을 뛰어나게 해 배우노조상을 탔다. 오스카 사상 지난 10년간 배우노조상을 탄 배우가 주연상도 탔는데다가 배우노조는 오스카 회원들 중 가장 회원 수가 많은 집단이어서 레드메인의 수상을 확신하는 측이 많지만 결코 장담 못할 일이다. 
그가 상을 탄다면 이는 젊었을 때의 대니얼 데이-루이스가 ‘나의 왼 발’에서 온 몸이 마비돼 기능이 유일하게 가능한 왼 발로 그림을 그린 아일랜드의 실제 인물 크리스티 브라운 역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탄 것에 비유할 만하다.
그러나 기자는 마이클 키튼에게 승부를 걸겠다. 그는 ‘버드맨’에서 브로드웨이 무대를 통해 재기를 노리는 한물 간 할리웃의 수퍼스타로 나와 올인 식의 연기를 보여줬다. 그의 역은 ‘뱃맨’으로 할리웃의 수퍼스타가 됐다가 최근 들어 활동이 뜸했던 자신의 처지를 실제로 반영하는 것 같다. 그는 이 역으로 골든 글로브를 탔다. 
할리웃의 역사와 함께 살아온 베테런 키튼이 아직 젊어 상 탈 기회가 앞으로도 많은 레드메인을 제치고 오스카상을 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부문은 정말로 최종 승자를 장담하기가 힘들다.

■작품
*‘아메리칸 스나이퍼’ *‘버드맨’ *‘보이후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미테이션 게임’ *‘셀마’ *‘모든 것의 이론’ *‘위프래시’        
멕시코 감독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나리투가 연출한 ‘버드맨’과 텍사스에서 활동하는 미 인디영화계의 기수인 리처드 링크레이터가 감독한 ‘보이후드’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난해 1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선을 보인 이후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아온 ‘보이후드’가 상을 탈 것이 거의 확실했었다. 이 영화는 비평가협회의 상이란 상은 다 몰아 탄데다가 골든 글로브까지 타면서 오스카상도 탈 것이라고 모두들 예견했었다.
그런데 뒤늦게 ‘버드맨’이 오스카상 수상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제작자 노조상과 감독 노조상을 타면서 ‘버드맨’의 기운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버드맨’에 승부를 걸겠다. 

■감독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나리투-‘버드맨’ *리처드 링크레이터-‘보이후드’ *베넷 밀러-‘폭스캐처’ *웨스 앤더슨-‘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모턴 틸덤-‘이미테이션 게임’
보통 작품상을 타는 영화의 감독이 감독상도 타는 것이 관례처럼 돼 왔지만 이번처럼 작품상을 놓고 두 영화가 경합이 치열할 경우 아카데미는 가끔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하는 식으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나눠 주기도 한다. 지난해에 작품상은 ‘12년간 노예’가 탔으나 감독상은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이 탄 것이 그 일례다. 
이 부문은 작품상 부문처럼 ‘버드맨’과 ‘보이후드’의 2파전. 올해도 지난해처럼 ‘보이후드’와 ‘버드맨’이 각기 두 부문에서 상을 나눠 가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기자는 이나리투에게 승부를 걸겠다. 
‘보이후드’는 각종 비평가협회상과 골든 글로브를 타긴 했지만 ‘버드맨’은 이 부문 가장 뚜렷한 수상의 지침이라고 할 수 있는 감독노조상을 탄데다가 현재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나리투가 타면 이는 지난해의 쿠아론에 이어 두 번째로 멕시코 감독이 상을 타는 경우다. 

이밖에 다른 부문 수상작들을 점쳐 본다.
*각본-‘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각색-‘이미테이션 게임’ *촬영-‘버드맨’(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츠키는 지난해에도 ‘그래비티’로 상을 탔다) *주제가-‘글로리’(셀마) *음악-‘모든 것의 이론’ *만화-‘빅 히로 6’ *외국어 영화-‘이다’(폴랜드) *장편 기록영화-‘시티즌포’ *단편 기록영화-‘위기 핫라인: 재항군인은 1번을 누르세요’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맥팔랜드, USA (McFarland, USA)


짐(케빈 코스너)이 제자들과 함께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백인교사-라티노 학생들 ‘승리 드라마’ 


언더 독의 승리 얘기는 언제나 기분 좋고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어준다. ‘로키’와 ‘기적’과 같은 영화가 그런 것들로 특히 ‘기적’과 같은 실화일 경우 그 감격의 진동이 더 크다. 케빈 코스너가 나오는 이 영화도 실화인데 빅스크린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라티노 고교 육상선수들의 승리를 다룬 감동적인 얘기다.
물론 언더 독의 얘기는 다소 상투적이고 결과가 뻔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시감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코스너의 묵직한 자태와 연기 그리고 그와 라티노 학생들 간의 갈등과 화해 또 백인이 순 라티노 동네에 와서 경험하는 문화충돌 등에 관한 ‘물 떠난 물고기’ 얘기를 아주 사실적으로 다루면서 아울러 주인공들을 약간 감상적이긴 하나 따스한 마음으로 대하고 있어 박수를 보낼 만하다. 마지막의 승리를 향한 질주장면에 가선 가슴이 뛰는 흥분감과 스릴을 느끼게 된다. 좋은 영화이니 가족이 함께 관람하기를 적극 권한다.
1987년 아이다호주의 보이지의 고교 풋볼코치인 짐 와이트(케빈 코스너)는 태도가 불량한 선수를 거칠게 다루는 바람에 해고를 당한다. 이어 그가 얻은 직장은 중가주 농촌마을 맥팔랜드의 고교 체육선생으로 가난하기 짝이 없는 이 마을의 주민은 완전히 히스패닉들. 짐이 아내 쉐릴(마리아 벨로)과 틴에이지 딸 줄리(모간 세일러)와 그 아래의 둘째 딸 제이미(엘지 피셔)를 차에 태우고 동네에 다다르자 줄리가 “아빠 우리 멕시코에 왔어”하고 묻는다.
이런 영화의 정석적인 코스인 백인이 라티노 동네에서 겪는 문화충돌로 일어나는 코미디가 엮어지면서 짐과 그의 가족은 새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한편 라티노들은 짐의 가족을 호기심과 약간의 경멸의 눈길로 바라보면서도 그들을 받아들인다.
짐은 체육시간에 학생들이 달리기를 유난히 잘 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크로스컨트리 팀을 구성하기로 한다. 아이들이 잘 달리는 이유는 아침 일찍 일어나 채소밭에서 일하는 부모들을 돕기 위해 농장으로 달려갔다가 이어 학교로 달려가고 또 수업이 끝나면 밭으로 다시 달려가기를 매일 같이 하기 때문이다.
짐은 가장 잘 뛰는 토머스(칼로스 프래츠)와 뚱뚱하면서도 열성인 대니(라미로 로드리게즈) 등 몇 명의 아이들로 팀을 구성하고 가주 챔피언십을 노리고 맹훈련에 들어간다. 그러나 처음에는 교장과 토머스까지도 팀 존재 자체에 대해서마저 의문을 표한다. 하물며 우승이라곤 언감생심이라고 여긴다.
단순히 스포츠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라티노들의 가족애와 가족에 대한 의무 그리고 노동과 커뮤니티의 모습을 생생하고 아름답게 그렸는데 선수 아이들의 개개인의 면목도 밀도  있게 묘사했다. 특히 보기 좋은 것은 스포츠 영화 단골인 코스너의 듬직한 자태와 티 안내는 겸손한 연기. 그와 학생들 간의 콤비가 보기 좋고 중가주의 정경과 달리기를 공중에서 찍은 촬영도 훌륭하다. 
영화 끝에 실제 짐과 성장한 학생들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몽타주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학생들은 보기 드물게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대부분 고향에서 봉사하고 있는데 짐은 아직도 맥팔랜드에 살고 있다. 그는 자기 팀이 우승했을 때 부유한 백인 동네인 팔로알토의 학교로부터 코치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했다. 큰 박수를 보낸다. 닉키 카로 감독. 
PG. Disney.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와일드 테일즈 (Wild Tales)


결혼식날 남편의 부정을 발견한 로미나가 결혼케익 앞에서 망연자실하니 서있다.

기발하고 통쾌한 아르헨 블랙코미디


기차게 재미있고 황당무계하고 고약하며 또 사납고 우습고 괴이한 아르헨티나산 블랙 코미디 드라마로 각본을 쓰고 감독을 한 다미안 시프론의 데뷔작이다. 대단한 재주꾼으로 할리웃의 부름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현대인의 일상의 좌절감을 통쾌하고 시원하게 풀어주는 설사약 같은 영화로 2월22일에 열리는 제87회 오스카 시상식의 외국 영화상 후보작이다.  
막다른 궁지에 몰린 보통 사람들의 제어할 수 없는 과격하고 무도한 반응과 함께 아르헨티나의 부패와 사회 및 경제적 불공평 그리고 불의를 사정없이 두들겨 패고 있는데 굉장히 어두우면서도 장난 끼가 심해 박장대소하게 된다. 보지 않고서는 믿을 수가 없는 희한하고 발칙하고 기발 난 영화다.
6개의 에피소드로 엮어졌는데 첫 에피소드 ‘파스테르나크’는 일종의 서막식. 기내에 탄 예쁜 모델과 나이 먹은 음악 비평가가 얘기를 나누다가 이 비평가의 혹평 때문에 음악가로서의 꿈이 산산조각 난 파스테르나크가 모델의 전 애인임이 밝혀진다. 그런데 터무니없게도 기내 승객 전부가 파스테르나크를 알고 있지 않겠는가. 뒤늦게 파스테르나크가 정체를 드러내면서 타고난 실패자의 복수가 벌어진다.
‘쥐약’- 인정사정없는 고리대금업자 때문에 박살이 난 집의 딸이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후진 식당에 이 고리대금업자가 저녁을 먹으러 들어온다. 웨이트리스로부터 고리대금업자의 얘기를 들은 아주머니 쿡이 “저런 놈은 죽어 싸다”면서 그의 음식에 쥐약을 섞는다.
‘지옥행 길’- 정장을 한 제 잘난 맛에 사는 오만한 남자가 아우디를 몰고 좁은 산길을 가는데 앞에서 고물차가 길을 막아 추월할 수가 없자 “야, 이 촌놈아”라고 한마디 했다가 ‘촌놈’으로부터 가혹하고 무자비하며 더러운 보복을 당한다.
‘봄비타’- 주차금지 표지가 없는 도로에 주차를 했는데도 여러 번 차를 토잉 당한 남자가 시를 상대로 보복행위를 하면서 시민의 영웅이 된다.          
‘계산서’- 방자한 부잣집 아들이 차로 사람을 치고 도주한 뒤 아버지가 집의 하인에게 거금을 줄 테니 아들 대신 죄를 뒤집어쓰라고 종용한다. 탐욕과 황금만능주의를 새카맣게 냉소하고 있는데 역시 반격 식으로 끝난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결혼식 파티에서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생쥐처럼 조용한 신부 로미나(에리카 리바스)가 남편에 대해 상상을 초월한 복수를 시도한다. 그 행위가 가공하면 가공할수록 로미나가 더 예뻐 보인다. 6편 중 제일 재미있다.
앙상블 캐스트의 연기와 스파게티 웨스턴식의 음악도 좋은 스타일 멋진 영화다.
R. 일부지역. Sony Classics. 아크라이트 (6360 선셋), 랜드마크(10850 웨스트 피코).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