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후반의 이혼녀 고독에 몸부림
글로리아가 카시노바에서 칵테일을 마시고 있다. |
50대 후반의 이혼녀가 고독에 굴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면서 감정적 육체적으로 만족을 찾아 자신의 삶을 재확인하는 치열하게 감정적이요 육감적이며 또 도전적인 드라마로 칠레영화다.
인생 황혼의 초입에 들어선 여자가 자신의 감정의 내밀한 속살과 주름이 잡히고 흐늘흐늘하는 육체를 당당히 노골적으로 노출시키면서 대담하고 자연스러운 성적 욕망을 만족시키고 아울러 가족을 비롯해 자기와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도외시 당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자존과 욕망의 이야기다. 그리고 개인적 재생의 드라마다.
자칫하면 감상적이 될 수도 있는 내용을 세바스치안 레일로 감독은 냉철하고 또 뜨겁게 제3자의 관점에서 관찰하면서 이 여자를 깊이 이해하고 아울러 연민하고 있다. 매우 감각적이면서도 감수성 예민한 작품이다.
오래 전에 이혼한 글로리아(파울리나 가르시아)는 장성한 아들 페드로(디에고 폰테실라)와 딸 아나(화비올라 사모라)가 있으나 둘 다 자기 사느라 바빠 어머니와의 접촉이 거의 없다. 아직 직장을 다니는 커다란 안경을 낀 글로리아는 밤이면 자기 또래의 싱글들이 다니는 클럽을 찾아 춤을 추면서 고독을 떨쳐버리는데 어느 날 여기서 막 이혼한 상냥한 로돌포(세르지오 에르난데스)를 만난다.
글로리아가 큰 안경 속의 눈으로 로돌포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이 가련토록 아름답다. 둘은 그 날로 글로리아의 집에 가 섹스를 하는데 나이 먹은 두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육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섹스신이 사실적이다.
유원지를 소유한 로돌포는 착하나 소심한 남자로 아직도 정신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자신에게 의지하는 전처와 장성한 두 딸을 돌보고 있다. 그리고 글로리아를 사랑하면서도 자기 개인적 일에 가족을 포함시키고 싶지 않다면서 기족에게 글로리아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는다.
글로리아는 이와 반대로 로돌포를 페드로의 생일파티에 데리고 가는데 중간에 로돌포가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진다. 로돌포는 국외자로서의 위치를 견디지 못해 사라진 것인데 후에 글로리아에게 사죄한다며 며칠 함께 있기로 하고 묵는 호텔에서 또 아무 말 없이 사라진다.
가정이라는 함정에 대한 얘기이기도 한 영화로 카메라가 좀처럼 놓아주지 않는 가르시아가 다면한 얼굴과 자태로 표현하는 겁 없는 맹렬하고 당당한 연기가 훌륭하다. 고독하나 결코 그것에 굴복하지 않는 의연한 여자의 불패적이요 비타협적인 연기는 경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그리고 말러의 교향곡 제5번의 아다지에토와 마지막 장면에서 글로리아가 노래 ‘글로리아’에 맞춰 미친 듯이 춤을 추는 것을 비롯해 음악도 적재적소에 맞게 쓰고 있다.
성인용. Roadside Attractions. 랜드마크(웨스트우드와 피코).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