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1월 27일 월요일

글로리아 (Gloria)

50대 후반의 이혼녀 고독에 몸부림

글로리아가 카시노바에서 칵테일을 마시고 있다.

50대 후반의 이혼녀가 고독에 굴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면서 감정적 육체적으로 만족을 찾아 자신의 삶을 재확인하는 치열하게 감정적이요 육감적이며 또 도전적인 드라마로 칠레영화다.
인생 황혼의 초입에 들어선 여자가 자신의 감정의 내밀한 속살과 주름이 잡히고 흐늘흐늘하는 육체를 당당히 노골적으로 노출시키면서 대담하고 자연스러운 성적 욕망을 만족시키고 아울러  가족을 비롯해 자기와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도외시 당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자존과 욕망의 이야기다. 그리고 개인적 재생의 드라마다.
자칫하면 감상적이 될 수도 있는 내용을 세바스치안 레일로 감독은 냉철하고 또 뜨겁게 제3자의 관점에서 관찰하면서 이 여자를 깊이 이해하고 아울러 연민하고 있다. 매우 감각적이면서도 감수성 예민한 작품이다.
오래 전에 이혼한 글로리아(파울리나 가르시아)는 장성한 아들 페드로(디에고 폰테실라)와 딸 아나(화비올라 사모라)가 있으나 둘 다 자기 사느라 바빠 어머니와의 접촉이 거의 없다. 아직 직장을 다니는 커다란 안경을 낀 글로리아는 밤이면 자기 또래의 싱글들이 다니는 클럽을 찾아 춤을 추면서 고독을 떨쳐버리는데 어느 날 여기서 막 이혼한 상냥한 로돌포(세르지오 에르난데스)를 만난다.
글로리아가 큰 안경 속의 눈으로 로돌포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이 가련토록 아름답다. 둘은 그 날로 글로리아의 집에 가 섹스를 하는데 나이 먹은 두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육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섹스신이 사실적이다.
유원지를 소유한 로돌포는 착하나 소심한 남자로 아직도 정신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자신에게 의지하는 전처와 장성한 두 딸을 돌보고 있다. 그리고 글로리아를 사랑하면서도 자기 개인적 일에 가족을 포함시키고 싶지 않다면서 기족에게 글로리아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는다.
글로리아는 이와 반대로 로돌포를 페드로의 생일파티에 데리고 가는데 중간에 로돌포가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진다. 로돌포는 국외자로서의 위치를 견디지 못해 사라진 것인데 후에 글로리아에게 사죄한다며 며칠 함께 있기로 하고 묵는 호텔에서 또 아무 말 없이 사라진다.
가정이라는 함정에 대한 얘기이기도 한 영화로 카메라가 좀처럼 놓아주지 않는 가르시아가 다면한 얼굴과 자태로 표현하는 겁 없는 맹렬하고 당당한 연기가 훌륭하다. 고독하나 결코 그것에 굴복하지 않는 의연한 여자의 불패적이요 비타협적인 연기는 경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그리고 말러의 교향곡 제5번의 아다지에토와 마지막 장면에서 글로리아가 노래 ‘글로리아’에 맞춰 미친 듯이 춤을 추는 것을 비롯해 음악도 적재적소에 맞게 쓰고 있다.
성인용. Roadside Attractions. 랜드마크(웨스트우드와 피코).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부전 자전 (Like Father, Like Son)

바뀐 신생아… 두 소년과 가족 이야기


노노미야 부부와 케이타(왼쪽 3명) 그리고
사이키 부부와 류세이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일본의 코레-에다 히로카주 감독은 사람의 심장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아는 사람이다. 그는 흥분하지 않고 또 무리하지 않으면서 우리의 기쁘고 아프고 또 동정하고 연민할 줄 아는 심장의 좌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다.
특히 그는 가족영화 그 중에서도 ‘노바디 노즈’와 ‘아이 위시’에서 볼 수 있듯이 아이들의 부모와의 결별과 고독 그리고 어리지만 자립하고 독립할 줄 아는 지혜와 조숙함을 아주 자연스럽고 또 사실적이면서 아울러 감정 가득히 묘사하는데 이 영화도 아이들을 주제로 한 가족 드라마다.
신생아 때 부모가 바뀐 두 소년의 얘기를 통해 과연 부모란 무엇인가, 피가 더 중요한가 아니면 키운 것이 더 중요한 가를 묻고 있는데 서술형태가 아주 조용하고 차분하며 경쾌하고 맑고 신선하다. 어둡고 비극적일 수도 있는 얘기를 센티멘탈리티를 배제하고 짓궂은 유머와 위트 그리고 소박한 삶의 진실을 섞어 매력적으로 그렸는데 순진한 아이들을 통한 어른의 궁극적 구제의 얘기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영화다.
도쿄에 사는 젊은 건축가 노노미야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사람은 착하나 성공에 집착하는 전형적인 부르좌로 똑똑한 여섯 살짜리 아들 케이타(케이타 니노미야)와 고분고분한 아내 미도리(오노 마치코)가 있지만 일 때문에 가정을 거의 방치하다시피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이들 부부에게 미도리가 아들을 출산한 미도리의 친정 동네병원에서 호출통지가 날아든다. 둘은 병원 측으로부터 케이타가 남의 집 아이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통보를 받는다.
케이타의 친 아버지와 엄마는 동네에서 전구상을 하는 털털한 소시민 유다이(릴리 프랭키)와 유카리(마키 요코) 사이키로 이들이 키운 아들 류세이(황 쇼-젠)가 노노미야네 진짜 아들이다. 그런데 사이키네는 류세이 외에도 어린 남매가 있다.
가족회의 열리고 두 집은 일단 주말마다 두 아이를 바꿔서 같이 지내면서 서로 얼굴을 익히기로 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두 아이가 새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자기들을 키워준 부모를 그리워한다. 주말마다 아이들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우습고 재미있으면서 아울러 인간의 본심을 드러내는 일들이 일어난다.
돈이면 매사가 다인 줄 아는 료타는 유다이에게 돈을 줄 테니 류세이를 자기에게 주면 자기가 류세이와 케이타를 함께 키우겠다고 제안해 유다이에게 뺨을 맞는다.
류다이네는 사람들이 진솔하고 소박해 이런 어려운 처지를 씁쓸한 유머와 지혜로서 받아들이나 특히 가슴을 아파하는 사람은 미도리. 진짜 자기 아들인 류세이가 도쿄의 아파트에서 답답해 하면서 개천이 흐르는 시골집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영화는 보는 사람이 자유롭게 해석하도록 끝이 난다. 촬영과 연기가 좋은데 꼬마들과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잘 하고 특히 릴리 프랭키가 어술한 연기를 자연스럽게 해낸다. 반면 여자들은 역이 약하다. 가족용. Sundance. 일부지역.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