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2월 9일 화요일

램스(Rams)


동네 수양치기들이 우수수양 선발대회에 나왔다


아이슬란드 시골서 수양들을 키우는 앙숙지간 형제


 눈보라가 몰아치는 삭막한 아이슬란드 시골에서 수양들을 치는 앙숙지간인 나이 먹은 형제의 갈등과 궁극적 화해 그리고 이들의 자부심인 수양들을 기르고 다듬으면서 한 가족처럼 사랑하는 단순한 이야기를 매우 소박하면서도 정감 가득하게 그린 아이슬란드 드라마다.
심술궂은 유머와 함께 고립된 시골 사람들의 힘든 하루하루를 사실적으로 그렸는데 드라마와 코미디 그리고 비극(클라이맥스 부분으로 애매모호하게 끝난다)을 고루 잘 섞어 흥미 있다. 특히 이 영화는 겨울눈으로 덮인 정경이 살벌하게 아름다운데 이와 함께 수양들도 사람 못지않은 몫을 한다. 
아이슬란드 깡촌에서 수양들을 키우면서 사는 둘 다 결혼을 안 한 형 키디(테오도어 율리우손)와 동생 굼미(시구르두르 시구르욘슨)는 바로 이웃에 살면서도 지난 40년간을 말을 안 하고 지낸 사이다. 이들의 통신수단은 키디의 개로 서로 할 말이 있으면 종이에 그 내용을 적어 개를 통해 전달한다.
키디는 술꾼이요 무뚝뚝하고 사나운 반면 굼미는 술 안 마시는 이성적이요 부지런한 사람인데 이들은 자기들이 키우고 다듬는 수양들을 자기 자식처럼 사랑한다. 그런데 연례 우수 수양선발대회에서 뜻밖에도 키디가 우승하면서 굼미는 크게 실망한다.
이어 마을에 수양들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보건 당국은 온 동네의 수양들을 다 살육하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내용에 극적 기폭이 일어난다. 이에 굼미는 자기 수양들을 다 살육하나 키디는 못한다고 아우성을 친다. 그러나 그도 당국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굼미는 자기가 가장 아끼는 수양 몇 마리를 죽이지 않고 자기 집 지하실에 우리를 만들어 놓고 키운다. 굼미가 조사 나온 보건소 직원에게 이를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게 우습다. 그러나 키디가 동생의 비밀을 알아낸다. 그리고 둘은 이 때부터 서로 간의 앙심을 조금씩 풀고 공동으로 쿰미의 양들을 보호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둘은 수양들을 더 이상 집안에 가둘 수가 없게 되자 이들을 몰고 심한 눈보라가 몰아치는 산꼭대기로 수양들의 은신처를 구해 간다. 지척을 분간할 수 없도록 폭설이 몰아치는 가운데 밤이 되면서 형제는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마지막 장면이 가슴을 울컥하게 만든다.
나이 먹은 두 주인공들이 별로 말도 많이 하지 않고 눈과 얼굴 표정으로 흙냄새가 나는 연기를 뛰어나게 한다. 촬영과 음악도 좋다. 성인용. 일부 지역. ★★★½(5개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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