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8월 29일 금요일

로빈 후드의 마지막 사랑(The Last of Robin Hood)

반세기 전 에롤 플린과 15세 단역소녀 애정행각


애들랜드와 플린이 단란한 시간을 즐기고 있다.

천하의 바람둥이이자 물고기가 물마시듯 술을 마시고 마약을 즐겼던 할리웃 황금기의 미남 수퍼스타로 ‘로빈 후드의 모험’에 주연한 에롤 플린과 그가 사랑했던 15세난 단역배우 베벌리 애들랜드 간의 메이-디셈버 로맨스를 그린 전기 애정 드라마다. 플린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재미는 있으나 각본이 허약해 영화가 물에 물 탄 것처럼 심심하다.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을 좀 더 산성이 강하게 처리하면서 차라리 야한 태블로이드 이야기 식으로 다루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톡 쏘는 신랄한 맛이 모자라고 희대의 스캔들을 너무 온순하게 다뤄 나른한데 두 감독 리처드 글래처와 워시 웨스트모어랜드는 플린을 매우 동정적으로 묘사하면서 관객들도 그의 편을 들라는 식으로 다뤘다. 
그러나 이런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과거 할리웃의 실상과 이면을 들여다본다는 점과 함께 플린을 판에 박듯이 닮은 케빈 클라인의 모습과 연기로 인해서 보고 즐길 만하다.
영화는 베벌리의 허영과 명성에 눈이 먼 어머니 플로렌스의 딸에 관한 전기 ‘빅 러브’와 베벌리 및 그의 할리웃 고교 동창생으로 플린의 조수였던 로니 쉐들로(맷 케인)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오디션 차 영화사에 온 15세난 베벌리(다코타 패닝-훨씬 나이 들어 보인다)를 보고 반한 플린은 베벌리를 유혹해 대뜸 섹스를 한다. 
플린은 이 때 세 번째 아내가 있었다. 한편 베벌리는 할리웃에서의 이런 일은 당연지사로 여기고 일회 행사라 치부하는데 플린이 베벌리를 찾아와 “나는 너를 진실로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이런 둘 사이에 개입하는 사람이 전직 댄서로 의족을 한 베벌리의 어머니 플로렌스(수전 서랜든). 플로렌스는 허영과 명성에 눈이 먼 여자로 베벌리를 스타로 만들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그래서 미성년자인 딸의 나이도 속이고 플린과 딸의 관계를 말린다기보다 오히려 부추긴다. 
뒤늦게 베벌리가 미성년자인 것을 안 플린은 베벌리와 동행 때 플로렌스를 따라 붙게 시켜 세상의 눈을 속인다. 그리고 플로렌스는 딸 덕택에 할리웃의 호사를 공짜로 즐긴다. 그런데 플린은 1943년에도 13세 소녀와의 성관계로 재판을 받았으나 무죄판결을 받았다. 
1959년 플린이 심장마비로 50세로 사망하기 2년 전부터 시작한 영화는 2년간의 플린과 베벌리의 관계를 에피소드 식으로 그리고 있다. 스타가 되려고 에를 쓰는 베벌리를 위해 플린은 스탠리 쿠브릭을 만나 ‘롤리타’에 자신과 베벌리를 써달라고 부탁을 하나 거절당한다. 또 플린은 자기 돈을 써 쿠바에서 베벌리를 출연시켜 싸구려 영화 ‘쿠바의 여전사들’을 만들기까지 한다. 
깜짝 놀랄 만큼 플린을 닮은 클라인이 연기를 기차게 잘하는데 패닝은 다소 모자란다. 역시 메이-디셈버 로맨스를 다룬 ‘롤리타’에 나온 수 라이언의 순진하면서도 섹시한 모습과 연기를 참고했는지 모르겠다. ★★★(5개 만점) <R. Samuel Goldwyn. 랜드마크(310-470-0492).>   

범죄 인생 (Life of Crime)

강약 없이 단조로운 납치범죄 코미디

오델(왼쪽)이 복면을 씌운 믹키 앞에서 믹키의 남편에게 전화를 건다. 가운데는 루이스.

제니퍼 애니스턴이 나오는 납치범죄 코미디로 무미건조하다. 지극히 무기력한 영화로 사실적이라기보다 농담 같은데 그 농담마저 별로 우습지 않다. 그리고 나오는 인물들의 성격개발도 부족해 배우들이 연기는 괜찮은데도 소모된 셈이다.
강렬한 충격이 결여된 온순하기 짝이 없는 영화의 원작은 범죄소설 작가 고 엘모 레너드(‘겟 쇼티’)의 ‘스위치'. 귀엽게 봐주려고 애를 쓰는데도 서술형태의 굴곡이나 흐름에 강약이 없어 단조롭다. 
1970년대 말 디트로이트. 서푼짜리 범죄인생 오델(야신 베이)은 교외에 사는 사업가 부자 프랭크(팀 로빈스)가 바하마에 젊은 섹스머신 정부 멜라니(이슬라 피셔)와 거액의 빼돌린 돈을 숨겨 놓았다는 것을 알고 상냥한 성격의 동료 루이스(존 호크스)에게 프랭크의 트로피 아내인 믹키(애니스턴)를 납치해 몸값을 받아내자고 제의한다.
오델과 루이스는 나치 숭배자로 다량의 총기를 소유하고 있는 리처드(마크 분 주니어)를 팀에 합류시켜 프랭크가 바하마에 간 사이 범행에 들어간다. 그리고 납치한 믹키를 리처드의 집에 숨겨 놓는다. 이어 오델은 바하마로 전화를 건다.
“네 아내를 다시 보고 싶으면 100만달러를 내라”는 전화를 받은 프랭크는 전화를 끊은 뒤 멜라니와 함께 좋아서 죽겠다며 깔깔 대소를 한다. 프랭크는 멜라니와 살기 위해 믹키 모르게 이미 이혼장을 제출한 터라 아내의 몸값을 지불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는 것이다.
이에 당황하게 된 것은 오델과 루이스. 믹키를 어떻게 할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믹키는 납치범들을 통해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또 이혼장까지 냈다는 것을 알고 복수의 이를 간다. 그런데 믹키가 범인들과 함께 지내면서 믹키와 착한 마음의 소유자인 루이스 간에 묘한 감정이 소생한다. 스톡홀름 신드롬이다. 
오델과 루이스는 믹키를 풀어주기로 하는데 자유의 몸이 된 믹키는 오델과 루이스에게 프랭크에 대한 보복을 함께 시도하자고 제안한다.
재미있고 영특한 내용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반면 연기들은 다 좋은 편이다. 특히 늘 취약점을 안 보여주고 뻣뻣이 굴던 애니스턴이 남편에게서 구박을 받다가 반격을 가하는 아내의 역을 심각하면서도 우습게 잘한다. 대니얼 쉑터 감독. R. Roadside Attractions.            선댄스 선셋 등 일부지역. ★★½(5개 만점)

‘해무’



최근 한국영화 10편을 봤다. 대부분 한국서 히트했거나 해외 영화제에 초청을 받은 것들이다.
한국에서 보다 유럽에서 더 유명한 김기덕 감독의 복수극 ‘일대일’은 한국의 구정권과 현 사회비판을 앞에 내세운 감독 자신의 신세한탄이자 화풀이 같은 영화다. 김 감독 특유의 폭력과 잔인이 판을 치는 설교조의 타작이다.
이선균이 나오는 범죄스릴러 ‘끝까지 간다’는 빈자의 양말처럼 플롯에 구멍이 많아 그 내용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하정우가 주연하는 ‘군도’는 철종시대 천민들의 반란을 그린 한국판 ‘로빈 후드’인데 코미디와  사극과 웨스턴과 쿵후 영화를 짬뽕한 국적불명의 튀기 같은 영화. 음악마저 스파게티 웨스턴식인 넌센스다.
‘스톤’은 바둑과 폭력을 접목한 이색적인 내용으로 바둑과 인생을 비교하면서 인간적 얘기를 다뤘으나 잔인한 폭력이 이런 뜻을 저해한다. 볼만은 하다.
‘야간비행’은 지난해에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로 출품한 ‘불량소년’ 스타일의 소품. 청소년 문제와 동성애를 다뤘으나 깊이가 부족하고 진행속도가 처지는데 이것 역시 폭력적이다.
설경구가 나온 ‘소원’은 아동 성폭행을 당한 한 가족의 비극을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소박하고 곱게 그렸다.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로 규모가 작아 마치 TV 영화를 보는 것 같지만 잘 만들었다.
청소년 성폭행 문제를 다룬 ‘한공주’는 단아한 소품인데 후반 들어 진행이 축 처진다. 역시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인데 주제 외에 주변 얘기를 너무 많이 늘어놓아 당초 하고자 한 얘기가 제대로 전달이 안 되고 있다. 그러나 볼만한 영화다.
배두나가 주연한 폭력에 시달리는 불우아동과 동성애 문제를 다룬 ‘도희야’는 볼만한 소품이나 강력한 클라이맥스에 이르기 전까지 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있어 보면서 지치겠다. 이 것 역시 폭력이 자심하다. 다소 맹한 모습과 연기로 알려진 배두나가 과거를 지닌 여자의 연기를 안으로 가라 앉혀 강한 저류로 몰아가지 못해 무기력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 영화는 이창동 감독이 제작을 맡고 정주리가 감독했는데 9월4일부터 열리는 올 토론토 국제영화제 ‘도시기행’(올해는 서울) 부문에 초청됐다.
한국에서 1,600만명이 관람하면서 거국적 뉴스가 된 ‘명량’은 그저 보고 즐길 만한 액션 사극이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그린 우국충정의 영화로 동양대 진중권 교수의 말처럼 ‘졸작’이라고 까지는 할 수 없지만 아주 평범한 오락영화다.
우선 이순신 역의 최민식이 전연 카리스마가 없고 성격개발도 전무하다. 그리고 영화 전반부는 말이 많은 드라마요 후반부는 액션영화로 양분돼 마치 2개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액션신은 볼만하나 너무 길어 부담이 가고 컴퓨터 특수효과도 엉성하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자연 아키라 쿠로사와의 ‘란’과 같은 드라마와 액션의 절묘한 조화와 뚜렷한 인물과 성격묘사를 비롯해 장엄과 우아미를 고루 갖춘 사무라이 사극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명량’이 한국영화 사상 초유의 관람객수를 기록하면서 국가를 들었다 놓을 듯한 사건이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현 한국민들의 반일감정과 백성을 먼저 생각한 진정한 지도자인 이순신과는 다른 현 한국의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들에 대한 반동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그리고 영화의 배급사인 CJ 엔터테인먼트의 스크린 독과점으로 인한 싹쓸이 작전도 주효했다는 해석도 있었다. 여기에 ‘너도 봤으니 나도 봐야지’ 하는 무리의식도 한몫 했을 것이다. 좌우지간 나로서는 이 영화의 흥행대박이 불가사의할 뿐이다.
내가 본 10편의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이 봉준호가 제작하고 심성보가 감독한 생존문제를 강인하고 강렬하게 그린 실존주의적 영화 ‘해무’다(사진.) 물고기 대신 한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재중 동포를 싣고 귀항하는 트롤선 어부들과 밀입국자들과의 관계를 그린 사납고 거친 스릴러로 현실성이 강하다. 인간의 수성과 함께 휴머니즘을 충격적이면서도 따스하게 그렸다. 연기들도 좋다. ‘해무’는 올 토론토 국제영화제 갈라 부문에 초청됐다.
문제는 끔찍하고 잔인한 폭력. 이런 폭력은 한국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는 이중성을 지녔다. 한국영화는 세계적으로 사납고 거칠며 폭력적이요 비타협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데 많은 경우 이런 특징을 살린다고 폭력을 남용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또 다른 문제는 긴 상영시간. ‘벤-허’도 길지만 그것은 충분한 내용 서술을 위한 시간인 반면 한국영화들은 쓸데없이 시간을 끄는 경우가 많다.            
한국영화는 그동안 질적 기술적으로 큰 발전을 이뤘지만 이웃 일본과 달리 아직 한 번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적이 없다. 이번 오스카상 후보로 ‘해무’를 밀어볼 만한데 폭력이 큰 핸디캡이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2014년 8월 27일 수요일

‘헌드레드-푸트 저니'헬렌 미렌



“음식이란 지구를 도는 인간문화의 표지석”


현재 상영중인‘헌드레드-푸트 저니’(Hundred-Foot Journey)에서 프랑스 남부 한 작은 마을의 자신이 경영하는 고급 식당 바로 앞에 인도 식당을 차린 인도에서 이민 온 일가족과 경쟁을 하게 된 본심은 착하나 다소 까다로운 여주인 말로리로 나오는 헬렌 미렌(69)과의 인터뷰가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미렌과 인도의 베테런 배우 옴 푸리가 나오는 영화는 그림처럼 곱고 달콤하나 극적 깊이는 모자란다. 그러나 모두 연기파인 미렌과 푸리의 연기와 콤비는 보기 좋다. 우아한 백색 돌체 가바나 레이스 드레스를 입은 미렌은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는데 단아하게 앉아 아름다운 앨토 음성으로 유머와 위트를 섞어가면서 질문에 즐겁게 대답했다. 사람이 품위가 있으면서도 매우 겸손해 이웃집 착한 아주머니를 만난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여왕’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타 영국 여왕으로부터‘데임’ 칭호를 받은 미렌은 군주제를 달갑지 않게 여긴다. 미렌이 미국서 영화를 촬영하고 있을 때 여왕으로부터 초청을 받았을 때도 스케줄을 이유로 초청을 수락하지 않았다.                                

―영화에 진수성찬 음식이 자주 나와 보면서 배가 고팠는데 촬영 때도 그랬는가.
“그렇다. 보기 전이 아니라 본 다음에 식사를 해야 하는 영화다. 좋은 식당을 예약하고 영화를 본 다음에 식사하기를 권한다.”

―영화에서 당신의 식당은 식당의 질을 판정하는 미셸린 등급의 별 하나를 받았는데 최고등급인 별 세 개짜리 식당을 가본 적이 있는가.
“프랑스에서 가 봤다. 그 등급은 음식뿐 아니라 서비스와 화장실과 카펫의 청결도 그리고 식기와 유리잔과 식사용 칼과 포크 등 모든 것이 완벽해야 받는다. 그런데 나는 사실 그런 식당엘 가면 다소 불편하다.”

―영화를 감독한 스웨덴 태생의 라세 할스트롬과 일한 경험에 대해 말해 달라.
“그는 세트 분위기를 아주 편안하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 마법사의 술수를 지닌 사람으로 이런 영화에는 그것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일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영화를 어디서 찍었나.
“툴루즈 북쪽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한 마을에서 찍었다. 영화에서 보는 거리의 시장은 실제 시장이다. 식당의 음식도 정말 맛있더라. 영화를 찍는다기보다 휴가를 즐기는 기분이었다.” 

―영화는 서로 다른 문화의 혼합을 얘기하고도 있는데.
“그렇다.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미국의 음식들은 다 다른 나라의 이민자들로부터 전수 받은 것이라고 해도 되겠다. 미국인들이 즐기는 피자나 베이글 등이 다른 나라에서 온 것이 듯이. 따라서 우리의 음식은 다양한 이민의 혼합이라고 하겠다. 음식이란 지구를 돌면서 행해지는 인간성의 움직임의 표지석과도 같은 것으로 우리 영화도 그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인도 음식 좋아하는가.
“남편(‘사관과 신사’ ‘레이’를 감독한 테일러 핵포드)과 나는 해외에 있다가 영국에 돌아가면 제일 먼저 인도 식당엘 간다. 외국에 있을 때 제일 생각나는 것이 인도 음식이다.”

―요리할 줄 아는가. 당신과 음식의 관계는 어떤가.
“잘 못한다. 수프가 고작이다. 나는 러시아계 후손이어서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음식을 좋아하고 양배추로 만든 음식은 다 좋아한다. 나보다는 남편이 음식 솜씨가 낫다.”

―당신은 세계를 돌면서 온갖 음식을 맛보았을 텐테 한국 음식 먹어봤는가.
“LA의 활기차고 대단한 코리아타운에서 먹었다. 맛있는 음식이 많더라. 내 의붓아들이 다니던 학교에 한국인 급우들이 많아서 사실 한국 음식은 내 아들이 소개를 한 셈이다. 아들은 한국에 친구를 만나러가서 산 낙지도 먹었는데 그것을 유튜브에 올려 유명해졌다.”

―옛날과 달리 최근 들어 유색인종들이 이 영화에서처럼 긍정적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그 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런 경향이 계속되길 바란다. 경향이라기보다 우리의 세계관의 변화라고 해야겠다. 이런 변화가 오기까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 것 같은데 사실 우린 아직 그 곳에 진실로 이르진 못했다고 본다. 영화 ‘간디’가 있기 전만해도 보통 미국 사람들은 인도의 존재에 대해서 전연 알지 못했다고 해도 되겠다. ‘간디’ 이후 이런 생각을 고쳐 놓은 것이 ‘슬럼독 밀리어네어’다. 다문화와 함께 지구란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또 평등한 곳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진 아직도 좀 더 가야 될 것 같다. 영화란 세상을 반영할 뿐이다. 따라서 먼저 세상을 변화시키면 영화는 그 변화를 반영하게 된다.”

―당신은 여러 나라 말을 할 줄 아는데 언어를 사랑하는가.
“나는 언어를 사랑한다. 나는 늘 외국에 가면 최소한 그 나라 말로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같은 기본적인 인사말을 배워 쓴다. 또 영화제서 상을 줄 때면 인사말을 그 나라 말의 발음기호로 적은 글을 보고 읽는다.”

―당신의 인생철학은 무엇인가.
“나도 남들처럼 낙망하고 자신의 효용가치에 대해 의심하고 또 어리석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것을 느끼면서도 계속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난 특별히 신을 믿진 않는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커다란 영적 이해도 갖고 있지 않다. 난 철저한 실용주의자다. 난 그저 자신에 대해 솔직하려고 할 뿐이다.”

―당신은 다음 영화 ‘황금 옷의 여인’에서 화가 클림트의 여인으로 나오는데 미술이란 당신에게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 노력의 경이 중 하나다. 나는 미술을 좋아해 화랑에 가서 그림을 보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직접 그리기도 한다. 그것은 나의 큰 기쁨 중 하나다. 음악보다 그림을 더 좋아한다. 나는 별로 음악적이지가 못하다. 그러나 음악회에 가서 생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레코드음악은 딱 질색이다.”

―프랑스 여인 역을 위해 어떻게 접근했는가.
“난 프랑스 광이어서 역을 제의 받고 아주 좋아했다. 난 프랑스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자기들이 낫다고 으스대는 것까지 좋아한다. 그래서 난 언제나 남모르게 프랑스 배우가 되길 원했다. 난 프랑스 영화를 매우 좋아한다. 프랑스 영화는 미국이나 영국 영화보다 민감하고 흥미 있으며 인물 묘사도 깊다. 난 사실 이 영화의 내 역을 프랑스어로 하길 원했다. 그러나 미국 사람들은 자막 읽기를 싫어한다. 특히 이 영화처럼 재미 위주의 디즈니 영화는 더 하다.”

―그렇다면 프랑스에 대해 싫어하는 점은 무엇인가.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에는 남을 비판 평가한다는 점이 있다. 그 건 별로 안 좋다.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를 못해 서툴게 해보려고 애를 쓸 경우에도 프랑스 사람들은 영어로 ‘당신 프랑스어 별로 잘 못하네’라고 핀잔을 준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그럴 경우 반응이 다르다. 그들은 외국인이 이탈리아어를 하려고 애를 쓰는 것을 보면 이탈리아어로 ‘오 당신 이탈리아어 하네’하고 반긴다.”

―당신이 오래 전에 TV 시리즈 ‘프라임 서스펙트’에 나왔을 때만 해도 여자가 주연인 TV쇼가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쇼가 많다.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보는가.
“참 놀라운 발전이다. 요즘은 여자가 주인공인 경우가 더 많다. 내가 그 시리즈에 나왔을 때만해도 제작진은 자신이 없어 출연계약은 3회분을 했는데도 1회만 찍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자는 식이었다. 이런 것이 변한 것은 우리의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여자 경찰서장, 국무장관 그리고 각계각층에서 여성의 위치가 부상하면서 드라마의 세계도 세상의 변화를 따른 것이라고 본다.”

―당신은 미술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어떤 종류의 미술을 좋아하는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 칸딘스키다. 따라서 현대와 클래식이 혼성된 것이라고 하겠다. 나는 클래식 화가들도 좋아한다. 풍경화를 좋아하는데 특히 옛 덴마크 화가들의 그림이 아주 아름답다. 브뤼겔의 그림을 좋아한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신 시티: 어 데임 투 킬 포(Sin City:A Dame to Kill For)

복수와 애증, 악몽같은 도시… 연기·액션은 화려


드와이트(조쉬 브롤린·왼쪽)는 팜므 파탈 에이바(에바 그린)의 치명적 매력의 제물이 된다.

2005년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만든 흑백 필름느와르의 속편으로 폭력적이요 냉소적이며 허무하다. 올스타 캐스트의 입체영화인데(구태여 입체영화로 만들 필요가 없었는데) 전편이 나왔을 때 주었던 신선한 충격이 많이 감소됐다.
배우들의 연기와 시각 스타일 및 액션과 저주 받은 도시의 분위기 등은 즐길 만하지만 얘기가 횡설수설하는 듯이 두서가 없고 단편적인 데다가 호평을 받고 흥행서도 성공한 전편을 의식한 듯이 너무 멋을 부리려고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해 부담이 간다.
얘기는 두 개의 중심 플롯으로 구성됐다. 하나는 복수심에 불타는(이 영화는 복수하려는 사람들로 만원을 이룬다) 젊은 프로 도박사 자니(조셉 고든-레빗)와 그의 증오의 대상인 부패한 정치인 로크(파워즈 부스)의 대결. 둘이 포커 대결하는 장면이 멋지다.
이 얘기에 역시 복수심에 불타는 후진 스트립 조인트의 스트리퍼 낸시(제시카 알바)의 무자비한 복수가 곁들여 지는데 영화는 이런 내용을 두 부분으로 잘라 영화의 앞과 뒤를 장식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얘기가 일관성을 잃어 혼란스럽다.
다소 반복적인 후반의 얘기는 드러난 젖가슴을 무기로 남자를 잡는 치명적인 마녀와도 같은  에이바(프랑스 배우인 에바 그린은 여러 영화에서 젖가슴을 내놓기를 주저하지 않는다)의 독성 있는 성적 매력과 유혹에 빠져 폐인이 되다시피 한 드와이트(조쉬 브롤린)와 에이바의 애증이 뒤범벅이 된 관계가 중심을 이룬다. 
드와이트 역은 전편에서는 클라이브 오웬이 맡았었다. 그런데 필름 느와르의 전형적인 수법인 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드와이트의 하소연이 설득력이 모자란다. 오웬의 멋을 못 따르는 브롤린과 그린의 콤비는 대단히 화끈하지는 못한데 그린이 브롤린을 완전히 압도한다. 이런 여자에게 걸렸다 하면 지옥으로 떨어지고 마는데 팜므 파탈 중의 팜므 파탈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여러 명의 부수 인물들이 나와 칼을 쓰고 총을 쏘고 치고 박고하면서 영화에 유혈폭력이 난무하는데 흩뿌려지는 피는 백색으로 처리하면서 때로 붉은 색으로도 채색했다. 이런 시각적 화려미가 이 영화의 제일 보기 좋은 점이다.
전편에서 나왔던 마브 역의 미키 로크와 형사 존 역의 브루스 윌리스가 다시 나오고 이 영화에 처음 등장한 한국계 배우 제이미 정이 미호로 나와 하늘을 훨훨 나르면서 긴 칼을 휘둘러 여러 명의 나쁜 놈들의 목을 잘라버린다. 이밖에도 레이디 가가, 레이 리오타, 크리스토퍼 로이드, 스테이시 키치, 로사리오 도슨, 데니스 헤이스버트 및 제레미 피븐 등이 나온다.
악몽과도 같은 도시와 그곳에 사는 버려진 인간들의 내면을 좀 더 깊이 파고들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전편의 얘기를 혁신적으로 뛰어넘지 못하는 내용 등 아쉬운 점이 더러 있지만 보고 즐길 만은 하다. 감독은 전편처럼 밀러와 로버트 로드리게스가 공동으로 했는데 로드리게스는 연출 외에도 제작과 작곡과 촬영과 편집까지 했다. R. Dimension. 전지역. ★★★(5개 만점)

‘보기와 바콜’





그 때는 얼굴들이 있었다. 할리웃 황금기의 스타들은 스크린을 광채로 가득 채우는 마력이 있었다. 이 얼굴들 중의 하나였던 로렌 바콜이 12일 고향인 뉴욕에서 89세로 사망했다. 참으로 멋진 클래식 스타일을 지닌 스타였었다.
바콜하면 떨쳐 버릴 수 없는 이름이 생전 ‘보기’라 불린 터프가이 험프리 보가트다. 둘이 만나 사랑에 빠진 얘기는 영화 속의 영화나 다름없다. 둘은 헤밍웨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워드 혹스가 감독한 전시 액션 드라마 ‘투 해브 앤드 해브 낫’(1944ㆍ사진)에서 공연하며 만났다. 이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한 바콜은 19세였고 이미 수퍼스타였던 보기는 44세였다.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는 바콜이 보기를 유혹하면서 던지는 대사다. 바콜이 깔보는 듯한 시선으로 보기를 내려다보면서 안개가 자욱한 음성으로 이렇게 은근짜를 놓는다. “당신 휘파람불 줄 알지요. 그저 두 입술을 함께 모아 불면 돼요.” 바콜의 얼굴이나 자태가 도저히 19세짜리의 그것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성숙하고 자극적이다.
아마 보기도 이 장면 때문에 바콜에게 깊이 빠졌을지도 모른다. 그 때 세 번째 부인과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던 보기와 바콜은 밀회를 하면서 사랑을 불태우다가 이듬해 결혼했다. 보기는 너무 행복해 결혼케익을 자르면서 울었다고 한다.
전설적인 할리웃 커플의 탄생이다. 또 다른 유명한 할리웃 커플로는 게이블과 롬바드 그리고 트레이시와 헵번이 있지만 보기와 바콜의 농도 짙은 화학작용을 따르진 못한다. 보기와 바콜의 합성에 비하면 브란젤리나(브래드 핏과 안젤리나 졸리)의 그것은 아이들 소꿉장난이다.
바콜은 전형적인 미녀는 아니었다. 광대뼈가 뚜렷한 개성이 강한 얼굴인데 시선이 자못 상대를 희떱게 보듯이 오만하다. 이 시선과 함께 바콜의 상표가 되다시피 한 것이 그의 천근만근 무겁고 복날 땀에 절어 피곤에 지친 듯한 허스키한 음성이다. 사이렌의 치명적 흡인력을 지닌 성감대를 자극하는 음성이다.
19세에 큰 어른 보기에 당당히 맞섰던 바콜은 터프가이에 걸맞은 터프걸이었다. 카리스마와 우아함을 겸비했던 바콜은 지적이요 독립적이며 섹시한 여자로 시대를 앞서간 신여성이었다. 보기와 바콜은 첫 공연작 이후 모두 1940년대에 만든 ‘빅 슬리프’와 ‘다크 패시지’ 그리고 ‘키 라르고’에 함께 나왔다.
둘은 골초였던 보기가 1957년 57세로 후두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남매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바콜은 그 후 프랭크 시내트라와 잠시 약혼을 했다가 파혼하고 배우 제이슨 로바즈와  8년간의 기복이 심한 결혼생활 끝에 이혼했다.
나는 어렸을 때 한국에서 바콜의 영화들을 여러 편 봤는데 그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록 허드슨과 공연한 끈끈한 드라마 ‘리튼 온 더 윈드’와 바콜이 애정의 표시로 애인 그레고리 펙의 귀를 잘근잘근 씹는 로맨틱 코미디 ‘디자이닝 우먼’(바콜이 제일 좋아하는 영화)이다. 그리고 몬로와 베티 그레이블과 공연한 노래가 있는 로맨틱 코미디 ‘하우 투 매리 어 밀리어네어’도 즐겁다.
바콜은 보기 사망 후 배우로서의 생애도 다소 빛을 잃기 시작한다. 폴 뉴만과 나온 ‘하퍼’와 존 웨인의 유작 ‘슈티스트’ 그리고 앙상블 캐스트의 ‘머더 온 디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등은 모두 조연급 역. 그러나 뒤늦게 ‘미러 해즈 투 페이시즈’로 골든 글로브 조연상을 탔고 오스카상 후보에도 올랐다. 2009년 오스카 명예상을 받았다.
17세 때부터 모델을 하면서 브로드웨이 무대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바콜은 나이를 먹어 무대에 복귀해 ‘어플러즈’와 ‘우먼 오브 더 이여’(트레이시와 헵번이 나온 동명영화가 원전)로 토니상을 탔다. 60여년의 연기생활 간 60여편의 영화에 나왔는데 사망할 때도 범죄영화에 출연하기로 돼 있었다.
바콜은 혼자서도 우뚝 설 수 있는 배우였지만 보기의 카리스마가 원체 강해 그의 후광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바콜도 “나는 결코 그로부터 멀어질 수가 없다”고 고백했다. 바콜은 연기를 사랑한 스타였지만 자기를 “베이비”라 부르며 사랑하는 보기의 뜻에 따라 가정을 먼저 여겼다. 그리고 바콜은 스타덤이라는 것을 생애라기보다 우연이라고 생각한 건전한 생각을 지녔던 사람이었다.
보기와 바콜은 정치적으로도 소신이 뚜렷했던 커플로 전후 미국에 매카시 광풍이 불던 때 워싱턴 D.C.로 날아가 의회에 매카시즘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배우와 감독 사이에 서로를 빨갱이라고 고발하던 당시로서는 굉장히 용감한 행위였다.
‘투 해브 앤드 해브 낫’의 또 다른 은근히 선정적인 장면은 보기와 바콜의 첫 키스신. 바콜이 보기의 무릎에 앉아 보기에게 키스를 하자 보기가 “무엇 때문에 했지”하고 묻는다. 바콜이 “그걸 좋아할지 궁금해서 했어요”라고 답하자 보기가 “결정은 뭐야”라고 묻는다. 이에 바콜이 “아직 몰라요”라더니 다시 보기에게 정열적으로 키스를 하면서 “당신이 도와줄 땐 더 낫지요”라고 한 마디 한다. 이제 보기와 바콜은 하늘에서 이런 사랑의 희롱을 하면서 여생을 즐기게 됐다.  <박흥진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2014년 8월 19일 화요일

‘신 시티: 데임 투 킬 포' 제시카 알바


섹시함의 비결은‘자아 사랑’… 엄마가 된 뒤 몰입연기


22일 개봉되는 범죄 액션 스릴러이자 느와르 드라마인 흑백 입체영화‘신 시티: 데임 투 킬 포’(Sin City: A Dame to Kill For)에서 복수심에 불타는 싸구려 술집의 스트립댄서 낸시로 나오는 섹시스타 제시카 알바(33)와의 인터뷰가 2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서 있었다. 이 영화는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이 원작으로 2005년에 나온‘신 시티’의 속편이다. 브루스 윌리스, 조쉬 브롤린, 미키 로크, 에바 그린 및 데니스 헤이스버트 등 호화 캐스트의 폭력과 유혈이 난무하는 작품인데 한국계 배우 제이미 정이 긴 칼을 휘두르면서 나쁜 놈 여러 명의 목을 잘라 버린다. 감독은 전편을 연출한 로버트 로드리게스와 프랭크 밀러. 아버지가 멕시코계이어서 가무잡잡해 더 섹시한 알바는 갈색 긴 머리의 소녀처럼 동안이었는데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귀엽기 짝이 없었다. 매우 명랑하고 솔직했는데 33세에 두 아이를 가진 여자가 어떻게 그렇게 날씬한 몸매를 지닐 수 있는 것인지 불가사의라 하겠다.                                
-당신은 복수심에 불타는 여자로 나오는데 실제로도 그런 성격인가.
“앙심을 품을 것이 아니라 때가 되면 그것을 풀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정신건강에도 좋다. 나는 나의 잘못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댄스를 기막히게 잘 추던데 어떻게 배웠는가.
“춤이 몸에 편안하게 느껴지는데 두 달이 걸렸다. 그 다음으로는 춤으로써 낸시와 감정적으로 연결이 되도록 노력했다.”

-돈과 남자 중 어느 것이 더 유혹적인가.
“그것들보다 가장 유혹적인 것은 힘이다. 힘은 모든 약한 것을 분쇄한다. 그래서 우리는 전쟁을 하는 것이다.”       

-당신뿐 아니라 액션마저 섹시한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로버트와 프랭크가 영화를 상스럽지 않고 아름답고 섬세하며 예술적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마치 음악처럼 물 흐르듯 하고 있다. 피마저 하얀 색이니 멋있지 않은가.”

-섹시하다고 느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자아 사랑이다.”

-아이를 둘이나 둔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완벽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는가.
“난 꽤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가급적 가공식품을 피하고 신선한 음식을 먹으려고 한다. 그러나 난 운동은 별로 안 좋아한다. 그것은 지루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내 자신의 회사 운영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에 요가를 한다.”

-당신이 설립한 회사 어네스트 컴퍼니는 어떤 회사인가.
“유해물질 없는 가정 및 아동용품을 만든다. 내 첫 딸 아이를 가졌을 때 아기용 세탁제로부터 앨러지 반응을 일으켰다. 그래서 연구를 했더니 세탁제는 물론이요 아기용 샴푸와 기저귀에도 유해물질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유해물질이 없는 세척제와 기저귀와 샴푸와 비타민 등을 만드는 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 곧 세계적으로 회사를 넓혀갈 예정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갈 것인가.
“갈 데까지 갈 것이다. 난 어미 곰으로 내 가족에게 해로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무슨 일이라도 할 것이다. 그게 내가 지금 매일 하고 있는 일이다.”  

-당신은 21세에 영화계에 들어온 뒤로 섹스 심벌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딱지는 그냥 남들이 내게 붙여준 것이다. 그 때 난 어려서 그것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나 자신에 대해 확실한 신념이 있으며 여자로서의 내 몸과   성적인 것과 나 자신의 주인이 되었다. 따라서 이렇게 새로 찾은 확신을 가지고 연기와 창의성에 접근하는 것은 날 자유롭게 한다. 이제 내게 있어 연기란 내가 완전히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또 공개적이 되기 위한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이 신 시티에 산다면 잘 살 수가 있겠는가.
“잘 지낼 것이다. 난 사기꾼적 기질이 있어 매사를 이리저리 빠져 다니면서 처리하는 기술이 있다.”         

-어머니라는 것이 연기에 어떤 변화라도 일으켰는가.
“물론이다. 그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자의식에 사로 잡혔던 과거와 달리 어머니가 된 뒤로 나는 역에 완전히 나를 몰입시키고 있다. 내가 맡은 역에 충실치 못하면 아이들에게도 충실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당신 직업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낸시가 무대에서 요염한 자세로 춤을 추고 있다.
“아이들은 배우라는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저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당신은 영화를 찍을 때 나체로 계약에 나오지 않는다는 조항을 반드시 넣는다는 것이 사실인가.
“많은 배우들이 서슴지 않고 옷을 벗는데 그것은 그들 자신이 결정하기 나름이다. 난 나대로 결정하는 것이다.”

-어떤 디자이너를 좋아하며 어떤 배우가 당신에게 영향을 주었는가.
“베르사체, 켄조, 이브 생 로랑 등 한두 사람이 아니다. 난 언제나 자신이 하는 일에서 예외적인 것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따라서 이 영화를 만든 로버트와 프랭크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 다음으론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난 연기를 좋아한다.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평생 그 일을 하기를 희망한다. 연기 외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장소를 마련해 주는 것을 좋아한다. 둘 다 할 수 있으니 난 감사하며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언젠가 다시 TV에 출연할 뜻이 있는가.
“내 회사 경영 일이 너무 바빠서 당분간 TV에 나올 일은 없을 것 같다.”

-파파라치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그것에 대해 너무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 그냥 내 할 일만 하기로 했다.”

-타블로이드가 당신에 관해 쓴 터무니없는 글을 읽을 때 느낌은 어떤가.
“난 그것들을 안 읽는다. 종종 다른 사람들을 통해 내 얘기를 듣곤 하는데 하도 터무니가 없어 아예 신경을 안 쓰기로 했다.”

-앞으로 어떤 영화들에 나올 작정인가.
“내 회사가 날로 발전해 나는 이제 경제적 기반이 단단해졌다. 따라서 내가 마음에 끌리는 작품을 만들고 또 출연하기가 과거보다 쉬워졌다. 어떤 것은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것일 수도 있고 또 어떤 것은 오락위주이며 그리고 저예산의 독립영화에도 나올 것이다.”

-당신 회사의 직원들이 당신에 어떻게 접근하는가. 스타로 보는가, 사장으로 보는가.
“난 한 사람이다. 다르게 행동하지 않는다. 그들은 나를 제시카로 본다. 우린 같이 점심을 먹고 남들처럼 서로 가족과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글래머러스한 사람은 누구인가.
“장소로는 파리이고 사람은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다. 그는 정말로 우아하고 아르답고 글래머러스한 여자다.”

-당신의 약점은 무엇인가.
“나의 아이들이다.”

-미란 때로 그것을 지닌 사람에게 저주로서 작용할 수도 있는데 당신의 미에 대한 정의는 무엇인가.
“그것 하나만이 당신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미는 저주가 될 수 있다. 당신이 그것과 완전히 연결되지 않을 때야 비로소 그것은 저주가 되지 못한다.”

-어떤 팬레터를 받는가.
“내가 20대 초반 때 너무나 괴상망측한 팬레터들을 받아서 그 뒤로 나의 경호원들이 팬레터를 내게 주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에는 트위터니 페이스북 등이 있어 이런 매체를 통해 팬들과 서로 소통하고 있다.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니 재미있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기가 좋은가.
“별로 안 좋다. 얼굴 여기저기에 주름이 생겨 화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점심때가 지나갈 무렵에야 내 얼굴이 내가 바라는 얼굴이 되곤 한다. 때론 예쁘기도 하고 또 때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
“계절에 달렸다. 여름에는 신선한 샐러드요 겨울에는 구운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난 조리법만 준다면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왓 이프(What If)

청춘남녀의 새콤달콤 감정흐름 코믹터치


월래스(래드클리프·왼쪽)와 샨트리(조이 카잔)가 식당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과연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는가. 이 영화는 20대 두 청춘남녀를 주인공으로 이 문제를 던진 로맨틱 코미디로 다소 얘기를 끌어가고 또 억지를 쓴 점이 있긴 하지만 두 주인공들처럼 귀염성 있고 새콤달콤한 맛이 난다.
청춘판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라 하겠는데 해리 포터로 성장한 대니얼 래드클리프의 본격적인 첫 성인 역 영화이다. 성공한 편인데 래드클리프는 로맨틱 배우로선 썩 잘 어울리지가 않는데도 역을 무난히 잘 소화해 내고 있다.
다소 지나치게 달짝지근한 기분이 나면서도 청춘남녀의 마음과 감정을 상당히 진지하게 다뤄 호감이 간다. 위트와 약간의 변덕이 있는 말이 좀 많은 영화로 데이트용으로 아주 좋다.
토론토의 의대 중퇴생인 월래스(래드클리프)는 같은 의대생인 애인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지 1년이 넘도록 가슴앓이를 한다. 월래스는 아주 순진한 구식 스타일의 청년이다.
그가 어느 날 단짝친구로 말이 많고 요란한 앨란(애담 드라이버가 영화를 훔칠 정도로 탁월한 연기를 한다)과 함께 파티에 갔다가 앨란의 사촌으로 영리하고 귀엽게 생긴 애니메이션 미술가 샨트리(조이 카잔-명장 엘리아 카잔의 손녀)를 만나 첫 눈에 쏙 빠져든다. 샨트리도 이 약간 어수룩한 데가 있는 월래스가 마음에 든다. 한편 앨란은 파티에서 만난 니콜(맥켄지 데이비스)과 서로 첫 눈에 화끈하게 반해 육박전을 치르듯이 끌어안고 애무하고 키스를 한다. 
파티 후 집에 돌아가는 샨트리를 동반한 월래스는 자기에게 전화번호를 적어 주는 샨트리로 부터 “우리 친구로 지내요”라는 말과 함께 “나 보이 프렌드가 있어요”라는 말을 듣는다. 샨트리의 애인 벤(레이프 스팔)은 유엔 직원으로 둘은 동거생활한지 5년이 된다.    
좌우간 월래스와 샨트리는 그 뒤로 계속해 만나면서 영화 보고 밥 먹고 대화를 나누는데 동거 애인 있는 여자가 어쩌자고 외간 남자를 그렇게 자주 만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면 둘 사이에 애정의 감정이 솟아난다는 것을 모른다는 말인지.
슬픈 표정의 강아지 같은 모습을 한 월래스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샨트리를 사랑하고 있지만 이를 억제하느라 죽을 맛이다. 그런데 둘을 더 가깝게 하려고 영화는 갑자기 벤을 6개월간 더블린에서 일하게 만든다. 
샨트리와 월래스는 이 사이에 더 자주 만나면서 월래스는 이제 완전히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가 된다. 그리고 친구를 고집하는 샨트리도 월래스에게 빠져든다. 사실 샨트리도 처음부터 월래스가 좋았는데도 벤 때문에 그 감정을 감춘 것인 줄 다 안다.
샨트리가 월래스의 마음을 떠 보고 또 한편으로는 월래스를 떼어 버리려고 자기 여동생 달리아(메이간 파크)와 만나게 하는 것을 비롯해 군더더기 같은 부분이 더러 있어 조금 길게 느껴진다.
 촬영과 음악 등이 다 로맨틱한 영화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영화의 큰 매력은 래드클리프와 카잔의 기차게 어울리는 화학작용. 
특히 카잔이 연기를 잘하는데 다소 공격적인 그와 수동적인 래드클리프의 밀고 끄는 감정의 줄다리기가 긴장감마저 자아낸다. 마이클 다우스 감독. 
PG-13. CBS Film. 아크라이트(선셋+바인), 랜드마크(피코+웨스트우드), 센추리15.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이름 없는 사나이’




1960년대 초 서부변경 마을을 무대로 선과 악이 뚜렷이 구별되는 카우보이와 보안관과 무법자 간의(와이트 해트 대 블랙 해트) 권선징악의 구태의연한 얘기로 일관하던 미 웨스턴에 혁명을 일으킨 영화가 1964년에 나온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다.
이탈리안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가 당시 스크린의 조연급으로 TV 웨스턴 시리즈 ‘로하이드’에 나오던 클린트 이스트우드(사진ㆍ당시 34세)를 기용해 만든 이 돌연변이와도 같은 웨스턴은 잔인한 폭력과 인물들의 비도덕성 그리고 땀과 냄새와 먼지가 뒤범벅이 된 영화로 이로써 ‘스파게티 웨스턴’(한국에선 마카로니 웨스턴이라 했다)이 탄생했다.
나는 대학생 때 이 영화를 명보극장에서 봤는데 엔니오 모리코네의 휘파람과 채찍질 소리가 섞인 획기적인 음악과 함께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된 오프닝 크레딧 장면부터 화면에 확 빨려 들어갔었다. 그래서 비싼 입장료를 내고 두 번이나 봤다.
이스트우드를 수퍼스타로 만들어주고 레오네와 모리코네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리게 해준 영화의 주인공은 정의한이 아니라 선과 악을 구별하기가 힘든 자로 반 영웅의 모델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레오네는 이런 주인공과 함께 사악하고 탐욕스런 인물들을 동원해 거의 괴이할 정도로 야단스런 웨스턴을 창조했다.
가히 오페라적이라 할 영화로 특히 레오네가 즐겨 쓰는 과장된 롱 샷과 클로스업은 서부의 무한한 경지와 인간들의 내면을 극적으로 묘사하는데 효과적이었다.
‘황야의 무법자’는 라이벌 양 도당이 말아먹는 미 멕시코 접경마을(스페인에서 찍었다)에 나타난 총잡이가 양쪽을 오가며 서로 싸움을 시킨 뒤 자신의 이득을 취하면서 벌어지는 액션영화다. 과묵하고 냉소적인 이스트우드가 여송연을 입 한쪽 끝에 물고 가늘게 뜬 눈을 깜박이면서 악인들을 가차 없이 쏴 죽이는데 어깨에 멕시칸 담요를 걸친 모습이 상거지나 다름없다.
이 영화는 아키라 쿠로사와가 감독하고 토시로 미후네가 주연한 사무라이 영화 ‘요짐보’의 서양판. 그래서 쿠로사와는 판권침해로 소를 제기, 미국에서는 1967년에야 개봉됐다. 그런데 사실 ‘요짐보’도 미국 탐정소설 작가 대쉬엘 해멧의 소설 ‘붉은 수확’과 앨란 래드가 나온 웨스턴 ‘셰인’에서 아이디어를 빌려다 쓴 것이다.    
이탈리안 원제가 ‘당당한 이방인’이었던 영화가 전 세계서 빅히트하면서 곧 이어 ‘황야의 무법자 속편’(For a Few Dollars Moreㆍ1965)과 ‘착한 사람, 나쁜 놈 그리고 추악한 놈’(The Good, the Bad and the Uglyㆍ1966)이 만들어져 둘 다 빅히트 했다.
시리즈를 배급한 미국의 UA사는 이들을 ‘이름 없는 사나이’(Man with No Name) 시리즈로 선전했지만 이스트우드는 3편에서 모두 이름이 있다. 조와 만코와 블론디가 그것이다.
‘황야의 무법자 속편’은 둘 다 바운티헌터인 만코(이스트우드)와 모티머(리 밴 클리프)가 각기 다른 목적으로 잔인하고 간악한 무법자를 쫓는다. 제1편과 2편의 악인으로는 모두 이탈리아의 명우 지안 마리아 볼론테가 나온다. 또 제2편에서는 나스타샤 킨스키(‘테스’)의 아버지로 독일의 명우인 클라우스 킨스키가 곱사등이 악인으로 나와 모티머의 총에 맞아 죽는다.
레오네의 거의 자아도취적인 작품인 제3편은 미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숨겨진 금괴의 장소에 관해 서로 정보의 일부만 소유한 자들이 목적지에서 만나 대결을 벌이는 3시간짜리 대하 서사극. 물론 이스트우드가 착한(?) 사람이고 나쁜 놈과 추악한 놈으로 각기 밴 클리프와 일라이 월랙(6월24일 98세로 사망)이 나온다.
시리즈 3편 모두 대부분의 웨스턴처럼 건맨들의 대결로 마지막이 장식되는데 특히 제3편의 라스트신은 정말 멋있다. 3명의 주인공이 원을 그리고 맞서 서로를 째려보는데 이 모습을 롱 샷과 클로스업을 번갈아 써 잡은 촬영과 함께 모리코네의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악이(‘무법자’시리즈와 함께 그의 다른 영화음악이 담긴 CD가 있다)  아슬아슬한 쾌감을 자아낸다. ‘황야의 무법자’ 개봉 50주년을 맞아 ‘이름 없는 사나이’ 시리즈가 블루-레이로 나왔다.
레오네는 이 시리즈 후속 편으로 서부영화의 기념비적인 작품인 ‘옛날 옛적 서부에’(Once Upon a Time in the Westㆍ1968)를 만들었다. 조운 크로포드가 주연한 이색적인 웨스턴 ‘자니 기타’에서 영감을 받은 이 영화는 서부 개척시대 철도가 들어서기를 기다리는 여 지주(클라우디아 카르디나레)를 둘러싸고 선한 자와 악인의 대결을 큰 화폭에 그린 먼지가 일고 흙냄새가 나는 거칠면서도 서정적인 풍경화다
이색적으로 찰스 브론슨이 복수심에 불타는 정의한으로 나오고 헨리 폰다가 검은 모자에 검은 조끼 그리고 검은 옷에 검은 부츠를 신은 악인으로 나와 차갑도록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광야에 달랑 혼자 자리 잡은 기차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맨들의 얼굴을 극단적으로 포착한 오프닝 신의 클로스업과 브론슨과 폰다의 대결을 둘러싼 회전촬영 등 카메라 작업이 탁월한 께느른한 분위기의 오페라 웨스턴으로 모리코네의 쓸쓸한 음악이 아름답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2014년 8월 11일 월요일

헌드레드-푸트 여행(The Hundred-Foot Journey)


마담 말로리(헬렌 미렌)가 하산(마니쉬 다얄)에게 요리법을 시범하고 있다.

맛있는 음식과 동화 같은 소재… 갈등 없이 잔잔

현재 상영 중인 ‘셰프’와 앙리 감독의 ‘맨 우먼 이트 드링크’ 및 ‘바벳의 잔치’ 같은 영화들을 생각나게 하는 음식에 관한 영화로 상은 잘 차려 놓았는데 막상 먹을 것이 없다. 우선 음식영화로선 제목이 마음에 안 든다.
음식에 관한 영화이자 프랑스와 인도의 문화 차이를 다룬 드라메디로 당분이 많은 알록달록한 랄리팝을 빨아 먹는 기분이 나는데 랄리팝에 무슨 자양분이 있겠는가. 이만 상하지. 나이 든 관객을 겨냥한 무해하게 편안하고 온건한 작품으로 얘기가 어떻게 나아갈지 빤히 들여다보이는데다가 극적 높낮이나 갈등을 비롯해 사실성이 부족해 동화를 보는 것 같다.
어디 한 군데를 딱 집어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는 전반적으로 보기 좋고 그럴싸하게 만든 영화에서 도드라지는 것은 베테런 헬렌 미렌과 인도의 명우 옴 푸리의 자태와 연기 그리고 콤비네이션이다. 너무 크게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그런대로 즐길 만은 하다.
아내를 잃고 20대의 아들 하산(마니쉬 다얄)과 두 딸을 데리고 영국으로 이민 온 카담 일가의 무뚝뚝한 가장 파파(푸리)는 곧 이어 고물차를 이끌고 프랑스로 이주한다. 남불의 한 작은 마을 입구에서 차가 고장이 나는데 이를 도와주는 여자가 동네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마음 착하고 예쁜 처녀 마게리트(샬롯 르 봉). 마게리트가 누구와 연애하게 될지는 삼척동자도 아는 일.
그림처럼 아름다운 동네에 정착키로 한 파파는 낡아빠진 집을 사 인도 식당 ‘메종 뭄바이’로 개조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식당이 고집 세고 독불장군식인 마담 말로리가 경영하는 고급 프랑스 식당 바로 길 건너편에 있다는 점(두 식당 간의 거리가 100푸트). 
이어 두 식당의 두 고집쟁이 주인 간에 설전 및 성질 대결과 함께 프랑스 대 인도 식당 간에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고 인종차별 사태도 발생하지만 이런 갈등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묘사돼 맥 빠진다. 여기다 마담 말로리와 파파 간의 은근짜 로맨스까지 조성, 영화가 온통 행복한 분위기로 기득하다.
식당의 등급을 매기는 미슐린으로 부터 별 하나를 받은 말로리의 꿈은 별 두 개를 받는 것( 별 세 개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 그래서 말로리는 음식 조리에 뛰어난 솜씨를 지닌 하산을 자기 품 안에 받아들인다. 
본래는 마음이 착한 말로리는 하산을 고용해 별 두 개를 받는 것과 동시에 이로써 젊은 하산을 파리 요리계에 진출시키겠다는 의도다.   
이어 하산과 마게리트 간에 요리를 둘러싼 갈등이 일어나지만 이 것 역시 맹물 처리됐다. 그리고 하산 덕분에 말로리의 식당은 미슐린으로부터 별 두 개를 받고 하산은 파리로 진출한다. 과연 얘기는 여기서 끝날 것인가. 
남불의 작은 마을에서 현지 촬영한 영상미가 꼭 그림엽서처럼 곱고 음악도 분위기에 맞게 달콤하다. 감독은 스웨덴 태생의 라세 할스트롬인데 그는 처음의 솜씨를 잃고 갈수록 할리웃화 하고 있다. PG. DreamWorks.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거울(The Mirrorㆍ1975), 향수(Nostalghiaㆍ1983)

‘영화의 시인’  타르코프스키 감독 작품들

스웨덴의 명장 잉그마르 베리만이 ‘가장 위대한 감독’이라 찬양한 러시아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1932~1986)의 영화 2편이 13일과 14일 이틀간 뉴베벌리 시네마(7165 Beverly Blvd.)에서 동시 상영된다. ‘영화의 시인’이라 불린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는 지극히 영적이요 형이상학적이며 통상적인 극적 구조를 무시해 난해하지만 보는 사람의 정신과 영혼을 사로잡는 마력이 있다. 그의 영화는 특히 롱테이크를 이용한 촬영이 몽환적이다시피 아름답다. 예술적 도전의식을 지닌 사람들에게 필히 관람을 권한다.
거울(The Mirrorㆍ1975)

거울(The Mirrorㆍ1975)
모스크바로부터 시골에로의 피난 등 타르코프스키의 전시 어렸을 때의 기억에 의존한 자전적 영화로 시간(전시와 1940년대와 전후 1960~70년대)을 자유롭게 옮겨 다니는 구조와 명백지 않은 플롯 그리고 기억과 꿈과 뉴스필름 등을 현대의 장면들과 섞은 영화로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중 가장 난해한 작품으로 꼽힌다. 
주인공은 알로샤로 그의 어린 시절과 청춘기 그리고 성인시절의 생각과 감정과 기억을 통해 알로샤와 그의 주변 세상 얘기를 그렸다. 타르코프스키의 부인과 어머니도 나온다. 깊고 감동적이요 아름답다. 하오 7시30분.


향수(Nostalghiaㆍ1983)
향수(Nostalghiaㆍ1983)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다가 귀국 후 자살한 러시아 작곡가에 관해 연구하기 위해 이탈리아의터스카니 지방을 방문한 러시아 시인과 그의 아름다운 여자 통역사를 주인공으로 한 타르코프스키의 지극히 개인적인 작품. 
시인은 여행 중 정신병원에 있다가 나온 남자를 만나면서 그로부터 세계 종말을 막아달라는 임무를 부여 받는다.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의 제4악장과 분신자살과 소외 그리고 인류애를 다룬 심오하고 신비롭도록 아름다운 영화다. 
하오 9시40분.

‘기합’



최근 한국에서 선임병들의 지속적인 가혹행위로 윤모 일병이 숨지면서 지금 나라가 발칵 뒤집히다시피 했다. 나도 옛날 군시절 모진 시련을 겪긴 했지만 요즘에 비하면 원시시대나 다름없던 그 당시에도 졸병이 기합 받고 죽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한국 군대는 완전히 시대를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뒤 늦게 병영문화를 개선한다고 부산을 떨고 있지만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의식이 문제다.      
군대란 한 마디로 말해 유사시 사용할 살상무기를 양성하는 곳이다. 따라서 엄격한 통제가 불가피한데 이 통제의 수단으로 잘 못 쓰여지고 있는 것이 소위 기합이다. 기합을 주는 이유는 군기를 잡아 정신통일을 시킨다는 것. 그러나 내 경험에 따르면 그것은 인간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가학적 폭력욕구의 발로일 뿐이다. 기합이라는 말의 어원이 일본어 이듯이 한국 군대의 기합도 일제 잔재의 하나다.             
제1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에는 가혹한 훈련교관이 신병들에게 “너희들이 아는 것을 다 잊어버려. 너희들은 군인이 되는 거야”라고 훈시하는 장면이 있다. 이 훈시는 인간성을 획일화하려는 구령으로 항상 자유를 요구하는 개체들은 이 같은 구령에 반동하게 마련이다.
고다르의 영화 ‘남성 여성’의 폴도 군생활을 자유를 찾기 위한 투쟁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파리의 카페에서 만난 마들렌에게 자기가 막 16개월간의 군생활을 마치고 나왔다며 말을 건다. 이에 마들렌이 폴에게 “군생활 재미있었어요”라고 묻자 폴은 “그것은 권위주의와 복종으로부터 상대적 자유를 찾으려는 투쟁이었다”고 대답한다.
윤 일병의 뉴스를 읽다보니 자연 내 군시절이 떠오른다. 나는 대학을 나온 뒤 학교 선생을 하다가 뒤늦게 군에 징집됐다. ‘영감’소리를 들어가며 34개월간 복무를 했는데 그 때만해도 군에 갈 때면 ‘3년간 죽었다고 생각하라’는 조언을 들었었다.
손목이 빠져 나갈 것 같은 사역을 하면서 8파운드 곡괭이 자루로 ‘빠따’를 맞고 말뚝하사의 워커발로 정강이를 채이다가 밤에는 동해안 보초를 섰다. 서러워 눈물까지 흘렸다. 군대는 그야말로 창살 없는 감옥으로 이를 악물고 참았다.
그러나 나의 고생은 아로운과 가지 그리고 프루의 그것에 비하면 말캉한 것이다. 방송작가 한운사의 라디오 드라마가 원전인 김기영 감독의 영화 ‘현해탄은 알고 있다’(사진)의 주인공 아로운(김운하)은 일제강점기 때 학병으로 군에 끌려가 일본인 고참 하사관들에 의해 매일 같이 초죽음이 되도록 기합을 받는다. 그러나 아로운이 이에 굴하지 않자 최고 악질 하사관(이예춘)은 아로운에게 자기 군화바닥에 묻은 똥을 핥아 먹으라고 지시한다.
그런데 오래 전에 한국의 논산훈련소 중대장이 변소청소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훈병들에게 변기의 똥을 찍어 먹도록 시켜 그 때도 나라가 떠들썩했었다. 이 중대장은 아마도 이예춘의 흉내를 냈던 것 같다.
코미카와 준페이가 쓴 반전소설이 원작인 영화 ‘인간의 조건’의 주인공 가지(타추야 나카다이)도 만주전선에 투입돼 단지 ‘인간적’이라는 이유 하나로 고참 하사관들에 의해 온갖 가혹한 기합을 받는다. 가지는 비인간지대의 군에서 인간성을 지키다가 그 벌의 하나로 똥지게를 나른다.   
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의 졸병 프루(몬고메리 클리프트)도 고집불통이어서 말뚝 하사관들로부터 별의별 기합을 다 받는다. 완전무장 구보에 체육관 바닥 물걸레질 그리고 접시 닦기에 주말 외출금지 처분을 받지만 미국이어서 구타는 안 당한다.
윤 일병의 사망 외에도 최근 선임병들의 기혹행위에 못 견뎌 2명의 젊은이들이 자살을 했고 그 전에는 임모 병장이 집단 왕따에 대한 화풀이로 동료들을 사살한 사건도 있었다. 이들 중 많은 병사가 소위 군생활 적응에 문제가 있는 A급 관심병사들이어서 징병제 대신 자원입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나는 젊은 병사들의 자살 뉴스를 읽으면서 그들의 이른 죽음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젊은이들의 생명 경시에 충격을 느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지난 5년 사이 자살이 군대 전체 사망의 64%를 차지했다. 그리고 자살이 한국 청년층의 최대 사망원인이라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물질적 풍요로 내적 심지가 약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나는 군생활을 하면서 탈영을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자존심 하나로 버텼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속 인물인 프루의 고집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 
우리가 중학교에 다닐 때는 월요일마다 운동장에서 조회가 있었다. 어느 날 조회에서 영어선생님이 우리에게 “너희들은 프라이드를 가져라”라고 한 말씀 하셨던 기억이 난다. 자존이란 생명을 아끼면서 그것과 투쟁하는 것이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2014년 8월 5일 화요일

‘겟 온 업' 제작자 믹 재거

“노래하고 싶어 대학 중퇴… 영화제작은 또다른 기쁨”



제임스 브라운과 첫 만남 50여년 훌쩍 지났지만 당시 공연 생생히 기억해

1일 미국서 개봉되는‘소울의 대부’ 제임스 브라운의 삶을 다룬‘겟 온 업’의 제작자인 영국의 락그룹 롤링스톤즈의 리드 싱어 믹 재거(71)와의 인터뷰가 7월21일 뉴욕의 맨다린 오리엔탈 호텔서 있었다. 반세기가 넘도록 계속하는 정열적인 공연 탓인지 재거는 갈비씨라고 할 만큼 날씬한 몸매에 건강해 보였는데 비록 얼굴에 주름은 갔지만 70세(7월26일로 71세)라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젊어 보였다. 재거는 액센트가 있는 다소 굵은 음성으로 위트와 유머를 구사해 가면서 질문에 답했다. 그는 신이 나면 가성과 함께 연기를 하듯 커다란 제스처를 써가면서 거침없이 질문에 답했는데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선 함구했다. 사람이 아주 명랑했는데 자신의 농담에 자기도 우습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큰 입을 활짝 벌리고“하 하”하면서 웃었다. 재거는 최근에 본 영화 중 봉준호의‘설국열차’를 감동 깊게 봤다고 찬양했다.  

―영화에서 묘사됐듯이 당신이 21세 때 샌타모니카의 시빅센터에서 TV 쇼에 나왔을 때 제임스 브라운이 당신에 앞서 노래를 불렀는데 그 일을 기억하는가.
“물론이다. 그러나 난 이미 그 전에 브라운을 만났다. 그가 뉴욕의 아폴로 극장에서 공연했을 때 만나 시간을 함께 보냈다. 난 샌타모니카에서의 공연 내용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 때 난 21세여서 무서울 것이 없었다.”

―제임스 브라운이 당신의 삶에 어떤 영감을 주었는가.
“그는 위대한 가수였다. 작곡과 노래 해석에도 재주가 뛰어났지만 그가 내게 큰 영향을 준 것은 공연자로서였다. 그는 무대 공연자로서 엄청난 에너지를 지녔었는데 나는 그가 자신의 100%를 주면서 춤을 추고 청중을 희롱하고 사로잡는 무대 매너에 늘 경탄했었다. 그리고 그는 늘 새로운 것을 추구했다. 난 여러 면에서 그에게 감탄했었다.”

―영화의 제작자로서 브라운의 본질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우선 중요한 것은 좋은 각본이었다. 우리의 각본은 훌륭했지만 난 몇 군데를 수정했다. 진행속도를 빨리하고 또 여러 인물들을 한 사람으로 융합시키기 위해서다. 내가 가장 원했던 것은 사람들이 비록 결함은 있지만 브라운이라는 인물에게 어떻게 하면 빨려들 수가 있는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연기와 영화에 쓸 노래와 공연장면의 편집과 브라운의 주변인물 등에도 무척 신경을 썼다.”

―제임스 브라운이 가수로서 좌절감을 느꼈듯이 당신도 그런 경험을 했는가.
“아니다. 난 그런 과정을 거치진 않았다.”

―실제 삶에서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가.
1964년 샌타모니카 시빅센터 공연 때의 제임스 브라운(왼쪽)과 믹 재거.
“내 개인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당신도 브라운처럼 전설적 인물인데 누군가 당신에 관한 영화를 만든다면 당신의 어떤 점을 다루지 않기를 바라는가.
“이 영화는 기록영화가 아니어서 브라운의 삶의 중요한 부분과 흥미 있는 부분을 부각시키려고 했다. 부정적인 면도 다뤘지만 그것을 너무 강조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누군가 나에 관한 영화를 만든다면 지나치게 부정적인 점을 강조하지 않기를 바란다. 너무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면 고약한 영화가 되고 말 것이다.” 

―제임스 브라운은 부모에게서 버림을 받았는데 아버지로서 당신은 당신의 아이들의 삶에 어떻게 개입하는가.
“브라운은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색주가 포주인 아주머니 밑에서 자랐다. 흥미 있는 경험이지만 내 아이들과 손자들에게 권할 일은 아니다. 난 브라운과는 약간 다른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것에 감사한다. 받침이 든든한 어린 시절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부모로서는 늘 자기 아이들을 돌보고 또 함께 있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브라운은 그런 사랑을 못 받았지만 그는 이것을 극복했다. 그는 생존을 위한 진취성을 지닌 사람으로 자신의 재능을 꽃 피움으로써 어두운 과거를 극복한 사람이다.”

―제임스 브라운의 영화는 먼저 제작자 브라이안 그레이저(‘아폴로’ ‘뷰티풀 마인드’)가 10여년간 만들려고 벼르다가 영화화 판권을 잃고 당신에 판권이 넘어갔는데 그 과정에 대해서 말해 달라.
“브라이안이 제임스 브라운이 살았을 때 영화를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브라운이 하도 요구하는 사항이 많고 변덕이 심해서 성공하지 못했다. 브라운이 죽고 나서도 그의 자식을 비롯한 유가족이 너무 많아서 서로들 다투는 바람에 역시 만들지를 못했다. 그런 차에 내 친구이자 사업 동료로 브라운의 열렬한 팬이자 그에 관한 백과사전식 지식을 지닌 피터 애프터만이 브라운 유족을 찾아가 믹 재거가 브라운의 영화를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제의,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피터는 내게 찾아와 제임스 브라운의 기록영화를 만들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내가 극영화로 만들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난 브라이안이 오랜 전부터 브라운에 관한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는 것을 잘 알아 그에게 가서 함께 만들자고 말했다.”

―당신은 칠순에도 공연을 계속하고 있는 부지런한 사람인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인가.
“나는 이 여름과 오는 가을에도 공연을 한다. 언제 중단할지 나도 모른다. 여하튼 나는 아직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의 당신이 있도록 만든 젊었을 때의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
“나의 부모는 내가 쇼 업계에 종사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정적 계기라 한다면 내가 대학을 중퇴한 것이다. 나는 주말만 로큰롤을 노래하는 대신 일주 내내 노래하고 싶어서 대학을 중퇴했는데 그것이 매우 성공했고 또 음반도 냈다. 대학 중퇴가 내겐 인생의 큰 전환점인 된 것이다.”

―예술가의 정치참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자면 먼저 예술가들은 자기가 말하는 것이 확실히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예술가들은 늘 자기가 사는 세상을 반영해 왔다. 그것은 그들의 직무이다.”

―당신도 제임스 브라운처럼 공연할 때 전신을 움직이면서 노래 부르는데 브라운에게서 영향이라도 받았는가.
“그가 내게 큰 영감을 준 것이 사실이다. 내게 있어 전신을 움직이면서 노래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난 브라운처럼 두 다리를 완전히 벌려 주저앉는 동작은 할 수가 없다. 육체적 활동은 공연의 한 부분이다. 내가 할 수 있는 한은 계속할 것이다.”

―당신의 섹스어필은 어디서 오는가.
“그것은 타고난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배울 수도 있다. 난 많은 가수들로부터 그들이 어떻게 청중의 분위기를 감 잡아 거기에 부응하는 공연을 하는가를 보고 배웠다. 청중과의 좋은 상호교류가 중요한데 제임스 브라운은 이에 능한 사람이었다.”

―곧 다가오는 생일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현재 파티를 준비 중이다. 규모가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춤추고 재미있게 노는 파티가 될 것이다.”

―당신이 최근 공연한 쇼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어느 것인가.
“2,000여년 전에 지은 이탈리아의 서커스 막시머스 야외극장에서 가진 공연이다. 진짜 흥분되는 멋있는 쇼였다. 그리고 오래 전에 가진 리우데자네이루 공연도 즐거웠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그것은 있어도 여기서 밝힐 수가 없다. 단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은 나는 이 영화를 만든 것이 기쁘고 또 좋은 경험이었다. 난 현재 마틴 스코르세지와 함께 뉴욕에서 HBO-TV 시리즈를 찍고 있다.”    

―미국의 어떤 음악 장르로부터 영향을 받았는가.
“컨트리/블루스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나는 TV로 공연차 영국에 온 가수들의 가스펠에 탐닉했었다. 10대가 돼서는 극장에서 노래를 들었는데 대부분 포크송이었다. 나는 리틀 리처드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내 무대공연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준 가수다.”

―인상 깊게 본 영화들은 무엇인가.
“10대 땐 쿠로사와의 영화를 즐겼다. 난 자신을 지적으로 생각해 이런 영화들을 봤는데 내가 처음 본 외국어 영화 중 하나가 폴란스키의 ‘물속의 칼’이다. 우린 그 때 학교에 영화클럽이 있어 거기서 그런 영화들을 봤다. 이들 외국어 영화와 함께 그 당시 인기 있던 영국 영화들로부터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광적인 팬은 아니었지만 어릴 때 꽤 많은 영화를 봤다.”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깊은 감동을 받은 영화가 무엇인가.
“대중적 영화로는 리들리 스캇의 영화를 좋아한다. 가장 최근 본 영화 중 정말 훌륭하다고 느낀 것은 ‘설국열차’다. 난 보통 이런 종류의 영화를 안 좋아하는데 ‘설국열차’는 정말로 재미있게 봤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겟 온 업(Get on Up)

천재 음악가 제임스 브라운의 삶 포괄적 조명


제임스 브라운(채드윅 보즈만)이 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다.

‘소울의 대부’ 제임스 브라운의 가수와 개인으로서의 파란만장한 삶을 힘차게 다룬 전기영화로 엉덩이가 절로 들썩거려지는 흥겨운 음악과 노래 그리고 브라운 역의 채드윅 보즈만의 기고만장한 연기로 인해 마치 열기를 내뿜는 공연장에 서 있는 듯한 흥분감을 느끼게 된다.
1930년대 조지아주 산속에서 가난하게 자란 어린 시절부터 민권운동 기간에(그는 백악관에서 린든 존슨을 만난다)의 생애 절정기를 거쳐 브라운이 60대가 될 때까지의 삶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약간 혼란스럽다) 포괄적으로 다뤘다.
케이프를 걸친 요란한 의상과 하늘 높이 치솟은 헤어스타일 그리고 양 다리를 벌려 주저앉는 동작으로 유명한 브라운은 굉장히 복잡한 성격의 완벽주의자로 철두철미한 일벌레였는데 이로 인해 그와 가까운 주위사람들마저 그를 멀리했다.
브라운은 실제 자신보다 훨씬 큰 인물로 아내를(세번의 결혼과 혼외정사로 후손이 굉장히 많다) 구타하고 약물을 남용했는데 이 영화는 이 부분을 위생 처리한 듯이 생략하고 있다. 영화의 제작자 중 한 사람이 락그룹 롤링 스톤즈의 리드싱어 믹 재거다.
브라운은 어렸을 때 어머니(바이올라 데이비스)로부터 버림받은 뒤 아버지마저 그를 버려 사창가 포주인 아주머니(옥테이비아 스펜서) 밑에서 자란다. 브라운의 내면에 있는 음악적 특질을 일깨워 준 것은 그가 어렸을 때 교회에서 들은 가스펠 음악이다.
천재적 음악가였던 브라운은 처음에 아마추어 가수인 리틀 리처드가 노래하는 싸구려 술집에서 노래솜씨를 뽐내 리처드로부터 본격적인 가수가 되라는 조언을 받는다. 그리고 페이머스 플레임이라는 그룹을 조직해 부른 노래가 팬들의 반응을 받으면서 브라운의 인기도 서서히 상승한다.
브라운은 음악적 직관력과 해석에 뛰어났을 뿐 아니라 그룹경영과 상술에도 능했는데 페이머스 플레임의 음반을 낸 회사가 브라운을 그룹의 리드싱어로 부각시키면서 그룹은 해체되고 브라운은 이후 솔로가수가 된다.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무대매너와 청중을 사로잡을 줄 아는 카리스마 그리고 뛰어난 가창력으로 인해 브라운은 당대 최고의 가수가 된다. 브라운의 주변인물 가운데 중요한 두 사람이 백인 매니저 벤 바트(댄 애크로이드가 잘 한다)와 그의 백업싱어이자 친구요 조언자인 바비 버드(넬산 엘리스가 길길이 날뛰는 보즈만의 연기와 대조적인 차분한 연기를 뛰어나게 한다). 그러나 브라운의 독불장군식 성격 때문에 바비마저 브라운의 파리 공연 후 브라운을 떠난다.  
이런 브라운의 가수로서의 삶과 함께 민권운동과 백인들의 차별 등이 묘사되는데 마틴 루터 킹이 암살된 당일 저녁 시장의 만류 권고에도 불구하고 보스턴가든에서 브라운이 감행한 쇼 장면이 감동적이다. 
음악이 영화를 추진력 있게 밀고 가는 이 영화는 보즈만(‘42’에서 재키 로빈슨 역)의 대담무쌍하고 으스대는 듯한 연기가 찬탄스럽다. 그는 브라운과 생김새가 닮은 데라곤 없는데도 쇼맨십과 카리스마를 구사해 노래하고(영화에 나오는 노래는 그와 브라운의 노래를 섞었다) 춤추고 마치 기계체조 하듯이 전신을 움직여가면서 보는 사람의 혼을 빼놓는다. 상감이다. 
브라운의 두 번째 아내 디디로 나오는 질 스캇을 비롯해 많은 배우들이 다 잘한다. 테이트 테일러(‘헬프’) 감독. PG-13. Universal.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칼바리(Calvary)

다크 코미디로 풀어가는 종교적 메시지 감동적


제임스 신부와 딸 휘오나가 해변 언덕 위에서 사랑으로 화해를 하고 있다.

기차게 잘 만든 심오하고 우습고 종교적이며 또 세속적인 다크 코미디이자 탐정물로 궁극적으로 엄격하고 사색에 잠기게 만드는 종교영화다. 
‘갈보리’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인 가톨릭신부는 남이 저지른 죄를 대속하는 예수라고 하겠는데 이 역을 덩지가 크고 고목의 등걸 같은 얼굴을 한 브렌단 글리슨이 완벽하게 해낸다. 상감이다.
믿음의 영화이자 가톨릭 신부들의 아동에 대한 성적학대에 관한 고발이며 작은 마을 사람들의 편협과 부정과 죄에 대한 신랄하게 우스운 고찰이기도하다. 이 작은 마을은 믿음을 일찌감치 잃어버린 타락한 이 세상의 축도라고 하겠다.
아일랜드의 한 작은 마을의 신부 제임스(글리슨)에게 고백성사를 하는 남자가 “내가 어렸을 때 신부로부터 당한 성적학대에 대한 복수로 죽은 그 신부 대신 당신을 오늘부터 1주일 후인 다음 일요일에 죽이겠다”고 말한 뒤 떠난다. 여기서부터 미스터리와 함께 믿음과 용서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임스는 신부가 되기 전 결혼을 해 장성한 딸 휘오나(켈리 라일리)를 둔 과거 알콜중독자로 박식하고 믿음이 강하나 상소리도 서슴없이 내뱉는 세속적인 신부다. 그는 이제 성당에 나오면서도 믿음에 대해선 무관심한 마을 사람들을 하나씩 만나 그들과 믿음과 일상사에 관해 대화를 나누면서 자기에게 살인예고를 한 사람을 찾는다. 이 과정이 아주 상세하고 재미있게 묘사되는데(물론 말이 많다) 앙상블 캐스트가 호연한다.
아내(올라 오루크)가 동네 흑인 미캐닉(아이작 디 방콜레)과 바람을 피우는 정육점 주인 잭(크리스 오다우드), 냉소적이요 논쟁적인 의사 프랭크(에이단 질렌), 철저한 무신론자인 형사반장 스탠턴(게리 라이던), 가족을 비롯해 희망을 잃은 백만장자 마이클(딜란 모란), 자살로 삶을 마치려는 노 미국인 작가(M. 에멧 월쉬) 및 폭력성을 억제치 못해 군에 입대하겠다는 마일로(킬리안 스캇) 등이 그들이다.
여기에 자살시도를 한 휘오나가 아버지를 찾아오면서 제임스 신부의 과거가 드러나고 그의 회한과 후회와 함께 딸과의 화해가 절경인 해안 마을을 배경으로 이야기 된다. 그리고 날짜는 일요일을 향해 하루하루 넘어간다. 일요일 제임스 신부는 해변으로 내려간다.  
운명적인 기운이 가득한 영혼에 관한 얘기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진행되는데 유머와 연민과 절망과 희망과 함께 희생과 용서로 매듭을 짓는다. 글리슨의 묵직한 체구가 풍기는 육중감과 깊이 패어진 인상과 함께 영적인 심오한 연기가 감동적이다. 바다와 파도 그리고 거칠게 아름다운 내륙의 경치를 명암을 잘 살려 찍은 촬영과 음악도 훌륭하다. 
성인용. 일부극장.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위대한 환상’


구약시대부터 싸움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온 이스라엘 땅에서 지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 간에 치열한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꼬마 때부터 전쟁놀이를 즐기듯이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되겠다. 7월이 소위 ‘위대한 전쟁’이라 일컫는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의 달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정의는 매우 타당하게 여겨진다.
나는 현 교전이 있기 직전 긴장감이 감도는 이스라엘을 다녀왔다. 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 시민 청년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이 청년으로부터 국가 없는 민족의 허무감과 점령자에 대한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지금 과연 어떤 심정일까.
이번 전쟁의 근인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인 10대 3명을 납치, 살해한데 있지만 원인은 땅 싸움이다. 2차 대전 후 오랫동안 살아오던 땅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인들은 현재 이스라엘 점령지인 웨스트뱅크와 가자지구에서 난민으로 살고 있다. 이스라엘의 통치를 받는 이 두 지역은 콘크리트벽과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지구 최대의 야외감옥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은 그 안의 무기수들이나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인들은 이 땅이 아브라함 때부터 자기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인들이 남이 살던 안방에 무단 침입해 주인을 몰아내고 자기들이 주인 행세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양자 간 대결은 솔로몬의 지혜로도 풀기가 어려운데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인 ‘두 국가체제’.에 대해 나의 할리웃 외신기자협회 동료회원으로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 시민인 샘은 “내 생전에는 턱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쌍방교전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측은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 주민들. 벌써 사망자가 1,000여명이 넘는데 그 중에 어린 아이들이 많다. 이것은 전쟁이 아니라 살육이다. 
기사도 정신이 살아 있는 전쟁이란 아마도 영화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대표적 영화가 반전영화의 금자탑인 프랑스 영화 ‘위대한 환상’(Grand Illusionㆍ1937ㆍ사진)이다. 
나치 선전상 요젭 괴벨스가 ‘시네마의 적 제1호’로 지목한 작품으로 감독 장 르놔르(화가 오귀스트 르놔르의 아들)는 “이 영화는 정치적 경계를 초월한 인류 형제애의 선언”이라고 말했다. 1차 대전 때 독일군 라우펜슈타인 대위(에리히 폰 슈트로하임)의 전투기에 의해 격추돼 포로가 된 프랑스군 봐디에 대위와 마르샬 소위(장 가방)를 중심으로한 적과 아군 간의 인간관계와 성격묘사에 치중한 전투장면 없는 아름다운 전쟁영화다. 
전쟁에 대한 강력한 기소로 르놔르는 독불 중 어느 한편을 들지 않고 인간애를 얘기하는데  우아한 귀족풍의 영화로 영화가 깊은 영혼을 지녀 크게 감동하게 된다. 볼만한 것은 오스트리아인 배우이자 감독이요 제작자인 폰 슈트로하임의 자태와 연기. 적마저 인간으로서 깍듯이 예의를 갖춰 대접하는 그의 모습에서 기사도 정신이 풍겨 나온다.
반전영화의 또 다른 걸작은 루이스 마일스톤이 감독한(오스카상 수상) ‘서부전선 이상 없다’(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ㆍ1930)이다. 독일의 반전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가 1차 대전에 참전, 부상을 입었던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동명소설이 원작으로 전쟁의 공포와 참상을 뼈마디가 쑤시도록 사실적으로 그렸다. 
교사의 열변하는 ‘군복무의 영광과 조국 구원’에 감동한 대입 예비교생들이 자원입대해 서부전선에 투입되면서 겪는 전쟁의 단말마적인 참혹함을 통해 전쟁의 무자비성을 통렬히 고발하고 있다.
레마르크는 또 다른 반전소설 ‘살 때와 죽을 때’를 쓰기도 했다. 이 책은 후에 주멕시코 미국대사를 지낸 존 개빈 주연으로 ‘사랑할 때와 죽을 때’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위대한 환상’과 ‘서부전선 이상 없다’ 못지않은 반전영화가 스탠리 큐브릭이 감독한 ‘영광의 길’(Paths of Gloryㆍ1957)이다.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전쟁의 광기를 웅변적으로 고발한 작품으로 냉소적인 인간성 고찰의 영화이기도 하다. 전쟁 미치광이인 프랑스 장군의 자살임무나 다름없는 명령을 어겨 군재에 회부된 3명의 병사를 변호하는 커크 더글러스의 치열한 연기가 눈부신 명작이다.
게리 쿠퍼가 오스카 주연상을 탄 ‘사전트 요크’도 제1차 세계대전을 다룬 명화다. 테네시주 촌뜨기로 신심이 돈독한 평화주의자 알빈 요크가 마지못해 군에 입대해 혁혁한 전공을 세운 실화다.  
나는 얼마 전 현재 상영 중인 전쟁 액션영화 ‘허큘리스’에 주연한 레슬러 출신의 드웨인 잔슨과의 인터뷰에서 그에게 “당신이 만약 허큘리스처럼 반신반인이라면 이 세상에서 전쟁을 없애기 위해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물었다.
잔슨은 이에 대해 “먼저 미소와 악수이나 그래도 안 통하면 주먹”이라며 크게 웃었다. 말 안 듣는 놈에겐 주먹밖에 없다는 말인데 이러니 세상에 전쟁이 끊일 날이 있겠는가.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