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5월 24일 수요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의 크리스 프랫




“주라기 공원·어벤저스 등 속편 출연… 난 행운아”


마블만화를 원작으로 2014년에 만든 빅히트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속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에서 외계 무뢰한들로 구성된 우주 수호자들의 리더 피터 퀼로 나오는 크리스 프랫(37)과의 인터뷰가 최근 할리우드에 있는 런던호텔에서 있었다.
건장한 체격에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씩씩한 프랫은 유머와 위트를 섞어 농담을 해가면서 전연 스타 티를 안내고 겸손하고 편안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금방 친해질 수 있는 이웃집 사람과 같아 인터뷰가 재미있고 즐거웠다. 프랫은 인터뷰에서 작년에 ‘패신저’ 홍보차 한국에 갔을 때 팬들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아 정말로 고마웠다고 말했다.

▲ TV 시리즈의 조연배우로 시작해 이렇게 스크린의 빅스타가 된 소감은.
“내 인생이 변한 것은 사실이다. 명성으로 인해 자신의 사생활을 잃은 사람들은 성공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가급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고마울 뿐이다. 그런데 난 늘 성취감과 행복감에 차서 살아왔기 때문에 명성에 대해 급급해 하진 않았다. 이제 다행이라 할 것은 더 이상 영수증의 금액을 안 들여다봐도 된다는 것이다. 문제라면 대중이 있는 곳에 갔을 때의 처신이다. 그 외에는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리고 과거보다 많고 좋은 작품을 마음대로 선택 할 수 있다는 것도 혜택이다.”

▲성공으로 인해 신나는 일들이 많다고 했는데 그것들은 무엇인가.
“나와 가족에게 주어진 기회를 비롯해 우리들의 노후 그리고 여행하고픈 곳에 갈 수 있고 사고 싶은 땅도 살 수 있고 또 매년 몇 달 간의 휴가 등 흥분되는 것들이 많다. 또 훌륭한 영화인들과 함께 일 할 수 있으며 여러분들과도 자주 만날 수 있지 않은가. 우린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이 영화의 속편이 몇 개나 만들어지는가.
“계약상 제3편은 꼭 나온다. 난 이 영화를 사랑한다. 제3편도 전편들처럼 제임스 건이 감독하고 각본을 쓴다. 이 영화는 그의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2편 만든 경험은 어떤가.
“감독을 비롯해 출연진들이 다 구면이어서 편안했다. 우린 제1편을 만들 때 금방 친구들이 됐다. 제1편을 만들 때보다 훨씬 쉽게 역에 적응할 수가 있었다. 따라서 영화 만드는 것도 전편보다 훨씬 쉬웠다.”

▲작년에 ‘패신저’ 홍보 차 한국에 갔을 때 한국 팬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정말로 그들을 사랑한다. 그들로부터 진짜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었다. 그와 함께 팬들의 성원과 그들이 이 영화의 전편을 아주 좋아한다는 것도 절감했었다.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우린 대규모 팬들과의 만남의 시간을 만들었는데 모두들 멋있었고 감동적이었다. 엄청나게 많은 팬들이 참석했는데 우리나 팬들 모두 참으로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진짜 좋은 시간을 보냈다.”
크리스 프랫은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에서 우주 수호자들의 리더로 나온다.

▲ ‘주라기 공원2’와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파트1’ 등에도 나오는데 속편을 너무 많이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속편들이 나오는 3편의 영화에 나온다는 것은 운이 좋은 일이다. 배우란 앞으로 6개월의 일정을 명확히 내다보기가 힘든 직업이다. 아버지요 남편으로서 미래를 꾸려가려고 하는 나로선 앞으로 내가 어디에 있을지를 분명히 알 수 있는 속편을 만든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그렇게 하기란 배우로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영화들이 다 좋고 또 히트작이라는 것도 기쁜 일이다.”          

▲성공해 더 이상 영수증 내역을 안 들여다 봐 좋다고 했는데 또 다른 멋진 일은 무엇인가. 
“난 만화영화의 음성연기를 하기도 하는데 돈 대신 장난감을 보수로 받는다. 그래서 그것들을 차에 싣고 아동병원에 가 아이들에게 나눠주곤 한다. 그것이 다른 특혜 중 하나다. 어느 날 인스타그램으로 감기에 걸린 아이가 내가 준 선물인 가면을 쓴 채 자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정말로 좋은 일을 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여행을 많이 할 텐데 당신은 훌륭한 여행자인가.
“우리의 여행은 여행이라기보다 장소의 이동이다. 촬영을 할 때 여행이란 목적지도 제대로  모르고 한다. 그러나 여행 할 때면 책과 헤드폰을 비롯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그리고 꼭 루빅스 큐브를 갖고 간다.”

▲짐을 잘 싸는가.
“형편없다. 늘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곤 한다. 내 아내(배우인 안나 화리스)가 나보다 훨씬 나은데 아내는 여행하기 이틀 전부터 짐을 싼다. 나는 떠나는 날 짐을 싸느라 난리법석을 떨면서 아내에게 도움을 청하곤 한다.”

▲지구의 환경 조건이 싫어 다른 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는가.
“노. 어디로 가란 말인가. 지구보다 더 살기 좋은 곳은 없다. 화성은 너무 뜨거워 못 살걸. 난 내가 사는 지구를 사랑한다. 물론 우린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 것은 우리가 풀어나가면 된다. 지구는 당신과 나 같은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우린 문제들과 정면 대결해야지 그것으로부터 달아날 수는 없다.”

▲‘주라기 공원2’에 대해 말해 달라.
“기존 ‘주라기 공원’과 다른 공포를 줄 것이다. 기존의 것들과 다른 새롭고 매우 신선한 감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내년에 개봉된다.”

▲팬들로부터 괴이한 반응이나 경험을 겪은 적이 있는가.
“어제 프리미어에서 웬 이상한 남자가 갑자기 흥분을 하고 화를 내면서 가라데 폼을 잡으며 야단법석을 떨어 사람들이 그를 들어 날라야 했다. 날 해치지 않은 게 다행이다. 누가 갑자기 내게 달려들지 모르는 일이다. 그런 미친 사람들이 더러 있다.”

▲존경의 마음으로 당신 가족 외에 누군가의 동상을 만든다면 누가 되겠는가.
“예수와 실베스터 스탤론 그리고 어쩌면 짐 캐리다. 이유는 묻지 말라. 나도 모르니까.”

▲어느 하루 아무도 당신이 누군 줄을 모른다면 무슨 일을 하겠는가.
“해변에 가겠다. 피크닉 준비를 하고 큰 공공장소인 해변에 가서 발가락을 물에 담그고 또 아들(4세)과 안나와 함께 산책을 하겠다. 아무도 날 알아보지 않는 사람들로 붐비는 해변에서 가족과 하루를 즐길 것이다.”

▲좋아하는 해변이라도 있는가.
“마우이의 블랙록 해변이다. 장관이요 아름답다.”

▲아들 잭으로부터 배우는 것이라도 있는가.
“며칠 전에 아들에게 ‘야 잭, 너 이리와 앉아’라고 말했더니 잭이 한다는 소리가 ‘그 게 누구에겐가 말하는 바른 어투냐’고 한 마디 하더라. 그래서 내가 ‘그래 네가 맞다. 여기 와서 앉을 수 있겠니’ 하고 고쳐 말했다. 난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 명령만 들었지 ‘플리즈’니 ‘댕큐’라는 말을 많이 듣질 못 했다. 그런 성장 배경 때문에 나도 아들에게 그렇게 말했는데 그래서 가급적 아들에게 ‘플리즈’와 ‘댕큐’를 많이 쓰려고 노력중이다.”

▲늘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는데 어두운 면이라도 있는가.
“누구나 다 어두운 면이 있겠지만 대중 앞에서 그것을 잘 드러내진 않는다. 난 불화 없는 가정에서 자라 그런 것 같다. 그런데 가족 간에도 가끔 충돌은 있는 것이 건전하다. 그러나 우린 그것을 피했다. 그런 탓에 난 내 의견을 크게 내놓기를 꺼려한다.”

▲예측 불허한 도널드 트럼프로부터 우리 우주를 지킬 비법이라도 있는가.
“견제와 균형이 있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이 큰 다행이다. 우리는 독재자에게 굴하지 않을 수 있는 체제를 가졌다. 도널드 트럼프가 독재자라곤 안 하겠지만 우린 독재자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사법체제와 행정부를 가졌다. 그래서 매 4년마다 선거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난 우리 국민이 누군가 옳은 일을 하지 않으면 그를 교체할 수 있는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이 나라와 국민을 믿는다. 그리고 난 우리 헌법이 누군가가 과도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도 믿는다. 난 우리 정부와 신을 믿는다. 난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결혼 계획(The Wedding Plan)


미칼이 신랑도 없는데 결혼식을 강행하고 있다

결혼 한달 앞두고 파혼통보‘신랑 구하기’성공할까


텔 아비브에 사는 신심이 강한 보수파 유대교 신자인 32세 난 처녀가 결혼 한 달 전에 약혼자로부터 버림을 받고도 그것을 자기 믿음에 대한 시험이라 생각하면서 계획대로 결혼식을 준비하는 얘기를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다룬 드라마다. 감독(각본 겸)은 이스라일계 미국인 라마 버쉬틴.
주인공 여자의 눈으로 서술되는데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과연 주인공이 끝에 가서 자기 믿음대로 기적이 이뤄져 결혼을 하게 될 것이냐 아니냐 하는 궁금함 때문에 서스펜스에 매달리게 된다.
아동파티용 이동 페팅 동물원을 운영하는 미칼(노아 코러)은 미인은 아니나 아름답고 건강하고 생명력 넘치는 여자. 그런데 결혼 한 달 전에 느닷없이 약혼자로부터 “난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통보와 함께 파혼을 당한다. 건강하고 건실한 남자 쉬미(아모스 타맘)가 경영하는 결혼식장을 이미 예약한데다 손님들에게 초청장까지 보낸 뒤여서 미칼은 큰 시름에 빠진다.
그러나 신심이 강한 미칼은 이것을 하나의 시련이라 믿고 신랑 없는 결혼식을 예정대로 치르기로 결심한다. 신이 기적을 일으켜 한 달 안으로 신랑감을 골라 주리라고 믿는다. 자기 어머니와 언니와 친구들마저 이를 믿지 않는 가운데 미칼은 연속적으로 블라인드 데이트를 하나 신랑감을 못 고른다.  
마음이 다급해진 미칼은 우크라이나로 여행해 성지를 찾아가 기도를 하는데 이 기도가 통했는지 여기서 미남 인기 록가수(오즈 제하비)를 만나 데이트를 즐긴다. 그리고 미칼은 혼자 귀국한다. 마침내 결혼식 날 신랑이 없는데도 미칼은 웨딩 드레스를 입고 손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의자에 앉아 신랑을 기다린다. 코러가 따뜻하고 빛나는 연기로 호면을 압도한다.
성인용. 랜드마크 등 일부극장.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솔라리스(Solaris·1972)


크리스가 죽은 아내 하리와 재회하고 있다.


망가진 우주선서 만난 자살한 아내
과거의 잘못 바로 잡으려 하는데…


역시 타르콥스키의 영화로 인간의 윤리문제를 탐구한 심오하고 아름다운 형이상학적 공상과학 영화. 상영시간 167분으로 칸 영화제 심시위원 특별상 수상. 원작은 폴랜드의 공상과학 작가 스타니슬라브 렘의 소설. 
스탠리 쿠브릭의 ‘2001: 우주 오디세이’를 연상케 하는 영화로 도덕과 죽음 그리고 기억과 시간에 관한 철학적이요 신비한 작품이어서 강력한 집중력을 요구하나 ‘스토커’처럼 아름답다. 
시골에서 부모와 어린 딸과 함께 사는 중년의 우주인 크리스는 혹성 솔라리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한 현상을 조사하기 위해 혹성 주위를 돌고 있는 우주선에 도착한다. 솔라리스의 표면은 생명체로 인간의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작용을 한다. 
크리스는 내부가 망가진 우주선에 아직도 두 명의 과학자가 살고 있다는 것과 함께 자기의 옛 동료인 우주인이 자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의 죽음이 솔라리스의 표면과 불가사의한 관계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런데 솔라리스에 크리스의 자살한 아내 하리가 생전과 똑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크리스는 자신의 과거 잘못을 고치고 다시 아내와의 관계를 정립하려고 애를 쓴다. 사랑과 진실 그리고 인간성에 대한 개념에 대해 묻고 있는 독창적인 작품. 디지털 복원판으로 23-25일 까지 뉴아트서 상영.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스토커(Stalker·1969)


스토커(앞)가 작가와 교수를 '존'으로 안내하고 있다.

욕망 이뤄주는 방… 3인의 선택은


러시아의 사색적이요 철학적이며 심오한 감독 안드레 타르콥스키의 작품으로 공상과학적 요소와 철학적이요 심리학적인 요소를 혼합한 예술영화다. 상영시간 161분으로 카메라 동작과 서술이 엄청나게 느려 인내심이 필요하나 매우 아름답고 의미심장한 작품이다. 
‘스토커’라 불리는 안내자가 작품의 영감을 찾는 우울한 작가와 과학적 발견을 추구하는 교수를 데리고 오래 전에 일어난 대재난으로 지구 종말 후의 세상처럼 된 신비하고 제한된 지역인 ‘존’을 가로질러 간다. 이들의 목적지는 인간의 가장 내밀한 욕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방’. 
세 사람이 현대사회의 지스러기들로 지저분한 ‘존’을 여행하면서 대화하고 논쟁을 벌이다가 ‘존’ 그 자체가 생명체처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종교적 은유요 현대 사회의 정치적 불안에 대한 고찰이며 아울러 영화 자체에 대한 명상으로 세밀한 부분까지 마치 현미경으로 드려다 보듯이 찍은 촬영이 찬란하다. 
디지털 복원판으로 19~22일까지 뉴아트(11272 샌타모니카)서 상영.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7년 5월 23일 화요일

‘위대한 카루소’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와 조셉 카예아는 모두 마리오 란자가 나온 뮤지컬 ‘위대한 카루소’(The Great Caruso^1951)를 보고 오페라 가수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란자는 이 두 가수의 정신적 사부인 셈이다.
‘위대한 카루소’는 테너 엔리코 카루소의 삶을 허구화 한 것으로 란자가 달리는 기차의 엔진 소리와도 같은 추진력과 막강한 음성으로 오페라 아리아 ‘여자의 마음’과 ‘별은 빛나건만’ 및 ‘남 몰래 흘리는 눈물’ 들을 열창한다. 고등학생 때 그의 음성에 감탄사를 내지르며 재미있게 봤다.
꿀 빛 음성을 지닌 리릭 테너 질리와 파바로티의 후계자요 현존하는 가장 아름다운 오페라 가수 중 하나라는 평을 받고 있는 지중해의 섬나라 말타 태생의 조셉 카예아(39^사진)의 노래를들으려고 지난 주 산타모니카의 브로드 스테이지엘 찾아갔다. 처음으로 그의 노래도 들어보고 싶었지만 그보다 더 큰 까닭은 이 공연에 ‘마리오 란자에의 헌사’라는 부제가 달렸기 때문이었다. 카예아를 통해 란자를 회상하려고 한 것이다. 객석에는 란자의 가족이 참석했다.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거구의 카예아의 음성은 곱고 맑고 결도 가지런했다. 오페라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과 ‘꽃의 노래’ 등과 함께 내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토스티의 ‘이데알레’와 레온카발로의 ‘마티나타’ 등을 감정의 골을 이뤄가면서 강렬하게 노래했다.
그가 부른 마지막 노래는 란자의 간판곡인 ‘비 마이 러브’. 이 노래는 란자가 1950년대 할리웃의 빅 스타로 군림했을 때 출연한 ‘뉴 올리언스의 토스트’에서 부른 것이다. 란자가 아름답고 우람차면서도 감칠 맛나게 노래해 삽시간에 200만장의 레코드가 팔려나간 곡으로 지금까지도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노래다.
카예아의 음성은 아름답고 청아했지만 란자의 육감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음성의 폭과 높낮이에는 이르질 못했다. 집에 돌아와 카예아의 노래와 비교해보려고 스테파노가 부르는 ‘별은 빛나건만’을 들었다. 스테파노의 애간장을 끊는 처절히 아름다운 음성은 란자도 카예아도 따르질 못할 것이다.      
내가 란자의 노래를 처음 들은 것은 고등학생 때 서울 광화문에 있던 국제극장에서 그가 주연한 영화 ‘세레나데’를 단체로 관람했을 때였다. 포도원 일꾼이 오페라 가수로 성공하면서 두 여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통속적인 멜로드라마다.
란자의 연기는 별 것 아니었지만 야생마의 울음과도 같은 그의 노래 소리는 체한 가슴을 뚫어놓을 만큼 시원했다. ‘비 마이 러브’를 들은 것은 이보다 후인 고등학교 2학년 때. 당시 음악선생님이 이 노래가 담긴 음반을 가져와 들려주었는데 첫 소절부터 벼락 치듯 하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란자는 오페라 가수로서 보다 팝가수로 더 유명하다. 오페라 아리아도 잘 부르긴 했지만 이보다는 ‘비 마이 러브’를 비롯해 ‘그라나다’와 ‘세레나데’ ‘비커즈 유어 마인’ 및 ‘위드 어 송 인 마이하트’ 같은 노래들로 더 친숙하다.
술꾼들이 사랑하는 권주가 ‘드링킹 송’도 란자의 인기 곡 중 하나. “드링크, 드링크, 드링크”로 시작되는 노래는 시그먼드 롬버그의 오페레타를 영화로 만든 ‘황태자의 첫 사랑’(The Student Prince^ 1954)에 나온다.
하이델베르크를 무대로 대학서 공부하는 황태자(에드먼드 퍼덤)와 맥주집 웨이트리스(앤 블라이드)의 못 이룰 사랑을 그린 얘기로 란자는 목소리만 빌려줬다. 대학생 때 이 오페레타의 원작인 ‘알트 하이델베르크’를 가르쳐 주시던 김정진 교수님이 “독일 대학생들은 슈투디렌(공부), 리벤(사랑) 운트 트링켄(음주) 순서대로 대학시절을 보내는데 여러분들은 이를 거꾸로 보내면 안 됩니다”하고 충고해 주셨다. 그 말씀을 들었어야 하는 건데 후회가 막심하다.
카루소가 사망한 해인 1921년 필라델피아의 서민 가정에서 태어난 란자는 고교를 중퇴하고 할아버지의 식품도매상에서 막 일을 하다가 명지휘자 세르게이 쿠세비츠키의 오디션에 참가, 장학금을 받으면서 가수의 길로 들어선다. 란자는 1947년 할리웃 보울에서 노래를 부르다 MGM사장 루이 B. 메이어의 비서실장에 의해 발탁돼 계약을 맺으면서 출세 길이 열린다.
박진감 있는 란자의 음성은 비록 정통적인 훈련을 못 받아 세련되지 못한 감은 있으나 기교를 부리지 않고 몸속에서 나오는 대로 노래해 마치 자연 속의 폭포수 소리와도 같이 맑고 힘차다. 출생부터 서민인 란자의 노래는 서민적이어서 친근감이 간다. 그래서 더 대중의 큰 인기를 모았던 같다.    
란자의 몰락은 그의 인기만큼이나 급속했는데 걷잡을 수 없는 성격과 술과 약물 그리고 과체중으로 인해 1959년 38세로 요절했다. 전문가들은 그가 제대로 오페라에만 전념했더라면 제2의 카루소가 되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들 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7년 5월 19일 금요일

‘고잉 인 스타일’애니 역의 앤-마그렛




“오랫만에 스크린 컴백… 아킨과의 콤비 최고”


자신들의 노후 은퇴자금을 말아먹은 은행을 터는 3인조 노인 강도(마이클 케인, 모간 프리맨, 앨란 아킨)의 코미디 범죄영화 ‘고잉 인 스타일’(Going in Style)에서 알버트 역의 아킨의 애인 애니로 나온 앤-마그렛(75)과의 인터뷰가 최근 뉴욕의 위트비호텔에서 있었다.
한창 시절 ‘섹스 키튼’이라 불렸던 스웨덴 태생의 앤-마그렛은 1960년대 배우와 가수와 댄서로 전성기를 누렸었다. 그는 영화 ‘비바 라스 베가스’(1964)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와 공연하면서 둘은 연인 사이가 됐었다. 앤-마그렛의 노래 ‘슬로울리’와 ‘왓 앰 아이 서포즈드 투 두’는 한국에서도 빅 히트 했었다.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깜찍한 모습의 앤-마그렛은 예의 바르면서도 특유의 유혹하는 듯한  눈웃음을 치면서 유머를 섞어 명랑하게 질문에 대답했다. 어투와 표정과 제스처가 마치 연기하듯 했는데 “하 하 하”하고 큰 소리로 웃으며 오래간만의 스크린 컴백을 즐기는 것 같았다.

-오래간만에 나이 먹은 배우들이 나오는 어른들을 위한 영화다. 소감이 어떤가.
“이 영화를 만든 것은 내 인생의 최고의 시간이었다. 내가 나온 ‘그럼피 올드 맨’에서 잭 레몬과 월터 매사우와 일하던 따뜻한 분위기를 다시 누리는 것 같았다. 케인과 프리맨과 아킨 등과의 콤비야 말로 믿을 수 없을 만큼 무르익은 것이었다.”

-세 배우를 다 잘 알고 있었나.
“마이클과는 1960년대 그가 런던에서 경영하던 식당에서 만나 구면이다. 모간은 초면이나 사람이 쾌활하고 솔직해 우린 즉각적으로 조화를 이뤘다. 아킨과는 과거 영화에서 공연해 잘 알고 있는데 그는 정말로 괴짜다. 난 이들을 ‘저 아이들’이라 부르며 함께 즐겁게 보냈다. 

-당신은 남편(배우출신으로 앤-마그렛의 매니저가 된 로저 스미스)과 반세기 간 금슬 좋게 살고 있는데 그 비결은 무엇인가.
“오는 5월8일로 결혼증서에 서명한지 50년째가 되지만 실제로는 53년간을 함께 살았다. 둘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 비결이다. 우리는 아직도 서로 함께 웃고 서로를 사랑하고 좋아하며 함께 있는 것을 즐긴다. 가끔 그의 목을 조르고 싶을 때가 있긴 하지만.”  

-당신의 전성기와 지금을 비교할 때 할리웃에서의 여성의 위치는 어떻게 변했는가.
“내 첫 역은 ‘주머니에 가득한 기적’(1961)에서의 베테 데이비스의 딸이었다. 프랭크 캐프라가 감독했다. 그 때 카메라 뒤에서 일한 여자는 미용사와 몸 분장사 등 달랑 3명이었다. 그리고 감독과 제작자의 여비서들이 잠깐 세트에 들르곤 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만들 땐 카메라 뒤에서 여러 명의 여자들이 일했다.”

-섹스 심볼 이미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는가
“그것은 순전히 주관적인 견해다. 난 그것에 대해 아무 아이디어도 없다.”

-당신은 영화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은 차지하는 맹렬여성인데 실제로도 그런가.
“그렇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난 전투에선 질지 몰라도 전쟁에선 이기는 정신으로 추구한다.” 
애니(왼쪽)와 앨란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과거를 돌아 보건대 달리 했었더라면 하고 생각하는 것이라도 있는가.
“난 네 살 때부터 연예인이 되려고 했다. 난 작은 시골마을 태생으로 몇 안 되는 식구들과 살면서 컸는데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일하는 가족을 위로하기를 좋아했다. 그 때부터 연예인이 되겠다는 생각만 했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만족하는가.
“난 늘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바랬다. 1966년과 1968년에는 베트남에 가서 위문공연을 했는데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꼈었다.”

-고향인 스웨덴에서 만든 영화가 있는가.
“없다. 우리 집은 아버지가 먼저 2차 대전 때 시카고의 친척들을 찾아 이민했고 이어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와 다섯 살이었던 내가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 때 우리 마을 주민 수는 달랑 162명이었는데 2년 전에 다시 찾아가니 모두 98명이 살고 있었다.”

-스웨덴에 자주 가는가.
“영화 홍보를 비롯해 개인적으로 여러 번 방문했다. 2년 전에 간 것은 나에 관한 기록영화를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 때 난 내가 살던 집에 묵었는데 참 감개가 무량했다. 고향에는 내 어릴 적 친구들이 아직도 몇 명 남아 있다. 그들과의 재회야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격이었다.”

-아직 멋있고 몸매도 보기 좋은데 운동이라도 하는가.
“최연소자는 38세 그리고 최연장자는 86세의 사람들로 그룹을 이뤄 매주 세 차례 운동을 하고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산책을 즐긴다. 장소를 바꿔가면서 다닌다. 이 것은 내 어머니가 만들어 놓은 주례 행사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 것이나 다 먹는가.
“아니다. 그런데 난 과자를 아주 좋아한다. 내가 어렸을 때 집에서 과자를 만들어 군인들에게 제공했는데 그 때부터 과자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당신의 노래 ‘슬로울리’와 ‘왓 앰 아이 서포즈드 투 두’는 한국에서도 빅 히트했는데 그 사실 알고 있는가.
(‘왓 앰 아이 서포즈드 투 두’를 흥얼거리면서) “이 노래는 나도 좋아한다. 내가 지난 1968년 한국에 공연차 갔을 때 남편과 함께 무대에서 ‘리틀 그린 애플즈’를 듀엣으로 불렀던 기억이 난다.”

-당신은 ‘원스 어 디프’에서 알랭 들롱과 공연했는데 그때 기억이 나는가.
“오! 알랭 들롱. 그는 참으로 멋진 신사였다. 함께 일 하기도 아주 즐거웠다. 촬영이 끝나는 날 그로부터 선물을 잔뜩 받아 크게 놀랐었다.”

-당신은 또 루이 주르당과도 ‘메이드 인 파리’라는 영화에서 공연했는데 그 때 경험은 어땠는가.
“그는 또 다른 멋쟁이 신사다. 난 축복 받은 사람이다. 난 세상에서 가장 흥미 있는 남자들과 일할 수가 있었다. 그것에 대해 깊이 감사한다. 루이 주르당은 자기가 할 일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에 따라 각본을 수정하는 것도 봤다. 그는 모든 것을 정확히 하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그가 하는 제안이란 다 옳은 것이었다. 그들과 함께 일한 것이야말로 크나 큰 축복이었다.”

-요즘 여성 영화인들이 자신들의 입지를 위해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가.
“그렇다.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남자들과의 수입 격차 등 개선해야 할 점들이 아직 많다고 본다.”

-집안을 어떻게 가꾸는가.
“다채로운 색깔의 스웨덴 장식품들로 가꾸어 놓고 있다. 집 안 도처를 양탄자로 장식하고 있다. 그리고 난 아직도 어머니가 1940년에 만든 재킷을 갖고 있다. 어머니는 늘 옷을 티 한 점 없게 곱게 간직하셨다. 그리고 난 또 여러 가지 스웨덴 격언들을 방에 붙여 놓았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결혼 했더라면 당신의 삶이 어떻게 변했으리라고 생각하는가.
“그 질문엔 대답 못하겠다. 그것은 너무 개인적인 일이다.”

-엘비스는 어떤 사람이었나.
“참으로 훌륭한 남자였다. 내가 만난 사람 중에 타고난 재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었다.
-당신 남편과 몇 번째 데이트에서 그가 당신의 천생배필이라고 알았는가.
“세 번째다. 그러나 53년을 함께 살 줄은 몰랐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파리는 기다려도 돼’(Paris Can Wait)


앤(왼쪽)과 자크가 고급식당에서 포도주를 마시고 있다.

음식·로맨스… 중년 남녀 함께 여행중 꿈 같은 일탈


포장에 비해 내용물의 성분은 모자라지만 경치 하나 절경이요 포도주를 겸한 군침이 절로 도는 가지각색 프랑스 음식 때문에 시각과 미각을 마음껏 충족시킬 수 있는 약간 코미디기가 있는 드라마다. 
중년의 두 남녀가 이틀간 파리 중부를 여행을 함께 하면서 그림같이 아름다운 곳을 방문하고 고급호텔(한 침대에 드는 것은 아님)에 묵으면서 고급 식당에서 먹고 마시는 영화로 완전히 현실 탈피의 동화 같은 영화다. 
이 영화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아내 엘리노(81)의 극영화 데뷔작으로 엘리노가 제작하고 각본도 썼다. 엘리노는 남편이 만든 ‘지옥의 묵시록’의 현장을 따라다니며 만든 뛰어난 기록영화 ‘암흑의 심장: 영화 제작자의 여정’으로 잘 알려졌다. ‘파리는 기다려도 돼’는 엘리노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나 내용의 대부분은 허구다. 
 2015년 칸영화제. 이 영화제에 참석한 미국인 거물 제작자 마이클 락우드(알렉 볼드윈)와 그의 아름다운 아내 앤(다이앤 레인)은 칸에서의 일을 마치고 함께 개인비행기를 타고 파리로 갈 예정이나 앤이 최근 귀에 염증이 생겨 자기는 기차를 타고 가겠다고 말한다. 마이클은 일에 묻혀 사는 남자로 해외여행이 많지만 그와 앤의 관계는 별 탈은 없다. 
앤의 기차여행을 만류하는 남자는 마이클의 프랑스인 사업 파트너 자크(아노 비아르). 낡아빠진 푸조 컨버터블을 모는 재잘대는 자크가 자기가 차로 앤을 파리까지 데려다 주겠고 제의, 앤이 이 제의를 받아들이면서 둘의 그림책 속 여정 같은 드라이브가 이어진다. 
원래 7시간짜리 여정이 이틀이 걸리는데 그 이유는 자크가 “파리는 기다려도 된다”라면서 앤을 가는 길에 있는 아름다운 관광명소로  안내하기 때문. 그런데 자크라는 친구는 별 해는 없지만 전형적인 프랑스 남자로 자기 자랑과 자만에 빠진데다가 여자라면 무조건 한번 로맨스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람둥이다. 
아름답고 생기발랄한 앤이 남편과의 무덤덤한 생활에서 잠시 일탈해 자크와 잠깐의 로맨스를 꽃 피울지도 모른다는 스릴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 영화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그러나 앤도 여자이니만큼 자크의 자기에 대한 찬미를 안 즐기는 것은 아니다. 
가다가 먼저 들른 곳이 경치가 아름답기 짝이 없는 프로방스. 둘은 고급호텔에 묵은 뒤 고급식당에서 와인과 지방 특산물을 포함한 산해진미(클로즈-업으로 보여주는 음식이 보기 좋다)를 즐기는데 자크가 냅다 음식 자랑을 하면서 포도주 이름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그런데 자크는 돈이 없어 앤이 지불한다. 
다음 장소가 리용. 둘은 영화의 발생장소인 여기서 뤼미에르 인스튜티트를 방문하고 또 직물박물관과 노천시장을 둘러본다. 물론 고급식당에서 와인과 음식도 즐긴다. 자크는 이 여행 중 집요하게 앤에게 은근짜를 놓지만 앤은 이에 넘어가지 않는다(잠깐 넘어갈 것 같은 순간이 있긴 했지만). 앤이 파리에 도착해 호텔에 여장을 푸니 마이클이 “당신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라고 보채는 전화가 걸려온다. 
촬영이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아름답고 레인도 아름답다. 다만 레인이 늘 쾌적해 보이는 여자로 행동하는 것을 다소 지양하고 좀 도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을 위한 영화로 딴 세상 얘기처럼 비현실적이긴 하나 보고 즐길 만은 하다. PG. Sony Pictures Classics. 아크라이트와 랜드마크.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납치당한’(Snatched)


어머니 린다와 딸 에밀리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코미디언 슈머와 골디 혼이 모녀로
정글 누비는 난장판 넌센스 코미디


상스럽기 짝이 없는 넌센스 난장판 코미디로 인기 절정의 코미디언 에이미 슈머와 왕년의 빅스타 왕눈이 코미디언 골디 혼이 서로 성격이 다른 모녀로 나와 티격태격하면서 아마존 정글을 누비고 달리는데 한 마디로 말해 가관이다.
슈머가 P자 상소리를 거침없이 내 뱉으면서 부실하기 짝이 없는 내용을 대신하고 있는데 내용은 물론이요 액션과 모험도 아이들 장난 같다. 두 유명 코미디언이 나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나이 먹은 처녀 에밀리(슈머)가 꿈에 그리던 에콰도르(하와이서 촬영)로 여행을 떠나기 전날 막 인기가 오르고 있는 가수인 애인 마이클(한국계 코미디언 랜달 박)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에밀리는 환불이 안 되는 비행기 표를 가지고 있어 그 동안 사이가 뜸하던 어머니 린다(혼)를 찾아가 함께 여행을 하자고 제의한다.
컴퓨터에 매달려 두문불출하는 다 큰 아들 제프리(아이크 배린홀츠)와 단 둘이 사는 린다는 처음에는 이 제의에 반대하다가 마지못해 수락한다. 둘은 에콰도르에 도착해 호텔에 여장을 푸는데 즉흥적인 에밀리와 꼼꼼하기 짝이 없는 린다가 함께 여행을 하니 충돌이 잦을 수밖에.
에밀리는 호텔 바에 갔다가 잘 생긴 제임스(탐 베이트맨)를 만나 기분이 좋은데 제임스가 정글구경을 시켜주겠다고 선심을 쓴다. 에밀리와 린다가 제임스의 차를 타고 정글로 들어갔다가 납치전문 범법자 모가도(오스카 하에나다)에 의해 납치된다. 남미를 납치천국으로 묘사, 이 영화가 남미사람들로부터 환영을 받을지 궁금하다. 
상거지 꼴을 한 에밀리와 린다는 납치범으로부터 탈출해 계속해 달아나는데 중간에 공중전화로 미 국무부에 구조요청을 하나 담당자 모간(바시르 살라후딘)으로부터 시큰둥한 반응을 받는다. 그래서 둘은 이번에는 집에 있는 아들과 에콰도르 호텔에서 사귄 두 여자 루스(완다 사익스)와 전직 특공대 요원으로 말을 안 하는 바브(조운 큐색)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 두 여자는 필요가 없는 역이다. 
둘은 쫓아오는 납치범들을 피해 정글을 달리다가 이번에는 미국인 정글 안내자 로저(크리스토퍼 멜로니)를 만나 그의 도움을 받는데 가다가 로저가 비명횡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이가 멀어졌던 모녀가 관계를 개선한다는 판에 박은 얘기. 슈머와 혼의 콤비는 그런대로 괜찮다. 조나산 리바인 감독. R. Fox. 전지역.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여자는 강하다


누가 여자를 약하다고 했는가. 올 여름 할리웃은 주먹과 총과 칼을 마구 휘두르는 겁 없고 사나운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들을 여러 편 내놓는다. 이 막강한 여자들은 남자와 외계인은 물론이요 남자 수퍼 스타인 탐 크루즈와도 결전을 벌이며 여성 파워를 과시한다.
남녀의 인구비율이 절반씩인데도 할리웃이 여자를 주인공으로 쓰지 않는 이유는 흥행 때문이다. 특히 액션과 모험영화의 경우는 더하다. 그러나 ‘헝거 게임’이나 올 해 빅히트한 ‘미녀와 야수’의 경우는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도 얼마든지 손님이 들 수 있다고 증명하고 있다.
여름에 나올 여성 파워 영화들 중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 이스라엘 배우 갤 개도가 주연하는 ‘원더 우먼’(Wonder Woman-6월 2일 개봉^사진)이다. 미모에 늘씬한 키 커브 진 몸매를 가진 개도는 작년에 나온 ‘배트맨 대 수퍼맨:정의의 새벽’에서 이미 원더 우먼으로 나와 호평을 받았다. 만화가 원전인 ‘원더 우먼’은 지난 1970년대 미스 월드 아메리카인 린다 카터를 주인공으로 TV시리즈로 만들어져 빅 히트했었다.
오스카상을 탄 샬리즈 테론이 제작하고 주연하는 ‘아토믹 블론드’(Atomic Blonde-7월 28일 개봉)도 기대작. 테론은 영국 정보부 MI6의 스파이 로레인 브러턴으로 나와 옛 베를린을 무대로 위험한 임무를 수행한다.
전형적인 남자 주연의 스파이 액션영화에서 테론은 모두 자기보다 크고 강한 남자들을 상대로 기술과 계략과 담력을 무기로 맞선다. 그리고 음모와 배신에 휘말려 들고 치열한 격투를 벌이면서 아울러 여자 파트너를 상대로 화끈한 섹스까지 치른다. 테론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내 나이 41세에 이런 영화에 나온 것은 하나의 업적”이라면서 “보다 많은 여배우들이 이런 기회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왕년의 명우 보리스 칼로프가 주연해 그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한 ‘머미’(Mummy)를 부활시킨 동명영화(6월 9일 개봉)에서 미라로 나오는 소피아 부텔라도 괴력을 발휘하면서 파괴와 살상을 자행한다. 부텔라의 상대역은 탐 크루즈. 크루즈는 초능력을 발휘하는 부텔라와 싸우면서 죽을 고생을 한다. 한편 부텔라는 ‘아토믹 블론드’에서 테론의 상대역으로도 나온다.
‘라 팜므 니키타’ ‘프로페셔널’ 및 ‘제5의 요소’ 등에서 여자 주인공을 내세운 프랑스감독 뤽 베송의 ‘발레리안과 1천개 혹성의 도시’(Valerian and the City of Thousand Planets-7월 21일 개봉) 역시 여자가 남자와 나란히 서서 악의 세력과 대결하는 영화. 프랑스 공상과학 액션만화 ‘발레리안과 로렐라인’이 원전인 영화에서 로렐라인(카라 델비녜)은 남자 주인공인 발레리안(데인 디한)과 함께 위기에 처한 혹성을 수호하는 정부요원으로 나온다.
그런데 역설적인 것은 영화제목에서 원제의 여자이름 로렐라인을 빼버린 것. 베송은 한 인터뷰에서 영화는 만화에서 보다 로렐라인의 역을 크게 확대했다고 말했으나 제목에 남자 이름만 쓴 것은 여성차별이라는 비판을 받을만하다.      
전문가들은 이들 영화 중에서 흥행 성공이 거의 분명한 것으로 ‘원더 우먼’과 ‘아토믹 블론드’를 들고 있다. 이들 여성 파워영화가 흥행서 성공하면 속편은 물론이요 이와 유사한 영화들이 당분간 쏟아져 나올 것이다.
주먹과 총칼을 휘두르지 않고도 여자가 남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여성 파워를 보여주는 영화가 클래식 명화 ‘올 해의 여성’(Woman of the Year^1942)이다. 이 영화는 할리웃의 전설적 커플 ‘트레이시와 헵번’(여기서도 남자 이름이 먼저다)의 첫 공동 출연 영화로 ‘셰인’과 ‘자이언트’를 만든 조지 스티븐스가 감독한 흑백 명품이다.
신문사의 유명 정치 평론가 헵번과 이 신문의 라이벌 매체의 유명 스포츠 기자 트레이시가 서로 대결의식으로 맞서다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다. 결혼을 하고보니 자신들의 경력이 원만한 부부생활에 장애가 된다는 것을 깨달은 헵번과 트레이시가 이를 지혜롭게 해결한다는 코미디성 드라마다. 헵번이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오스카 각본상을 탔다.
이 영화는 헵번의 영화라고 해도 되겠는데 헵번은 트레이시를 직접 만나보지도 않고 그를 자기 상대역으로 요구했다. 이 영화를 계기로 헵번과 유부남인 트레이시는 평생 연인으로 지냈다. 둘은 이 영화 후에 모두 8편의 영화에서 공연했다. 둘의 마지막 영화는 시드니 퐈티에가 공연하고 스탠리 크레이머가 감독한 흑백문제를 다룬 ‘초대 받지 않은 손님’으로 이 영화는 트레이시의 유작이다. ‘올 해의 여성’이 최근 크라이티리언(Criterion)에 의해 블루-레이로 나왔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7년 5월 9일 화요일

연인들(The Lovers)


대화 불통 부부 메리와 마이클(오른쪽)이 소파에 앉아 포도주를 마시고 있다.

소통 부재로 나태하고 무기력해진 중년의 부부


인간간의 관계란 끊임없이 흐르지 않으면 고여 부패하게 마련으로 부부관계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소통 부재와 감정의 소진으로 인한 나태하고 무기력해진 중년의 부부관계에 관한 희비극이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이미 사이가 현격히 벌어진 부부가 겪어야하는 갈등과 체념과 함께 질식할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탈출하려고 몸부림치는 두 사람의 심정과 탈선을 때로 유머를 섞어가면서 사실적이요 자세하게 묘사했다. 보고 있자니 가슴이 저려온다.
오래간만에 왕년의 빅스타 데브라 윙거(‘어반 카우보이’ ‘사관과 신사’)가 나와 침착하고 담담하면서도 야무지게 관계의 위기를 맞고 갈팡질팡하는 아내의 모습을 절실하게 보여준다. 61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아름답다.
캘리포니아 주 산타 클라리타. 영화는 처음에 평범한 회사원인 마이클(트레이시 레츠)이 침대에 쓰러져 우는 애인 루시(멜로라 월터즈)를 서서 내려다보면서 “제발 울지 마, 루시”라고 말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마이클의 얼굴 표정이 약간 경멸에 차 있다. 루시는 발레 선생.
마이클의 아내 메리(윙거)도 회사원으로 그 역시 작가인 애인 로버트(에이단 길렌)을 두고 있다. 메리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로버트를 찾아가 섹스를 즐긴다. 영화는 육체적 근접을 자주 보여주면서 정신과 감정적 거리감을 대체하다시피하고 있다.
마이클과 메리가 집에서 나누는 대화는 고작해야 “치약이 떨어졌네”라는 것 정도다. 둘은 함께 침대에 누워 자면서도 대화 불통으로 툭하면 회사에서 늦게 일한다고 핑계를 대고 서로 애인과 시간을 보낸다. 둘은 서로 상대방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같은데도 이를 따지려고 들지도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마이클과 메리가 아직도 서로를 육체적으로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둘은 매일 같이 섹스를 한다. 마치 불이 다 까진 둘의 관계를 섹스로 되 살려나 보겠다는 듯이 둘은 결사적으로 섹스를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과거에 서로가 서로를 속였듯이 마이클과 메리는 각기 자신들의 애인에게 거짓말을 한다. 루시와 로버트는 각기 마이클과 메리를 깊이 사랑해 함께 살자고 애걸복걸하는데 과연 마이클과 메리는 어디로 가야하나.
매우 심각한 내용을 큰 소리 내지 않고 과장 없이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울적하다. 마이클과 메리가 리빙룸 소파에 앉아 오래간만에 같이 와인을 마시면서도 대화를 안(못)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답답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부부관계란 끊임없는 타협과 양보를 행사해야하는 모험인데 마이클과 메리를 보면서 과연 저들이 양보와 타협을 한다고 해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하고 묻게 된다. 차라리 헤어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아자젤 제이캅스 감독(각본 겸). 성인용. A42. 일부극장.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파닉(Panique)


이르씨(왼쪽)는 요부 알리스를 깊이사랑한다.

프랑스 명장 쥘리앙 뒤비비에의 심리 범죄 스릴러


‘페페 르 모코’ ‘무도회의 수첩’ ‘파리의 하늘 밑’ 그리고 ‘나의 청춘 마리안’ 등과 같은 명화를 만든 프랑스의 명장  쥘리앙 뒤비비에의 심리 범죄 스릴러 ‘파닉’(1947)은 고독과 소외에 관한 영화이자 관음증과 우매한 집단의 떼거리 근성을 파헤친 걸작이다.
이 필름 느와르의 원작은 벨기에 태생의 소설가 조르지 시메농의 ‘이르씨의 약혼’이 원작. ‘시계 만드는 사람’과 ‘베티’ 등 생애 500여 편의 장?단편 소설을 쓴 시메농의 소설은 300여편이 영화와 TV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의 주연 배우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명우 미셸 시몽. 그는 ‘익사 직전에 구원 받은 부뒤’와 ‘암캐’ 및 버트 랜카스터가 주연한 미국영화 ‘기차’ 등에 나온 연기파로 이 영화에서도 중후한 연기를 보여준다.
파리 교외의 작은 마을에 사는 과묵한 이르씨(시몽)는 인간 기피증자로 동네 사람들도 자기들과 한 통속이 되기를 거부하는 이르씨를 눈에 가시처럼 취급한다. 이 마을에 막 교도소에서 출감한 눈부시게 아름다운 알리스(비비안 로망스-초점을 잃은 듯한 눈 때문에 더 고혹적이다)가 범죄자 애인 알프레드(폴 베르나르)를 찾아오면서 알리스는 이르씨의 집념의 대상이 된다.
알리스는 자기가 지극히 사랑하는 냉정하고 간교한 알프레드의 강도사건의 누명을 대신 뒤집어쓰고 옥살이를 했다. 그리고 마을에서 여인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범인은 알프레드.
알리스가 이르씨의 아파트 길 건너 아파트에 입주하고 이르씨는 이 여자를 창밖으로 훔쳐보면서 동경과 사랑의 질병을 앓는다. 이르씨의 관음증은 영국의 명장 마이클 파월의 스릴러 ‘피핑 탐’을 생각나게 한다.
그런데 이르씨가 자기를 훔쳐보고 있다는 것을 아는 매정한 알리스는 오히려 이를 즐기면서 알프레드와 함께 이르씨의 자기에 대한 집념을 이용하기로 결정한다. 이르씨가 알프레드의 범행에 대한 증거를 갖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알리스와 알프레드는 이르씨를 범인으로 만들기로 계획을 짠다. 알리스와 알프레드는 이르씨가 알리스를 사랑하는 한 결코 증거를 폭로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다.
영화에서 매우 감정적이요 가슴 싸하니 아름다운 장면은 이르씨가 자기를 이용하기 위해 접근하는 알리스가 자기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그에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알프레드를 버리고 자기와 살자고 구애하는 장면.
이르씨의 구애를 거짓으로 받아들인 알리스와  알프레드는 그들의 계획을 성사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르씨를 싫어하는 마을 주민들의 집단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이르씨를 집단 테러의 희생양으로 만든다. 이르씨가 주민들의 폭력을 피해 지붕 위로 도망가는 장면이 아찔하다. 그리고 이르씨는 죽어서 복수를 한다.
고독하고 과격한 남자를 둘러싸고 모여드는 의혹의 구름이 거의 초현실적인 폭력행위의 비바람을 몰고 오는 가학적 쾌감을 지닌 집단 히스테리에 관한 작품이다. 사실주의와 필름 느와르 장르를 잘 혼합한 명작으로 전쟁 중의 프랑스 사람들의 나치에 대한 협력을 은유한 작품이기도 한데 이와 함께 잔인한 낭설과 공포 그리고 원한의 근저를 파헤치고 있다.  
시몽과 함께 로망스와 베르나르의 연기도 좋은데 이 밖에도 아파트 주인과 정육점 주인을 비롯해 가지각색의 주민들로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필름 느와르의 전통을 살린 그림자와 명암을 잘 이용한 촬영도 훌륭하다.
쓴 맛나고 미음을 어지럽게 만드는 이 영화는 지난 1989년에 ‘이르씨’(Monsieur Hire)로 리메이크 됐다. 이르씨 역에는 쥐처럼 생긴 미셸 블랑이 알리스 역에는 산드린 본네르가 각기 나와 좋은 연기와 함께 몸에서 소름이 돋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긴장감과 서스펜스 그리고 심장을 도려 내는듯한 집념의 통증이 느껴지는 명작이다.
‘파닉’은 뒤비비에의 전후 첫 작품으로 그의 가장 어둡고 개인적인 영화로 알려졌다. 1930년대 훌륭한 영화를 양산한 뒤비비에는 그래암 그린과 오손 웰즈 그리고 잉그마르 베리만 및 장 르느와르 같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명장 르느와르는 “만약에 내가 건축가로 영화의 기념비를 만든다면 기념비 입구에 쥘리앙 뒤비비에의 동상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미셀 시몽과 장 르느와르는 평생 친구로 둘이 함께 ‘암캐’ 등 여러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프랑스의 국민배우인 시몽은 르느와르 외에도 장 비고(아탈랑트)와 마르셀 카르네(안개 낀 부두) 및 르네 클레어(미녀와 악마) 등 여러 명의 프랑스 명장들의 작품에 출연했다.
디지털로 새로 복원된 ‘파닉’이 5일부터 11일까지 로열극장(11523 산타모니카)에서 상영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푸른 다뉴브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부다와 페스트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다뉴브(헝가리어로는 두나)는 저녁 황금 햇살을 받으며 서두르지 않고 리드미컬하게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월츠를 물결치고 있었다. 해 진 후 다뉴브 위를 만보하는 유람선에 앉아 불빛에 안긴 위풍당당한 의사당(사진)을 비롯해 강 양안에 의젓이 서 있는 옛 건물들을 보고 있자니 슈트라우스의 ‘푸른 다뉴브’의 월츠 진동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지난 달 영화와 TV시리즈 세트방문과 스타 인터뷰 차 부다페스트와 런던에 다녀왔다. 헝가리 공항이름은 이 나라가 낳은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프란츠 리스트의 이름을 딴 부다페스트 프란츠 리스트 국제공항인데 국제공항치곤 초라하다. 한국인 관광객들로 붐빈다.
부다페스트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 마치 고전을 읽듯 볼수록 도시의 시간을 잊어버린 자태의 아름다움을 조금씩 더 깨닫게 되는듯하다. 이 곳에서 영화촬영이 자주 있는 이유도 아름답고 품위 있으며 또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인건비가 싼 것도 그 이유 중 하나. 도시 전체가 하나의 영화 세트라고 해도 되겠다.
근처에서 창녀들이 호객을 하는 페스트의 숙소인 포 시즌스 호텔 앞의 사자머리가 지키고 있는 150년 된 늠름한 체인브리지가 나라의 한 때 강건하고 기품 있던 내력을 보여주는 듯하다. 지금은 줄어들었지만 헝가리는 과거 하이든을 전속 음악가로 고용해 먹여 살렸던 귀족 에스터하지의 나라요 중부유럽을 군림했던 막강한 합스부르크제국(오스트리아-헝가리)의 파트너였다.
강 건너 이 다리 건너편 부다의 언덕 꼭대기 캐슬 힐에 올라가서 내려다 본 부다페스트는 다뉴브의 진주라는 말답게 고상하고 아름답다. TV시리즈 ‘에일리어니스트’(The Alienist)의 배우들과 함께 캐슬 힐의 피셔멘즈 배스티언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물론 굴라쉬가 나왔다. 굴라쉬는 한국의 찌개 같아 해외여행 때마다 서양음식이 입에 안 맞아 고생하는 내겐 꿀맛이다.
로빈 후드의 젊은 시절을 그린 ‘로빈 후드:오리진’(Robin Hood:Origins)의 세트를 찾아간 날은 춥고 바람이 거셌다. 이 때문에 나는 헝가리감기에 걸려 귀국 후 며칠을 고생했다. 로빈 후드(태론 에저턴)가 전쟁에 나가기로 결심하고 애인 매리안(이브 휴선)과 작별을 하는 장면을 찍고 있었다. 의상과 세트를 보니 현대적 터치다. 로빈 후드의 동료 리틀 존으로는 제이미 팍스가 그리고 로빈 후드의 천적인 셰리프로는 각기 벤 멘델손이 나온다.    
부다페스트 거리를 막고 찍고 있는 ‘에일리어니스트’는 살인 미스터리 스릴러. 19세기 말 뉴욕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푸는 경찰과 심리학자(대니얼 브륄)의 얘기로 제목은 심리학자를 나타낸 것. 루크 에반스와 다코다 패닝이 공연하는 이 시리즈는 올 해 말 TNT를 통해 방영된다. 그런데 촬영 현장을 비롯해 주위 건물들이 모두 옛날 영화를 찍으려고 세운 건물들처럼 핏기가 없다. 부다페스트의 건물들이 다 옛날 그대로 잘 보존된 것은 반드시 오래된 것을 잘 간직하려는 의도뿐만이 아니라 돈이 없어 보수를 못해 그렇다는 얘기를 들었다.
부다페스트를 떠나 런던에 왔다. 난 런던을 매우 좋아한다. 도시가 아늑한데 사람들이 떼를 지어 길거리에서도 맥주를 마시는 펍들이 많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여기서 찍고 있는 네트플릭스의 시리즈 ‘크라운’(Crown)은 현 영국여왕 엘리자베스의 젊은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얘기한다. 작년에 방영된 시즌1은 골든 글로브 TV드라마 부문과 엘리자베스 역의 클레어 포이가 각기 작품상과 주연상을 받았다. 흥미진진한 드라마다.
배우들과의 인터뷰 후 엘리자베스와 그의 남편 필립(맷 스미스)이 궁정에 마련한 조촐한 크리스마스 파티 촬영현장엘 들렀다. 잘 차려 입은 여왕을 비롯한 왕족들과 지체 높은 귀빈들이 원을 그리며 월츠를 춘다. 잠시 환상적이요 로맨틱한 시간여행을 하는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다뉴브 위에서 이어 다시 월츠의 감미로운 율동에 발장단을 쳤다.
마침 화창한 날씨에 시간이 나 런던에 오면 의식처럼 치루는 템즈의 워털루 브리지에로의 행보에 나섰다. 채링 크로스를 거쳐 워털루 브리지와 얼마 전 테러가 일어난 웨스트민스터 브리지를 지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들이 놓인 광장에 섰다.
떠나기 전날 매기 존스라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 식당은 지난 1960년대 엘리자베스여왕의 동생 마가렛공주가 궁궐을 빠져나와 사진작가 애인 안토니 암스트롱-존스와 데이트를 하던 곳. 마가렛은 예약 시 ‘매기 존스’라는 가명을 써 주인이 그 후 이름을 매기 존스로 바꿨다. 평범한 식당에는 요즘에도 왕족들이 찾아온다고 하는데 원래 영국음식이 맛이 없다곤 하지만 이 집 음식도 무미건조하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7년 5월 2일 화요일

라틴 애인 되는 방법(How to Be a Latin Lover)


막시모가 돈많고 나이 먹은 미망인 셀레스트(왼쪽)를 유혹 하고있다.

여자 돈으로 먹고 사는 건달… 뒤늦게 가족 사랑 깨달아


진부하고 통속적인 섹스 코미디로 내용과 연기와 연출 등이 모두 어색해 보기가 민망하다. 하나 볼 것이 있다면 왕년의 섹스 심볼 라켈 웰치가 오래간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모습.
막시모(유제니오 데르베즈)는 부유한 노 미망인을 유혹, 결혼해 여자 돈으로 먹고 사는 날건달. 그의 현 부인은 80세로 막시모는 이 여자가 죽기만을 학수고대한다. 그런데 뜻 밖에도 이 여자가 젊은 자동차 판매원에 반해 막시모를 버리면서 막시모는 졸지에 홈리스가 된다.
막시모가 이제 기댈 곳은 그 동안 관계가 뜸했던 싱글 맘인 누나 새라(셀마 헤이엑). 작은 아파트에사는 새라에겐 아들 휴고(라파엘 알레한드로)가 있는데 휴고는 약간 너드형이나 사랑스러운 틴에이저.    
어떻게 해서든지 다시 호화로운 과거의 생활을 되찾으려고 작심한 막시모가 노리는 여자가 휴고가 좋아하는 여자 급우의 돈 많고 혼자 사는 할머니 셀레스트(웰치). 막시모가 라틴 러버의 힘을 재 발휘하려고 노력하면서 그는 휴고와 인간적 관계를 맺게 되고 아울러 결코 돈이 가족 사랑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로브 로와 크리스틴 벨 출연. 켄 마리노 감독. R. 일부지역. ★★1/2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일주일과 하루(One Week and a Day)


줄러(왼쪽)가 말아준 마리화나를 에이알이 즐기고 있다.

아들을 먼저 떠나 보낸 부부의 후유증… 웃음과 슬픔으로 묘사


아들의 죽음을 맞은 중년 부부의 후유증과 슬픔을 희화적이면서도 달콤 씁쓰름하게 다룬 이스라엘 코미디 드라마다. 성격 묘사 영화이자 때론 넌센스 코미디 분위기를 지닌 독특한 영화로 웃음과 슬픔을 잘 혼합한 작품이다.
영화는 25세난 아들 로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기간인 1주일의 마지막 날에 시작된다. 로니의 어머니 빅키(에브제니아 도디나)는 이제 자기가 가르치는 초등학교에 되돌아가 삶을 이어가려고 하나 로니의 아버지 에이알(샤이 아비비)은 아직 그럴 생각이 없다.
에이알은 아들이 있던 호스피스에 찾아가 아들의 유품인 의료용 마리화나를 갖고 돌아온다. 그리고 이를 종이에 말아 피우려고 하나 제대로 말 줄을 몰라 고심하다가 이웃집 부부의 30세 난 수시배달원으로 에어기타를 즐기는 너드형의 착한 줄러(토머 카폰)의 도움을 받아 말아서 둘이 함께 피운다. 나중에 빅키 까지 마리화나를 즐긴다. 
영화는 직선적이요 화를 잘 내며 충동적인 에이알과 아이처럼 순진하고 만사태평인 줄러의 관계에 상당한 무게를 주면서 에이알을 죽은 로니와 대체해 새로운 부자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영화에서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장면은 에이알과 줄러가 호스피스의 병상에 누워 있는 한 여인의 어린 딸과 함께 이 여인을 놓고 가상 수술을 하는 장면.
죽음은 삶의 일부분이라는 뜻을 지닌 작품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좋다. 아사프 폴론스키 감독. 성인용. 일부지역. ★★★1/2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악의 터치(Touch of Evil,1958)


미국인 형사 행크(왼쪽)와 멕시칸 형사 마이크가 폭사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부패와 어둡고 음산한 인간의 타락을 파헤친 심리 범죄영화


촬영과 음향, 편집과 스타일이 괴이할 정도로 혁신적인 어둡고 음산하고 뒤틀린 필름 느와르로 할리웃의 기인 오손 웰즈가 감독, 주연하고 각색(원작은 위트 매스터슨의 소설 ‘악의 배지’)했다. 영화사상 최고의 오프닝 신이라 찬양받고 있는 3분20초간 한 번의 컷도 없는 크레인 샷으로 시작된다.
미^멕시코 접경지대의 지저분한 유령마을 같은 로스 로블레스의 실력자의 차 트렁크 안에 장치한 폭탄이 터지면서 사건 현장에 나타난 미국인 형사 행크 퀸랜(웰즈)과 미국인 수전(재넷 리)과 막 결혼한 멕시칸 형사 마이크 바가스(찰턴 헤스턴이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나온다) 합동으로 수사에 나선다.
카메라가 차에서 내리는 행크를 괴상한 각도에서 클로스업으로 찍었는데 너저분한 수염에 두 턱이 축 늘어진 얼굴과 입술 가운데 문 시가 그리고 중절모와 외투를 걸친 엄청나게 비대한 몸에 지팡이를 짚은 모습이 마치 거대하고 추한 두꺼비 같다.
행크는 나이 먹고 부패한 카리스마가 있는 형사로 젊고 이상적인 마이크가 그를 도와 사건을 풀어나가면서 두 사람 간에 의지의 대결이 벌어진다. 한편 마이크가 수사에 몰두하는 동안 수전은 마을 마약밀매조직의 두목인 그랜디(아킴 타미로프)의 졸개들에 의해 납치되면서 마이크와 수전의 얘기가 교차 묘사된다.
마이크는 행크가 사건 해결을 위해선 증거를 조작한다는 것을 알고 행크의 오랜 단짝 형사 피트(조셉 칼레이아)의 양심에 호소 행크의 비리를 채취할 계획을 짠다.
부패와 인간의 타락을 괴상망측하게 시리 파헤친 심리 범죄영화로 카메라 각도와 그림자와 흑백명암 그리고 클로스업 등을 일사분란하게 구사해 찍은 표현주의 기법의 촬영이 어둡고 더럽고 타락하고 부패한 것들의 속성을 거의 아름다울 지경으로 승화시켜 놓았다.
빅 스크린으로 봐야한다. 행크를 동정하는 싸구려 술집 여주인으로 마를렌 디트릭과 함께 자자 가보가 캐미오로 나온다.
이 영화와 함께 역시 웰즈가 감독하고 주연하며 당시 그의 아내였던 리타 헤이워드가 공연한 ‘샹하이로부터 온 여자’(The Lady from Shanghai^1948)가 5월5일 하오 7시30분부터 이집션극장(6712 할리웃)에서 동시 상영된다.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토스카’


LA오페라가 현재 공연 중인 푸치니의 ‘토스카’(Tosca)는 무대의 커튼에 뿌려진 선혈처럼 피로 얼룩진 비극적인 작품이다. 사랑과 질투, 욕정과 정절 그리고 배신과 죽음으로 엮어진 극적이요 정열적인 내용 때문에 팬들의 ‘올타임 페이보릿’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3막 전체가 아름답고 로맨틱하며 격정적인 멜로디로 짜여 있어 평범한 대사마저 듣기 좋다. 제1막에서 자기 애인인 성당화가 카바라도시가 그리는 막달라 마리아의 초상을 보고 질투를 하는 토스카와 카바라도시가 주고받는 대화가 그렇다.
토스카는 질투심과 신심이 강한 여자로 정열적이요 용감하고 맹렬한데 이에 비하면 카바라도시는 다소 ‘마마 보이’처럼 느껴진다. 이런 역인만큼 토스카는 프리 마돈나들의 꿈의 역으로 토스카하면 대뜸 떠오르는 명창이 마리아 칼라스다.
내가 ‘토스카’를 처음 들은 음반도 칼라스의 것으로 카바라도시로는 미남 테너 주세페 디 스테파노가 그리고 카바라도시의 연적인 스카르피아로는 바리톤 티토 고비가 노래했다. 황홀무아 지경이다. 칼라스와 스테파노는 오페라계의 전설적 동반자로 여러 차례 함께 순회공연을 했고 많은 음반을 남겼다.
지난 22일 개막된 ‘토스카’는 토스카 역의 소프라노 손드라 라드바놉스키의 강력한 음성이 장내를 뒤흔들어 놓은 공연이었다. 막강한 음성으로 풍요롭고 거대하면서도 음색이 곱고 깨끗했다. 그가 제2막에서 부르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듣자니 콧등이 시큰해진다.
종교적 의미가 강하면서도 세속적인 것들로 가득 찬 이 오페라에서 라드바놉스키에 못지않게 강한 인상을 남긴 사람이 로마의 경시총감 스카르피아 역의 바리톤 암브로지오 마에스트리. 스카르피아는 자기가 원하는 것은 취하고 버리는 탐욕스런 자로 또 하나의 축재 대상인 토스카에 대한 욕망 때문에 신마저 잊게 된다며 울부짖는데 듬직한 체구의 마에스트리가 체구에 걸 맞는 강렬한 음성으로 노래했다. 그는 노래 뿐 아니라 사악하고 폭군적이며 아울러 간교한 스카르피아의 연기도 잘 했다.
토스카와 카바라도시의 콤비 보다는 토스카와 스카르피아의 대립관계가 더 맹렬한 불꽃을 튕겼다. 제2막을 가득채운 스카르피아와 토스카의 욕정과 정절을 지키려는 순정의 공방전이 볼만하다.
라드바놉스키 역시 연기가 좋다. 제1막에서 카바라도시에게 막달라 마리아의 눈을 검게 칠하라고 질투를 부리는 모습은 철부지 아이 같다가 스카르피아와의 대결 끝에 그를 칼로 찔러 죽인 뒤(사진) 비참에 잠긴 모습이 처절하다. 순수와 존엄성과 강한 의지를 잘 표현했다.
스카르피아와 토스카처럼 역시 비명횡사하는 카바라도시 역의 러셀 토마스도 맑고 풍성한 음성이다. 제1막의 아리아 ‘오묘한 조화’가 청아하고 서정적이며 제3막의 유명한 ‘별은 빛나건만’ 역시 아름답고 고고하다.
그런데 토마스는 노래는 잘 불렀지만 감성이 다소 부족했다. 그리고 안경을 낀 거구의 토마스가 카바라도시 역에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와 라드바놉스키 간에 타오르는 로맨틱한 사랑의 열기도 미적지근하게 감촉됐다. ‘로맨스 무슨 로맨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런 느낌을 가지면서 새삼 오페라는 시각 드라마이자 성악 멜로디라는 말과 함께 지난 2004년 4월 런던의 로열오페라에서 일어났던 ‘뚱보 여가수’ 해프닝이 떠올랐다. 그 때 로열오페라가 리햐르트 슈트라우스의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 공연에 출연 예정이던 소프라노 데보라 보이크트를 뚱뚱하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았었다.
당시 체중 220파운드였던 보이크트가 날씬한 검은 칵테일 드레스를 입은 아리아드네로 나오기엔 지나치게 뚱뚱하다는 것이 이유. 이로 인해 오페라계에서는 스타일이 먼저냐 아니면 내용이 먼저냐는 문제를 놓고 찬반토론이 요란했었다. 이 때 보이크트에 대한  퇴짜에 찬성했던 한 음악저술가는 “폐병을 앓는 미미(라 보엠)를 뚱보가 노래한다는 것은 꼴불견에 가깝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카바라도시의 대명사와도 같은 뚱보 파바로티가 지난 2004년 3월 메트오페라의 ‘토스카’에서의 카바라도시 역으로 은퇴 공연을 했을 때 그가 과체중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비평가들로 부터 명예롭지 못한 퇴장이라는 말을 들었었다. 그 때 파바로티는 제3막에서 총살당해 쓰러지면서 마치 낮잠이라도 자려는 듯이 자기 주위에 잔뜩 깔아놓은 베개들 위로 조심스럽게 몸을 눕혀 관객들의 폭소가 음악소리를 압도했다고 한다.
‘토스카’는 오는 5월13일까지 다운타운의 뮤직센터에서 공연된다. 마지막 공연에서는 멜로디 모어가 토스카로 나오고 한국계 바리톤 윤기훈이 스카르피아를 노래 부른다. 22일 공연의  LA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지휘는 상임지휘자 제임스 콘론이 맡았는데 훌륭한 연주였다. 마지막 공연 지휘는 LA 매스터코랄 감독 그랜트 거숀이 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