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5월 2일 화요일

악의 터치(Touch of Evil,1958)


미국인 형사 행크(왼쪽)와 멕시칸 형사 마이크가 폭사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부패와 어둡고 음산한 인간의 타락을 파헤친 심리 범죄영화


촬영과 음향, 편집과 스타일이 괴이할 정도로 혁신적인 어둡고 음산하고 뒤틀린 필름 느와르로 할리웃의 기인 오손 웰즈가 감독, 주연하고 각색(원작은 위트 매스터슨의 소설 ‘악의 배지’)했다. 영화사상 최고의 오프닝 신이라 찬양받고 있는 3분20초간 한 번의 컷도 없는 크레인 샷으로 시작된다.
미^멕시코 접경지대의 지저분한 유령마을 같은 로스 로블레스의 실력자의 차 트렁크 안에 장치한 폭탄이 터지면서 사건 현장에 나타난 미국인 형사 행크 퀸랜(웰즈)과 미국인 수전(재넷 리)과 막 결혼한 멕시칸 형사 마이크 바가스(찰턴 헤스턴이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나온다) 합동으로 수사에 나선다.
카메라가 차에서 내리는 행크를 괴상한 각도에서 클로스업으로 찍었는데 너저분한 수염에 두 턱이 축 늘어진 얼굴과 입술 가운데 문 시가 그리고 중절모와 외투를 걸친 엄청나게 비대한 몸에 지팡이를 짚은 모습이 마치 거대하고 추한 두꺼비 같다.
행크는 나이 먹고 부패한 카리스마가 있는 형사로 젊고 이상적인 마이크가 그를 도와 사건을 풀어나가면서 두 사람 간에 의지의 대결이 벌어진다. 한편 마이크가 수사에 몰두하는 동안 수전은 마을 마약밀매조직의 두목인 그랜디(아킴 타미로프)의 졸개들에 의해 납치되면서 마이크와 수전의 얘기가 교차 묘사된다.
마이크는 행크가 사건 해결을 위해선 증거를 조작한다는 것을 알고 행크의 오랜 단짝 형사 피트(조셉 칼레이아)의 양심에 호소 행크의 비리를 채취할 계획을 짠다.
부패와 인간의 타락을 괴상망측하게 시리 파헤친 심리 범죄영화로 카메라 각도와 그림자와 흑백명암 그리고 클로스업 등을 일사분란하게 구사해 찍은 표현주의 기법의 촬영이 어둡고 더럽고 타락하고 부패한 것들의 속성을 거의 아름다울 지경으로 승화시켜 놓았다.
빅 스크린으로 봐야한다. 행크를 동정하는 싸구려 술집 여주인으로 마를렌 디트릭과 함께 자자 가보가 캐미오로 나온다.
이 영화와 함께 역시 웰즈가 감독하고 주연하며 당시 그의 아내였던 리타 헤이워드가 공연한 ‘샹하이로부터 온 여자’(The Lady from Shanghai^1948)가 5월5일 하오 7시30분부터 이집션극장(6712 할리웃)에서 동시 상영된다.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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