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5월 19일 금요일

‘파리는 기다려도 돼’(Paris Can Wait)


앤(왼쪽)과 자크가 고급식당에서 포도주를 마시고 있다.

음식·로맨스… 중년 남녀 함께 여행중 꿈 같은 일탈


포장에 비해 내용물의 성분은 모자라지만 경치 하나 절경이요 포도주를 겸한 군침이 절로 도는 가지각색 프랑스 음식 때문에 시각과 미각을 마음껏 충족시킬 수 있는 약간 코미디기가 있는 드라마다. 
중년의 두 남녀가 이틀간 파리 중부를 여행을 함께 하면서 그림같이 아름다운 곳을 방문하고 고급호텔(한 침대에 드는 것은 아님)에 묵으면서 고급 식당에서 먹고 마시는 영화로 완전히 현실 탈피의 동화 같은 영화다. 
이 영화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아내 엘리노(81)의 극영화 데뷔작으로 엘리노가 제작하고 각본도 썼다. 엘리노는 남편이 만든 ‘지옥의 묵시록’의 현장을 따라다니며 만든 뛰어난 기록영화 ‘암흑의 심장: 영화 제작자의 여정’으로 잘 알려졌다. ‘파리는 기다려도 돼’는 엘리노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나 내용의 대부분은 허구다. 
 2015년 칸영화제. 이 영화제에 참석한 미국인 거물 제작자 마이클 락우드(알렉 볼드윈)와 그의 아름다운 아내 앤(다이앤 레인)은 칸에서의 일을 마치고 함께 개인비행기를 타고 파리로 갈 예정이나 앤이 최근 귀에 염증이 생겨 자기는 기차를 타고 가겠다고 말한다. 마이클은 일에 묻혀 사는 남자로 해외여행이 많지만 그와 앤의 관계는 별 탈은 없다. 
앤의 기차여행을 만류하는 남자는 마이클의 프랑스인 사업 파트너 자크(아노 비아르). 낡아빠진 푸조 컨버터블을 모는 재잘대는 자크가 자기가 차로 앤을 파리까지 데려다 주겠고 제의, 앤이 이 제의를 받아들이면서 둘의 그림책 속 여정 같은 드라이브가 이어진다. 
원래 7시간짜리 여정이 이틀이 걸리는데 그 이유는 자크가 “파리는 기다려도 된다”라면서 앤을 가는 길에 있는 아름다운 관광명소로  안내하기 때문. 그런데 자크라는 친구는 별 해는 없지만 전형적인 프랑스 남자로 자기 자랑과 자만에 빠진데다가 여자라면 무조건 한번 로맨스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람둥이다. 
아름답고 생기발랄한 앤이 남편과의 무덤덤한 생활에서 잠시 일탈해 자크와 잠깐의 로맨스를 꽃 피울지도 모른다는 스릴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 영화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그러나 앤도 여자이니만큼 자크의 자기에 대한 찬미를 안 즐기는 것은 아니다. 
가다가 먼저 들른 곳이 경치가 아름답기 짝이 없는 프로방스. 둘은 고급호텔에 묵은 뒤 고급식당에서 와인과 지방 특산물을 포함한 산해진미(클로즈-업으로 보여주는 음식이 보기 좋다)를 즐기는데 자크가 냅다 음식 자랑을 하면서 포도주 이름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그런데 자크는 돈이 없어 앤이 지불한다. 
다음 장소가 리용. 둘은 영화의 발생장소인 여기서 뤼미에르 인스튜티트를 방문하고 또 직물박물관과 노천시장을 둘러본다. 물론 고급식당에서 와인과 음식도 즐긴다. 자크는 이 여행 중 집요하게 앤에게 은근짜를 놓지만 앤은 이에 넘어가지 않는다(잠깐 넘어갈 것 같은 순간이 있긴 했지만). 앤이 파리에 도착해 호텔에 여장을 푸니 마이클이 “당신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라고 보채는 전화가 걸려온다. 
촬영이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아름답고 레인도 아름답다. 다만 레인이 늘 쾌적해 보이는 여자로 행동하는 것을 다소 지양하고 좀 도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을 위한 영화로 딴 세상 얘기처럼 비현실적이긴 하나 보고 즐길 만은 하다. PG. Sony Pictures Classics. 아크라이트와 랜드마크.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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