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이 나를 너무 잘 묘사해 깜짝 놀라”
브라이언 윌슨의 삶과 음악 다룬‘러브 & 머시’개봉
1960년대‘서핀 USA’‘굿 바이브레이션즈’‘슬룹 잔 B’‘우든 잇 비 나이스’‘헬프 미, 론다’ 및‘아이 겟 어라운드’ 등 수많은 히트 곡을 내면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캘리포니아 서프뮤직의 창조자들인 5인조 보컬 락그룹‘비치 보이즈’(Beach Boys)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72)과의 인터뷰가 3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인터뷰는 그의 삶을 다룬 영화‘러브 & 머시’(Love & Mercy-영화평 참조)의 개봉에 맞춰 있었는데 셔츠 차림의 윌슨은 인터뷰장에 들어오자마자 실내에 있는 피아노 앞에 앉아 짧은 즉흥연주를 한 뒤“할로”하고 인사를 했다. 거동이 다소 불편한 윌슨은 입안에서 중얼대는 소리로 질문에 아주 짤막한 대답을 했는데 한 쪽 귀가 안 들려 질문을 큰 소리로 해야 했다. 무표정했지만 시치미 뚝 떼고 웃기기도 했는데 가끔 가다 질문에 피아노를 치면서 대답했다. 인터뷰장 뒤에는 그의 두 번째 아내로 그의 음악적 활동에 큰 공헌을 한 멜린다가 남편을 지켜보며 앉아 있었다.
-어떻게 해서 음악을 사랑하는지 알게 됐는가.
“어렸을 때 할머니 집에서 ‘랩소디 인 블루’(거쉬인 곡)를 듣고 그 곡을 무척 사랑하게 되면서 부터다.”
-영화를 본 소감은.
“너무 잘 만들어 놀랐다. 각기 젊었을 때와 나이 먹었을 때의 나로 나온 폴 데이노와 존 큐색이 정말로 나를 잘 묘사했다.”
-음악가로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작곡이 안 될 때 그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는가.
“그냥 꾸준히 음악에 매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영화를 보고 가장 놀란 것은 무엇인가.
“멜린다와의 관계를 그린 부분이었다. 그런데 엘리자베스 뱅스가 내 아내 역을 참 잘 해냈다.”
-영화를 보면서 기뻤는가 아니면 슬펐는가.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꼈다.”
-어떤 점이 슬펐는가.
“존 큐색이 내 아내 역의 엘리자베스에게 보여준 민감한 감정 표시 때문이었다.”
-비치 보이즈와 또 다른 서프뮤직의 대표 보컬이었던 잰 앤 딘은 동시대에 활동했는데 두 그룹의 관계는 어땠는가.
“우리 멤버 중의 한 사람인 마이크 러브가 그들을 위해 작곡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뒤로 우리로부터 배웠다.” (윌슨은 이 때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부르면서 대답했다.)
-잰 앤 딘의 음악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주 흥미 있고 흥분되고 또 행복한 음악이다.”
-누가 당신에게 음악을 가르쳐 주었는가.
“나의 삼촌이 내가 12세 때 피아노 치는 법을 가르쳐 줬다. 그리고 나서 얼마 있다가 ‘서퍼 걸’을 작곡했다. 난 스스로 작곡을 배웠다.”
-작곡하기 전에 음악적 영감을 어떻게 얻는가.
“난 오른 쪽 귀가 안 들려 스튜디오에 들어가기 전 들리는 소리에 집중한다. 그러니까 머리로 음악을 듣고 앉아 연주하는 것이다.” (그는 이 때 다시 피아노를 쳤다.)
-음악이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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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복장을 한 비치 보이즈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오른쪽서 두 번째가 브라이언 윌슨. |
-음악이 없었다면 무엇을 했겠는가.
“메이저리그 야구선수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 한 때 풋볼 쿼터백이었다.”
-어떻게 해서 당신의 개인 얘기의 영화화를 허락했는가.
“영화를 통해 내가 겪은 삶의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당신의 아내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무척 많은 것을 뜻한다. 그녀는 17년 전에 내가 솔로로 활동하도록 만들어주었다. 그 뒤로 나는 지금까지 많은 순회공연을 아내와 함께 하고 있다.”
-아내에게 바친 노래라도 있는가.
“‘원 카인드 오브 러브’다.”
-영화 제목은 당신의 노래 제목인데 어떻게 해서 그런 제목을 생각했는가.
“어느 날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내 머리 속에 떠올랐다.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노래는 비치 보이즈 노래가 아닌 나 개인의 노래다.”
-작곡하기에 가장 쉬웠던 것과 어려웠던 것은 무엇인가.
“가장 쉬웠던 곡은 ‘409’이고 어려웠던 것은 ‘갓 온리 노우즈’다.”(그는 이 때 ‘갓 온리 노우즈’를 짤막하게 피아노로 쳤다.)
-가장 좋아하는 악기는 무엇인가.
“피아노와 베이스다. 난 혼과 바이얼린 같은 악기는 연주할 줄 모른다.”
-그렇다면 당신의 음악적 영감은 피아노로부터 오는가.
“그렇다.”
-가장 빨리 작곡한 곡은 무엇인가.
“‘서핀 사파리’다.”
-연주자로서 피아노는 언제부터 치기 시작했는가.
“24세 때부터다.”
-당신은 한동안 매우 어두운 삶을 살았는데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가.
“내 가슴과 피아노와 친구들에 의해서다. 내게 찾아와 ‘브라이언 너는 이겨낼 수 있어’라고 격려해 준 친구들이 많다.”
-그런 어두운 과거를 생각할 때 화나지 않는가.
“아니다.”
-요즘 어떤 음악을 듣는가.
“70년대와 80년대 음악을 듣는다.”
-가수 중 누구를 좋아하는가.
“폴 매카트니다.”
-낮에 무엇을 하는가.
“운동한다.”
-작곡과정에 대해 알려 달라.
“머릿속에서 음표들이 떠오르긴 하지만 직접 소리는 스튜디오에 들어가서야 듣는다. 그리고 곡을 제작할 때 비로소 스피커를 통해 소리를 듣게 된다.”
-작사도 직접 하는가.
“혼자도 하고 도움 받을 때도 있다.”
-당신은 서프뮤직을 만들고도 서핑을 할 줄 모르는 것으로 아는데.
“서핑을 못 배웠다. 늘 겁이 나서 그랬다. 그런데 비치 보이즈의 멤버이기도 한 내 동생 데니스가 내게 서핑이 굉장히 인기이니 그에 관한 음악을 지어보라고 해서 우리 둘이 같이 작곡했다.”
-폴 데이노와 존 큐색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냈는가.
“1주일 정도 함께 지냈는데 그 과정에서 둘은 내 매너리즘과 나의 다른 것들을 배웠다.”
-당신의 촤근 앨범 ‘노 피어 프레셔’는 어떻게 해서 나왔는가.
“내 자신의 영감에 의해서다. 비치 보이즈의 음악처럼 달콤한 멜로디가 많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4명의 게스트 싱어들이 노래 부른다.”
-당신은 지금 비치 보이즈의 오랜 멤버 중 하나인 알 자딘과 순회공연을 하는데 무대에 서는 기분이 어떤가.
“자딘은 훌륭한 가수다. 우린 오랜 역사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 무대에 다시 서니 참 좋다.”
-당신의 많은 자녀들로부터 무엇을 취하는가.
“나이가 먹어 모자라는 에너지다.”
-당신의 나이 먹은 딸들이 음악사업을 하는데 그들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는가.
“먼저 노래부터 할 줄 알아야 사업에 대해 가르쳐 주겠다.”
-당신의 아이들과 음악계에 발을 들여놓고자 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해 줄 충고는.
“드럭을 하지 말라는 것과 자연스럽게 작곡하라는 것이다.”
-이 영화는 사랑의 영화이기도 한데 당신은 사랑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그 것은 아주 자연스런 것이다. (피아노를 치며)사랑은 ‘랩소디 인 블루’요 음악이다.
-당신은 음악이 가슴으로부터 온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그 것은 먼저 느낀 다음에 듣게 된다.”
-밴드와 솔로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솔로보다 밴드가 나은 점은 무대에서 연주한다는 것이다.”
-요가나 명상을 하는가.
“선험적 명상을 했지만 이젠 더 이상 못하겠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
“TV 보고 공원에 가서 걷고 피아노를 친다.”
-비치 보이즈 때와 지금 하는 순회공연의 차이라도 있는가.
“지금이 더 재미있고 신난다. 그 때와 달리 지금은 진짜로 나의 밴드라는 느낌이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과 저녁에 자기 전 제일 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일어나면 먼저 ‘또 다른 날을 주셔서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녁에는 ’바라건대 또 다른 날을 주소서’하고 기도한다.
-첫 눈에 반한다는 것을 믿는가.
“믿는다.”
-마이클 잭슨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분이 어땠는가.
“매우 우울해 피아노에 가서 ‘갓 온리 노우즈’를 작곡했다.”
-당신의 앨범 ‘펫 사운즈’는 음반사상 가장 훌륭한 것 중의 하나로 꼽히는데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보는가.
“하모니다. 비틀즈의 ‘사전트 페퍼’는 우리 음반을 아주 가깝게 따라 온 것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