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을 탄 수전(멜리사 맥카시)이 적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 |
현존하는 스크린의 최고의 여자 코미디언 뚱보 멜리사 맥카시가 치고 박고 뛰고 달리고 욕질을 해대면서 화면을 주름 잡는 흥미진진한 스파이 액션 코미디로 액션과 코미디가 아주 잘 뒤범벅이 돼 폭소를 터뜨리면서 흥분감에 빠지게 만든다.
맥카시가 멋진 조연진들의 후광을 받으면서 완전히 영화를 말아먹다시피 하는데 기차게 우습고 활기 넘치는 연기를 한다. 내뱉는 것 같은 짧은 F자 투성이의 욕설과 농담을 비롯한 대사와 역동적인 행동이 어디 하나 못 쓸데가 없다.
맥카시를 스타로 만들어준 ‘브라이즈메이즈’와 ‘히트’를 감독한 폴 휘그(각본 겸)가 맥카시와 세 번째로 손잡고 만든 영화로 둘은 여자들이 주인공인 ‘고스트버스터즈’를 함께 리메이크할 예정이다. ‘스파이’는 일종의 남성 스파이 액션영화의 우스개 액션 여성 판이라고 하겠는데 맥카시는 ‘왜 그런 영화가 남자의 전유물이냐’고 대들 듯이 여성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여자가 주연하는 액션 코미디의 귀감이 될 만한 작품으로 빅 히트가 예상되는데 상소리가 심하고 때로 액션이 과하게 폭력적인데도 거부감이 가지 않고 귀엽기만 하다. 기차게 재미있고 신나는 영화로 많은 조연진의 제 각각의 모습과 언행이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영화는 처음에 제임스 본드 스타일의 멋쟁이 CIA 첩보원 브래들리 화인(주드 로)이 불가리아에서 핵폭탄을 가동시킬 수 있는 장치를 찾기 위해 여러 명의 적들과 격투를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브래들리의 대담무쌍한 액션은 CIA 본부에서 인공위성을 통해 적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고 있는 내근 여직원 수전 쿠퍼(맥카시)가 정보를 브래들리의 귀에 꽂은 리시버를 통해 알려 주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보는 것이다. 그런데 수전은 자기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브래들리를 짝사랑하고 있다.
브래들리가 핵무기 딜러인 독하게 예쁘게 생긴 레이나(로즈 번)에 의해 제거되고 레이나가 “나는 전 세계에 있는 CIA 요원의 신원을 알고 있다”고 공표하면서 수전의 상관(앨리슨 제니)은 레이나가 신원을 모르는 수전을 현장에 파견키로 결정한다. 좋아서 죽겠다는 수전은 사실 내근직 이전에 일선 현장요원으로서 훈련을 받았다. 수전의 일선 파견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런 요원으로 으스대는 리처드 포드(제이슨 스테이덤이 실수 연발의 스파이 연기를 포복절도 하게시리 해낸다).
수전은 절대로 현장에 뛰어들지 말고 옷가방 크기의 핵폭탄 가동장치를 소유한 레이나의 행적을 추적해 보고만 하라는 지시를 받고 먼저 파리로 간다. 파리에 이어 로마와 부다페스트를 돌아다니면서 상관의 지시를 무시한 수전의 천방지축식 액션이 일어나는데 이런 과정에서 수전을 동행하는 사람이 뚱보여자를 좋아한다는 이탈리아의 플레이보이 첩보원 알도(피터 세라피노위즈). 그리고 수전은 레이나뿐만 아니라 역시 핵폭탄을 노리는 기름이 반질반질 흐르는 세르지오 데 루카(바비 카나발리)도 상대해야 하느라 바쁘다 바빠.
액션장면 중에서 가장 위험하고 재빠르고 또 박력 있는 것은 주방에서 벌어지는 식칼을 휘두르는 수퍼모델 암살자 대 수전의 격투. 매카시의 육체적 코미디의 절경인데 그가 알루미늄으로 만든 주방기구를 머리에 쓰고 암살자의 칼날을 막는 모습이 가관이다. 진짜 잘 한다. R Fox.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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