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6월 1일 월요일

할리웃‘여성영화 전성시대’열리나


‘피치 퍼픽 2’는 15일 개봉 첫 주말 6,900만달러를 벌었다.


남성위주의 할리웃이 계속해 젊은 남자 관객들을 위한 만화 속 수퍼히로들이 판을 치는 액션영화를 양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여성 팬들을 겨냥한 영화들이 빅히트를 하면서 할리웃이 여성용 영화제작 방향으로 키를 움직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LA타임스가 보도했다.
최근 ‘여성파워’의 위력을 과시한 영화가 안나 켄드릭과 레벨 윌슨 등 여러 명의 여자 배우들이 주연한 ‘피치 퍼픽 2’. 노래와 춤이 있는 대학교 아카펠라 합창단원들의 코미디인 이 영화는 15일에 개봉, 주말 3일간에 무려 6,92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냈다. 이 영화는 감독도 배우이기도 한 여류 엘리자베스 뱅스인데 뱅스는 여성 감독 데뷔작으로 할리웃 사상 최고의 주말 3일간의 수입을 올린 기록을 냈다.
‘피치 퍼픽 2’의 수입은 같은 주말 흥행 2위를 한 ‘매드 맥스: 분노의 길’이 낸 4,540만달러를 훨씬 앞지르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매드 맥스’의 주인공은 매드 맥스라기보다 샬리즈 테론이 맡은 여전사 퓨리오사라고 할 수 있다. 테론은 매드 맥스 역의 탐 하디 못지않게 액션을 과시하고 있어 이 영화는 남성위주의 액션영화라는 틀 속에 ‘여성파워’를 강조한 영화라고 하겠다.
올 들어 여성영화로서 성공한 것은 이들 외에도 ‘신데렐라’와 ‘그레이의 50가지의 색조’가 있는데 이들은 올 들어 현재까지 흥행수입 3위와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경우에 여성영화로서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앤젤리나 졸리가 나온 ‘말리피슨트’와 10대용 최루영화 ‘폴트 인 아우어 스타즈'. ‘폴트 인 아우어 스타즈’는 같은 주말에 개봉된 탐 크루즈 주연의 ‘에지 오브 투모로’의 흥행수입을 앞지르고 4,82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곧 개봉될 여배우 주연의 여성용 영화로 빅 히트가 예상되고 있는 것이 멜리사 맥카시가 첩보원으로 나오는 액션 코미디 ‘스파이’(6월6일 개봉). 이 영화는 역시 맥카시가 주연해 빅 히트한 ‘신부 들러리들’과 ‘히트’를 감독한 폴 휘그가 연출했는데 같은 주말에 개봉될 남성영화 ‘앙투라지’의 흥행을 능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런데 휘그 감독은 지금 남자들 대신 맥카시 등 여배우들이 나오는 ‘고스트버스터즈’ 리메이크를 연출 중이다.
이어 7월1일에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나오는 남성영화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에 맞서 개봉되는 여성용 영화 ‘매직 마이크 XXL’과 7월17일에 만화가 원전인 남성영화 ‘앤트맨’에 맞서 개봉될 여자 코미디언 에이미 슈머가 나오는 ‘트레인렉’도 빅 히트가 예상되고 있다.
스튜디오들은 사실 총 관객의 절반을 구성하는 여성파워를 이미 감지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 액션위주의 블락버스터 영화에 여자들을 과거보다 많이 등장시키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예다. 현재까지 빅 히트를 하고 있는 ‘어벤저스: 얼트론의 시대’에서 스칼렛 조핸슨이 맡은 블랙 위도 역을 보다 폭 넓게 다루고 있고 조핸슨 외에 스칼렛 위치 역으로 또 다른 여배우 엘리자베스 올슨을 기용한 것이 그같은 경우라고 타임스는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여성영화의 장르를 로맨틱 코미디나 로맨틱 드라마에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액션영화를 비롯한 모든 장르로 확대시켜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들은 ‘피치 퍼픽 2’에 이어 올 여름에 나올 여성영화들이 빅히트가 예상되면서 2015년도 총 흥행수입이 할리웃 사상 초유의 11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인기 여배우들이 나온 여성영화라고 해서 모두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8일에 개봉된 리스 위더스푼과 소피아 베르가라가 나온 버디 코미디 ‘뜨거운 추격’은 개봉 첫 주말 1,330만달러를 번데 이어 두 번째 주말에는 관객이 59%나 감소했다. 이 영화는 여류 앤 플레처가 감독했으나 여성 팬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할리웃은 아직도 남성위주의 세상이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에 흥행 탑들을 기록한 영화의 주인공들 중 여배우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달랑 12%에 지나지 않는데 이것은 2013년에 비해 3%가 줄어든 수치다. 그리고 지난해에 할리웃의 6대 스튜디오들이 배급한 영화들 중 여자 감독이 만든 것은 불과 4.6%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미 민권자유 유니언은 최근 이 같은 고용 불균형을 수사해 달라고 당국에 의뢰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