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6월 8일 월요일

‘스파이’ 멜리사 맥카시




“난 평소 욕 안해… 엄마와 딸들이 볼까 걱정”


 여자는 직감·독심술 뛰어나 남자보다 스파이에 더 적격
‘친절하면 만사형통’이 가훈… 가족의 행복이 내 건강비결


코미디 액션영화‘스파이’(Spy-영화평 참조)에서 내근을 하다가 현장에 파견돼 맹활약을 하는 CIA 요원으로 나온 멜리사 맥카시(44)와의 인터뷰가 지난 1월23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토실토실 살이 찐 맥카시는 영화보다는 덜 비만해 보였는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앳된 음성으로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이 얌전을 빼는 귀여운 소녀 같았다. 가끔 가다 제스처를 구사하면서 우스갯소리를 하긴 했지만 영화와 달리 매우 신중하고 진지했는데 두 손을 앞에 단정히 모아 잡고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부엌에서 식칼을 든 여자 자객과 싸우는 액션이 정말 눈알이 돌아갈 지경인데 당신이 직접 액션을 했는가.
“물론이다. 그 장면은 촬영 첫 날에 찍었다. 난 ‘그래 좋아 한 번 해보자구’ 하는 마음으로 나섰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물론 스턴트 대역이 있었지만 난 제작진이 허락하는 안에서 가능한 한 많은 스턴트를 했다. 실수가 다소 있다 해도 괜찮았다. 그러나 난 빵하고 싸워 보긴 이번이 처음이다.”

-당신은 훌륭한 스파이가 될 자격이 있다고 보는가.
“아니다. 엉망일 것이다. 난 용감한 사람이 못 된다. 나보다 영리하고 용감한 사람들이 스파이 노릇 하고 있는 것에 감사한다. 난 앞에서 신호등이 깜빡이기만 해도 무슨 위험한 일이 일어난 줄 알고 차를 갓길에 세우는 사람이다.”

-폴 휘그 감독은 여자가 남자보다 더 훌륭한 스파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맞다고 본다. 난 영화를 위해 신분을 위장하고 스파이 노릇을 했던 여자와 일했는데 그녀는 내게 여자가 남자보다 더 직감적이요 남의 감정을 잘 읽을 줄 알아 스파이 노릇하기에 아주 적절하다고 알려 줬다. 여자가 남자보다 상대방의 에너지의 변화나 심경의 변화를 더 잘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은 요즘 인기가 높아 많은 영화 출연 제의가 있을 텐데 어떻게 출연작을 선정하는가.
“난 TV에도 나와 영화 출연의 기회가 많지는 않다. 다행히 요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역을 마음대로 고를 수가 있다. 인물의 성격이 얼마나 잘 개발되었는지에 따라 역을 고른다. 글을 읽고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여자라면 서슴없이 택한다. 터무니없는 상황에 처한 사실적인 인물을 좋아한다.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이 좋다. 그리고 폴 휘그와라면 무슨 역이라도 맡을 것이다. 그는 정말로 창조적이요 멋진 사람으로 나는 그와 일하기를 좋아한다.” 

-당신은 가톨릭학교를 다닌 줄 아는데 거기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
“12년간 다녔다. 요즘도 내가 상소리를 할 때면 뒤에 수녀가 따라 오지 않나 하고 돌아본다. 한 가지 철저히 배운 것은 남이 말하고 있는데 그들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지 말라는 것이다. 학생 때 그랬다가 수녀한테 혼이 났다. 그래서 난 지금도 이 교훈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 학교뿐 아니라 나의 부모도 남에게 친절하고 또 남을 존경하라고 가르쳐 줬다.”       

-이 영화에 나오면서 제임스 본드 영화의 액션을 흉내 내기라도 했는가.
“아니다. 그러나 난 아주 훌륭한 여자 트레이너와 일했다. 그녀로부터 무술훈련을 받은 다음 자신이 생겨서 진짜로 덤벼들라고 말 했다가 혼이 나 원위치 하자고 사정했다. 공격하는 적을 막는데 먼저 중요한 것은 정신상태라는 것을 배웠다.”

-본드 영화의 팬인가.
“그렇다. 난 스파이 영화를 좋아한다. 본드 영화를 다 좋아하고 또 스릴러를 좋아한다. 싸우고 차 추격이 있는 재미있는 액션영화를 좋아한다.” 

-두 딸(8세와 5세)을 어떻게 교육시키는가.
“모든 것에 대해 마음을 개방하도록 가르친다. 우린 대화를 많이 나눈다. 아이들 질문에 가능한 대로 솔직히 대답해 주고 모르면 모른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도구와 정보를 준다면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의 길을 찾아가리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어디로 갈지를 미리 정해주고 싶지는 않다. 두 딸은 루테런 학교에 다니는데 어느 날 아이들이 내게 불교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면 나는 아이들과 함께 그것에 대해 공부를 할 것이다.”

-남편도 같은 생각인가.
스파이 수전(왼쪽)이 식칼을 든 자객과 일전을 벌일 채비 중이다.
“우리 집의 황금률은 친절하면 만사형통한다는 것이다. 남편과 나는 이것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찾는 구체적인 것을 찾아보도록 가르친다.”

-영화에서 왜 그렇게 CIA 스파이로 나온 멋쟁이 주드 로에게 맥을 못 추는가.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그를 만났는데 이틀 간은 그를 보기만 해도 얼굴이 붉어졌다. 내 분장사가 ‘정신 차려요’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는 정말로 총명하고 멋있는 사람이다. 미남이기도 하지만 그의 인간성이 더 아름답다.”

-만약 당신이 스파이라면 어떤 이름을 원하는가.
“내 어머니 이름인 샌디라고 하겠다.”

-아이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구글을 들여다본 적이 언제인가.
“마틴 루터 킹 데이에 그의 연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다. 훌륭한 경험이었다.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쳐주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는가.
“이것저것 다 해보고 있다. 집에서 두 아이 쫓아다니는 것이 큰 운동이다. 난 잠을 별로 많이 필요로 하지 않고 피곤도 잘 느끼질 않는다. 그저 남이 하는 것과 같은 활동을 한다. 먹는 것에 대해서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내 건강의 비결은 나를 웃겨주는 남편과 훌륭한 아이들이다. 행복하면 건강하다.”

-현실에서의 스파이 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것의 사실을 안다면 굉장히 두려울 것이다. 그러면서도 호기심이 간다. 우리 모두가 다 마찬가지로 그것에 대해 호기심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스파이에 관한 영화와 TV와 책이 나온다고 본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우주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스파이를 만난 적이 있는가.
“이 영화 때문에 전직 FBI 여자 요원으로 관광객으로 위장을 하고 전 세계를 돌면서 스파이 노릇을 했던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 만난 느낌이 어땠는가.
“고독한 삶을 사는 것 같았다. 개체로서 자신의 실제 세상과 또 스파이로서의 다른 세상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는 부다페스트에서 찍었는데 그 곳에 대한 소감이 어떤가.
“너무 좋아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다. 첫 방문으로 사람들은 친절하고 도시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다뉴브 강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당신은 골든골로브 시상식 때 수상자 발표를 했는데 그에 대한 소감은.
“프린스를 본 것이 큰 수확이었다. 긴 드레스에 하이힐을 신어 무대로 올라갈 때 넘어지지 않으려고 신경 깨나 썼다. 무대로 나가기 전 프린스를 보고 너무 놀라 ‘요 프린스!’하고 소리를 질렀더니 그는 깔깔대고 웃었다. 당황해서 혼났다.”

-당신은 영화에서 온갖 희한한 무기와 물건을 소유하는데 실생활서 아끼는 물건은 무엇인가.
“I-패드다. 여행을 하면서 그 것으로 영화도 보고 편지도 보내고 사진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난 망치나 드릴 같은 도구들을 좋아한다. 난 그런 것들을 써 가구도 직접 만들어 보려고 한다. 

-영화에서 F자 상소리를 수 없이 많이 내뱉는데 느낌이 어떤가.
“늘 어머니와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한다. 진짜로는 그렇게 욕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어머니와 함께 길을 가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내게 다가와 ‘난 당신이 더러운 입을 가져 좋다’고 말했을 때 너무 당황해 ‘아니, 난 진짜로 그렇지 않고 그것은 배역일 뿐’이라고 변명을 했다. 따라서 실제와 정반대의 사람 노릇을 한다는 것은 재미도 있다. 아직 아이들이 이 영화를 못 보게 하고는 있지만 10년 지나면 볼 테니 걱정이다. 감독을 탓하는 수밖에 없다.”  

-폴 휘그와 여자들이 주연하는 ‘고스트버스터즈’ 리메이크를 만드는데 원작 영화 본 소감이 어땠는가.
“너무 재미있고 우스워 같은 극장에서 두 번이나 봤다. 딸들에게도 보여주려고 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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