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 오디션서 덜컥 여주인공… 마법 걸린 듯”
화 났을 때 날 웃게 만드는 사람이 나의 멋진 왕자
댄스는 유튜브 보며 연습… 무도회에 가본 적 없어
지난 13일 개봉, 주말 사흘간 7,000만여달러의 수입을 올리면서 흥행순위 1위를 차지한 화려하고 환상적인‘신데렐라’에서 신데렐라 역을 한 영국의 신성 릴리 제임스(25)와의 인터뷰가 최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긴 금발의 소녀 같은 모습의 제임스는 PBS가 방영하는 영국의 인기 드라마 시리즈‘다운턴 애비’에 나오는데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와의 공식 인터뷰가 처음이어서인지 인터뷰 내내 손가락을 깨물고 얼굴에 홍조를 띠면서 수줍어했다. 그러나 매우 명랑했는데 액센트가 있는 약간 굵은 음성으로 솔직하고 편안하게 답변을 하면서 다소 흥분한 듯이 우리들에게“정말 고마워요”라고 인사를 했다. 신데렐라처럼 고운 색싯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디션 과정과 함께 세트에 섰을 때의 소감은 어땠는가.
“원래 나는 신데렐라의 계모의 두 딸 중 하나인 아나스타시아 역의 오디션에 참가했는데 그 때 ‘다운턴 애비’에 나올 때여서 금발이었다. 이런 나를 본 감독이 금발이니 이왕이면 엘라(신데렐라의 본명) 역 대사를 읽어 보라고 해서 달랑 15분만 연습하고 대사를 읽었다. 그 뒤로 3개월간에 걸친 스크린 테스트를 받았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서야 신데렐라 역을 땄다는 통보를 받았다. 처음부터 믿을 수 없는 마법과 같은 경험으로 내가 진짜로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곤 역을 제대로 해낼 수가 있을까 하고 겁에 질리고 또 압박감에 시달렸다.”
-당신은 용감하고 우스운가.
“그러길 바란다. 힘과 용기와 친절을 지닌 엘라 역을 하면서 그처럼 되고자 했다. 그런 것들은 아주 단순한 메시지이면서 아울러 심오한 것들이다.”
-당신과 패션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신데렐라 역을 맡고 나서 완전히 달라졌다. 난 원래 오렌지색과 밝은 색을 좋아하는데 내 의 의상 담당자가 기자회견을 위한 여러 벌의 엷은 색깔의 드레스를 만들어줘 입은 뒤로 내 자신이 변하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자신감을 느끼게 되더라. 그러나 난 평소엔 찢어진 진 바지에 티셔츠를 입는다.”
-신데렐라는 못된 계모와 그의 두 딸에게도 친절하게 대하는데 당신도 이들처럼 못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으며 또 질투의 대상이 된 적이 있는가.
“질투를 받아 본 적이 있다. 특히 이 직업에선 그런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럴 때마다 옆으로 치워 놓으려고 하나 쉬운 일이 아니다. 질투를 무시하려면 두꺼운 피부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배우란 엷은 피부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그러자면 삶의 태도를 변질시켜야 한다는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못되고 민한 사람들에게는 신데렐라처럼 용기와 친절로 대처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동화 속의 왕자들은 대부분 약간 멍청한 사람들이기가 십상인데 당신의 왕자는 어땠는가.
“난 멍청한 왕자를 원치 않는다. 난 우습고 영리한 왕자가 좋다. 내가 이 영화를 자랑스럽게 느끼는 이유도 왕자와 내가 다 깊이와 개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왕자고 그의 애인이고 간에 난 멍청한 사람은 싫다.”
-젊은 여인들은 다 나름대로 멋진 왕자에 대한 개념이 있는데 당신의 멋진 왕자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화가 잔뜩 났을 때 날 웃게 만드는 유머감각이 있는 남자다. 난 어떤 특정 타입의 남자를 생각하고 있진 않지만 자기에게 편안함을 느끼는 자신 있는 사람이 좋다.”
-신데렐라를 하면서 무엇을 배웠나.
“역을 맡은 뒤로 공주들이 나오는 만화영화들을 모조리 봤는데 그 중에서 ‘미녀와 야수’와 ‘인어공주’가 특히 좋았다. 두 영화의 여주인공들은 다 무언가를 찾고 보다 넓은 세상을 구경하고자 하는 독립적인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로부터 자유혼과 삶에 있어 무언가를 바라고 동경하는 것을 배웠다.”
“미국인인 내 할머니다. 그는 아름답고 멋있고 강하다.”
-무도회 춤에 능하며 집에 영화의 유리 구두를 만든 스바로브스키 제품을 가지고 있는가.
“댄스는 유튜브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배웠지만 난 무도회에 가본 적은 없다. 영화의 춤은 안무가가 준비한 대로 철저히 따라 한 것이다. 스바로브스키 제품은 영화의 분장 팀이 준 유리나비가 있는데 침실에 고이 모셔 놓고 있다.”
-신데렐라는 용기 있는 여자이긴 하나 아직도 멋진 왕자가 나타나 자기를 처참한 환경에서 구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태도가 다소 수동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맞다. 그러나 우리가 영화에서 보여준 신데렐라는 그런 여자가 아니다. 신데렐라는 단 한 번도 왕자와 결혼할 것을 꿈꾸지 않았다. 센데렐라는 삶을 실제로 다루면서 아버지에게 약속한 대로 고난 속에서도 자기 집을 지킨다. 그는 그런 삶에서 기쁨을 찾고 있다. 신데렐라는 끝에 왕자가 나타나지 않았어도 괜찮았을 여자다. 그러나 이 건 동화이니 만큼 왕자가 나타나야 한다. 그리고 둘이 사랑에 빠진 것이지 반드시 왕자가 신데렐라를 구해줬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로맨스란 마법적인 것 아닌가. 그런데 난 불치의 로맨틱한 사람이다.”
-여기서 신데렐라는 별명인데 당신도 별명이 있는가.
“없다. 단지 사람들이 릴리라는 이름을 이리 저리 바꿔 부르면서 놀리는 적은 있다.”
-신데렐라는 양심대로 살면서도 제대로 보답을 못 받는데 그래도 그럴 필요가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보상과 행복의 길로 다다르지 못할지라도 용기와 친절은 필요한 것이다. 그것으로부터 얻는 행복감은 내면에서부터 나오는 것이다. 영화를 찍을 때 켄(감독 케네스 브라나)이 내게 명상에 관한 책을 줘서 요가를 많이 했다. 그리고 내적 힘은 당신에게 보상의 기쁨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켄은 내게 삶의 아주 작은 것에라도 용기를 가지고 친절을 적용하라고 일러 줬다. 그러면 하루가 보다 나은 삶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의 삶의 변화에 큰 영향을 준 것이 무엇인가.
“자라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이다 난 아버지를 18세 때 잃었다.”
-가장 좋아하는 러브스토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다.”
-어떤 남자를 좋아하는가.
“유머와 함께 날 뇌쇄시킬 수 있는 눈동자를 지닌 남자다.”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받은 교훈이 무엇인가.
“아버지가 가르쳐 준 관대하라는 것이다. 난 그 말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다.”
-당신 이름을 지닌 백합을 좋아하는가.
“원래 내 세례명은 클로에였는데 아버지가 내가 두 살 때 릴리로 바꿨다. 난 내 이름과 함께 향기가 좋은 백합을 좋아하나 그것이 장례식 꽃이란 점이 슬프다.”
-지금 무슨 작품에 나오고 있는가.
“BBC-TV의 6부작 시리즈 ‘전쟁과 평화’다. 오는 6월까지 찍는다. 대하서사 극으로 나는 나타샤 역을 맡았고 폴 데이노가 피에르로 나온다. 대단한 경험이지만 겁이 난다. 그리고 짐 브로드벤트와 제임스 노턴 및 질리안 앤더슨 등 초호화 캐스트다. 옛날 영화에서 내가 사랑하는 오드리 헵번이 내 역을 맡았는데 그 걸 보려고 해도 한 번 보면 그의 인상이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아 안 보기로 했다.”
-일 안할 땐 어떻게 지내는가.
“친구와 함께 맥주 집에 간다. 그리고 나는 거의 집착할 정도로 사랑하는 애완용 고양이 코코가 있다. 코코는 내가 집을 자주 비워 신경이 곤두 서 있다. 그래서 집에 있을 땐 코코를 극진히 돌봐준다.”
-다음 영화는 무엇인가.
“샘 라일리가 다시로 나오는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들’이다. 난 여기서 좀비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는 액션 영웅으로 나온다.
-영국 사람이니까 축구 팬일 텐테 어느 팀 팬인가.
“첼시다.”
-어떤 배우로 나아가고 싶은가.
“연극과 영화를 동시에 하는 배우다.”
-부와 명성에 관해 또래의 젊은이들에게 해줄 말은.
“그것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간혹 사람들은 그것에 눈이 멀어 샛길로 나가는 수가 있다. 그리고 사람과 환경과 열광을 끌어안으라고 말해 주고 싶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