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퍼 부인과 가이(리처드 기어)가 로맨스 무드에 젖어 있다. |
이국적 풍광 속 결말 뻔한 ‘실버 로맨스’
2011년에 나와 히트한 은퇴한 영국 남녀 노인들의 인도 자이푸르에서의 삶과 티격대격과 로맨스를 그린 코미디 드라마의 속편인데 나태하고 당분이 너무 많은 소프 오페라다. 전편에 나온 영국의 연기파들이 다시 나오는데 이번에는 국제적으로 돈을 벌 목적으로 미국 배우 리처드 기어를 영국 노인들 사이에 편입시켰다.
‘물 떠난 물고기’ 얘기인 전편은 감상적이요 플롯도 크게 놀랄 것 없었지만 그런대로 재미있었는데 속편은 같은 인물들 모아놓고 아이디어가 달려 옛 애기를 반복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렇게 얘기가 궁하다 보니 공연히 노인네들의 사랑의 줄다리기를 억지로 엮어 뻔한 결말에 장애물을 놓아 서술이 덜컹거린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내로라하는 고참 배우들과 자이푸르의 풍족과 가난이 범벅을 이룬 이국적이요 다양한 풍경을 보고 즐길 만은 하지만 영화 너무 사탕발림 식인데다가 모든 것이 다 말끔하고 행복하게 마무리 지어지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처리 때문에 노인용 동화를 보는 것 같다.
전편에서 구닥다리 호텔을 개수해 거주를 겸한 호텔로 만들어 크게 성공한 매리골드 호텔에는 전편에서 남은 여섯 명의 영국인 노인 거주자들이 그대로 살고 있다. 주인은 아름다운 미망인 어머니 쿠퍼 부인(릴리엣 더비)과 함께 호텔을 운영하는 활기찬 청년 소니(데브 파텔이 호들갑을 떤다). 소니가 호텔 직원으로 고용한 영국인 할머니는 산성 혀를 지닌 뮤리엘 도넬리(매기 스미스).
파텔은 호텔을 프랜차이즈로 만들려고 샌디에고에 와서 투자회사 사장 타이 벌리(데이빗 스트레테언)에게 융자를 요구한다. 자이푸르로 돌아온 소니는 벌리가 보낼 신분을 숨긴 호텔 평가자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이 때 달랑 가방 하나를 들고 나타난 남자가 미국인 가이 체임버스(리처드 기어). 그와 같은 시간에 영국인 여자 라비니아 비치(탐신 그레이그)가 어머니를 위해 호텔을 둘러보러 왔다며 투숙한다.
한편 소니는 호텔 확장에 온 신경을 집중하면서 결혼식을 앞둔 약혼녀 수나이나(티나 데사이)를 소홀히 하면서도 수나이나가 자기 오빠의 번지르르한 친구 쿠샬(샤자드 라티프)과 시간을 보내자 질투를 부린다.
노인들이라고 연애 못하라는 법 있느냐는 듯이 두 쌍의 노인들의 애정문제가 서브플롯으로 나선다. 전편에서 서로에게 호감을 표시한 이블린(주디 덴치)과 더글러스(빌 나이)는 공연히 아직도 사랑의 줄다리기를 하고 부부인 노만(로널드 피컵)과 캐롤(다이애나 하드캐슬)은 서로 사랑하면서도 바람을 피워댄다. 그리고 노인 섹스덩어리인 매지(셀리아 임리)는 두 명의 동네 부자로부터 구애를 받는다.
여기에 가이가 쿠퍼 부인과 로맨스를 엮으면서 노인들의 사랑에 반주를 넣는데 둘의 로맨스는 아주 어색하고 기어도 내가 왜 이 영화에 나왔지 하며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이다. 끝은 요란하고 화려한 춤이 있는 소니의 결혼식으로 장식된다. 뒤는 빈민촌인데 겉만 다색으로 페인트칠한 건물과도 같은 영화다. 존 매든 감독. PG. Fox Searchlight. 일부 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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