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9년 7월 18일 목요일

‘미 제국의 몰락’(The Fall of the American Empire)


피에르-폴(왼쪽)이 자기 애인 아스파시와 훔친 돈의 처리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박사 배달기사와 창녀 “굴러온 돈 어떻게 쓰지”… 자본주의에 대한 냉소와 비판


제목은 미국이지만 영화의 내용은 몬트리올에서 일어나는 얘기로 자본주의의 병폐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프랑스계 캐나다인 감독인 드니 아르캉(각본 겸)의 위트와 비웃음과 사회주의적 이념이 담긴 멜로드라마요 필름 느와르이자 코미디다. 온순한 영화가 가끔 과도한 폭력을 휘두른다. 
다소 믿기 힘든 동화 같은 얘기로 끝이 할리우드 영화 식이지만 아기자기한 내용과 좋은 연기가 있는 다양한 장르를 뒤섞은 재미있는 작품이다. 돈 없는 서민들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소원 성취와도 같은 작품으로 현대판 우화라고 하겠다. 
안경을 쓴 샌님 형의 철학박사 학위를 지닌 피에르-폴 다우스(알렉상드르 랑드리)는 배달차 운전사. 그는 말끝마다 철학가 이름을 들먹이면서(첫 장면에서 자기와 헤어지려는 애인 앞에서도 철학을 운운한다) 트럼프를 비롯한 잘난(?) 사람들과 세상만사를 비웃지만 인자해 거지에게 돈을 주고 빈민급식소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피에르-폴이 어느 날 배달을 갔다가 갱의 돈을 보관한 건물에서 일어난 강도총격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사건관계자들은 다 죽고 거액의 현찰이 든 두 개의 더플백이 건물 앞에 놓였다. 이를 들어 자기 차에 싣는 피에르-폴. 
이어 등장하는 인물이 고급창녀 아스파시(마리피에르 모랑). 피에르-폴이 이 여자를 자기 아파트로 부른 이유는 섹스 때문이라기보다 여자의 광고문구가 라신느의 말을 인용했기 때문. 둘은 서로 마음이 통해 곧바로 공범이요 애인이 된다. 거액의 현찰을 처리할 방안에 고민하던 둘은 막 교도소에서 나온 투자전문가 실뱅(레미 지라르)을 찾아가 ‘투자’상담을 한다. 한편 두 명의 형사가 피에르-폴을 뒤쫓는데 이들은 그가 돈을 가졌다고 확신하지만 물증이 없어 어쩌질 못한다. 
실뱅은 피에르-폴의 현찰을 국내에서 소화할 수가 없음을 알고 해외로 빼내 돈세탁을 하기로 한다. 그래서 찾아간 사람이 이 부문의 전문가 윌브로 타쉐로(피에르 쿠르지). 윌브로는 아스파시의 전 고객이다. 윌브로가 컴퓨터 두 대를 자기 앞에 놓고 전 세계를 무대로 돈을 세탁하는 장면이 근엄하게 보이나 아주 우습다. 
빈부차이와 돈 많은 탈세자들의 돈 세탁 그리고 갈수록 약화하는 사회 안전망 및 경찰과 정치가들의 무능과 부패를 시큼한 맛이 나게 비판하고 조소한 영화로 재미가 솔솔 난다. 연기들도 좋은데 특히 지라르와 쿠르지 그 중에서도 말쑥하니 정장한 쿠르지의 연기가 일품이다. R. 프랑스어 대사에 영어자막.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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