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9년 7월 18일 목요일

‘스코틀랜드여왕 메리’의 시어샤 로난


“동작·생각·액센트까지 메리와 한몸 되려 노력”


‘스코틀랜드여왕 메리’(Mary Queen of Scots)에서 영국의 통치권을 놓고 겨루다 라이벌인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1세(마고 로비 분)에 의해 처형당한 스코틀랜드여왕 메리로 나온 시어샤 로난(24)과의 인터뷰가 할리우드의 런던호텔에서 있었다.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를 지닌 로난은 아직도 귀여운 소녀 모습이었는데 질문에 액센트가 있는 콧소리로 야무지도록 똘똘하게 대답했다. 아역배우 출신인 로난은 뉴욕의 브롱스에서 태어났으나 부모와 함께 세 살 때 아일랜드로 이주해 현재 더블린에서 살고 있다. 로난은 ‘레이디 버드’를 비롯해 모두 세 차례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연기파다.

-역사극의 여왕 노릇하기가 힘들었는지.
“감정적으로 도전적이었던 것은 내가 여왕 역을 한다는 것을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여왕이라는 것은 하나의 개념이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어 메리에 관한 역사책들을 통독했다. 이와 함께 나의 이런 접근 방식을 때론 내려놓고 내가 과거에 맡았던 다른 허구의 인물을 대하듯이 메리 역에 다가갈 필요도 있었다. 그리고 액센트와 의상, 분장과 헤어스타일 및 메리의 동작 등을 갖추고 배워가면서 메리와 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가장 최근에 당신이 감정적으로 깊은 감동을 받은 예술작품은 무엇인가.
“얼마 전에 처음으로 본 마이크 리가 감독하고 레즐리 맨빌과 짐 브로드벤트가 공연한 ‘어나더 이어’다. 레즐리의 연기는 지금까지 내가 본 연기 중에서 가장 눈부신 것이었다. 그런 강렬한 연기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보면서 마치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난 지금 ‘리틀 위민’(오는 12월 개봉 예정)을 찍고 있는데 레즐리의 연기가 내 역을 표현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당신은 연기뿐 아니라 용모도 메릴 스트립과 닮았다고들 하는데 이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그렇게 재능 있는 사람과 연기와 용모가 닮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로 그보다 더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없다.”

-엘리자베스 역의 마고 로비와의 관계는 어땠는지.
“우린 리허설 중에도 서로 멀리 떨어져 있기로 결정했다. 촬영 전에 잠깐 몇 차례 만났을 뿐이다. 그래서 분장한 마고의 모습이나 그녀가 어떻게 역을 해낼지에 대해서도 전연 몰랐다. 그건 그 쪽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로를 모른 다는 것이 내 역에 큰 도움이 되었다. 따라서 우리가 거의 영화 마지막 부분에 가서 처음으로 만났을 때의 우리의 표정은 연습한 것이 아니라 실제의 것이었다. 우린 한 달 만에 처음으로 만나 감정적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무 격해 몸이 떨렸을 지경이었다. 그것은 내가 영화 세트에서 겪은 가장 강렬한 경험 중의 하나다.”

-분장한 마고 로비의 모습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가.
“인상이 너무 강해 대단히 놀랐다. 혹독하도록 엄격한 모습으로 실제 엘리자베스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원래의 마고의 얼굴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토록 달라진 모습에 충격을 받았을 정도였다. 그에 반해 내 모습은 너무 누추해 우린 서로 극과 극에 서 있는 셈이었다.”

-역사적 관점에서 메리라는 여자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스코틀랜드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로 지금도 메리는 스코틀랜드 문화와 독립성을 대변하면서 스코틀랜드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영국이 아닌 순수한 스코틀랜드의 상징으로 그것은 매우 귀중한 사실이다. 그리고 메리는 강한 사람이었다. 난 사람들 기분을 상케 하기를 꺼려하는 약골인데 그런 내가 배짱 대단한 메리 역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강해지고 또 결단력이 있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메라는 자신의 본능을 믿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무언가를 결정하려면 메리처럼 자신의 배짱을 믿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역은 젊은 여자인 나를 고무시켜 주었으며 또 직업인으로서도 내가 할 일을 결정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메리 얘기는 그동안 영화와 TV작품으로 여러 차례 만들어졌는데 그것들을 참고로 봤는지.
“아니다. 내가 할 일을 다른 사람이 한 것과 비교하지 않기 위해서 안 봤다. 메리에 관한 책과 그 시대에 관한 책들은 많이 봤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가서 나는 책에서 배운 것을 다 접어놓고 배우로서 느끼는 바를 역에 투입해야 했다. 그것은 내가 다른 영화의 역을 맡았을 때에 했던 자세와 마찬 가지다.”

-젊은 여자로서 연기한 역사적 인물이 당신에게 직접 어떤 영향이라도 미쳤는가.
“그것이 실제 인물이든지 아니든지 간에 어떤 인물을 연기하려면 그 사람을 실제 인물로 취급해야 한다. 그래서 그 인물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 사람이 잘났건 못났건 또 똑똑하건 멍청하건 간에 그 사람은 본질적으로 연기하는 사람의 다른 한 변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새 사람을 친구로 맞아 그로부터 새 아이디어나 의견을 취하는 것이나 마찬 가지다.”

-메리는 ‘그 누구에게도 머리를 숙이지 말라’고 말하는데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것은 자신을 잘 알아서 타협할 때와 아닐 때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남의 말을 전연 무시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겠다면 그 사람은 매우 고독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간지점에서 사람을 만나 그의 얘기를 듣고 타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 무엇보다도 자신의 입지를 지켜야 한다. 타협은 하면서도 자신을 아는 것과 함께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난 집에서 그런 교육을 받으면서 자랐다”

-메리는 당신과 같은 24세에 아들을 낳았는데 본인도 아이를 낳고 싶은가.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난 아이들을 낳고 싶다. 언젠가 아이들을 낳고 싶다. 그것이 내가 늘 바라는 바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개를 갖고 싶다.”

-개는 있는지.
“프랜이라는 개가 있지만 나보다는 엄마의 것이나 마찬가지다. 엄마는 프랜을 마치 자기 자식처럼 사랑한다. 내가 프랜에게 내 자리를 빼앗긴 셈으로 난 이제 엄마에게 두 번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스코틀랜드여왕 메리는 친척인 영국여왕 엘리자베스와의 권력다툼의 제물이 된다.

-이 영화에 나오기 전에 메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는지.
“학교에서 역사를 공부할 때 다소 들은 바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다 단편적인 것으로 완전한 내용이 아니었다. 역을 맡고나서야 본격적으로 메리에 관해 파고들었는데 그러면서 메리에 관한 많은 문서들이 얼마나 허위이고 불공정한지를 알게 되었다.”

-메리에 관해 공부하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무엇인가.
“가장 놀랐던 것은 메리가 정치적으로 상당히 기민한 사람으로 훌륭한 정치인이었다는 사실이다. 메리는 스코틀랜드로 돌아오기 전까지 프랑스 왕비로 어렸을 때부터 궁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 안에서 돌아가는 일에 정통했다. 그런데도 역사가들은 메리를 그렇게 묘사하지 않았다.”

-휴가는 가는지.
“갈 수 있는 대로 자주 가려고 한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에 갔다 왔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여자들이 집권자가 된 나라들이 많은데 그런 면에서 이 영화가 현재 국제 정세를 어떻게 반영한다고 생각하는가.
“역을 맡으면서 내가 깨닫게 된 것은 이 영화가 정치인들과 왕실 사람들을 보다 인간적으로 그렸다는 것이다. 우린 그들을 신문이나 TV로 보면서 그들이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곤 한다. 이 영화가 그들의 막후 얘기를 들려주면서 사람들이 형식적으로만 알던 정치인들이나 왕실 사람들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우리가 실제의 그들을 보는 시각을 새롭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요리는 하는지.
“주로 엄마가 한다. 난 요리 솜씨가 아주 서툴다. 그러나 먹긴 잘 한다.”

-현대의 군주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들은 원해서 왕족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다. 그들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왕족으로 태어났을 뿐이다. 흥미 있는 생활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와 함께 TV 드라마 시리즈 ‘크라운’과 같은 작품들은 나로 하여금 그들이 갖고 있는 인간적인 면을 알게 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꼈으리라고 생각한다.”

-메리와 엘리자베스는 사촌간으로 서로를 존경하면서도 경쟁적인 관계인데 본인도 친척간에 그런 경험이 있는가.
“내 사촌들은 다 나보다 나이가 위인데다가 하는 일도 각기 달라 그런 경험이 없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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