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9년 7월 18일 목요일

‘죽은 사람들은 죽지 않는다’(The Dead Don‘t Die)


클립(왼쪽부터), 민디와 로니가 산송장들의 습격에 대비하고 있다.

셀레나 고메스 출연 화제… 좀비영화에 바치는 헌사


영화 끝에 숲속의 은둔자 밥(탐 웨이츠)이 산송장들이 마을 사람들을 씹고 뜯어먹는 것을 보면서 “인생은 X판이네”라고 한 말씀하는데 필자가 보기엔 이 영화가 그렇다. 여유만만하고 시치미 뚝 떼면서 은근히 비꼬고 웃기는 얘기를 잘 만드는 짐 자무쉬 감독이 산송장 영화에 바치는 블랙 코미디로 그가 각본도 썼다.
이와 함께 트럼프와 미국의 물질위주의 사고방식을 풍자한 작품인데 지나치게 끔찍하고 어둡고 절망적이며 또 비관적이어서 코미디가 맥을 못 추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영화가 올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발되었는지는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필자가 칸영화제를 크게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도 영화제 측이 이런 불상사 같은 일을 종종 저지르기 때문이다.
산송장에 관한 헌사이니만큼 과거 이 종류의 영화들이 언급되는데 영화 첫 장면부터 조지 로메로의 ‘산송장들의 밤’을 연상케 만든다. 그리고 F. W.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와 함께 산송장 영화는 아니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모텔이 베이츠모텔을 닮아 ‘사이코’도 거론된다.
영화는 자무쉬의 은근한 자기 자랑이기도 한데 그것이 자기비하와 은근을 지나쳐 지나치게 자의식적이어서 나중에는 희롱당하는 기분마저 느껴진다. 질척거리는 설익은 밥과도 같은 영화로 이름이 잘 알려진 배우들이 무려 20명 정도 나오는데 대부분이 산송장과도 같은 어색한 연기를 하면서 소모됐다.
인구 700여명의 마을 센터빌의 경찰서 직원은 3명. 서장 클립(빌 머리)과 그의 부하들인 로니(애담 드라이버)와 민디(클로이 세비니). 셋이 다 안경을 썼다. 처음부터 자무쉬는 트럼프를 비웃는다. 동네 다이너의 손님 중 하나인 농부 밀러(스티브 부세미)가 쓴 빨간 모자에는 ‘미국을 다시 하얗게’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그가 옆에 앉은 철물점 주인인 흑인 행크(대니 글로버)와 나누는 ‘블랙’ 농담이 웃긴다. 
클립과 로니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컨트리송 ‘죽은 사람들은 죽지 않는다’를 들으면서 차를 타고 순찰을 하는데 이상한 일이 생긴다. 전파가 방해되면서 셀폰 등이 작동을 안 한다. 이어 뉴스로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인해 지구가 궤도를 이탈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그리고 어두워질 때가 됐는데도 낮이 밤으로 변하질 않는다.
산송장들의 때가 온 것이다. 이 때부터 영화 끝까지 동네 무덤에서 깨어난 산송장들이 주민들을 뜯어먹고 씹어 먹는데 첫 희생자들은 다이너의 웨이트리스와 여자 청소원. 영화 끝에 가면 동네 사람들이 하나도 살아남질 못한다. 산송장들이 인육을 먹는 장면들이 너무 끔찍해 무섭다기보다 역겹다. 그런데 산송장들은 “커피” “샤도네” “와이-파이”라고 한 마디씩 하면서 살아 있었을 때의 문명의 산물들을 그리워한다.
클립과 그의 두 부하 그리고 사무라이검을 휘두르는 외계인(무슨 소리냐고 필자에게 묻지 마시길) 여자 장의사 젤다(틸다 스윈턴이 돋보인다)가 엽총과 정글용 큰 칼 그리고 검을 쏘고 휘두르면 산송장들의 목이 덜컹 덜컹 날아가면서 피가 튀는데 가관이다. 로지 페레스, 이기 팝, 캐롤 케인 및 셀레나 고메스 등도 나온다. R등급. Focus.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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