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속한 LA영화비평가협회(LAFCA)는 지난 3일 2017년도 최우수 영화로 사랑의 이야기 ‘네 이름으로 날 불러다오’(Call Me by Your Name)를 선정했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의 뜨거운 여름을 배경으로 24세의 미 대학원 인턴(아미 해머)과 그가 묵은 대학교수 집의 17세난 아들간의 사랑과 이 사랑을 통한 소년의 성장을 그린 드라마다.
지적이요 감정적으로 아름답고 정열적인 작품으로 17세 소년 역의 티모데 샬라메(사진 오른 쪽)가 최우수 주연남우로 뽑혔다. 이 영화는 이 밖에도 감독 루카 과다니노가 최우수 감독으로 선정돼 3관왕이 됐다.
최우수 작품의 차점작은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디즈니월드 인근에 있는 싸구려 모텔의 불우한 투숙객들과 이 모텔의 이해심 깊은 매니저의 관계를 그린 ‘플로리다 프로젝’(The Florida Project)이었다. 최우수 주연남우의 차점자는 코미디 ‘디재스터 아티스트’(The Disaster Artist)에서 사상 최악의 영화로 평가받은 ‘룸’(The Room·2003)을 제작·감독하고 또 각본을 쓰고 주연까지 한 실제 인물 타미 와이조로 나온 제임스 프랭코.
LAFCA에 의해 이 날 3관왕이 된 또 다른 영화는 역시 사랑의 이야기인 ‘물의 모양’(The Shape of Water). 미 정부의 비밀연구소의 실험 대상인 양서류 괴물과 연구소의 말 못하는 여자 청소부간의 사랑을 그린 어른을 위한 환상적인 동화다. 청소부로 나온 샐리 호킨스가 이날 최우수 주연여우로 뽑혔고 영화를 연출한 멕시코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가 과다니노와 함께 최우수 감독으로 선정됐다. 이와 함께 이 영화는 최우수 촬영 작품으로 뽑혔다. 이 부문 차점작은 ‘블레이드 러너 2049’(Blade Runner 2049).
한편 최우수 주연여우의 차점자는 ‘미주리 주, 에빙 밖의 3개의 광고판’(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에서 강간 살해된 딸로 인해 분노와 슬픔에 떠는 어머니로 나온 프랜시스 맥도만드.
최우수 조연남우로는 ‘플로리다 프로젝’의 매니저로 나온 윌렘 다포가 선정됐다. 이 부문 차점자는 ‘3개의 광고판’에서 인종차별 주의자 경찰 역을 한 샘 락웰이었다. 최우수 조연여우로는 ‘레이디 버드’(Lady Bird)에서 자유를 찾아 훨훨 날아가려는 고3 딸을 현실에 정착시키려고 애 쓰는 어머니로 나온 로리 메트캐프가 뽑혔다. 차점자는 전후 미 남부 농촌의 흑백 문제를 다룬 ‘머드바운드’(Mudbound)의 메리 J. 블라이지.
최우수 각본상은 공포물 ‘겟 아웃’(Get Out)을 쓴 조단 필(감독 겸)에게 돌아갔다. 이 영화는 부유한 백인 애인의 부모를 방문한 흑인 청년이 겪는 해괴망측한 경험을 다룬 스릴러이자 흑백문제에 관한 드라마다. 차점작은 ‘3개의 광고판’.
최우수 만화영화로는 소품 ‘브레드위너’(The Breadwinner)를 뽑았다. 탈리반이 지배하던 아프가니스탄의 소녀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소년으로 위장하고 거리에 나가 장사를 하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디즈니와 픽사가 만든 멕시코의 ‘죽은 자를 위한 날’을 주제로 한 대작 ‘코코’(Coco)를 제치고 베스트로 선정됐다.
LAFCA는 감독상 외에 외국어영화 부문에서도 2개의 영화 ‘BPM’과 ‘러브리스’(Loveless)를 함께 베스트로 뽑았다. 프랑스영화 ‘BPM’은 1990년대 파리의 동성애자들의 AIDS 퇴치 투쟁과 우정과 사랑을 그린 강렬한 드라마다. 러시아영화 ‘러브리스’는 관계에 회복할 수 없는 균열이 생긴 부부의 12세난 아들이 실종되면서 두 사람의 삶에 드리워진 지워지지 않는 후유증을 다룬 심각한 드라마.
뉴 제너레이션 부문 수상자로는 ‘레이디 버드’를 쓰고 감독한 배우 그레타 거윅이 선정됐다. 최우수 기록영화로는 프랑스의 베테런 여류감독 아녜스 바르다와 사진작가 J.R.이 공동으로 만든 일종의 로드 무비 ‘얼굴들 장소들’(Faces Places)을 뽑았다. 차점작은 침팬지 연구가 제인 구달에 관한 ‘제인’(Jane).
최우수 음악 작품으로는 폴 토마스 앤더슨이 감독하고 대니얼 데이-루이스가 1950년대 런던의 고급 패션 디자이너로 나온 ‘팬텀 스레드’(Phantom Thread-조니 그린우드 작곡)가 선정됐다. 차점작은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작곡한 ‘물의 모양’.
편집 부문 최우수작은 2차대전시 던커크 철수작전을 그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던커크’(Dunkirk). 차점작은 미 피겨 스케이터 토냐 하딩의 라이벌 낸시 케리간에 대한 폭행 사건을 다룬 ‘아이, 토냐’(I, Tonya). 최우수 프로덕션 디자인 수상작으로는 ‘블레이드 러너 2049’이 선정됐다. 차점작은 ‘물의 모양’이다.
한편 생애업적상 수상자로는 ‘제7의 봉인’(The Seventh Seal), ‘겨울 빛’(Winter Light) 및 ‘치욕’(Shame)등 잉그마르 베리만의 여러 작품과 함께 ‘엑소시스트’(The Exorcist)에서 노 신부로 나온 스웨덴의 베테런 막스 본 시도를 선정했다. 제43회 LAFCA 시상만찬은 2018년 1월 13일 센추리시티의 인터칸티넨탈 호텔에서 열린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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