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과 오드리(왼쪽)가 축소인간과 만나고 있다. |
축소인간 마을에서의 삶과 로맨스 유머 넘쳐
상냥하고 인간적이요 가슴을 파고드는 영화를 잘 만드는 재주꾼 알렉산더 페인(‘사이드웨이즈’ ‘네브라스카’)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공상과학 풍자영화이자 감상적인 인간 코미디다. 날카로운 풍자와 뒤늦게 억지 춘향 식으로 로맨스를 섞는 바람에 영화가 끝에 가서 맥이 빠지면서 지나치게 감상적이 되지만 위트와 유머를 갖춘 재미있고 또 의미도 갖춘 작품이다. 특히 작품 구조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얘기가 어디로 갈지 알쏭달쏭하게 만들었다.
노르웨이 박사가 인간을 손가락만 하게 축소시키는 기술을 발명해 노르웨이에 자원해 축소된 사람들로 구성된 마을을 만든다. 지구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천연자원은 고갈되고 인구분포는 과밀해지며 경제상황은 하향 길로 접어드는 세상에 모든 것이 현재의 극히 적은 부분만으로도 살 수 있는 복지세상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로부터 10년 후. 네브라스카 주 오마하에서 소비성향이 강한 아내 오드리(크리스튼 윅)와 사는 육류가공업체 직장건강 담당자인 보통 사람 폴(맷 데이먼)은 장래가 안 보이는 현실을 피해 보다 나은 삶을 찾아 아내와 함께 몸을 축소해 작은 사람들의 부촌인 리저랜드에서 살기로 한다. 비용은 전 재산을 팔아 마련한다. 그런데 뒤 늦게 오드리가 오리발을 내미는 바람에 폴은 혼자서 리저랜드에 도착한다.
과거에 들던 비용의 극히 적은 부분만으로도 대궐 같은 저택에 골프나 치면서 살면 되니 이야말로 지상천국이다. 폴의 위층에 사는 유럽인 밀수꾼 두산으로 크리스토프 월츠가 나와 야단스럽게 재미있는 연기를 한다. 폴은 두산의 집에서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밀입국한 한 쪽 다리가 의족인 여자 청소부 곡 란(홍 차우-골든 글로브 조연상 후보)을 만난다. 란은 직선적이요 생활력이 강하다.
그리고 폴은 자기들이 사는 지역 울타리 밖에 란 등 빈민들이 사는 동네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폴은 가난하고 병약한 사람들을 돕는 천사와도 같은 란을 따라다니면서 자기보다 불행한 사람들의 삶을 깨닫게 되고 아울러 란을 사랑하게 된다. 이어 폴과 란은 두산의 도움을 받아 노르웨이의 축소인간들이 사는 피요르드 인근 마을을 찾아 항해를 한다.
잘 나가던 영화가 폴과 란의 걸맞지 않는 로맨스와 마지막 노르웨이 마을에서의 장시간 이어지는 과다한 감상적 부분으로 인해 용두사미 식이 되고 말았는데 내용이 좀 훈계조다. 보통 사람 역을 잘 하는 데이먼과 차우의 연기가 일품이다. 여러 분도 다운사이징 하시렵니까. R. 상영시간 2시간 15분은 좀 길다. Paramount. ★★★1/2★★★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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