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들리 편집국장이 그램 사장(왼쪽) 집을 방문, 비밀문서 보도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
워싱턴 포스트의‘베트남전 기밀 폭로’스릴있게 그려
지난 1971년 미 국방부의 베트남전에 관한 비밀문서를 폭로한 워싱턴 포스트의 내막을 서스펜스와 스릴을 갖춰 속도감 있게 그린 스티븐 스필버그의 흥미진진한 드라마다. 모양새 좋고 말끔하고 또 막힘없는 서술형태 등 스필버그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 영화다.
미디어 스릴러인 이 영화는 자연 후에 역시 포스트에 의해 폭로된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과 비교가 되는데 ‘대통령의 사람들’이 ‘포스트’보다는 한결 품위와 깊이와 무게를 지녔다. 너무 단정한 것이 탈이긴 하나 ‘포스트’는 강건하고 박력 있으며 연기 좋고 또 시종일관 보는 사람의 관심을 잡아당기는 준수한 작품이다. 작품과 감독 그리고 남녀 주연 등 모두 6개 부문에서 골든 글로브상 후보에 올랐다.
닉슨 대통령 당시 로버트 맥나마라 미 국방장관(브루스 그린우드)이 사설연구단체 랜드사에 분석을 위해 맡긴 ‘펜타곤 페이퍼’를 빼낸 사람은 랜드사 직원인 대니얼 엘스버그(매튜 리스)였다. 엘스버그는 문서를 뉴욕 타임즈에 누출해 신문에 보도가 되자 백악관은 더 이상의 보도를 법적으로 막는다.
이에 엘스버그는 포스트의 편집부국장 벤 백티키안(밥 오덴커크)에게 문서를 제공하겠다고 제의한다. 타임즈에게 세계적 특종을 뺏겨 분위기가 안 좋은 포스트의 편집국장 벤 브래들리(탐 행스)는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호재에 들뜬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포스트의 여사장 캐사린 그램(메릴 스트립)에게 알린다.
그러나 문제는 당시 포스트가 주식을 공개하기 직전이어서 문서를 공개해 정부의 비위를 건드렸다간 이 일에 차질이 생길 것은 물론이요 사장과 편집국장을 비롯해 보도한 기자까지 감옥에 갈 우려가 있다는 점. 당시만 해도 포스트는 지역신문으로 그램은 맥나마라와 친구요 신문도 정부의 비위를 건드리는 일은 삼갔을 때다.
그래서 사장과 편집국장을 비롯해 주식공개 후의 대주주들 간에 문서 보도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포스트가 문서를 취득하는 과정과 보도를 놓고 관계자들 간에 벌어지는 논쟁이 스릴이 있고 긴장감 가득하다. 특히 이 문제를 놓고 심각하게 논의하는 두 사람이 그램과 브래들리. 브래들리는 보도를 주장하나 남편이 자살하면서 엉겁결에 사장이 된 그램은 회사의 존폐가 달린 이 문제를 놓고 결정을 쉽게 못 내린다. 그러나 최종 결정은 그램의 손에 달렸다. 그램이 과감하게 보도를 결정하면서 1950년대 초부터 마련된 베트남전의 미 정부 정책이 폭로되는데 존슨과 닉슨 등은 국민에게 이 전쟁의 현지 정책을 비롯해 전쟁의 승리 가능성에 대해서도 완전히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로 인해 베트남전이 보다 빨리 끝나게 되는 계기가 마련됐고 포스트는 지역신문의 틀을 벗게 되며 그램은 신문을 경영할 정식 자격을 얻는 셈이 된다. 영화는 워터게이트 사건의 시초를 보여주면서 끝난다. 행스와 스트립이 차분하고 중후한 연기를 하는데 특히 스트립의 연기가 좋다. ‘대통령의 사람들’에서 브래들리 역은 제이슨 로바즈가 맡아 오스카 조연상을 탔는데 그의 연기가 행스의 그 것보다는 위엄과 무게가 있다. PG-13. Fox.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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