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몬드를 안고 신문을 읽는 어네스트 앞에서 에셀이 차를 따르고 있다. |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부모님의 사랑에 바치는 헌시
영국의 유명 작가요 미술가인 레이몬드 브릭스가 40여년을 서로 극진히 사랑하며 살았던 부모 어네스트와 에셀을 그리워하며 삽화와 함께 쓴 책을 바탕으로 만든 만화영화로 참으로 감동적이요 아름답고 수수하다.
보통 사람들인 어네스트(짐 브로드벤트 음성)와 에셀(브렌다 블레딘 음성)간의 부부애와 함께 이들의 눈으로 본 파란만장한 역사를 솔직하고 담백하며 또 조용히 얘기한 작품이다. 손으로 그린 그림이 부드럽고 살아 숨 쉬는데 두 베테런 배우 브로드벤트와 블레딘의 음성 연기가 두 부부를 생명감으로 넘쳐흐르게 한다.
1928년부터 시작해 에셀과 어네스트가 사망한 1970년대 초까지 둘의 결혼과 외아들 레이몬드의 출생과 함께 히틀러의 득세와 나치의 런던 공습 그리고 전후 복지국가 건설 등 국내외 역사적 사건들을 질서정연하고 재미있게 서술했다.
젊은 어네스트는 매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하녀 에셀이 일하는 집 앞을 지나가면서 에셀에게 인사를 보낸다. 그리고 어네스트는 어느 날 느닷없이 꽃을 들고 에셀을 찾아와 데이트를 신청한다. 둘 다 친절하고 겸손한 사람들로 곧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어네스트 보다 5세 연상인 에셀은 이 때 이미 30세가 넘었다.
런던 남부 교외에 집을 마련한 둘은 처음으로 소유하는 집이 좋아 어쩔 줄을 모른다. 어네스트는 우유배달부로 취직하고 에셀은 가사를 돌보는데 이어 아들 레이몬드를 낳는다. 의사는 산모의 건강 문제로 더 이상의 출산을 금한다. 어네스트는 우유배달을 자랑스럽게 평생 직업으로 삼는다.
다른 부부와 마찬가지로 둘도 기쁨과 갈등 그리고 실망과 작은 분쟁을 겪는데 어네스트는 보수파이고 에셀은 진보파라서 종종 정치 다툼을 벌인다. 그러나 둘은 모든 분쟁을 가득한 사랑으로 치유한다. 이어 전쟁이 나고 어네스트와 에셀이 나치의 공습으로 인한 피해에 시달리면서 당시의 참상이 자세히 묘사된다.
레이몬드(루크 트레다웨이 음성)는 1960년대 히피가 되고 장발을 해 에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빗으로 머리 빗기를 거절한다. 그러나 어네스트와 에셀은 이런 모든 작고 큰 문제들을 인내와 예지로 극복한다. 그리고 에셀이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력과 건강이 쇠약해지면서 병상에 눕는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에셀의 가족과 함께 슬픔에 젖게 된다. 잔잔한 감동과 기쁨과 만족감을 느끼게 만드는 고상하고 품위 있는 영화다.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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