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아 그램(왼쪽)과 그의 연하의 애인 피터 터너 역을 맡은 아넷 베닝과 제이미 벨. |
50년대 스타 여배우 글로리아 그램, 28세 연하남과의 불꽃 같은 로맨스
1950년대 초 인기 정상에 올랐던 할리웃의 요부형 조연 스타로 ‘악인과 미녀’(The Bad and the Beautiful·1952)로 오스카 조연상을 탄 글로리아 그램(작은 사진)의 생애 마지막 2년간 영국에서의 연하의 애인 피터 터너와의 관계를 그린 가슴 저미는 로맨스 드라마다.
그램은 배우로서 완전히 한물간 1979년 연극으로 재기하려고 런던에 갔다가 28세 연하인 터너를 만나 둘이 뜨거운 사랑을 나누나 그로부터 2년 후 유방암으로 57세에 사망했다.
소녀 같은 얼굴에 뾰로통한 표정을 지녔던 그램은 순진으로 위장한 치명적 매력을 지닌 남자 잡는 여자로 잘 나왔다. 그의 대표작들로는 ‘고독한 곳에서’(In a Lonely Place·1950) ‘갑작스런 공포’(Sudden Fear·1952) ‘지상 최대의 쇼’ 및 ‘빅 히트’(The Big Heat·1953) 등이 있다. 몇 차례 결혼 경력이 있는 그램의 남편 중 하나가 ‘이유 없는 반항’을 감독한 니콜라스 레이. 그런데 그램은 레이의 전처에서 본 10대 아들과 잠자리를 같이 하다 레이에게 들켜 이혼을 당한 후 이 아들이 성장했을 때 결혼해 센세이션을 일으켰었다.
유방암이 휴지기에 접어들었을 때 그램(아넷 베닝-워렌 베이티의 아내)은 시들어버린 인기를 연극으로 재기하려고 런던에 간다. 사람들은 당시 그램을 ‘흑백영화의 빅스타였다’고 기억할 때다. 그램의 어머니는 영국인으로 영화에서 베테런 바네사 그레이브가 어머니로 나온다.
그램은 런던서 리버풀이 고향인 젊은 배우 터너(제이미 벨)를 만나 둘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깊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램의 유방암이 재발하면서 그램은 터너와 함께 리버풀의 터너의 집으로 거처를 옮긴다. 둘은 그램이 죽음에 이르러 가족과 함께 있기 위해 1981년 뉴욕으로 이동하자마자 사망하기 직전까지 지극한 사랑을 나눈다.
볼만한 것은 베닝의 민감하면서도 정열적이요 또 재능이 번득이는 연기다. 그램의 흉내를 내지 않고 그의 분위기를 기막히게 잘 표현해 감동적이다. 이와 함께 사랑의 희열과 연인의 죽음을 지켜보는 고통과 이별의 슬픔을 강렬하게 보여준 아역배우(‘빌리 엘리옷’) 출신의 벨의 연기도 출중하다.
또 터너의 어머니와 아버지로 나온 줄리 월터스와 케네스 크래냄의 연기도 좋다. 필자는 얼마 전 런던에서 터너를 만났는데 얼굴이 벨과 많이 닮았다. 부드럽고 가슴을 파고드는 감정적 힘이 가득한 드라마다. 폴 맥기간 감독. R등급.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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