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사와 물탱크 안의 괴물이 서로를 응시하고 있다. |
괴물과 인간의 소통 ‘어른용 동화’
아름답고 감정적인 공포영화를 장인의 솜씨로 만들어내는 멕시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공동 각본)의 상상력 넘치는 어두운 기운을 지닌 상냥한 로맨틱 동화로 올 베니스 영화제 대상 수상작이다. 영혼이 깃든 ‘미녀와 야수’의 얘기로 괴물과 인간 여자의 상호 이해와 감정 이입 그리고 정신적 육체적 사랑을 유머를 섞어 시각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황홀하게 그려낸 환상영화로 서스펜스 스릴러 분위기마저 지녔다.
연기와 초록과 푸른 색 위주의 촬영과 프로덕션 디자인을 비롯해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고운 멜로디가 있는 음악까지 모든 것이 준수한 작품으로 옛 할리웃과 미국 팝문화에 대한 헌사까지 겸하고 있다. 감독은 영화에서 미국의 옛 스탠다드 노래들과 빅밴드음악을 비롯해 할리웃의 옛 뮤지컬과 성경영화 등을 찬미하고 있다. 특히 이 영화는 할리웃이 만든 ‘검은 초호의 괴물’(Creature from the Black Lagoon·1945)을 연상케 한다.
어른들을 위한 환상적인 동화이면서 아울러 자기와 다른 것에 대한 관용을 호소하고 있는 영화는 볼티모어의 극장 위에 달린 아파트에 사는 직장에서 쫓겨난 게이 화가 가일즈(리처드 젠킨스)의 옛날 얘기를 들려주는 식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수중에 잠긴 채 가구들이 유영하는 아파트를 그린 첫 장면부터 신비롭게 아름답다.
때는 미·소간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초. 가일즈의 유일한 친구는 이웃 아파트에 사는 정부소속 우주항공기관의 야근 청소부 엘리사(샐리 호킨스)로 고독하나 밝고 생활력 강한 엘리사는 말을 못한다. 엘리사 대신 말이 많은 것이 그의 청소부 친구 젤다(옥타비아 스펜서).
엘리사가 아마존 수로에서 건져내 이 비밀 연구소에서 실험대상으로 쓰는 지느러미가 달린 괴물(덕 존스)과 의사와 감정을 소통하면서 인간과 괴물의 아름다운 관계가 무르익는다. 자기를 무서워하지 않고 매료돼 호기심과 자비심으로 접근하는 엘리사와 그에게 자신의 혼과 감정으로 호응하는 괴물간의 관계가 마치 풋풋한 첫사랑처럼 곱다. 괴물의 아름다운 내면 탓에 그를 괴물이라고 부르기가 석연치 않다.
연구소는 괴물의 폐 구조를 우주경쟁을 위해 사용하려고 연구하고 있는데 그 일을 담당한 과학자가 비밀을 지닌 로버트 호프스테틀러 박사(마이클 스툴바그)이고 괴물 관리의 총책임자는 잔인하고 고약한 정부관리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논). 스트릭랜드는 전기충격봉으로 괴물을 못 살게 굴다가 괴물에 의해 손가락을 물린다.
괴물이 고통하는 것을 보다 못해 엘리사는 괴물을 연구소로부터 빼내기로 하고 가일즈와 젤다의 도움을 받아 괴물을 빼내 자기 아파트 욕조에 감춘다. 그리고 물로 가득 채운 배스룸에서 괴물과 엘리사간의 정열적이요 아름다운 정사가 벌어진다. 이어 스트릭랜드가 괴물을 찾아 수색에 나서고 엘리사가 괴물을 데리고 강가로 도주하면서 서스펜스가 영근다.
표현력 풍부한 괴물 역의 존스를 비롯해 조연진의 연기가 출중한데 무엇보다 뛰어나게 아름다운 것은 호킨스의 연기. 진지하고 민감하며 또 섬세하면서도 폭이 넓은 연기다.
LA영화비평가협회(LAFCA)에 의해 올 해 최우수 감독상(공동)과 촬영상 및 여우주연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R등급. Fox Searchlight.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