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쉽고 편안하게 살아 별 달리 스트레스 없어
현재 상영중인‘설리’(Sully)에서 지난 2009년 1월 뉴욕에서 이륙 후 새떼와의 충돌로 엔진 고장을 일으킨 비행기(US 에어웨이즈)를 허드슨강 위에 무사히 착륙시켜 155명의 승객을 모두 위기에서 구출한 기장 체슬리‘설리’ 설렌버거 역을 한 탐 행스(60)와의 인터뷰가 지난 8월 27일 할리웃의 런던호텔에서 있었다. 짧은 머리에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행스는 씩씩하고 명랑한 사람으로 인터뷰 내내 큰 제스처와 함께 인상을 써가며 소리 지르고 노래까지 부르면서 상소리를 섞어 속사포 쏘듯 질문에 대답했다. 꼭 장난꾸러기 소년 같았는데 도무지 수퍼스타 티를 안 내 호감이 가는 사람이다. 굉장히 낙천적이요 행복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해서 영화에 나오기로 했는가.
“나는 ‘허드슨 강의 기적’의 주인공 설리를 지난 2008년 오스카파티 때 처음 만났다. 그 후 이 영화의 각본을 단숨에 읽었는데 그 것은 영화의 교본과도 같은 것이었다. 영화에서 묘사된 설리에 대한 미 운송안전위의 조사에 대해선 나도 몰랐다. 조사 결과에 따라 설리의 40년의 경력에 큰 오점을 남길 수도 있어 설리는 그야말로 생애 최대의 위기를 맞았었다. 나는 그와 같은 긴장된 과정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영화를 감독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35분간 전화통화를 하고 출연을 확정지었다.”
-스트레스가 심한 공포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가.
“난 당신들을 만날 때 극심한 공포를 느낀다. 난 쉽고 편안하게 살기 때문에 별 달리 스트레스를 느끼진 않는다. 그리고 난 비행기 안에서도 두려움을 안 느낀다. 가급적이면 좌석벨트도 안 매려고 한다. 난 이번에 항공사들의 기장과 승무원들에 대한 대우가 매우 나쁘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음식도 제 돈 내고 사 먹어야한다. 이 말을 듣고는 앞으론 차나 기차를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어떤 형태의 승객인가.
“신발을 벗고 물 한 병이면 된다. 때론 난 비행 내내 잔다. 나 혼자 즐기면서 누구도 귀찮게 하지 않는다.”
-실제 삶에서 당신은 역경에 대해 얼마나 빨리 대처하는가.
“본능이란 생각 없이 반응하는 것이다. 그냥 반응대로 따라 할 뿐이다. 난 비교적 역경에 잘 대처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찍을 때 물 속에서 매우 추웠는가.
“영화는 10월에 찍었다. 그래서 그렇게 춥진 않았다.”
-당신은 영화에서 여러 번 영웅으로 나왔는데 당신이 한 일 중에 가장 영웅적은 일은 무엇인가.
“성장한 것이다. 사회의 변화에 맞서면서 큰다는 것이야말로 영웅적인 일이다. 그런데 난 겁쟁이다. 우리는 네 가지 형태의 사람이 될 수가 있는데 그 것은 영웅과 악한과 비겁자와 방관자이다. 난 방관자다.”
설리 기장이 허드슨강 위 불시착 후 육지에서 아내와 통화하고 있다. |
-당신의 아이들이 아빠를 영웅이라고 생각한다고 보는가.
“아니다. 날 멍청이라고 본다. 모르겠다. 내 아이들에게 물어봐라. 난 자연적 본능을 지녀 뭘 걱정하거나 전전긍긍하면서 사는 사람이 아니다.”
-비행기 조종할 줄 아는가.
“비행이란 재미있겠지만 조종할 줄은 모른다.
-당신을 짜증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난 무난한 사람이다. 그러나 컴퓨터의 프린터가 말을 안 들을 땐 소리를 지른다.
-부인(배우인 리타 윌슨)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는데.
“고개를 숙이고 모든 것의 우선순위를 재검토해야 했다. 그러나 내가 할 일이란 아내를 지원하고 그녀의 건강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뿐이다. 엄격히 말해 그 질병의 짐이란 아내의 것이지 내 것은 아니다.”
-영화에서 머리와 수염이 백색이 된 느낌이 어떤가.
“백색가발을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온통 염색을 했다. 그러면서 배운 것이 머리털과 수염의 구조가 다르다는 것이다.”
-당신 생애의 정점과 바닥은 무엇인가.
“내가 아직도 여기 있다는 것이 정점이다. 한 직업을 오래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내가 나온 많은 영화들 중에 그 어느 것 하나가 나의 바닥일 수가 있다. 배우란 대중의 관찰 대상으로 단 한 번의 실수로 판단을 받을 수가 있다. 내 경우 과거보다 요즘에 와서 어떤 실수를 하더라도 사람들이 보다 빨리 잊어주는 것 같다. 그러나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이상 늘 정점과 바닥이 있게 마련이다. 나의 또 다른 정점은 내가 아버지요 할아버지라는 것이다.”
-클린트와 일한 경험은 어땠는가.
“그는 연습을 안 한다. 그는 자기 경험을 통해 배우들이 자기 일이 아닌 것에 신경을 쓰다보면 연기자로서의 본능을 잃기 쉽다는 것을 알 고 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즉시성과 확신이다. 그런데 하루의 긴 촬영 시간 동안 그 것을 유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는 그 것을 방해하는 것을 전부 제거한다. 한 장면을 딱 한 번의 촬영으로 끝낸다. 혹시 배짱이 있어 그에게 가서 한 번 더 찍자고 말해봤자 ‘노’라는 소리나 들을 것이다. 그는 배우가 촬영시 자신의 최선을 다 할 것이라는 점을 믿는 사람이다.”
-취미가 무엇인가.
“한 두어 가지 스포츠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난 세 가지의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취미를 가질 여유가 없다. 타이프라이터를 수집은하나 전문가는 아니다. 난 자유 시간이 없다. 스포츠 중에선 축구경기를 보는 것을 즐긴다. 한두 잔의 생맥주와 따스한 날씨만 있으면 족하다.”
-타이프라이터를 몇 대나 가지고 있는가.
“집과 사무실에 모두 200개 정도 갖고 있다.”
-사람들이 결과를 다 아는 왜 이 영화를 보리라고 생각하는가.
“그 것은 책이나 사실을 바탕으로 만드는 영화가 늘 당면하는 문제다. 그러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그 결과를 다 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극장엘 가서 본다. 사람들이 다 아는 일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를 보는 이유는 자신을 스크린 위에 올려놓고 환상의 대상으로 삼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언 맨’도 되고 택시 운전사도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까닭은 스크린 위의 인간적인 조건을 우리가 어떻게 보며 또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영화가 어떻게 반영하는 가를 알고파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두 결과를 알긴하나 그 것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모르고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영화를 보면서 늘 나도 저렇게 할 수만 있다면 하고 느끼곤 한다. 또 때론 아이고 나도 저런 경험을 했어 하고 감탄하곤 한다.”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른 ‘플라이 투 더 문’을 처음 들었을 때 달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라도 했는가.
“단 한 번도 그런 생각 한 적이 없다. 그러나 하나 얘기할 것이 있다. 난 영화 일로 많은 아폴로 우주인들을 만났는데 만날 때마다 그들에게 당신은 몇 번이나 ‘플라이 투 더 문’을 들어야 했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들이 참석하는 파티에선 반드시 그 노래가 연주됐고 우주인들은 그에 따라 콧노래를 부르는 것을 봤다.”
-당신의 생애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은 무엇인가.
“이혼하고 세금 문제에 시달리고 있을 때 ‘빅’을 찍고 있었는데 후에 그 것이 개봉되면서 빅히트를 한 것이다. 마침 그 땐 내가 막 리타와 결혼을 한 때여서 모든 시름에서 해방이 되는 경험을 했다. 생의 획기적인 전환점이란 이렇게 간단한 것일 수가 있다.”
-살면서 크게 후회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젊었을 때 그 때 네 살 난 내 아들 콜린(역시 배우다)이 2층 창가에서 날 부르는 것을 무시하고 차를 타고 떠난 일이다. 그런 작은 일이 내겐 오래 동안 후회스런 일로 남아 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 그 잘못을 고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 콜린에게 그 일을 기억하느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해 한 숨 놓았던 기억이 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