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의 브리짓을 데리고 병원으로 들어가는 두 애인 잭과 마크(위). |
여전히 귀엽운 르네 젤웨이거의 로맨틱 코미디
르네 젤웨이거가 나와 큰 인기를 모았던 로맨틱 코미디 ‘브리짓 존스’ 시리즈 제3편으로 엉터리 제2편 ‘브리짓 존스: 이성의 낭떠러지’가 나온지 12년만이다. 어리숙한 브리짓은 나이는 먹었지만 여전히 귀엽고 동정이 가는데 영화가 너무 달콤하려고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해 오히려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그러나 재미있고 우습고 선의적이며 앙상블 배우들의 연기와 콤비도 좋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가 있겠는데 특히 데이트 쌍들에게 어울릴 영화다.
전편에서 자신의 영원한 사랑인 고지식한 변호사 마크 다시(콜린 퍼스)와 헤어진 TV 토크쇼 제작자인 브리짓(젤 웨이거)이 울상을 해가지고 생일을 혼자서 자축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다시는 장가를 갔다. 그리고 전편의 대니얼 클리버(휴 그랜트)는 영화에서 종적을 감추는데 그 이유가 억지다.
이런 브리짓을 토크쇼 호스트로 브리짓의 친구인 미란다(새라 소울마니가 매우 재미있는 연기를 한다)가 끌어내 진흙탕 바닥에서 열린 음악축제에 데려 가면서 브리짓의 인생이 대전환을 이룬다. 진흙탕 구덩이에 넘어진 브리짓을 구해준 남자가 영국에서 데이팅사이트로 거부가 된 준수한 미국인 잭(패트릭 뎀시도 보기 좋다). 여차여차해 둘은 축제에 마련한 잭의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이어 다시가 다시 브리짓 앞에 나타나면서 둘 사이에 옛 정이 모락모락 타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브리짓은 다시와도 하룻밤을 보낸다.
그런데 문제는 브리짓이 각기 두 남자와 잘 때 사용한 콘돔이 토니 블레어가 영국 수상일 때 이미 시효가 지난 오래된 것이라는 점. 그래서 브리짓은 아기를 임신하는데 진짜 문제는 과연 아기 아버지가 누구이냐 하는 것이다. 이 신데렐라 얘기 같은 영화 속의 남자들은 어찌나 착한지 다시와 잭이 모두 아기의 아버지가 되겠다고 나선다. 그리고 영화는 아기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맨 끝에 가서야 알려주는데 그러느라고 플롯을 엿가락 늘리듯 잡아당기고 있다.
연기들이 다 좋다. 브리짓의 친구들로 나오는 셜리 헨더슨과 샐리 필립스 및 제임스 칼리스 등이 다 잘 하는데 특히 광채를 발하는 것은 브리짓의 산부인과 의사로 나와 시치미 뚝 떼는 연기를 하는 엠마 탐슨(공동 각존)이다. 브리짓의 아빠와 엄마로 나오는 짐 브로드벤트와 젬마 스톤도 좋고.
영화에서는 ‘강남 스타일’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면서 파티의 사람들이 신나게 춤을 춘다. 그리고 끝에 가서 속편이 나올 것을 암시하고 있다. 샤론 매과이어 감독. R. Universal.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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