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9월 13일 화요일

이타카(Ithaca)


호머는 전보 배달부가 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깨닫는다.

2차 대전 당시 한 마을 전보 배달부 소년


2차 대전 초기 미국의 한 작은 마을의 자전거 전보 배달부인 14세난 소년 호머의 눈을 통해본 전쟁에 마을 사람들에게 남긴 후유증과 마을의 삶을 소묘하듯이 그린 담담한 영화로 멕 라이언의 감독 데뷔작으로 출연도 했다.
영화가 감상적이요 말이 많고 전체적으로 생기가 부족하나 오랫동안 활동이 뜸했던 라이언의 모습과 함께 그녀의 왕년의 콤비인 탐 행스가 잠깐 나오는데다가 전체적으로 향수감에 젖어 있어 옛날 미국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소품이다.
이 영화는 미국 작가 윌리엄 사로얀의 소설 ‘인간 희극’(The Human Comedy)이 원작으로 이 소설은 지난 1943년 동명영화로 만들어졌다. 믹키 루니, 도나 리드, 프랭크 모간, 마샤 헌트, 밴 존슨 등 왕년의 명배우들이 나오고 로버트 미첨이 휴가 받은 군인으로 단역으로 나오는 흑백명화다.
사로얀이 자기 경험을 토대로 쓴 소설에서 주인공 소년의 이름과 소년의 어린 동생의 이름을 각기 호머와 율리시즈로 지은 것은 그리스의 작가 호머와 그의 작품 ‘오디세이’의 주인공 율리시즈를 딴 것으로 율리시즈가 트로이전쟁 후 고향 이타카(호머의 고향이라는 설도 있다)를 향해 돌아가듯이 사로얀은 자기 소설에서 전쟁에 나간 호머의 형 마커스를 비롯해 종군한 젊은이들의 망향을 암시하고 있다. 제목의 이타카는 사로얀의 고향인 캘리포니아주 프레스노를 대신한 것이다.
이타카에서 홀머니(라이언)와 어린 동생 율리시즈(스펜서 하워드가 귀엽다)와 함께 사는 호머(알렉스 노이스태터)는 형 마커스(잭 퀘이드)가 종군하자 마을 우체국의 자전거 전보 배달부로 일한다. 호머가 미처 몰랐던 것은 자기가 배달하는 전보들이 대부분 마을에서 전쟁에 나간 젊은이들의 전사 통보라는 것. 어린 호머는 이렇게 죽음의 메신저가 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배우고 성장한다.  
내레이션과 내적 독백이 많은 영화는 호머와 어머니(죽은 아버지로 나오는 행스는 어머니의 환상에 의해 잠깐 나온다)와 율리시즈 그리고 학교생활과 첫 사랑 등 소년의 일상으로 스케치되는데 특히 호머와 우체국의 전보 치는 나이 먹은 술꾼 윌리(샘 쉐파드가 꺼칠꺼칠한 연기를 잘 한다)와의 관계가 비중 있게 다뤄진다. PG-13. ★★★(5개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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