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이 홍콩의 호텔 방에서 인터뷰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
NSA의 국민 사찰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실화
CIA와 NSA(미 국가안보국)의 정보 분석원으로 일하다가 정보기관의 개인 사생활 침해에 환멸을 느껴 국가기밀을 누설하고 러시아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에드워드 스노든의 실화로 음모론자요 반체제 인사인 올리버 스톤이 감독하고 공동으로 각본을 썼다. 거의 기록영화 식으로 스노든의 개인과 공인으로서의 삶과 함께 그의 기밀 폭로과정을 다루고 있는데 너무 고지식하게 얘기를 이끌고 가 도무지 흥분이 안 된다.
스노든의 얘기는 일종의 스파이 스릴러라고도 하겠는데 스톤은 영화를 진지하고 솔직하게 다루고는 있지만 연출 솜씨가 진부할 정도로 무덤덤하고 평범해 긴박감이나 스릴 또는 서스펜스가 결여돼 영화에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되지를 않는다. 한 마디로 말해 불길이 모자라는 작품이나 시사적인 영화이니만큼 볼만은 하다. 스노든의 얘기는 오스카상을 탄 로라 포이트라스의 기록영화 ‘시티즌 포’(Citizen Four)로도 볼 수 있다.
영화는 2013년 홍콩의 한 호텔에서 포이트라스(멜리사 레오)와 런던의 가디언지 기자 글렌 그린월드(재카리 퀸토)와 그의 상사 이완 맥캐스킬(탐 윌킨슨)이 스노든(조셉 고든-레빗)을 인터뷰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얘기는 2004년으로 돌아가 스노든의 삶을 다루면서 여러 차례 이 호텔방으로 다시 돌아온다.
20세인 스노든은 처음에는 애국심이 강한 청년으로 9.11 사태의 반응으로 육군 특공대에 입대하나 부상을 입고 제대, CIA에 지원해 정보요원이 된다. 그는 고등학교도 안 나왔지만 뛰어난 지능과 컴퓨터에 정통해 상사 코빈 오브라이언(리스 이판스)의 신임과 사랑을 받는다. 스노든이 CIA에서 일하는 동안 기계실에서 일하는 행크 포레스터(니콜라스 케이지)와 친해지는데 케이지가 오래간만에 영화 같은 영화에 나와 짧지만 폭과 깊이가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스노든의 CIA와 NSA에서의 일상과 함께 그와 그의 애인으로 사진작가인 린지 밀스(쉐일린 우들리)와의 관계가 묘사되는데 린지의 역은 하나의 장식품에 불과하다. 우들리뿐만이 아니라 레오와 윌킨슨 및 퀸토 같은 좋은 배우들이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하고 있다.
그리고 NSA 하와이 사무소에서 일하던 스노든은 미 정보기관의 국민 사찰에 심한 좌절감을 겪으면서 이에 대한 반발로 엄청난 국가기밀을 빼내 가디언지와 접촉한다. 맨 끝에 실제로 스노든이 인터뷰에 응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편 린지는 스노든을 찾아 모스크바에서 합류했다.
고든-레빗이 내성적이요 조용한 스노든 역을 차분히 하고는 있지만 스노든이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이 아니어서 감정적으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서스펜스 스릴러 스파이영화라기보다 많은 배우를 동원한 밋밋한 기록영화 스타일이어서 극영화의 재미와 흥분감이 아쉽기는 하나 볼만은 하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얘기라는 점도 영화의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영시간 134분. R. Open Road.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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