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가 나올 때마다 스타들을 인터뷰하면서 내가 느끼는 것은 그들이 참 잘 생겼다는 것이다. 화장을 잘 해서 그런지 몰라도 스타들의 몸에서 광채가 나는데 이를 두고 스타 파워라 일컫는다. 이렇게 잘 생긴 남녀 스타들이 영화에서 서로 끌어안고 입을 맞추다가 격정에 못 견뎌 침대로 들다보면 ‘인생이 예술을 모방한다’고 둘이 진짜로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 최근의 예가 현재 상영 중인 로맨스 멜로드라마 ‘대양 사이의 불빛’(사진)에서 공연한 마이클 화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더(올해 ‘덴마크 여인’으로 오스카 조연상 수상)이다. 호주의 절해고도에서 단 둘이 사는 등대지기와 그의 아내가 표류해온 보트에서 발견한 갓난 여아를 자기 자식으로 키우다 일어나는 비극으로 영화에서 둘은 매우 깊고 강렬한 러브신을 보여준다.
감독 데렉 시안프란스는 풍광이 수려한 섬에서 제작진과 함께 두 배우를 캠핑하듯이 합숙시키고 짧은 러브신 하나를 찍는데도 하루 종일 걸리는 정성을 들였는데 둘이 이런 분위기에서 스크린 사랑을 나누다보니 그것이 진짜로 두 사람의 가슴에 전염된 것 같다.
그런데 비칸더는 영화를 찍기 이전에 벌써 화스벤더를 사랑할 증세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이 영화를 위한 인터뷰에서 “나는 마이클을 최고의 연기자 중 하나로 생각하며 그와 공연하고 싶어 출연에 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둘을 뜨거운 사랑에 빠지게 만든 이 영화는 내가 보기엔 혈색이 파리한 작품이다. 흥행에서도 실패해 지난 노동절 연휴가 시작되는 2일에 개봉돼 연휴 나흘간 달랑 590만달러를 벌었다.
스크린 로맨스가 진짜 로맨스가 된 경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모든 사랑이 다 그렇듯이 이 사랑도 시간이 흐르면서 뜨거움이 식어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로맨스 중 가장 요란하게 세간의 화제가 됐던 것이 ‘클레오파트라’(1963)에 나온 리처드 버튼과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사랑이다. 모두 제 짝이 따로 있던(당시 테일러의 남편은 가수 에디 피셔) 둘은 폭스사를 들어먹을 뻔했던 이 영화에서 열애에 빠지면서 교황청의 야단까지 맞았었다.
또 다른 유명한 스크린 로맨스 커플이 험프리 보가트와 로렌 바콜이다. 둘은 액션드라마 ‘가진 자와 못 가진 자’(1944)에서 공연하다 사랑에 빠졌는데 이 영화로 데뷔한 바콜은 방년 19세였고 보기는 45세의 유부남이었다. 둘은 보기가 이혼한 이듬해 결혼, 1957년 골초였던 보기가 후두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잉꼬부부였다.
천하의 바람둥이 워렌 베이티도 갱영화 ‘벅시’(1991)에서 만난 아넷 베닝을 만나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베이티의 여성편력 때문에 둘이 얼마나 갈까하고 궁금해들 했었는데 다행이다. 브래드 핏과 앤젤리나 졸리가 액션스릴러 ‘미스터 앤드 미시즈 스미스’(2005)에서 공연하다 눈이 맞아 애인 사이가 됐을 때 울고불고한 것이 당시 핏의 애인이었던 제니퍼 애니스턴이다. 핏과 졸리는 지금 겉으로 보기엔 잘 살고 있는데도 툭하면 태블로이드에 의해 둘의 사이가 안 좋다는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남편을 버리고 스크린에서 만난 남자에게 갔다가 팬들의 뭇매를 맞은 여자가 ‘아메리칸 스윗하트’로 불리던 멕 라이언이다. 라이언은 액션드라마 ‘생존의 증거’(2000)에서 공연한 러셀 크로우와 열애에 빠져 역시 배우인 남편 데니스 퀘이드와 헤어졌으나 크로우와의 사랑도 오래 가진 못했다. 스티브 맥퀸과 알리 맥그로도 스크린 스캔들 커플이다. 둘은 액션영화 ‘겟어웨이’(1972)에 나오면서 사랑에 불이 붙었는데 당시 맥그로는 ‘대부’의 제작자 로버트 에반스의 아내였다.
탐 크루즈와 니콜 키드만도 유명한 스크린 커플. 둘은 자동차경주 영화 ‘천둥의 날들’(1990)에서 만나 한 쌍이 됐는데 당시 무명씨에 불과했던 키드만은 그녀를 스릴러 ‘데드 캄’에서 보고 반한 탐의 선택으로 이 영화에 캐스팅됐다. 그러나 둘은 결혼 10년 만에 이혼했는데 키드만은 한 인터뷰에서 “그 동안 키가 나보다 작은 탐 때문에 하이힐을 못 신었는데 이젠 신어서 좋다”며 웃었었다. 키드만은 지금 컨트리싱어 키스 어반과 결혼해 내슈빌에서 잘 살고 있다.
결혼은 안 했지만 동거인으로서 오랫동안 잘 살고 있는 스크린 커플이 눈이 큰 골디 혼과 커트 러셀. 둘은 드라마 ‘스윙 시프트’(1984)에서 만난 금실 좋기로 유명한 할리웃 커플이다. 역시 눈이 큰 수전 서랜든은 코믹한 야구영화 ‘불 더램’(1988)에서 만난 팀 로빈스와 맺어졌으나 얼마 전에 헤어졌다. 벤 애플렉과 제니퍼 로페스도 졸작 ‘질리’(2003)로 커플이 됐으나 매스컴의 등쌀에 못 견뎌 헤어졌다. ‘트와일라이트 사가’의 두 젊은 배우 로버트 패틴슨과 크리스튼 스튜어트도 이 영화로 연인 사이가 됐으나 스튜어트의 방종 탓에 끝이 났다.
대부분의 할리웃 커플의 관계가 오래 못 가는 까닭은 분주하고 복잡한 배우로서의 삶과 개인적 삶이 공존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할리웃이 유혹이 많은 방탕의 도시라는 점도 또 다른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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