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과 가족과 아이들, 모두가 큰 축복”
액션 스릴러‘범죄자’(Criminal)에서 죽은 CIA 요원의 기억을 이식 받은 흉악범 제리코로 나온 케빈 코스너(61)와의 인터뷰가 지난 1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안경을 끼고 간편한 차림에 늠름한 모습을 한 코스너는 굵은 음성으로 미소를 지어가면서 유머러스하게 인터뷰에 응했는데 나이가 먹어서인지 옛날의 다소 뻣뻣하던 태도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비롯해 모든 것을 솔직히 털어놓았는데 농담을 하면서도 침착한 태도는 잃지 않았다.
-당신이 다른 사람의 뇌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누구의 것을 택하겠는가.
“내 아내다. 그래서 아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또 내가 왜 늘 그 생각을 제대로 이해 할 수가 없는지를 알고 싶다. 역사적 인물로는 링컨이다. 위기의 때에 나라를 단결시키려고 노력한 그의 생각을 알고 싶다. 우리 주위에서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그의 두뇌가 절실히 필요할 때다.”
-이 영화는 솔직히 말해 내용이 비현실적인데 당신도 각본을 읽었을 때 그렇게 느꼈는가.
“맞다. 이 영화는 팝콘영화다. 사실 난 이 영화 출연을 두 번 거절했었다. 제작자와 감독이 어떻게 해서 내가 이런 폭력적인 인물 역을 맡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역을 맡기로 한 뒤로 나는 완벽한 폭력적 악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관객들이 다른 사람의 기억을 이식 받는다는 영화의 주제를 받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기억을 못하는 알츠하이머 증세가 노인들에겐 큰 문제인데.
“나도 그것을 생각해야 할 때가 왔다. 그러나 난 나보다도 우선 내 부모가 날 잊지 말기를 바란다. 어서 과학이 발달돼 그 같은 질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나오기를 바란다.”
-당신이 지금 가지고 있지 못한 재능 중 당신 두뇌에 더하고 싶은 재능은 무엇인가.
“그림 그리는 것이다. 난 오렌지조차 그릴 줄 모른다. 다른 사람이 그리는 것을 보면 쉬운 것 같은 데도 난 안 된다. 그밖에도 바라는 것이 많지만 난 지금 매우 많은 일을 할 수가 있기에 더 이상 바란다는 것은 욕심이다. 내 인생과 가족과 아이들이 다 큰 축복이다.”
-당신은 열렬한 환경보호자로 알고 있는데.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은 멋진 광고를 내는 석유회사들이다. 늘 사람을 이끌어온 돈이 문제다. 사람들은 돈을 위해 죽이고 파괴하고 또 그것으로 권력을 산다. 내 회사는 지금 석유회사들이 쓴 물을 정화시키는 일을 시도하고 있다. 그것으로 농업용수를 만들기 위해서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실험 중이다.”
명 수사관의 기억을 이식 받은 범죄자역 의 케빈 코스너. |
-바야흐로 선거철인데 정치적 의견이 개인적 편견으로 추락하는 일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그것은 그 사람이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남은 중요하지 않고 오직 자기 음성만이 중요하다. 정치란 일상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따라서 정치가란 우리나라의 이상을 앞서 나가게 할 수 있는 거대한 이념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고도로 성숙해야 한다. 요즘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오겠다는 사람들의 토론을 보면 토론이 아니라 고함지르는 것이다. 아이 같은 짓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난 솔로몬이 아니다. 모르겠다.”
-당신에게 있어 좋은 액션영화란 어떤 것인가.
“이야기가 액션에 상응해야 한다. 플롯에 구멍이 안 나야 훌륭한 액션영화다. 이 영화는 액션이 멋있지만 플롯에 다소 구멍이 난 것도 사실이다. 난 이 영화의 액션장면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긴다. 역을 위해 머리를 흉측하게 깎은 것을 보고 내 어린 딸이 ‘엄마 아빠가 사람들하고 싸워’라고 물었다. 요즘 영화는 이야기에서 멀어지는 대신 특수효과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의 중요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아직도 신체 강건하고 또 젊음을 유지하는가.
“영화를 위해 불린 12파운드의 체중을 영화가 끝나면서 말끔히 제거했다. 내가 얼마나 젊게 보이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내 아이들을 위해 건강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막내딸을 위해선 내가 세상에서 가장 멋있고 강한 남자가 되려고 애쓴다. 그 아이가 자기 남자를 찾기 전까지는.”
-제리코는 감정이 없는 사람인데 당신이 할 수 있다면 자신으로부터 어떤 감정을 제거하고 싶은가.
“나는 공포가 사람들을 주춤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불안과 공포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난 그것을 물리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왔다. 삶에 있어 높낮이가 있긴 했지만 뒤돌아보니 난 내가 살고자 하는 그대로 살아 왔다. 난 세트에 나갈 때면 나와 일할 사람들이 내게 대해 어떤 위압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야 서로 협력해 일을 잘 해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긴장했을 때보다 느슨할 때 더 연기를 잘 한다.”
-당신 부모는 어떤 사람들인가.
“난 캘리포니아의 캄튼에서 검소하게 자랐다. 나의 아버지는 경제공황 때 오클라호마에서 캘리포니아로 와 평생 한 직업에만 종사했다. 아버지는 나와 내 동생이 야구를 하면 놓치지 않고 보러 왔다. 우리에게 그가 줄 수 있는 것은 다 주었다. 난 어렸을 때 우리 마당을 왕국으로 생각했다. 다른 사람의 집에 풀이 있는 것을 보기 전까진. 가난했지만 부러울 것 없이 자랐다.”
-부모가 당신에게 해 준 조언은.
“아버지는 내게 내가 하는 일에 바른 제목을 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더니 캔디가 먹고 싶은데 돈을 내고 사면 그것이 하는 일에 옳은 제목을 다는 것이고 배가 고프다고 그냥 집어가면 그것은 그른 제목을 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는 일에 바른 제목을 달아야 그것이 인생의 길잡이가 된다고 했다. 우린 가난해서 아버지와 나는 식당엘 가도 추가로 음식을 시키지 않았다. 이런 일이 늘 마음에 걸렸는지 그 후 난 내 친구를 식당에 초대하면 사이드 오더 시키라고 권하곤 한다. 어머니는 사랑에 빠지기란 아주 쉬워 데이트 상대를 신중하게 고르라고 했다. 누구를 만나든지 최소한 내가 사랑할 수 있는 한 가지 특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떻게 지금의 아내와 사랑하게 됐는가.
“내가 처음 아내(크리스틴 바움가르텐은 모델이다)를 만난 것은 영화 ‘워터월드’(1995)의 제작이 끝난 뒤 단 30분 동안이었다. 그 때 난 막 이혼했을 때로 난 늘 크리스틴의 미모에 끌렸었다. 크리스틴은 그 때 아마 20세가 아니면 21세였을 것이다. 그 뒤로 우린 6년을 못 만났다. 어느 날 내가 식당엘 갔는데 크리스틴이 내게 다가와 자기를 기억하느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는 얘기를 나눴는데 내가 그에게 다시 만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언제’라고 하더라. 그래서 2주 후라고 그랬더니 크리스틴은 다소 당황한 기색이었다. 내가 2주라고 말한 것은 그 때 막 이혼을 해 치를 일들이 많았고 아이들을 내가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해서였다. 그리고 우린 헤어졌는데 난 다음 날로 크리스틴에게 전화를 걸어 그 때 찍고 있던 ‘13일’의 세트로 초대했다. 그리고 크리스틴은 일도 안 가고 하루 종일 세트에 있었고 촬영이 끝나자 난 그를 저녁에 초대, 그 뒤로 우린 7년을 데이트했다. 난 평생 단 두 여자와 데이트 했는데 그들과 다 결혼도 했다.”
-행동은 환경에 의해 형성되는가 아니면 유전적 인자에 의해 형성되는가.
“유전적 인자라고 생각한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그 좋은 예다.
-당신 어머니가 당신에게 할리웃은 험악한 곳이라고 했다는데.
“어머니와 아버지는 7학년 때 만나 지금까지 70년을 함께 살고 있다. 그들이 어리고 젊었을 때는 매주 영화 가는 것이 습관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어머니는 할리웃에 관한 가십을 잘 알았다. 가십 내용과 같은 일이 내게 일어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호본능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