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왼쪽부터)와 마리앤과 해리와 폴은 여름 섬에서 섹스 4인극을 펼친다. |
네 명의 사랑과 성적 유혹, 그로 인한 비극
너무 서서히 타들어가서 그렇지 성적 욕망과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성적 긴장감과 충돌 그리고 그것을 미끼로 한 희롱이 마치 더미로 싸놓은 채 불을 지른 장작불처럼 불꽃을 피우며 활활 타오르다가 급기야 주위의 것들을 소진시키고 마는 섹스 4인극이다.
뜨거운 여름 태양 아래 발가벗은 풍광이 수려한 섬과 육체를 마음껏 노출한 선남선녀들 그리고 음악과 대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유혹과 파괴의 작품으로 틸다 스윈튼이 주연하는데 그가 나온 또 다른 극단적인 감정의 문제를 다룬 ‘나는 사랑이다’(I Am Love)를 만든 루카 구아다니노가 연출했다.
대사는 영어지만 다분히 유럽풍의 작품으로 영화에서 중요한 장소로 등장하는 풀이 마치 프랑솨 오종이 감독한 프랑스 영화 에로틱 스릴러 ‘스위밍 풀’을 생각나게 한다. 풀과 함께 영화에서 간신히 가릴 곳만 가리고 남의 연인을 유혹하는 위험한 작은 여정으로 나오는 다코타 잔슨이 ‘스위밍 풀’의 뤼디빈 사니에를 닮았다. 사니에가 훨씬 더 고혹적이요 치명적이지만.
예술적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것인 이 영화의 결점은 다소 지나치게 현학적이어서 작품의 정수인 강렬한 감정을 짓누르고 있으며 클라이맥스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지나치게 느린 것. 이와 함께 결론이 거의 희화적으로 터무니가 없는 것이 가장 마음에 거슬린다. 어떻게 그런 결말을 낼 수 있는 것인지 작품의 전체적 톤과 너무 안 어울려 공허할 뿐이다.
이탈리아 남부의 화산지대 섬 판텔레리아. 처음부터 대뜸 나체의 두 남녀가 일광욕을 하고 있다(성기가 노출된 전면 나체 등 나체장면이 굉장히 많다). 인기 락스타 마리앤 레인(스윈튼)은 성대수술을 한 뒤 회복을 위해 연하의 애인 폴(마티아스 쇠네어츠)과 함께 이 곳에서 쉬고 있다. 마리앤은 말을 하면 안 돼 제스처가 아니면 간신히 들리는 쉰 목소리로 가끔 말을 한다. 그런 만큼 스윈튼의 연기가 조용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그런데 느닷없이 마리앤의 전 애인이자 음반제작자인 생명력이 지나치게 넘쳐흐르는 수다쟁이 해리(레이프 화인즈가 과장에 가까운 연기를 맹렬하게 한다)가 22세난 매혹적인 딸 페니(잔슨)를 데리고 나타나면서 마리앤과 폴의 평화로운 일상에 파도가 일기 시작한다.
해리는 과거 마리앤과의 사랑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이 여자를 폴에게 물려주다시피 했는데 문제는 해리와 마리앤이 아직도 서로를 원하고 있다는 점. 물론 마리앤은 폴을 깊이 사랑하고 있기는 하다. 공격적인 해리의 다변과 행동에 열세로 몰리는 폴은 어쩔 줄 몰라 하고 마리앤 역시 접근하는 해리를 물리치느라 애를 먹는다.
이런 폴을 간신히 가릴 곳만 가린 페니가 빤히 바라다보면서 유혹을 하는데 페니는 해리와 아버지 이상의 포옹을 나눈다. 그리고 폴에게 해리가 자기 친 아버지인지 검사를 해봐야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과연 페니는 22세인가. 페니는 21세기 판 롤리타이다.
마리앤과 해리가 장을 보러 인근 마을로 가고 폴과 페니가 인근 바위가 많은 해변으로 나들이를 간 날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성적 욕망과 갈등과 긴장과 적대의식이 요동을 치면서 일이 난다. 영화 끝은 이탈리아로 건너오는 보트피플들을 부유하고 방종한 사람들의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애매하게 끝난다.
배우들의 선정이 완벽한데 뛰어난 연기들이다. 가장 약한 것은 쇠네어트. 락과 클래시컬 뮤직을 잘 쓴 음악과 촬영도 훌륭하다. 특히 카메라가 벗은 인체의 엉덩이와 허리와 목과 발과 젖가슴 등을 핥다시피 하면서 성적 욕망을 자극한다. 성인용. Fox Searchlight. 아크라이트(선셋과 바인) 랜드마크(피코와 웨스트우드)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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