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5월 2일 월요일

국외자들의 무리(Band of Outsiders)


카페에서 ‘매디슨 댄스’를 추는 아르튀르(왼쪽부터), 오딜, 프란츠.

진지하지 않은 범죄 귀여운 로맨스를 다룬 영화



프랑스 누벨 바그의 장인 장-뤽 고다르의 1964년작 갱스터 로맨스 영화로 미풍처럼 상쾌하고 신선하다. 짤막한 대사와 겨울 파리를 찍은 그림 같이 아름다운 촬영(라울 쿠타르) 그리고 경쾌한 음악(미셸 르그랑)이 있는 로맨틱하고 서정적이며 또 비극적 코미디로 정말 매력적이다.  프랑스 영화인들이 즐겨 다루는 ‘메나지 아 트롸’(남녀 삼각관계) 영화이자 미국의 싸구려 펄프소설과 갱영화에 대한 시적 헌사이기도 한데 영화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프란츠 카프카의 만남’이라고 말한 고다르가 해설한다. 
친구인 아르튀르(클로드 브롸세르)와 프란츠(사미 프라이)는 돈도 직업도 장래도 없는 백수건달들. 가진 것이라곤 아르튀르의 작은 컨버터블 하나로 둘은 서부영화 흉내를 내면서 장난을 치는 어른 아이들이다.
어느 날 프란츠는 영어학원에서 꿈꾸는 듯한 눈이 커다란 오딜(안나 카리나-한 때 고다르의 부인이었다)을 만나 친해지면서 오딜을 좋아하게 된다. 그리고 프란츠는 오딜을 아르튀르에게 소개, 두 남자가 다 오딜을 좋아하나 오딜은 아르튀르에게 간다.
그리고 오딜은 둘에게 자기가 살고 있는 파리 교외 이모집에 정체가 수상한 대량의 현찰이 있는 것을 안다며 셋이 이를 털자고 제의한다. 여기에 아르튀르의 삼촌이 개입하면서 배신과 죽음이 잇따른다.
영화에서 멋진 장면은 셋이 카페에서 즉흥적으로 추는 ‘매디슨 댄스’. 이 아름다운 춤 장면은 쿠엔틴 타란티노가 ‘펄프 픽션’에서 잔 트라볼타와 우마 서만으로 하여금 재연케 했다. 그리고 타란티노의 제박사 이름도 이 영화의 프랑스 이름인 ‘Bande a Part’의 영어명 ‘A Band Apart’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장면은 오딜 일행이 루브르 관람 세계기록을 올리겠다며 함께 미술관의 전시실을 관통해 질주하는 것. 해설이 9분43초라고 알려 준다. 그리고 해설자는 마지막에 오딜과 프란츠의 열대지방에서의 모험을 테크니칼러 속편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물론 이 약속은 공약이 되고 말았다. 갈수록 난해의 극치를 달하는 영화를 만드는 고다르의 청순하고 순진했던 시절의 고운 영화다. 꼭 보시도록. ★★★★★(5개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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