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주연상 줄리안 모어 1순위
작품·감독상‘보이후드’‘버드맨’각축
미 스튜디오들의 자화자찬 잔치인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22일 할리웃의 돌비극장에서 닐 패트릭 해리스의 사회로 열린다. ABC-TV가 중계한다. 과연 최종 승자가 누구일지는 투표함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현재 오스카를 거머쥘 것이 확실한 부문은 여자 주연상과 조연상 그리고 남자 조연상 부문이다.
닐 패트릭 해리스(사회) |
■여자 주연
*마리옹 코티야르-‘이틀 낮과 하루 밤’ *펠리시티 존스-‘모든 것의 이론’ *줄리안 모어-‘스틸 앨리스’ *로자문드 파이크-‘곤 걸’ *리스 위더스푼-‘와일드’
‘스틸 앨리스’(Still Alice)에서 알츠하이머 초기증세에 시달리는 언어학 교수로 나와 아름답고 가슴 아프고 또한 섬세하고 민감한 연기를 보여준 줄리안 모어가 탄다. 모어는 골든 글로브상과 배우노조상을 이미 탔는데다가 과거 4번이나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도 알파로 작용할 것이다.
*패트리샤 아켓-‘보이후드’ *로라 던-‘와일드’ *키라 나이틀리-‘이미테이션 게임’ *엠마 스톤-‘버드맨’ *메릴 스트립-‘인투 더 우즈’
여자 주연 줄리안 모어(스틸 앨리스). |
12년간 텍사스의 한 소년의 성장기를 12년간에 걸쳐 찍은 ‘보이후드’(Boyhood)에서 결손가정의 어머니로 나와 아들과 함께 자신의 삶을 보다 풍성히 가꾸려고 노력하는 여인의 모습을 깊고 겸손하게 표현한 베테런 패트리샤 아켓이 탄다. 모든 비평가 협회상과 골든 글로브 그리고 배우노조상을 독식했다. 상복 많은 메릴 스트립도 이번엔 어쩌지 못할 것이다.
■남자 조연
*로버트 두발-‘판사’ *이산 호크-‘보이후드’ *에드워드 노턴-‘버드맨’ *마크 러팔로-‘폭스캐처’ *J.K. 시몬즈-‘위프래시’
본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은 ‘위프래시’(Whiplash)에서 새디스틱하고 독재적인 재즈학교의 선생으로 나와 제자들을 극한 지경에 까지 몰아붙이는 연기를 겁나게 해낸 베테런 J.K. 시몬즈(60)가 탈 것이다. 오래 전에 영화를 보는 순간 그가 오스카
상을 탈 것이라고 확신했을 정도로 강렬한 연기다. 시몬즈는 골든 글로브와 거의 모든 비평가협회상과 함께 배우노조상 등 모든 상을 싹쓸이 했다. 수많은 TV 작품과 영화에서 단역과 조연을 하면서 그동안 별로 빛을 못 본 시몬즈는 파머즈 보험회사 TV 광고로 낯이 익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나리투(‘버드맨’). |
오스카 시상식을 이틀 앞두고도 최종 승자를 가려내기가 가장 어려운 부문이 남자 주연과 작품상 부문이다. 따라서 감독상 부문도 예측이 쉽지 않다.
■남자 주연
*스티브 카렐-‘폭스캐처’ *브래
들리 쿠퍼-‘아메리칸 스나이퍼’ *베네딕 컴버배치-‘이미테이션 게임’ *마이클 키튼-‘버드맨’ *에디 레드메인-‘모든 것의 이론’
남자 조연 J.K. 시몬즈(위프래시). |
‘버드맨’(Birdman)의 마이클 키튼과 ‘모든 것의 이론’(The Theory of Everything)의 에디 레드메인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스크린 밖의 드라마 같은 경쟁이다.
영국의 떠오르는 젊은 배우 레드메인은 ‘모든 것의 이론’에서 영국의 이론 물리학자로 근육위축증을 앓고 있는 스티븐 호킹 역을 뛰어나게 해 배우노조상을 탔다. 오스카 사상 지난 10년간 배우노조상을 탄 배우가 주연상도 탔는데다가 배우노조는 오스카 회원들 중 가장 회원 수가 많은 집단이어서 레드메인의 수상을 확신하는 측이 많지만 결코 장담 못할 일이다.
그가 상을 탄다면 이는 젊었을 때의 대니얼 데이-루이스가 ‘나의 왼 발’에서 온 몸이 마비돼 기능이 유일하게 가능한 왼 발로 그림을 그린 아일랜드의 실제 인물 크리스티 브라운 역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탄 것에 비유할 만하다.
그러나 기자는 마이클 키튼에게 승부를 걸겠다. 그는 ‘버드맨’에서 브로드웨이 무대를 통해 재기를 노리는 한물 간 할리웃의 수퍼스타로 나와 올인 식의 연기를 보여줬다. 그의 역은 ‘뱃맨’으로 할리웃의 수퍼스타가 됐다가 최근 들어 활동이 뜸했던 자신의 처지를 실제로 반영하는 것 같다. 그는 이 역으로 골든 글로브를 탔다.
할리웃의 역사와 함께 살아온 베테런 키튼이 아직 젊어 상 탈 기회가 앞으로도 많은 레드메인을 제치고 오스카상을 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부문은 정말로 최종 승자를 장담하기가 힘들다.
■작품
*‘아메리칸 스나이퍼’ *‘버드맨’ *‘보이후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미테이션 게임’ *‘셀마’ *‘모든 것의 이론’ *‘위프래시’
멕시코 감독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나리투가 연출한 ‘버드맨’과 텍사스에서 활동하는 미 인디영화계의 기수인 리처드 링크레이터가 감독한 ‘보이후드’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난해 1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선을 보인 이후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아온 ‘보이후드’가 상을 탈 것이 거의 확실했었다. 이 영화는 비평가협회의 상이란 상은 다 몰아 탄데다가 골든 글로브까지 타면서 오스카상도 탈 것이라고 모두들 예견했었다.
그런데 뒤늦게 ‘버드맨’이 오스카상 수상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제작자 노조상과 감독 노조상을 타면서 ‘버드맨’의 기운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버드맨’에 승부를 걸겠다.
■감독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나리투-‘버드맨’ *리처드 링크레이터-‘보이후드’ *베넷 밀러-‘폭스캐처’ *웨스 앤더슨-‘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모턴 틸덤-‘이미테이션 게임’
보통 작품상을 타는 영화의 감독이 감독상도 타는 것이 관례처럼 돼 왔지만 이번처럼 작품상을 놓고 두 영화가 경합이 치열할 경우 아카데미는 가끔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하는 식으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나눠 주기도 한다. 지난해에 작품상은 ‘12년간 노예’가 탔으나 감독상은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이 탄 것이 그 일례다.
이 부문은 작품상 부문처럼 ‘버드맨’과 ‘보이후드’의 2파전. 올해도 지난해처럼 ‘보이후드’와 ‘버드맨’이 각기 두 부문에서 상을 나눠 가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기자는 이나리투에게 승부를 걸겠다.
‘보이후드’는 각종 비평가협회상과 골든 글로브를 타긴 했지만 ‘버드맨’은 이 부문 가장 뚜렷한 수상의 지침이라고 할 수 있는 감독노조상을 탄데다가 현재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나리투가 타면 이는 지난해의 쿠아론에 이어 두 번째로 멕시코 감독이 상을 타는 경우다.
이밖에 다른 부문 수상작들을 점쳐 본다.
*각본-‘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각색-‘이미테이션 게임’ *촬영-‘버드맨’(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츠키는 지난해에도 ‘그래비티’로 상을 탔다) *주제가-‘글로리’(셀마) *음악-‘모든 것의 이론’ *만화-‘빅 히로 6’ *외국어 영화-‘이다’(폴랜드) *장편 기록영화-‘시티즌포’ *단편 기록영화-‘위기 핫라인: 재항군인은 1번을 누르세요’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