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2월 10일 화요일

47명의 로닌 (The 47 Ronin·1941)


쇼군의 궁정 복도에서 주군 아사노(오른쪽)가 칼을 뽑아 키라를 살해 하려다 제지당한다.

주군 잃은 47인의 사무라이들 '복수극'


일본의 명장 켄지 미조구치의 대하 사무라이 복수극으로 1부와 2부로 구성된 상영시간 241분짜리 흑백 걸작이다. 일본어 제목은 ‘겐로쿠 추신구라’(Genroku Chushingura)로 이 내용은 그동안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다. 지난해에는 키아누 리브스 주연으로 역시 ‘47명의 로닌’이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져 개봉됐으나 비평가들의 혹평과 함께 흥행에서도 참패했다.
영화의 내용은 실화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주인의 복수를 하는 47명의 주인 없는 사무라이인 낭인(로닌)의 피비린내 나는 활극으로 이 얘기는 일본의 전설이 되다시피 했다. 체면과 명예를 생명보다 더 중시하는 일본 사람들의 구미에 딱 맞는 내용이다.
미조구치는 1941년 일-중 전쟁 때 군부에 의해 충성과 희생을 강조하는 선전용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으나 인간성을 중시하는 그의 솜씨가 역연하다.
1701년 에도(옛 도쿄)시대. 쇼군의 궁정 복도에서 라이벌 주군들인 타쿠미노카미 아사노와 교활한 키라 간에 싸움이 일어나면서 아사노가 키라를 죽이려고 하다 주위의 만류로 싸움이 끝난다. 이에 노한 쇼군은 칼을 빼어든 아사노에게 할복자살을 선고한다. 그리고 아사노의 땅과 저택도 몰수당한다. 그러나 쇼군은 키라는 처벌 받지 않는다.
이에 아사노의 종들은 모두 뿔뿔이 떠나고 그의 47명의 사무라이들은 낭인이 된다. 이들은 억울하고 명예롭지 못한 죽음을 당한 주군의 복수를 위해 키라의 집을 공격한 뒤 그를 살해하기로 다짐한다.
그런데 낭인들의 리더인 쿠라노수케 오이시는 처음에는 복수보다 아사노 가문의 명예를 되살리기 위해 쇼군에게 아사노의 동생 다이가쿠를 주군으로 아사노 가문을 부활시켜 달라고 탄원한다.
그러나 이 같은 탄원이 1년 후 쇼군으로부터 거절당하면서 오이시와 그의 46명의 사무라이들은 키라의 집을 공격, 키라를 살해하고 주인의 복수를 한다. 그리고 이들은 쇼군의 명에 따라 모두 할복자살한다. 체면과 명예를 위해서는 죽음도 불사하는 사무라이의 불문율인 부시도를 따른 집단자살이다. 초주로 카와라사키, 요시자부로 아라시, 우타에몬 이치가와 공연. 15일 하오 7시 해머뮤지엄 내 빌리 와일더극장(윌셔와 웨스트우드 310-206-8013).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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