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마와 키다네와 토야가 텐트집에서 단란한 한 때를 보내고 있다. |
회교 근본주의 횡포-가족애 대비
사막에서 유목민처럼 자유롭게 살고 있는 가정의 평화를 가차 없이 유린하는 회교 근본주의의 횡포와 공포 그리고 우행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아울러 가족애와 단결을 찬양한 아프리카국가 모리타니아의 작품으로 올 해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이다.
영화의 톤이 고르지 못하고 서술도 다소 일관성이 없어 감정적 충격이 약하긴 하나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회교 근본주의의 현상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어 시의에도 맞고 또 그것에 대해 배우는 바도 있는 매우 재미있는 드라마다.
다소 단점은 있지만 인물들의 성격 개발과 묘사가 뚜렷하고 연기도 좋고 또 태양이 작열하는 뜨거운 사막과 원주민들의 삶과 새빨간 진흙집을 비롯해 밝고 다채로운 의상 등 화면을 시적으로 가꾸어놓는 촬영이 아주 훌륭하다.
아프리카 말리의 팀북투는 최근에 회교 근본주의자들이 점령했다. 총을 멘 근본주의자들은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스피커로 각종 금기사항을 발표한다. 흡연과 축구와 음악이 금지되고 여자들은 뜨거운 낮에도 양말과 장갑을 껴야 한다.
영화는 이렇게 심각하고 어두운 부분을 자주 유머로 다독이고 있는데 금기사항을 발표하는 사람의 언어가 지역 언어가 아니어서 불어와 영어로 통역해야 한다. 그리고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여자가 근본주의자들의 장갑을 끼라는 지시에 “아니 어떻게 장갑을 끼고 생선을 팔라는 말이냐”고 대어든다. 영화는 근본주의자들을 무기 좋아하는 꼭두각시처럼 그렸다.
마을 밖의 사막에서 텐트를 치고 소 몇 마리를 키우면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 키다네(이브라힘 아메드)는 아내 사티마(툴루 키키)와 12세난 총명하고 독립심 강한 딸 토야(레일라 월랫 모하메드가 예쁘고 연기도 똘똘하게 잘 한다)와 함께 근본주의자들의 직접적인 지배 밖에서 기타도 치고 머리를 가리지도 않고 다소 자유롭게 산다. 이 집의 마지막 식구는 소떼를 돌보는 고아 소년 이사. 키다네 집의 이런 행동은 동네에서 했다가는 공개 매질감으로 영화는 셀폰을 쓰는 현대의 암흑기를 고발하고도 있다.
그런데 키다네의 소가 동네 어부가 쳐놓은 그물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키다네와 어부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고 이 하찮은 분쟁 때문에 키다네 가족은 비극을 맞으면서 전연 기대치 않던 결말에 다다른다.
보면 볼수록 피부로 직감하게 되는 감각적인 촬영과 아름다운 열사의 사막 그리고 토속적인 음악을 비롯해 월랫 모하메드의 연기 등이 좋은 볼만한 영화다. 아데라마네 시사코 감독.
PG-13 정도. Cohen Media. 일부지역.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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