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린 10대 남녀의 가슴아픈 사랑
헤이즐(셰일린 우들리·왼쪽)과 거스(앤셀 엘고트)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사랑에 취해 있다. |
둘 다 암을 앓는 10대 남녀의 청순가련하고 순진한 첫 사랑을 곱게 그린 몹시 센티멘털한 멜로드라마로 가끔 다소 들쩍지근하긴 하지만 두 주인공과 작품의 모양과 심성이 아름다워 두 사람과 함께 가슴 깊이 앓이를 하게 된다. 약간 ‘러브스토리’ 분위기가 난다.
존 그린의 영 어덜트를 위한 동명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으로 제목은 셰익스피어의 연극 ‘줄리어스 시저’에 나오는 대사. 의역을 하면 ‘우리의 운명은 우리 탓이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마음대로 다룰 수가 없다’는 뜻.
삶과 죽음이라는 대명제 하에 10대의 순진하고 가슴 떨리는 첫 사랑과 희열과 아픔과 슬픔 그리고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희망 및 궁극적인 운명의 수용을 주도면밀하고 차분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특히 이들 복잡다단한 감정의 내밀한 모습을 정성껏 꾸밈없이 표현한 두 주인공의 호흡이 참 잘 맞는다. 그야말로 찰떡궁합인데 헤이즐 역의 연기파 셰일린 우들리와 거스 역의 앤셀 엘고트는 ‘다이버전트’에서 오빠와 여동생으로 공연한 바 있다.
울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는데도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최루영화로 클리넥스 작은 통 하나씩 들고 가 관람하기를 조언한다.
생에 대해 정면 돌파형으로 운명을 받아들이는 헤이즐 그레이스 랭캐스터(우들리)는 암환자로 늘 산소통을 끌고 다닌다. 백만달러짜리 미소를 짓는 다소 독선적으로 자신만만한 어거스터스 워터스(엘고트)는 망각되기를 두려워하는 아이로 암으로 다리 하나를 잘라냈다.
둘은 암환자들의 모임에서 만나는데 서로 첫 눈에 반하지만 서서히 관계를 맺으면서 한참을 친구처럼 지낸다. 이들 외에 중요한 역을 하는 사람들이 헤이즐의 건강에 온 신경을 쓰는 어머니(로라 던)와 거스(어거스터스의 애칭)의 낙천적인 성격의 친구로 역시 암을 앓는 아이잭(냇 울프).
헤이즐과 거스는 서로의 꿈과 생각을 나누면서 친구로부터 연인 관계가 되는데 사랑의 기쁨에 희열하면서 웃다가도 시한부 삶이란 운명 앞에서 불안과 고뇌로 울고 아파한다. 그러나 둘은 결코 절망하지 않고 늘 ‘언제나’라는 말로 다시 마음을 곧추 세운다. 그것이 바로 사랑의 힘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헤이즐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소설의 작가 페터 밴 후텐(윌렘 다포)이 살고 있는 암스테르담에 거스와 어머니와 함께 방문하는 장면. 그림엽서처럼 아름다운 도시를 배경으로 헤이즐과 거스는 후텐을 방문하고 앤 프랭크가 숨어 지내던 다락방에 올라가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죽음의 촉수 앞에서도 결코 인간의 선을 포기하지 않았던 앤의 마음에 감동, 뜨거운 포옹을 나눈다. 헤이즐과 거스의 사랑은 무르익고 둘은 여기서 처음으로 서로의 몸을 나눈다. 그 정경이 아름답다.
우들리와 엘고트가 다 연기를 아주 잘 하는데 특히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은 우들리의 연기다. 무슨 역을 맡아도 잘 하는데 여기서도 다소 다 큰 소년 같은 엘고트에 비해 심지가 단단한 연기를 하면서 영화의 기둥 노릇을 한다. 대성할 배우다. 영화의 결점이라면 암과 죽음의 영화치곤 작품이 다소 온화한 동화적으로 처리된 것. 그러나 보면서 실컷 울게 되는 모든 청춘의 영화다. 조쉬 분 감독.
PG-13. Fox. 일부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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