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도착한 누레예프가 카페에 앉아 자유분방한 거리풍경을 주시하고 있다. |
서방 망명한 러시아 발레 스타 누레예프의 전기
1961년 공연차 방문한 파리에서 서방세계로 망명한 러시아의 수퍼스타 발레댄서 루돌프 누레예프의 전기영화로 배우 레이프 화인스의 세 번째 감독 작품이다. 영화에서 누레예프의 발레 선생으로도 나와 대사를 러시아어로 구사하는 화인스는 연출과 연기를 다 착 가라앉은 솜씨로 다루고 있다. 연출력이 섬세하다.
많은 발레 장면과 누레예프의 인물과 성격묘사 그리고 그의 파리에서의 생활과 마지막 망명 시도 등 극적인 부분을 골고루 다루고 있는데 칙칙한 단색으로 처리한 회상장면이 너무 많아 서술이 산만하다. 예술을 좋아하는 팬들이 즐길 영화로 누레예프로 스크린에 데뷔한 우크라이나의 발레 댄서인 올렉 이벤코의 연기가 카리스마가 부족하긴 하나 그만하면 잘한 편이다. 제목은 줏대가 너무 강해 무리에 잘 섞이지 못하는 외톨이를 가리킨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누레예프는 어렸을 때부터 댄스에 재능을 보여 국립댄스학교에서 수련을 받는다. 성장한 그는 레닌그라드의 저명한 발레교사 알렉산더 푸쉬킨(화인스)의 제자가 된다. 그런데 누레예프는 오만하고 반항적이며 집단 위주의 소련에서 개인의 권리를 주장해 학교의 관리들과 충돌을 한다.
푸쉬킨은 누레예프의 재능과 최고가 되겠다는 야망을 파악, 그를 정성껏 지도하는데 누레예프에게 관심을 보이는 또 다른 사람이 푸쉬킨의 아내 세니아(출판 카마토바). 세니아는 남편의 코앞에서 누레예프를 유혹해 정사를 나눈다. 영화에서 누레예프는 양성애자로 나오는데 그는 1993년 에이즈로 사망했다.
학교를 졸업한 뒤 누레예프는 키로프 발레단원이 된다. 그리고 발레단은 1961년 5주간의 프랑스 공연차 파리에 도착한다. 파리에 묵는 동안 누레예프는 동행한 소련 정보부 KGB 요원의 통금명령과 삼엄한 감시를 무시하고 파리의 문화와 밤의 클럽문화를 즐긴다. 이에 누레예프를 동행하는 사람이 파리에서 사귄 프랑스 댄서 피에르 라코트(라파엘 페로나즈)와 피에르의 친구인 상류층 출신의 육감적인 클라라 생(아델 에사쇼풀로).
파리에서의 발레 공연장면이 화사하니 멋있다. 이와 함께 파리의 데카당한 밤 문화가 소개된다. 프랑스에서의 성공적인 공연 후 발레단은 런던으로 가기 위해 공항에 도착한다. 여기서 KGB 요원이 누레예프에게 런던이 아니라 혼자 모스크바로 가야 된다는 지시를 내린다. 누레예프의 개인적 활동이 찍혀 호출되는 것이다.
소련에 돌아가면 자기 인생이 끝난다는 것을 아는 누레예프는 망명을 하기로 결심한다. 정보부 요원들이 누레예프를 둘러싼 가운데 그의 과감한 망명을 돕는 사람이 피에르와 클라라. 특히 클라라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공항에서의 이 장면이 긴장감 있다. 너무 많은 것을 얘기하려고해 서술에 일관성이 없는 것이 흠이지만 잘 만든 예술적 영화다.
R등급. Sony Pictures Classics.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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