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9년 5월 13일 월요일

‘그림자’ (Shadow)


지유(오른쪽)와 징이 음양무늬의 바닥에서 무술 훈련을 하고 있다.

장이모우 감독의 예술적 액션… 대역 장군의 장렬한 전투 볼 만


‘영웅’ ‘연인’ 및 ‘황후화’ 같은 액션이 박진하고 아름다운 무술영화를 잘 만드는 중국의 명장 장이모우의 시각미가 아찔하게 예술적이며 액션이 물 흐르는 듯이 유연하고 박력 넘치는 궁중 드라마다.
음모와 배신과 기만과 로맨스가 복잡하게 연결되고 개인 간의 결투와 대규모 전투 장면이 대담무쌍하게 펼쳐지는 대하서사극인데 매우 진행이 느리고 지나치게 스타일과 외면에 치중한 감이 있는 반면 내용 서술이 실하게 처리되지 못한 감이 있다.
참으로 장관인 것은 묵화를 그린 것 같이 먹물 단색으로 찍은 화면이다. 흑백의 아름다움이 칼라보다 더욱 진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데 가끔가다 칼라로 인간의 육체와 대나무의 잎 그리고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피를 흑백과 대치하면서 장관을 이룬다.
이런 아름다운 화면과 마치 춤을 추는 듯한 개인 간의 액션 장면 그리고 대규모의 군중 전투장면 등 예술적으로 처리된 외형미와 스타일은 경탄스럽지만 인물들의 성격개발이나 이야기의 막힘이 없는 흐름이 제대로 안 된 것이 아쉽다. 그러나 촬영과 액션 안무 그리고 디자인 등은 참으로 훌륭하다.
내용은 ‘삼국지’를 재구성한 것이다. 페이 국의 비겁하고 자기만족에 빠진 왕 페일리앙(젱 카이)은 라이벌 나라에게 자기 영토인 징조우를 빼앗기고도 더 이상의 정쟁만 없다면 된다며 현상유지에 만족한다. 심지어 적국의 왕에게 자기 여동생 큉핑(구안 시아오통)을 첩으로 보내겠다고 다짐한다.
이런 왕의 뜻을 어기고 적국의 창을 잘 쓰는 양장군(후진)에게 도전하는 것이 페이 국의 용맹한 장군 지유(뎅 차오). 그러나 이 혈기 방장한 지유는 진짜 본인이 아니라 자기와 똑 같이 생긴 징(뎅 차오). 지유는 지난 전투에서 심한 부상을 입고 지하에 숨어 있으면서 자기가 훈련시킨 징으로 하여금 자기 ‘그림자’가 돼 궁정에서 활동하도록 한 것. 이를 아는 유일한 사람은 지유의 아내 시아오 아이(순 리). 그런데 시아오 아이가 가짜 장군 징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묘한 삼각관계가 발생한다.
지유가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기 위해 자기가 훈련시킨 부하들을 동원해 공격을 시도하면서 장렬한 전투가 벌어진다. 무술 안무가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이름다운데 특히 지유와 징 그리고 시아오 아이 3인이 보여주는 무술장면이 우아하고 치명적인 궁중무를 보는 것 같이 멋있다.
영화에서 또 하나 볼만한 것은 무기와 방패로 써지는 우산. 방패로 써지던 우산이 조각조각 갈라지면서 쇠 날들이 날아가 상대를 쓰러트린다. 그리고 우산은 또 마치 큰 접시처럼 되어 사람이 타고 질주하는 용구로도 써진다. WellGo.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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