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9년 5월 13일 월요일

‘롱 샷’ (Long Shot)


플라스키가 필드의 두 참모들이 자켜보는 가운데 자기가 쓴 연설문을 필드(오른쪽)에게 보여주고 있다

황당 정치·로맨스 뒤섞인 할리웃판 풍자영화


터무니없는 소리 하고 있네. 구태의연하고 황당무계한 소리 하면서 억지를 부리는 전형적인 할리웃 스튜디오의 표본과도 같은 영화로 믿거나 말거나 하는 마음가짐으로 보면 그런대로 즐길 만은 하다. 
13세 때 자기를 베이비시팅한 3세 연상의 아름다운 여자를 사랑한 소년이 20여년 후 신문기자로서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 베이비시터의 연설문 작성자로 고용되면서 둘 사이에 사랑이 영근다는 로맨틱 코미디인데 끝이 영 설득력이 없다. 
마구잡이로 각본을 쓴 작품으로 꿈같은 소리하고 있는데 샬리즈 테론이 보기 드물게 코미디에 출연해 호기심 거리는 된다. 그런데 테론과 그의 상대역으로 나온 코미디언 세스 로건 간의 궁합이 썩 좋지가 않아 둘의 로맨스에서 열기를 못 느끼겠다. 
처음에 심층취재 기자 프레드 플라스키(세스 로건)가 나치 백인 우월주의자 단체를 위장취재하다가 들통이 나는 에피소드로 시작된다. 이어 플라스키는 편집국장(한국계 랜달 박)으로부터 신문사가 폭스 스타일의 언론사 재벌인 웸블리(앤디 서키스)에게 팔렸다는 말을 듣고 직장을 때려친다. 
플라스키는 실직의 슬픔을 달래려고 끝발이 좋은 친구 랜스(오셰이 잭슨 주니어)를 불러내 술을 마시다가 랜스를 따라 언론사 유명인사들과 정치인들이 모인 맨해탄의 파티에 참석한다. 여기서 플라스키는 웸블리를 만나 그의 언론사가 국가에 백해무익한 것이라고 성토를 한다. 
이를 주시하는 여자가 미 국무장관 샬롯 필드(테론). 필드는 플라스키를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필드에게 다가간 플라스키가 “당신은 내가 어렸을 때 나의 베이비시터였다”고 말한다. 
필드는 이어 대통령후보가 되는데 그 사연이 웃긴다. 현 대통령인 체임버스(밥 오덴커크)는 TV에서 대통령으로 나온 코미디언(막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 뽑힌 TV 코미디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생각난다) 출신으로 TV로 복귀하겠다며 재출마를 포기했다. 이 영화는 상당히 정치적으로 정치 풍자영화라고 해도 좋다. 
그런데 필드는 어렸을 때부터 정치성이 강한 소녀여서 결국 국무장관까지 됐는데 그래서 팝문화나 재미와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필드에게 부족한 것이 유머. 필드는 과거 플라스키의 기사를 읽고 즉흥적인 위트에 감탄한 바가 있어 그를 자기 연설문 작성자로 고용한다. 이에 결사반대하는 것이 필드의 두 고위 참모들. 그래서 이들은 플라스키를 내쫓으려고 온갖 사보타지 행위를 시도한다. 
필드는 자신이 슬로건으로 내건 환경문제에 대해 전 세계가 동참하도록 촉구하기 위해 세계순방에 나서는데 플라스키도 이에 동행하면서 연설문을 작성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일어난다. 
그리고 필드는 서서히 플라스키에게 애정을 품게 되는데 필드가 덥수룩하니 수염을 기르고 막 자다 일어나 운동복 바람으로 밖에 나온 사람 모양의 어른아이와도 같은 필드를 사랑하게 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플라스키의 순진함과 자신을 생각하지 않는 정의감에 반해서일까. 
둘 사이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필드의 두 참모들은 필드에게 은근짜를 놓는 캐나다의 독신 수상 제임스 스튜어드(알렉산더 스카스가드)와 필드를 짝지으려고 애쓴다. 그러나 백약이 무효.
대선의 열기가 깊어지면서 필드는 자신과 플라스키의 관계를 국민들에게 공개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고민한다. 그리고 필드는 폭탄선언을 한다. 과연 필드는 미 역사상 최초의 여대통령이 될 것인가. 조나산 리바인 감독. R등급. Lionsgate.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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