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닮은 데라곤 없는 두 사기꾼 페니(왼쪽)와 조세핀이 다음 행동을 위해 논의를 하고 있다. |
뚱보-미녀 콤비, 부자 남자 등치는 코미디 사기극
잘 나가는 두 스타 레벨 윌슨과 앤 해사웨이가 동료 사기꾼들로 나와 터무니없는 소리와 행동을 해대는 참으로 한심한 영화로 창작력을 상실한 할리웃 스튜디오의 또 하나의 꼴불견의 해프닝과도 같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말론 브랜도와 데이빗 니븐이 나온 ‘베드타임 스토리’(1964)와 이를 리메이크한 스티브 마틴과 마이클 케인이 주연한 ‘더티 로튼 스카운들러’(1988)의 두 번째 리메이크로 이번엔 주인공들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했다.
화사한 외면에 비해 내용은 영양실조에 걸린 지저분하고 시끄럽고 싸구려 분 냄새가 나는 영화로 마치 잘못 만든 무성영화 시대의 홀쭉이와 뚱보 코미디언 콤비였던 로렐과 하디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뚱보 코미디언 윌슨이 제작까지 했는데 영화에서 계속해 뚱뚱한 자기를 비하하는 농담을 하는 것을 살이 찐 여성관객들이 보면 어떻게 느낄 것인가 하고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리고 이 영화는 탐욕이 좋다고 찬양하는 물질만능주의 영화이기도 하다.
영국 태생의 조세핀(해사웨이)은 절경인 프랑스 남부 해안 휴양지에 고급주택을 소유한 패션감각이 뛰어난 콧대 높은 부자인데 재미로 자기 미모를 미끼로 마을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부자 남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쳐 거액의 돈이나 보석 등을 사취한다.
미국 중부의 싸구려 술집에서 일하는 호주태생의 페니(윌슨)는 온라인에서 만난 남자와 데이트를 시도하나 매번 실패한다. 그래서 큰 마음먹고 유럽에 가서 돈 많은 남자 노리겠다며 유럽에 도착해 기차에 오른다. 그리고 페니는 객차의 자기 앞에 앉은 남자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데 이를 주시하는 사람이 기차에 동승한 조세핀.
이를 계기로 모양과 성격이 판이한 둘은 사기꾼 팀메이트가 되는데 먼저 페니는 자기보다 한 수 높은 조세핀으로부터 남자들을 등쳐먹는 방법을 배운다. 이 과정에서 페니는 자신의 뚱뚱한 몸을 혹사해가면서 넘어지고 자빠지고 하는데 눈이 먼 여자로까지 위장해 흰 지팡이를 휘두른다. 이를 옆에서 보고 있는 조세핀이 어떻게나 자주 화려한 드레스를 바꿔 입고 나오는지 마치 패션쇼를 보는 것 같다. 그런데 둘은 주로 여자 알기를 우습게 아는 남자들을 성대로 사기를 친다고 주장하는데 허튼 소리다.
여하튼 여러 남자가 조세핀과 페니의 봉이 되는데 이들이 큰돈을 노리고 봉으로 겨냥한 남자가 어리숙한 젊은 하이텍 억만장자(알렉스 샤프). 둘이 사기 칠 액수는 자그마치 500,000달러. 해사웨이와 윌슨은 서로 상부상조해 팀웍을 이룬다기보다 각자가 따로 놀면서 서로를 상대로 소리를 질러대 시끄럽다. 이런 넌센스 코미디가 지녀야 할 광적인 불꽃이 튀지 않는 창백하기 짝이 없는 영화다. 크리스 애디슨 감독. PG-13.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