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중간)는 남편 시인과 달리 광란의 인파에 시달리고 있다. |
은유·광기 뒤범벅… 제니퍼 로렌스 출연 공포스릴러
영화의 각본을 쓰고 감독을 한 대런 아로노프스키(‘블랙 스완’ ‘꿈을 위한 진혼곡’)의 지나치게 부푼 이고와 영화의 배급사인 패라마운트가 그에게 준 과다한 창조적 자유가 뒤범벅이 돼 낳은 초현실적이요 구구 각색으로 해석이 가능한 공포영화이자 심리 스릴러다. ‘로즈메리의 아기’를 연상케 하는 광란의 루이스 부누엘 영화라고 하겠다.
영어 제목의 첫 글자를 비롯해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이(그 남자 그 여자가 이름이다) 모두 소문자로 쓰였는데 유독 ‘힘’(Him)이라고 대문자로 된 이름을 지닌 사람이 작품의 주인공인 시인(하비에르 바르뎀)이다. 그는 신이기 때문에 대문자로 이름이 시작된다. 제목의 ‘마더’는 이 신의 아내(제니퍼 로렌스)로 ‘마더’는 자연을 상징한다. 이렇게 은유와 비유로 가득한 영화여서 한번 보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 영화는 최근에 폐막된 베니스 영화제서 상영됐을 때 관객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그러나 며칠 전 토론토 영화제서 만난 아로노프스키는 “내 영화는 칭찬을 받든지 아니면 야유를 받든지 어느 것이든 극단적인 반응을 받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허허벌판 자연 속에 고풍의 외딴 집이 있다. 이 집에는 유명 시인이 그의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데 시인은 창작력이 고갈돼 고민 중이다. 둘 사이에 아이는 없다. 여자는 집을 재단장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이런 설정을 보면 영화는 작가의 창작에 대한 열망이 빚어낸 광기와 함께 예술이 삶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감독의 소신임에 분명하다.
어느 날 불청객 부부가 이 집을 방문하면서 평온하던 시인과 그의 아내의 삶은 내리막길로 치닫게 된다. ‘남자’(man-에드 해리스)는 기침을 계속하면서도 줄담배를 피우고 ‘여자’(woman-미셸 파이퍼)도 줄담배에 술꾼인데 ‘남자’는 시인의 열렬한 팬이라고 고백한다. 그런데 ‘여자’는 신경이 예민하고 건방지기가 짝이 없으면서 ‘마더’에 대해 처음부터 적대적이다.
글이 안 써져 고생하던 시인은 갈 곳이 없다는 이들을 반갑게 맞으며 아내의 허락도 없이 둘을 자기 집에 묵으라고 허락한다. 그리고 이 둘이 시인과 그의 아내의 삶을 헤저어 놓으면서 시인과 그의 아내의 삶은 지옥 길로 치닫게 된다.
이어 남자와 여자의 서로 적대적인 두 아들(친 형제 배우 도날과 브라이언 글리슨)이 찾아오면서 집은 아수라장이 되는데 여기에 집의 온갖 파이프마저 터져 물난리가 나니 ‘마더’는 죽을 맛인데 시인은 오히려 이들 불청객을 즐기며 새로운 시상마저 얻는다. 그러나 시인은 아내의 강력한 청에 따라 ‘남자’와 ‘여자’를 쫓아내나 이어 시인의 수많은 팬들이 떼를 지어 집에 찾아오면서 광란의 바커스 축제가 벌어지고 폭력과 테러가 자행된다.
아로노프스키는 영화에서 인간의 자연 파괴를 얘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는데 장시간 계속되는 영화의 마지막 광기에 대해선 보는 사람마다 제 각기 다른 해석이 가능하나 플롯이 지나치게 허무맹랑하다. 근 1시간 정도나 클로스업 된 얼굴로 내면 변화를 보여주는 로렌스의 연기가 가상하고 바르뎀과 해리스 및 파이퍼 등도 잘 한다. R.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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