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2월 24일 금요일

케디(Kedi)


임자 없는 고양이가 이스탄불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여유로운 이스탄불의 떠돌이 고양이들


여유롭고 즐겁고 우아하며 명상에 잠기게 만드는 이스탄불의 주인 없는 고양이들에 관한 기록영화다. 터키인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이다 토룬이 연출했는데 제목은 터키어로 고양이를 말한다.
이스탄불 도처에 사는 수천마리의 떠돌이 고양이들의 눈으로 본 이스탄불 찬미와도 같은 영화로 고양이와 도시와 도시 주민들에 관한 고찰이다. 마법적인 매력을 지닌 작품으로 인간이 고양이를 돌보고 그들과 사귀면서 얻고 깨닫는 삶의 예지를 보게 되는데 말하자면 고양이 철학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고양이를 키우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매우 좋아할 영화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큰 기쁨을 줄 것이다.  
특히 보기 좋은 것은 촬영이다. 온갖 모양의 고양이 얼굴을 클로스업으로 보여주다가 카메라가 네발로 움직이는 이들을 따라가면서 물 흐르듯이 움직인다. 이와 함께 이스탄불이라는 아름다운 도시와 주민들의 일상을 다정하고 인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카페와 상점의 고양이들 그리고 골목과 지붕 위와 부두 방파제에 사는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면서 돌보는 사람들의 관계가 마치 인간 대 인간의 관계처럼 포착됐는데 사람들은 고양이들을 통해 사람으로부터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고양이들은 비록 사람들이 주는 음식에 의존하지만 매우 독립적이다. 언제든지 집에 들오고 싶으면 들어오고 또 나가고 싶으면 나간다. 그 모습이 도도하다.    
어떤 사람은 “개는 사람을 신이라고 생각하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 고양이는 사람을 신의 뜻의 중개인으로 생각 한다”고 말한다. 또 어떤 사람은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고양이를 쓰다듬는 것은 기도용 염주를 만지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고양이와 대화는 마치 외계인과의 교류와도 같은 우리와 전연 다른 생명체와의 통화라고 말한다. 한 빵가게 주인은 고양이로 인해 자신의 삶이 풍부해졌다고 고양이 예찬론을 고백한다. 
한 작은 배의 선주는 자기가 고양이로부터 입은 은혜를 갚기 위해 버려진 고양이 새끼들에게 정성껏 우유를 먹이고 또 어떤 사람은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이 고양이는 자기가 다른 고양이를 쓰다듬으면 질투를 낸다고 말한다.
고양이들이 분주하게 가게와 집을 들락날락하는 모습과 새끼들을 품고 보호하는 모습 또 거리를 배회하고 저희들끼리 다투는 모습을 카메라가 역동적으로 쫓아다니는데 사람들은 도시에 고층건물들이 늘어나면서 점점 고양이들이 살 수 있는 녹지대가 줄어들어 걱정이라고 말한다.  
고양이들이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그들의 시각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따스하면서도 지적인 작품으로 풍성함과 희열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스탄불의 고양이들은 오토만 제국 때 이 도시가 무역의 중심지가 되어 전 세계로부터 온 상선들에 타고 있던 고양이들이 땅에 내려 정착하면서 늘어났고 아울러 하수구가 건설되고 쥐가 번성하자 집집마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고양이 천국이 되었다고 한다. 
아크라이트(바인과 선셋) 로열(11523 산타모니카) 플레이하우스(패사디나) 유니버시티 타운센터(어바인).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레이디 이브(Lady Eve^1941)


카드 사기꾼 진(왼쪽)이 순진한 찰스를 유혹하고 있다.

프레스턴 스터지스 감독의 재미있고 신랄한 로맨틱 코미디


할리웃 황금기 탁월한 풍자가로 통렬한 위트로써 미국사회의 다양한 면을 날카롭게 비판했던 감독이자 각본가인 프레스턴 스터지스의 재미있고 신랄한 로맨틱 코미디다. 성의 대결을 그린 영화로 두 주인공 역의 헨리 폰다와 바바라 스탠윅의 기막힌 콤비와 총명하고 짜릿짜릿한 대사 그리고 절묘한 타이밍과 조연진의 훌륭한 연기가 있는 보석같이 반짝거리는 흑백영화다.
백만장자 양조장 집 아들 찰스(폰다)는 모든 여자는 돈 때문에 자기를 노린다고 생각하면서 오로지 정글에 사는 희귀종 파충류 연구에만 몰두한다. 찰스는 브라질 여행 후 귀국 여객선에 오르는데 여기서 카드 사기꾼 부녀 해리(찰스 코번)와 진(스탠윅)을 만나면서 그의 인생항로가 급커브를 튼다.
두 부녀는 아이처럼 순진한 찰스의 껍데기를 벗기기로 하고 사기 카드게임으로 그를 유인하는데 찰스는 이런 줄도 모르고 아름답고 명랑한 진에게 넋을 잃고 만다. 그런데 진도 찰스를 사랑하게 되면서 찰스가 진에게 구혼한다. 그러나 찰스의 충직한 바디가드(윌리엄 디마레스트)가 진의 정체를 캐내는 바람에 실망한 찰스는 진을 떠난다.
그로부터 세월이 흐른 뒤 찰스에 대한 복수를 시도하는 진은 영국 귀족처녀로 위장하고 찰스에게 접근, 자기를 몰라보는 그의 마음을 다시 빼앗아 결혼에 성공한다. 둘이 기차로 신혼여행을 떠나면서 마침내 진의 복수가 시작된다. 진은 자신이 과거에 사랑했고 또 결혼했던 많은 남자들의 이름과 뜨거웠던 사랑의 행위를 줄줄이 늘어놓는데 이를 듣는 찰스의 얼굴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다. 그리고 찰스는 진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한편 해리는 딸에게 거액의 위자료를 요구하라고 종용하나 진은 자기가 찰스를 사랑한다며 이를 거절한다. 해리와 진은 다시 사기 카드게임을 위해 브라질행 여객선에 오르는데 역시 배에 탄 찰스와 진이 재회하면서 해피 엔딩.
풍자와 슬랩스틱이 잘 조화를 이룬 달콤한 영화로 찰스가 자기 머리를 가슴에 꼭 끌어안고 유혹하는 진의 육탄공격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과 진이 자기 옆을 지나가는 찰스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장면 등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다.
28일 하오1시. LA카운티 뮤지엄 내 빙극장.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오스카 고즈 투


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오는 26일 하오 5시부터 할리웃에 있는 돌비극장에서 지미 킴멜의 사회로 열린다. ABC-TV가 전 세계로 생중계한다.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리는 아카데미상의 최고의 영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상 부문에는 총 9개의 영화가 후보에 올랐는데 일찌감치 뮤지컬 ‘라 라 랜드’(La La Land^사진)가 탈것으로 점쳐졌다.
옛 할리웃과 뮤지컬에 바치는 헌사인 이 노스탤지어 가득한 영화는 작품상을 비롯해 무려 14개 부문에서 수상 후보에 올랐는데 이미 제작자협회상을 탔고 지난 1월에 열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작품상(뮤지컬/코미디) 등 모두 7개의 상을 탔다.  
작품상을 타는 영화의 감독이 감독상을 타는 것이 관례가 되다시피 해 감독상은 ‘라 라 랜드’를 연출한 데미언 차젤(32-‘위프래쉬’)이 탈 것이 분명하다. 차젤은 이미 감독협회상을 탔는데 그를 바짝 추격하는 사람이 마이애미 흑인 달동네 소년의 성장기인 ‘문라이트’(Moonlight)를 연출한 배리 젠킨스.
남자 주연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람이 ‘바닷가의 맨체스터’(Manchester by the Sea)의 케이시 애플렉과 ‘울타리’(Fences)의 덴젤 워싱턴. 이 부문에서는 쓰라린 과거를 지닌 아파트 핸디맨의 고뇌와 자아 구제의 모습을 극도로 절제해 보여줘 골든 글로브상(드라마)을 탄 애플렉이 상을 탈 것이 유력했다.
그러나 최근 아카데미 회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배우협회가 가정을 독재자처럼 군림하면서 독설을 내뱉고 허세를 부리는 피츠버그의 쓰레기차 용원으로 나와 겁이 날 정도로 위협적인 연기를 한 워싱턴에게 상을 주면서 워싱턴이 유력한 오스카상 후보로 부상했다. 워싱턴이 주연상을 타면 그는 오스카 3관왕이 된다. ‘울타리’는 어거스트 윌슨의 퓰리처상 수상작인 동명 연극이 원작이다.
애플렉이 배우협회상을 타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여성 비하 행동과 성적 희롱 등 그의 과거의 개인적 편력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작년 초만 해도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오를 것으로 평판이 자자했던 젊은 흑인 감독 네이트 파커의 흑인 노예들의 폭동 실화를 다룬 ‘국가의 탄생’이 파커가 대학시절 연루돼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을 받은 동료 여대생(후에 자살했다) 강간사건이 알려지면서 영화계로부터 완전히 외면을 받은 것과 일맥상통한다.
여자 주연상은 ‘라 라 랜드’에서 할리웃에 사는 배우 지망생으로 나와 빛나는 연기를 한 엠마 스톤이 탈 것이 유력하다. 스톤은 이미 골든 글로브상(뮤지컬/코미디)을 탔다. 스톤에 이어 유력한 수상 후보자가 ‘엘르’(Elle)에서 강간을 당한 후 도덕적으로 애매모호한 행동을 취하는 여사장 역을 맹렬히 한 프랑스의 베테런 이자벨 위페르. 위페르는 골든 글로브상(드라마)을 탔으나 오스카상은 5명의 후보가 나온 작품 중 유일하게 작품상 후보에도 오른 ‘라 라 랜드’의 스톤이 탈 확률이 높다.
남자 조연상은 ‘문라이트’에서 주인공 소년의 후견인 노릇을 하는 마약 딜러로 나와 따스하고 인간적인 연기를 한 마헤르샬라 알리가 탈 것이다. 그는 이미 배우협회상을 탔다. 여자 조연상은 ‘울타리’에서 남편의 허세와 독재적 군림을 너그러운 마음과 지혜로 인내하는 아내로 나와 깊이와 무게를 지닌 연기를 한 바이올라 데이비스가 탈 것이 유력하다. 데이비스는 이미 골든 글로브상과 배우협회상을 탔다.
데이비스가 상을 타면 남녀 주조연상 부문에서 여자 주연만 빼고 모두 흑인 배우들이 상을 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난 2년간 연기상 부문에서 단 한 명의 흑인 배우도 포함되지 않아 ‘오스카는 온통 백색이다’라는 구설수에 올랐던 아카데미가 면죄를 받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올 해 연기상 부문에서는 워싱턴과 알리 및 데이비스 외에도 또 다른 여자 주연상 후보인 루스 네가(‘러빙’)와 조연상 후보들인 네이오미 해라스(‘문라이트’) 및 옥타비아 스펜서(‘히든 피겨즈’) 등도 다 흑인들이다. 연기상 부문에서 흑인 배우들이 6명이나 후보에 오른 것은 오스카 사상 초유의 일이다.
‘라 라 랜드’는 작품과 감독 및 여자 주연상 외에도 음악, 주제가(‘시티 오브 스타즈’) 그리고 촬영과 의상상 등도 탈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여러 부문에서 오스카상을 휩쓸다시피 할 것이다.
외국어 영화상은 이란의 아스가르 화라디가 감독한 ‘세일즈맨’(The Salesman)이 탈 것이 유력하다. 트럼프의 이란인들의 미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이 이 영화가 상을 타는 것을 더 힘차게 뒷받침해준 셈이다. 이에 경쟁하는 영화가 독일영화 ‘토니 에르트만’(Toni Erdmann). 만화영화는 ‘주토피아’(Zootopia)가 탈 것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7년 2월 17일 금요일

아카데미상 후보작들


극영화, 만화, 기록영화 부문 단편 영화들


‘고요한 밤’ 불체자 크와메(왼쪽)와 잉거는 깊은 사랑에 빠진다.


오는 26일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 극영화와 만화영화 및 기록영화 부문에 수상 후보로 오른 각 5편의 영화들을 소개한다. 모두 ★★★★★(5개 만점)


▦극영화
●내부의 적들(Ennemis Interieurs) 1990년대 알제리의 내전이 한창일 때 프랑스에서 태어난 알제리계 무슬림 신도가 프랑스 시민권 인터뷰에 출석한다. 그를 심사하는 젊은 사람 역시 알제리계. 심사관이 시민권 신청자에게 테러리스트일 수도 있다며 신청자의 모스크 참배자 동료들의 이름을 대라고 윽박지른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미국의 요즘 상황에 딱 알맞은 영화다. 프랑스.
●여인과 TGV(La Femme et le TGV) 스위스의 시골 철로 변에 사는 엘리즈는 지난 30년간 매일 같이 지나가는 열차를 향해 국기를 흔들어 왔다. 어느 날 기관사로부터 편지가 날아들면서 둘 사이에 편지 교환이 이뤄진다. 그리고 열차가 노선을 바꿔 더 이상 자기 집 앞을 지나가지 않게 되자 엘리즈는 남자를 찾아 간다. 스위스.
●고요한 밤(Silent Nights) 코펜하겐에 사는 젊은 여자 잉거가 지원 봉사하는 홈리스 쉘터에서 만난 가나에서 온 불체자 크와메를 사랑하게 되면서 둘은 깊은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크와메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둘의 관계가 위기를 맞는다. 덴마크. 
싱(Sing) 새로 전학한 학교의 합창반에 들어간 소녀 소피는 지휘자 여선생이 노래를 부르지 말고 입만 뻥긋거리라는 지시를 받고 실망한다. 그리고 합창대회에 나가기 전에 단원들과 합창을 보이콧할 계획을 마련한다. 헝가리. 
타임코드(Timecode) 파킹랏의 주간 근무자인 루나가 고객의 불만을 조사하기 위해 모니터로 야간 근무자 디에고의 근무상황을 관찰하다가 디에고가 지루함을 푸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그대로 따라하면서 둘 사이에 관계가 이뤄진다. 스페인.

▦만화영화
눈 먼 바이샤(Blind Vaysha) 왼쪽 눈은 과거만 그리고 오른 쪽 눈은 미래만 볼 수 있는 어린 바이샤가 이 두 가지의 현실사이에서 갈등한다. 캐나다. 
빌린 시간(Borrowed Time) 옛 서부의 나이 먹은 셰리프가 과거에 일어난 비극적 사고의 현장을 찾아와 그 일을 회상한다. 캐나다. 
배 사이다와 담배(Pear Cider and Cigarettes) 자기 몸을 해쳐가며 멋대로 사는 테크노와 로버트는 죽마고우. 테크노가 중국에서 중병으로 입원하자 로버트는 간 이식수술이 필요한 테크노를 밴쿠버로 옮기기 위해 중국에 온다. 영국과 캐나다.
펄(Pearl) 전국을 떠돌며 노래를 부르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펄이 음악과 모험을 사랑하는 처녀가 되어 아버지의 사랑을 갚는다. 미국. 
도요새(Piper) 바닷가의 어린 도요새가 피도가 무서워 먹이를 찾아가지 못하다가 뜻밖의 동지를 만나 용기를 낸다. 미국.

▦기록영화
●엑스트레미스(Extremis)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여의사와 그의 팀 그리고 이들과 불치의 환자들과의 관계. 미국 
●4.1 마일(4.1 Miles) 터키로부터 보트를 타고 그리스의 섬 레보스로 오는 중동 난민들을 구출하는 그리스 해안경비대 대장과 섬 주민들. 제목은 터키와 레보스 간의 거리. 미국. 
●조의 바이올린(Joe‘s Violin) 과거 70년 간 애용하던 바이올린을 뉴욕 브롱스의 여학교에 기증한 91세의 홀로코스트 생존자 조셉 화인 골드의 이야기. 미국. 
●와타니: 내 조국(Watani:My Homeland) 시리아의 알레포에서 시리아해방군 지휘관인 아버지와 살던 4자녀가 아버지가 아이시스에게 납치되자 어머니와 함께 독일로 피신한다. 영국. 
●하얀 헬멧(The White Helmets) 내란 중인 시리아에서 하얀 헬멧을 쓰고 폭격을 받은 건물 잔해에서 인명을 구출하는 민간인 자원봉사자들의 활동. 영국. 
극영화와 만화영화는 23일까지 뉴아트(11272 산타모니카. 310-473-8530). 기록영화는 로열(11523 산타모니카. 310-478-3836)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천국의 아이들(Children of Paradise, 1945)


밥티스트는 가랑스(왼쪽)를 깊이 연모한다.

프랑스 명장 마르셀 카르네 감독의 걸작


프랑스의 명장 마르셀 카르네가 감독하고 유명한 시인이자 각본가인 자크 프레베르가 각본을 쓴 영화사에 길이 남는 기념비적 걸작이다. 나치의 프랑스 점령 하에 만들어진 195분짜리 대하 로맨틱 서사극으로 연극과 이에 관련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사랑에 관한 드라마다.
많은 배우들이 나와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를 극 중 극의 형식으로 보여주는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작품으로 배우들의 모습과 연기 그리고 성격 묘사가 뛰어나다. 프랑스가 연합군에 의해 해방된 파리에서 처음으로 상영된 영화로 극 중 인물들은 19세기 초의 실제 인물들을 모델로 했으나 내용은 허구다.
영화는 제 1부 ‘범죄의 거리’(The Boulevard of Crime) 와 제 2부 ‘백의의 남자’(The Man in White)로 구성됐으며 커튼이 오르면서 시작되고 커튼이 내려지면서 끝난다. 신비하고 사로잡는 듯이 아름다운 화류계의 여인 가랑스(아를레티)를 둘러싼 각기 다른 직업과 성격의 네 남자의 사랑과 함께 무언극과 연극에 바치는 애정의 헌사로 이 것들에 대해 상세히 고찰하고 있다. 
가랑스를 사랑하는 남자들은 백의의 무언극 피에로로 민감한 몽상가인 밥티스트(장-루이 바로)와 야심 찬 셰익스피어극 배우 프레데릭(피에르 브라쇠르) 그리고 허무주의자로 지적이면서도 기혹한 지하세계 인물 라스네르(마르셀 에랑)와 위선적인 귀족 에두아르(루이 살루).
이 네 명의 남자와 가랑스를 둘러싸고 애증과 음모와 욕망의 얘기가 얼기설기 엮어지는데 작품의 중심 플롯인 못 이룰 사랑의 두 주인공은 가랑스와 밥티스트. 밥티스트는 가랑스를 간절히 사모하나 가랑스는 잡힐 듯 하면서도 항상 이 남자 저 남자의 품을 찾아 날아다닌다. 그래서 밥티스트는 자기를 사랑하는 나탈리(마리아 카자레스)와 결혼해 아들까지 두나 끝내 가랑스를 못 잊는다. 그런데 가랑스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는 밥티스트다. 
마침내 두 사람은 달빛 밝은 밤 서로 영원한 사랑을 고백하고 정열을 불태우나 이튿날 가랑스는 다시 밥티스트를 떠난다. 수많은 군중들이 가면을 쓰고 광란하는 카니발 사이로 마차를 타고 떠나가는 가랑스를 뒤 쫓아 가면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밥티스트. 마치 꿈을 꾸는듯한 황홀한 작품이다. 24일과 25일 하오 7시30분. 뉴베벌리 시네마(7165 베벌리. 323-939-4038)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도널드 덕


내가 미국에 살면서 기부를 한 적이 딱 두 번 있다. 첫 번째는 내가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되는 지난 1980년대 초에 기부한 자유의 여신상과 엘리스 아일랜드의 복구기금이다. 이민자로서 자유의 상징이요 이민사의 현장을 복원하는데 일조, 나와 내 가족을 받아준 이 나라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복구위원회측이 자유의 여신상 재단장에 참여한 내게 기부자 증서를 보내 왔다. ‘흥진 박의 개인적 헌납에 의해 자유의 여신상은 구원 받고, 복원 되고 또 보존돼 전 세계의 장래 세대가 자유의 상징의 불이 밝게 타오르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니.’ 나는 이 증서를 액자에 넣어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나는 자유의 여신상을 찾아 갔을 때 그 받침대에 적힌 ‘자유를 숨 쉬고자 갈구하는 너의 피곤하며 가난하며 복작대는 무리를 내게 다오. 집을 잃고 폭풍우에 시달린 이들을 내게 다오. 내가 황금의 문 옆에 나의 등불을 치켜 들 테니’라는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이 땅의 자유를 심호흡했었다.
두 번째는 얼마 전에 기부한 난민구호기금이다. 이민자들을 반갑게 맞아주던 자유의 여신상을 참수한(슈피겔지) 도널드 트럼프의 무슬림 7개 국가에 대한 미 입국 금지조치에 항의하는 뜻으로 ACLU(미 민권자유연맹)에 체크를 보냈다.
트럼프의 조상도 독일계이듯이 미국은 이민의 나라다. 이 땅의 원주민은 미 기병대와 개척자들이 총과 위스키로 살육하고 무기력하게 만든 소위 ‘아메리칸 인디언들’인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이다. 그들을 빼곤 트럼프도 당신도 나도 다 이민자들이다.
미국의 건국이념과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트럼프이 반 이민 행정명령 탓에 난 얼마 전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의 독일계 동료로부터 농담 성 경고를 받았다. 그는 “트럼프는 남한과 북한의 차이도 모를 터인즉 너도 불원 북한 사람으로 찍혀 미국에서 쫓겨날지도 모르지”라며 겁을 주었다.
지금 한창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트럼프의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추파를 보면서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트럼프와 푸틴은 다 불리(bully)들이다. 체신 머리 없이 트위터로 언론과 사법부를 적으로 취급하면서 비난하는 트럼프야 말로 미국시민들이 잘 못 뽑은 대통령이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트럼프에 표를 던진 사람들 중에서도 지금 후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영화에 살고 영화에 죽는 내가 요즘 영화보다 더 재미있게 보는 것이 뉴스다. 아침에 눈만 뜨면 트럼프가 밤 새 또 무슨 망령된 짓을 했을까 하고 궁금해 CNN부터 튼다. 이런 트럼프의 연일 이어지는 해프닝 때문에 그는 코미디언들의 좋은 농담거리가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NBC-TV의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쇼에서 알렉 볼드윈이 트럼프로 나와 온갖 우스꽝스런 표정과 행동을 하면서 트럼프를 조롱, 나도 보면서 박장대소 한다. 또 멜리사 매카시는 기자회견 시 공격 일변도로 나오는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으로 나와 그를 가차 없이 희롱한다.
이로 인해 이 스케치 코미디는 방영 22년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트위터로 “NBC 뉴스는 나쁘지만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는 최악의 프로다. 우습지도 않고 출연진도 형편 없다. 진짜로 나쁜 TV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유머감각도 부족한 사람이다.
공교롭게도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둘러싼 논란 속에 무슬림에 대한 차별과 의심 그리고 시리아 내전과 난민에 관한 4편의 단편 오스카 후보작들이 지금 상영 중이다. 극영화 ‘내부의 적’(Enemies Within)은 프랑스 시민권 신청을 하는 프랑스 태생의 무슬림 알제리 계 남자와 그를 테러동조자로 취급하면서 인터뷰하는 심사관의 긴장된 대면을 그렸다. 나머지 ‘4.1마일’(4.1 Miles)과 ‘와타니:내 조국’(Watani:My Homeland) 그리고 ‘하얀 헬멧’(The White Helmets)은 중동난민과 시리아 내전에 관한 기록영화들이다.    
그런데 곰곰 생각하니 도널드 트럼프는 디즈니 만화영화의 도널드 덕을 여러 모로 닮았다. 둘이 생긴 것도 비슷하고 심술첨지인데다 허세와 허풍을 떨면서 남에게 군림하기를 즐기는 것이 닮았다. 또 도널드 덕은 성질이 급해 불끈하고 화를 잘 내는데다가(사진) 공격적인데 그 동안 TV로 목격한 트럼프의 성질이나 행동이 이 오리를 꽤 닮았다.
그리고 도널드 덕은 혀 짧은 소리를 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트럼프는 혀 짧은 소리는 아니지만 툭하면 황당무계한 소리를 해 이해난감인 것도 닮았다. 그런데 도널드 덕은 귀엽기나 하지.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7년 2월 10일 금요일

‘핵소 고지’(Hacksaw Ridge) 감독 멜 깁슨




“이 영화는 인간이 필히 가져야할 사랑의 이야기”


배우요 감독인 멜 깁슨(60)은 술에 취해 유대인을 욕하고 동성애자를 싫어하는 발언을 하고 또 애인에게 폭행을 해 할리우드의 ‘페르소나 논 그라타’(기피인물)가 되다시피 했지만 영화 하나는 잘 만든다. ‘아포칼립토’ 이후 10년 만에 다시 메가폰을 잡은 전쟁영화 ‘핵소 고지’(Hacksaw Ridge)가 그 좋은 예이다. ‘핵소 고지’는 신앙을 이유로  집총을 거부하고 의무병으로 태평양전쟁에 참전한 미군 데스몬드 T. 도스의 혁혁한 무공실화이다. 필자가 본 전쟁영화 중 가장 치열하고 참혹하고 사실적이다. 이영화는 오는 26일에 열리는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감독^남우주연상 등 후보에 올랐다.    
깁슨과의 몇 차례 인터뷰 때마다 느끼는 점은 그가 정서가 불안정한 사람 같다는 것. 좌불안석에 황소 눈알을 굴려가면서 고함을 지르다 시피하며 질문에 답하는 것을 보면 겁이 날 지경이다. 그러나 최근 ‘핵소 고지’를 위해 베벌리 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만난 깁슨은 세월 탓인지 정서가 많이 안정된 것 같았다. 그는 인도 도사의 것을 닮은 수염을 계속해 쓰다듬으면서 몸과 손을 사용한 큰 제스처를 동원, 물음에 시치미를 뚝 뗀 유머까지 섞어 힘차게 대답했다. 체격만큼이나 안으로도 매우 건장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영화의 어느 점이 마음에 들어 감독하기로 결심했는가.
“나는 이 영화를 전쟁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의 얘기다. 인간이 필히 가져야할 사랑의 얘기이자 형제를 결코 해치지 않겠다는 사랑의 얘기다. 또 자기 목숨을 남을 위해 내놓을 수 있는 사랑의 얘기다. 데스몬드 도스의 얘기는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얘기이다. 비폭력주의자인 그는 지상의 지옥인 전장에서 폭력과 핍박과 차별의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 자신의 영혼을 아름답게 가꾸면서 사랑을 보여준 선험적이요 순수한 사람이다. 이것이야 말로 영웅정신의 절정이라고 하겠다. 각본을 읽었을 때 이런 얘기가 내 심장을 꿰뚫고 들어왔다.”

-사람들은 이 영화를 감독의 할리우드 복귀영화라고 하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마지막 영화를 감독한지 오래되지만 그것은 한번 배우면 잊지 않는 자전거를 타는 것 같아서 다시 타니 편하고 기분 좋다. 난 그동안 쉬고 있는 것 같았지만 계속해 각본을 쓰고 영화를 구상해왔다. 지금 구상중인 영화가 4-5편쯤 된다. 물론 그 동안 이런 저런 영화에서 연기도 했다. 쉬면서 배운 좋은 것은 제물낚시를 배운 것이다. 난 지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아주 좋은 상태다.”

-이런 훌륭한 얘기가 왜 이제야 만들어졌는가.
“데스몬드가 지극히 사적인 사람이어서 자기 얘기를 영화로 만들기를 원치 않았다. 그는 평생에 한 번도 영화관에 가질 않은 사람이다. 지난 1948년부터 영화인들이 이 얘기를 영화로 만들려고 데스몬드와 접촉했으나 그는 이를 거절했다. 그러다가 그가 나이를 먹자 마음이 누그러져 자기 얘기의 영화화 판권을 자기가 다니는 교회에 넘겼고 교회는 조건을 달아 영화화를 허락했다. 데스몬드는 자기 얘기를 자랑하고파하지 않는 겸손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행한 모든 것을 하나님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요즘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 하는가
“그렇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 영화는 전쟁을 둘러싼 얘기이나 사랑의 얘기이기 때문이다. 내가 전쟁의 참상을 가능한대로 사실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까닭은 전쟁에서 싸운 사람들을 치하하기 위해서다.
데스몬드가 적진에서 부상한 아군을 철수 시키고 있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전쟁의 참혹상을 알려주고 싶었고 또 전쟁의 공포를 초월하기 위해선 영적으로 어떤 대가를 치러야하는 가를 알려주고 싶었다. 모든 것을 견디고 일어난다는 메시를 지닌 영화다.”

-배우들을 어떻게 군대식으로 훈련시켰는가.
“군인들을 불러다 훈련시키긴 했으나 길진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한 팀이 되어 정신을 집중해 훈련에 임했다. 그리곤 금방 맥주친구들이 됐다. 명 교관들이었다. 그 중 한 명은 영화에서 군인으로 나온다.”

-오키나와 전투인 영화를 어디서 찍었는가.
“오키나와는 너무 멀어 못 갔고 호주에서 찍었다.

-데스몬드는 부상당한 일본군도 구출했는데 사실인가.
“그렇다. 그가 고지에서 일본군을 들것에 실어 아래로 내릴 때 미군들은 이를 중지하라고 말했으나 그는 이를 따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또 터널에서 심하게 부상한 일본군을 만나자 그에게 모르핀을 놔줘 고통을 들어주었다. 이런 것이야 말로 영화의 본질이다.”

-감독은 데스몬드 같이  용감할 수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 난 비겁자다. 나도 가끔 내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일을 하긴 하나 또 때론 그렇지 못하다. 내가 이 얘기를 좋아하게 된 까닭도 데스몬드의 용기에 감복했기 때문이다. 난 상상 속에서도 그가 간 길을 가지 못할 것이다. 그의 용기야 말로 얘기할만한 것이 아닌가.”

-비폭력주의자인 데스몬드가 왜 전쟁에 지원해 나갔다고 보는가.
“그는 전쟁은 증오했지만 그의 형제들을 사랑했다. 우린 전쟁을 증오해야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사실이다. 불행스럽게도 전쟁은 늘 있어왔고 또 늘 있을 것이며 인류는 아마도 전쟁으로 멸망할지도 모른다. 전쟁을 좋아하건 싫어하건 간에 그것은 30-40년마다 일어나 우리의 귀싸대기를 패곤 한다. 그리곤 한 두 세대 동안 쉬었다가 또 일어난다.”

-한때 할리웃의 스타로 명성을 날렸는데 그것이 그립기라도 한가.
“그럼 내가 지금은 아니란 말인가. 명성이란 사라지게 마련이고 난 과거에도 그것을 그렇게 즐긴 편은 아니다. 그것 말고도 내게는 다른 삶이 있다. 아이들과 로맨틱한 일들이 내겐 아직도 제대로 있다.”

-데스몬드는 총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말했는데 상징적으로 영화는 감독의 삶의 무기인가.
“영화로 무엇인가를 말해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영화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켜주고 그들을 행복하게도 또 슬프게도 만들 수 있다. 난 영화의 임무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교육시키며 정신을 고양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난 늘 이 이론을 따르려고 하는데 이 영화가 그런 일을 해냈다고 본다.”

-데스몬드는 결코 총을 잡기를 거부하는데 감독이 절대로 “노”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초콜릿과 파스타 먹는 것이다. 모르겠다. 전쟁에 나가서 적을 만났을 때 과연 내가 그를 죽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할리웃을 떠나 있을 때 무엇이 가장 그리웠는가.
“영화로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렇지 못할 경우 나는 다른 방법으로 얘기를 하곤 한다. 글을 쓰고 만찬을 위해 요리하는데 요리란 그 자체가 남과 공유할 수 있는 얘기이다. 가능한 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창조적 필요성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나를 감금 상태에서 풀어 놓아주는 도구이다.”

-당신은 젊은 여자로부터 행복과 사랑을 찾는 것 같은데 그들이 당신이 삶에서 잃은 것이라도 채워주는가.
“나이란 숫자일 뿐이다. 내 애인(24세의 로잘린드 로스-승마선수이자 작가로 최근 깁슨의 아이를 출산했다)은 어른이고 우린 서로를 사랑하고 이해하고 있다. 그는 정말로 특별한 사람이다.”

-당신의 삶에 있어 무엇이 가장 자랑스러운가.
“내 일이다.  다음은 내 아이들이다.

-영웅적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사람과 그들의 행동을 통해 정의 내릴 수 있는 것으로 자기를 버리는 희생이다. 성공적인 결혼을 한사람들은 영웅들로 그들은 희생을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영웅적인 것은 남을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리는 것이다.”

-종교적 의미가 강한 이 영화에 대한 종교단체의 반응은 어떤가.
“제7일 안식일교회를 비롯해 전국에서 여러 종교단체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았다. 어떤 장면은보기가 힘들었지만 좋은 메시지영화라는데 공감하는 것 같았다. 데스몬드는 겸손한 자로 저기 어딘가에 자기보다 더 중요하고 큰 것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고서는 겸손할 수가 없다. 우리보다 더 위대한 것을 인정하는 것보다 더 좋은 메시지가 어디 있는가.”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존 윅: 챕터 2(John Wick:Chapter 2)


암살자 존윅이 적을 향해 총구를 겨냥하고 있다.

은퇴 선언한 킬러, 규칙 때문에 다시 살인자로 


2014년에 나와 빅히트한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무차별 살육 액션 스릴러 ‘존 윅’의 속편으로 사체가 산처럼 쌓이고 유혈이 강같이 흐른다. 보지 않고선 믿지 못할 스턴트와 액션의 난장판으로 액션 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것이다. 
은퇴했다 마지못해 다시 살인자가 된 존이 도대체 사람을 몇 명이나 죽일까 하고 궁금해 그 숫자를 세어봤더니 자그마치 130여명. 세자니 숨이 차다. 물론 존도 마땅히 죽어야 되는데도 살아남으니 그야말로 수퍼맨이라고 하겠다.
보잘 것 없는 내용과 멍청한 대사와 무연기의 폭력과 추격과 소음과 잔인으로 얼룩진 영화이지만 스턴트(리브스가 자동차 질주를 비롯해 자기 액션신은 대부분 본인이 했다)와 사람 대 사람 간의 손과 육신을 이용한 격투 및 시각적 스타일은 아주 보기 좋고 효과적이다. 
쏘고 차고 찌르고 목 조르고 치고 박으면서 인명이 살상되고 총과 칼과 몸과 자동차 그리고 펜과 연필 등이 흉기로 등장한다. 만화요 비디오 게임 같은 영화로 도가 지나쳐 실소가 터져 나온다. 제3편이 준비 중이다.   
서막식으로 존이 러시안갱으로 부터 자기 차인 검은 머스탱(차만 검은 것이 아니라 존의 의상도 검은 색이다)을 회수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밤의 맨해탄을 머스탱과 러시안갱이 탄 자동차가 서로 쫓고 쫓으면서 액션이 콩 튀듯 하는데 존은 자동차에 치이고 갱으로부터 집단으로 공격을 받는데도 쓰러졌다가 오뚝이처럼 발딱 일어난다.
암살자 노릇을 그만 두기로 한 존에게 같은 암살단체 멤버인 산티노 단토니오(리카르도 스카마르시오)가 찾아와 자기에게 진 빚을 갚으라고 요구한다. 산티노는 과거 존을 구해준 적이 있는데 암살단체 규약에 의하면 진 빚은 반드시 갚게 돼있다. 그런데도 존이 산티노의 요구를 묵살하자 산티노는 존의 집을 폭파해 박살낸다. 
이에 존은 애견을(존은 사람보다 개를 더 사랑한다) 데리고 암살단체의 규율과 관습을 중재하는 비밀에 싸인 윈스턴(이안 맥셰인)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윈스턴은 존에게 산티노에 대한 빚을 갚지 않으면 암살단체가 널 처치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존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산티노의 요구를 실행하기고 한다. 산티노의 요구란 유럽의 범죄단체들의 수장으로 군림하려는 자기 여동생 지안나(클라우디아 제리니)를 죽이라는 것. 그래서 존은 로마로 간다. 
그리고 산티노는 존을 감시하라고 말 못하나 살인에는 특급기술을 지닌 자신의 여자 바디가드 에어리스(루비 로즈)를 파견한다. 따라서 존은 에어리스와 사투를 벌이게 되는데 그의 또 다른 적은 지안나의 치명적인 바디가드 카시안(랩가수 코먼이 잘 한다). 존과 두 킬러간의 육박전이 볼만하다. 
그러나 로마의 지하묘지에서 벌어지는 장시간의 총격전은 아이들 장난이다. 리브스가 일부러 그러는지 연기를 안 한다. 마지막의 거울의 방에서의 대결은 영화 ‘샹하이에서 온 여자’와 ‘용쟁호투’의 장면을 빌려다 쓴 것이다. 채드 스탈스키 감독. R. Summit. 전지역.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유나이티드 킹덤(A United Kingdom)


루스(왼쪽)와 세레체는 온갖 차별을 극복하고 사랑을 지킨다.

흑인 왕자와 영국 백인 여성의 사랑… 차별을 극복한 실화 


현재 상영 중인 흑백사랑을 그린 ‘러빙’을 연상시키는 흑백사랑의 드라마로 실화다. 
현 보츠와나의 초대 대통령 세레체 카마와 영국의 사무원 루스 윌리엄스 간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그들이 차별과 난관을 극복하고 사랑을 지켜 나가는 얘기를 당의정 식으로 그렸다. 파란만장한 사랑과 그들의 극적인 역사적 배경을 너무 쉽고 안전 위주로 묘사해 내용이 갖고 있는 강렬성과 폭과 깊이를 충분히 못 살리고 있다.
인종차별과 정치적 사회적 역사적 문제를 비롯해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얘기인데 모든 것을 너무 소심하고 편안하게 그려 극적 흥분을 느끼기 힘들고 두 사람이 겪는 갈등과 슬픔 그리고 그리움 및 고뇌 등도 다 분홍빛 터치로 채색됐으나 호기심거리는 된다.      
1940년대. 런던서 유학중인 베추아나랜드(현 보츠와나)의 차기 왕이 될 왕자 세레츠(‘셀마’에서 마틴 루터 킹 주니어로 나온 데이빗 오이엘로)는 한 파티에서 만난 사무원 루스(로자먼드 파이크)를 보고 첫 눈에 반한다. 둘은 데이트에 들어가고 이어 세레츠는 루스에게 청혼한다.
물론 둘은 모두 양측 측근들로부터 이 결합에 대한 심한 반발을 받는다. 세레츠를 대신해 영국의 보호령인 베추아나랜드의 명목상 통치자 노릇을 하고 있는 세레츠의 삼촌 체케디(부시 쿠네네)는 조카의 흑백결합에 격렬히 반대하고 루스의 아버지는 딸을 가문에서 축출하겠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영국 정부까지 둘의 결합을 반대한다. 베추아나랜드와 인접한 남아공이 막 ‘아파트헤이드’(흑백분리정책)를 실시한 뒤 영국정부에 대해 세레츠와 루스의 결합을 안 막으면 자국의 광물질 대영수출을 금지하겠다고 위협을 한다.  
여기서부터 세레츠와 루스의 사랑은 큰 시련을 겪게 된다. 어떻게 보면 둘의 시련은 인종차별 보다는 관계 국가 간의 정치적 놀음의 희생물이라고 하겠는데 이런 묵직한 내용이 아주 쉽게 처리됐다. 모든 것을 다 색깔론으로 처리한 멜로드라마적인 안이한 방식이다.
그러나 사랑은 모든 것을 극복해 두 사람은 오랜 결별 끝에 재회하고 세레츠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설립된 민주국가 보츠와나의 초대 대통령이 된다. 보츠와나의 현 대통령은 세레츠의 아들이다. 인물들의 개성 묘사와 연기도 그저 무난한 편이다. 오이엘로의 실제 백인 부인 제시카가 극중 영국 정부관리의 부인으로 나온다. 암마 아산테 감독. PG-13. Fox Searchlight.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곡성’리메이크


얼마 전에 인터넷신문 스포츠한국을 보다가 참으로 답답한 기사를 읽고 이 글을 쓴다. “나홍진 감독 ‘곡성’, 리들리 스콧 프로덕션 리메이크 제안…단박에 거절했다”라는 제하의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16 올해의 영화상’ 시상식이 진행된 가운데 나홍진 감독의 ‘곡성’(사진)이 올해의 작품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김호성 폭스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코리아 대표는 리들리 스콧이 제작자로 있는 스콧 프리 프로덕션으로부터 ‘곡성’의 리메이크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는데 이 사실을 시상식에 참석한 나홍진 감독은 몰랐다는 것.
이어 김대표는 “오늘 영국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박감독의 할리웃 데뷔작)에 참여한 프로덕션에서 리메이크 하고 싶다더라”라며 “그래서 안 된다고 했다. 이건 나홍진 감독이 아니면 못 만든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나홍진 감독은 “잘 하셨다”고 화답했다는 것이다.
작품상과 함께 감독상도 탄 ‘곡성’(나감독이 각본도 썼다)은 작년에 한국에서 개봉된 귀신 스릴러 드라마다. 작은 마을 곡성에 외지인(일본 배우 쿠나무라 준)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사건들을 놓고 경찰(곽도원)과 무속인(황정민)까지 동원돼 사건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다. 나는 귀신 도깨비 영화 팬이 아니고 영화가 한국영화 특유의 잔인성과 폭력이 자심하지만 아주 잘 만들었다. 이 영화는 LA 타임스 등 미 신문들로부터도 호평을 받았다.
김호성씨가 왜 감독에게도 알리지도 않고 할리웃의 리메이크 요구를 단박에 거절했는지 속사정은 알바 없으나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김대표와 나감독의 근시안적 태도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다 리메이크 제안에 그러라고 대답하고 협상에 들어갔어야 한다.
수출인 리메이크는 국위선양과 국익에도 크게 기여한다. 할리웃의 리메이크하면 대뜸 생각나는 영화가 아키라 쿠로사와가 감독하고 도시로 미후네가 주연한 걸작 ‘7인의 사무라이’(Seven Samurai^1954)다. 이 영화는 ‘O.K.목장의 결투’와 ‘건힐의 마지막 열차’ 같은 웨스턴을 잘 만든 존 스터지스 감독에 의해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1960)으로 리메이크 돼 빅히트를 했다. 서부영화를 본 쿠로사와는 만족해 스터지스에게 일본도를 선물했다고 한다.
‘황야의 7인’은 작년에는 덴젤 워싱턴과 이병헌이 나오는 신판으로 다시 만들어져 성공했는데  ‘황야의 7인’이 거론될 때마다 따라 붙는 이름이 ‘7인의 사무라이’다. ‘7인의 사무라이’없는 ‘황야의 7인’은 없다는 말이다.
또 다른 유명한 리메이크가 세르지오 레오네가 감독하고 무명씨나 다름없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대뜸 스타로 만들어준 ‘황야의 무법자’(Fistfull of Dollars^1964)다. 이 영화 역시 쿠로사와가 감독하고 미후네가 나온 사무라이 영화 ‘요짐보’(Yojimbo^19561)가 원작이다. ‘요짐보’는 1996년에는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라스트 맨 스탠딩’(Last Man Standing^1996)으로 리메이크 됐다. 그러니까 ‘황야의 무법자’가 재 상영될 때마다 거론되는 것이 ‘요짐보’다.
이 밖에도 쿠로사와가 감독하고 역시 미후네가 주연한 또 다른 사무라이 영화 ‘숨겨진 성채’(The Hidden Fortress^1958)는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 워즈’의 모태가 된 영화다. 또 쿠로사와와 미후네 콤비가 만든 ‘라쇼몬’(Rashomon^1950)도 폴 뉴만 주연의 ‘분노’(The Outrage^1964)로 리메이크 됐다.
할리웃이 외국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코주부 장 가방이 나온 프랑스의 시적 사실주의 작품인 ‘페페 르 모코’(Pepe le Moko^1937)는 바로 그 다음 해 샤를르 봐이에와 헤디 라마 주연의 ‘알지에’(Algiers)로 리메이크 됐다. 그리고 마틴 스코르세지가 오스카 감독상을 탄 ‘디파티드’(The Departed^2006)는 홍콩영화 ‘무간도’(The Internal Affairs^2002)가 원작이다.
한국영화도 몇 편 할리웃에 의해 리메이크 됐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다. 이 영화는 지난 2003년 스파이크 리가 감독하고 조쉬 브롤린이 주연한 동명영화로 리메이크 됐으나 비평가들의 악평과 함께 흥행서도 참패했다. 이 밖에도 ‘시월애’ ‘장화, 홍련’ ‘엽기적인 그녀’ 등도 리메이크 됐다.
김대표와 나감독이 한국인이 만든 토속적인 원작의 뜻을 외국인이 제대로 소화를 못할 것이 두려워 ‘곡성’에 대한 실력 있는 미 제작사의 리메이크 제안을 거절하고 동의 했는지는 몰라도 그것은 길게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단견의 조치이다. 이제라도 그 제안에 응하길 바란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7년 2월 6일 월요일

‘얼라이드’(Allied) 마리용 코티야르




“스타 되는 것보다 단지 배우가 되려고 했을 뿐”


2차대전시 모로코의 카사블랑카 주재 나치대사를 암살하기 위해 부부로 위장 침투한 캐나다 군 장교 맥스(브래드 핏)와 프랑스 레지스탕스 요원 마리안의 스파이 액션 스릴러 로맨스영화 ‘얼라이드’(Allied)에서 마리안으로 나온 마리용 코티야르(41)와의 인터뷰가 최근 베벌리힐스의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있었다.
사슴같이 동그랗고 큰 눈에 광채가 나는 아름다운 모습의 코티야르는 질문에 액센트를 섞어 다소 서툰 영어로 차분하게 대답했다. 프랑스의 유명한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전기인 ‘장미 빛 인생’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탄 코티야르는 핏이 아내 앤젤리나 졸리로 부터 이혼 소송을 당하기 직전 이 영화에서 공연, 이혼 이유가 핏과 코티야르의 로맨스 때문이라는 가십에 올랐었다. 코티야르의 남편은 배우이자 감독인 기욤 카네다. 코티야르는 현재 두 번째 아기를 임신 중이다.     

-영화에 나온 소감은 어떤가.
“여배우로서 이런 튼튼한 이야기를 지닌 화려하고 멋진 작품에서 내가 좋아하는 로버트 즈메키스 감독과 일한 것이야 말로 꿈과도 같다. 깊이와 스타일과 아름다움을 고루 갖춘 영화다.”

-브래드 핏과의 경험은 어땠는가.
“그는 참으로 훌륭한 배우로 황홀한 경험이었다. 난 그의 영화들을 거의 다 봤는데 그는 매 영화마다 변신하는 사람이다. 그는 매번 다른 역을 시도하는 사람으로 나는 그런 배우를 존경한다.”

-아기 엄마이자 아내로서 핏과의 관계에 대한 가십을 견디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스타가 아니었더라면 하고 생각이라도 해본 적이 있는가.
“난 결코 스타가 되려고 한 것은 아니고 단지 배우가 되려고 했을 뿐이다. 난 내 꿈을 전파하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었다. 난 생동하는 강렬한 꿈을 현실로 사는 여자로 그로 인해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배우로서 내 삶을 내가 존경하고 또 나를 고무시키는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행운이다.” 

-처음 이 영화의 각본을 읽었을 때의 소감은 무엇인가.
“처음 읽은 것은 4년 전이다. 그 즉시 느낀 점은 마리안 이야말로 여배우가 꿈 꿔온 역이라는 것이었다. 난 그 동안 많은 영화에서 어둡고 짓눌린 여자로 나왔는데 마리안은 이와 달리 황홀하고 화려한 시간과 배경 속의 여자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할리웃의 어떤 점을 수용하고 어떤 부분을 배척하는가.
“난 모든 것을 배척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것을 배척하기보다 분석하려고 노력한다. 어리석고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다 배척하면 무언가를 잃게 된다. 그리고 할리우드도 세상처럼 변화하고 있다. 나는 시네마의 본향인 할리웃에는 늘 정직하고 진지하고 진실한 것을 말하는 작가와 배우와 감독 그리고 예술가들이 있다고 믿는다.”

-모래폭풍 속에서 뜨겁게 섹스를 하는 장면 찍기가 힘들었는가.
“그런 장면 찍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즈메키스 감독이 매사를 편하게 만들어줘 큰 어려움을 겪진 않았다. 그는 참으로 훌륭하고 재능 있는 사람이다. 러브신을 위해선 사전 연습을 많이 했다. 그리고 자유롭게 자신을 역에 내맡겨 자연스럽고 사실과 같이 해낼 수 있었다.”   
카사블랑카의 카페에 앉은 위장 결혼 부부 스파이 마리안(왼쪽)과 맥스.

-폭격 속에 출산 장면은 어땠는가.
“그것은 어려웠다. 잘못하면 과장된 연기를 하거나 아니면 모자라는 연기를 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출산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마리안이 맥스를 카사블랑카에서 처음 만난 것이 영화 ‘카사블랑카’가 개봉된 해와 같은 1942년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이에 관한 생각을 해보았는가.    “그 영화는 작품과 배우들이 다 전설적인 것이어서 감히 영감을 받으려고 생각하기가 두려웠다. 그러나 생각은 했다. 한 가지 말할 것은 난 모로코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되면서 변한 점은 무엇인가.
“변했다기보다 진화했다고 봐야 한다. 어머니와 배우로서 일하자면 서로 다른 삶의 균형을 찾아야한다. 어머니가 되기 전에는 내 개성에 까지 영향을 미치도록 역에 영육을 바쳤고 난 그에 괘념치 않았지만 이젠 영화가 끝나면 집에 돌아와 내 자신으로 돌아와 아이와 함께 있어야한다. 왜냐하면 아이가 배우인 내가 아니라 엄마인 나를 원하고 또 알기 때문이다. 다섯 살 난 아들 마르셀은 내가 다른 사람으로 보이는 세트에 오는 것을 싫어한다. 이제 둘째를 보면 배우와 어머니로서의 균형을 유지하기가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역을 어떻게 택하는가.
“튼튼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에이전트가 먼저 고르고 이어 나와 그에 대해 상의한다. 그들은 내가 배우로서 진화할 수 있는 역을 고른다. 따라서 그들은 단순히 에이전트가 아니라 나의 창조적 삶을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명작이 아닌데도 자꾸 보게 되는 영화라도 있는가.
“윌 퍼렐과 존 C. 라일리가 주연한 코미디 ‘스텝 브라더즈’다. 보면서 웃다가 울다가 한다. 난 코미디를 좋아한다.”

-역을 위해 브래드 핏을 언제 만났는가.
“제작이 시작 되는 즉시로 즈메키스와 함께 만났다. 그리고 촬영 15일 전부터 예행연습을 했다. 준비 기간은 모든 영화에 있어 다 주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그 15일 간은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다. 나 자신을 잃지 않고 나와 전연 다르게 일을 하는 배우들에게 적응한다는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미국인인 핏이 프랑스계 캐나다인이 쓰는 프랑스어를 익히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 그는 훌륭한 배우일 뿐 아니라 친절하고 관대하며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이다.”

-자연과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그 일은 내 삶의 일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우리가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고 또 그 책임을 져야한다. 난 그린피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 운동은 지구와 인간성에 상처를 입히는 사람들을 계속해 주시할 것이다. 그들은 순전히 영리추구를 위해 지구와 인간성을 해치고 있다. 난 우리의 생명과 생존에 관한 의식을 일깨워주고 있는 환경보호단체 사람들을 매우 존경하고 있다.” 

-남편과의 관계는 어떤가.
“너무 사적인 질문인데 우린 매우 행복하다. 우리의 삶은 멋지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진화하다보면 더 훌륭한 사람이 되게 마련이다. 나는 남편으로 인해 나 자신을 더 많이 발견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옆을 정직과 사랑과 존경심으로 지키고 섰다는 것이야 말로 인간으로서 아름답고 멋진 경험이다.”                                   

-영화에서처럼 가까운 사람의 정체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실제로 경험한 적이라도 있는가. 타인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자신을 알고 자신의 정체에 대해 마음을 열고 깊이 통찰한다면 다른 사람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문도 열린다고 본다. 자신을 진실로 안다면 삶의 수많은 가능성의 문이 열려 보다 강하게 살게 된다고 믿는다.”

-사람을 안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살면서 그에 대해 신비하다고 느껴본 적이 있는가.
“스스로를 아는 것조차 어려우니 타인을 안다는 것은 항상 의문과 신비라고 하겠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으로서 계속해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매우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때로 의문을 느낄 때가 있다.”

-당신은 디오르의 모델인데 그로 인해 배운 점이라도 있는가.
“덕택에 패션에 대해서 보다 많이 알게 되었다. 그 전에는 패션이 하나의 예술의 형태라는 것을 몰랐다. 이젠 디오르의 아름다운 창작품을 입으면 행복감을 느낀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