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왼쪽)와 세레체는 온갖 차별을 극복하고 사랑을 지킨다. |
흑인 왕자와 영국 백인 여성의 사랑… 차별을 극복한 실화
현재 상영 중인 흑백사랑을 그린 ‘러빙’을 연상시키는 흑백사랑의 드라마로 실화다.
현 보츠와나의 초대 대통령 세레체 카마와 영국의 사무원 루스 윌리엄스 간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그들이 차별과 난관을 극복하고 사랑을 지켜 나가는 얘기를 당의정 식으로 그렸다. 파란만장한 사랑과 그들의 극적인 역사적 배경을 너무 쉽고 안전 위주로 묘사해 내용이 갖고 있는 강렬성과 폭과 깊이를 충분히 못 살리고 있다.
인종차별과 정치적 사회적 역사적 문제를 비롯해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얘기인데 모든 것을 너무 소심하고 편안하게 그려 극적 흥분을 느끼기 힘들고 두 사람이 겪는 갈등과 슬픔 그리고 그리움 및 고뇌 등도 다 분홍빛 터치로 채색됐으나 호기심거리는 된다.
1940년대. 런던서 유학중인 베추아나랜드(현 보츠와나)의 차기 왕이 될 왕자 세레츠(‘셀마’에서 마틴 루터 킹 주니어로 나온 데이빗 오이엘로)는 한 파티에서 만난 사무원 루스(로자먼드 파이크)를 보고 첫 눈에 반한다. 둘은 데이트에 들어가고 이어 세레츠는 루스에게 청혼한다.
물론 둘은 모두 양측 측근들로부터 이 결합에 대한 심한 반발을 받는다. 세레츠를 대신해 영국의 보호령인 베추아나랜드의 명목상 통치자 노릇을 하고 있는 세레츠의 삼촌 체케디(부시 쿠네네)는 조카의 흑백결합에 격렬히 반대하고 루스의 아버지는 딸을 가문에서 축출하겠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영국 정부까지 둘의 결합을 반대한다. 베추아나랜드와 인접한 남아공이 막 ‘아파트헤이드’(흑백분리정책)를 실시한 뒤 영국정부에 대해 세레츠와 루스의 결합을 안 막으면 자국의 광물질 대영수출을 금지하겠다고 위협을 한다.
여기서부터 세레츠와 루스의 사랑은 큰 시련을 겪게 된다. 어떻게 보면 둘의 시련은 인종차별 보다는 관계 국가 간의 정치적 놀음의 희생물이라고 하겠는데 이런 묵직한 내용이 아주 쉽게 처리됐다. 모든 것을 다 색깔론으로 처리한 멜로드라마적인 안이한 방식이다.
그러나 사랑은 모든 것을 극복해 두 사람은 오랜 결별 끝에 재회하고 세레츠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설립된 민주국가 보츠와나의 초대 대통령이 된다. 보츠와나의 현 대통령은 세레츠의 아들이다. 인물들의 개성 묘사와 연기도 그저 무난한 편이다. 오이엘로의 실제 백인 부인 제시카가 극중 영국 정부관리의 부인으로 나온다. 암마 아산테 감독. PG-13. Fox Searchlight.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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