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티스트는 가랑스(왼쪽)를 깊이 연모한다. |
프랑스 명장 마르셀 카르네 감독의 걸작
프랑스의 명장 마르셀 카르네가 감독하고 유명한 시인이자 각본가인 자크 프레베르가 각본을 쓴 영화사에 길이 남는 기념비적 걸작이다. 나치의 프랑스 점령 하에 만들어진 195분짜리 대하 로맨틱 서사극으로 연극과 이에 관련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사랑에 관한 드라마다.
많은 배우들이 나와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를 극 중 극의 형식으로 보여주는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작품으로 배우들의 모습과 연기 그리고 성격 묘사가 뛰어나다. 프랑스가 연합군에 의해 해방된 파리에서 처음으로 상영된 영화로 극 중 인물들은 19세기 초의 실제 인물들을 모델로 했으나 내용은 허구다.
영화는 제 1부 ‘범죄의 거리’(The Boulevard of Crime) 와 제 2부 ‘백의의 남자’(The Man in White)로 구성됐으며 커튼이 오르면서 시작되고 커튼이 내려지면서 끝난다. 신비하고 사로잡는 듯이 아름다운 화류계의 여인 가랑스(아를레티)를 둘러싼 각기 다른 직업과 성격의 네 남자의 사랑과 함께 무언극과 연극에 바치는 애정의 헌사로 이 것들에 대해 상세히 고찰하고 있다.
가랑스를 사랑하는 남자들은 백의의 무언극 피에로로 민감한 몽상가인 밥티스트(장-루이 바로)와 야심 찬 셰익스피어극 배우 프레데릭(피에르 브라쇠르) 그리고 허무주의자로 지적이면서도 기혹한 지하세계 인물 라스네르(마르셀 에랑)와 위선적인 귀족 에두아르(루이 살루).
이 네 명의 남자와 가랑스를 둘러싸고 애증과 음모와 욕망의 얘기가 얼기설기 엮어지는데 작품의 중심 플롯인 못 이룰 사랑의 두 주인공은 가랑스와 밥티스트. 밥티스트는 가랑스를 간절히 사모하나 가랑스는 잡힐 듯 하면서도 항상 이 남자 저 남자의 품을 찾아 날아다닌다. 그래서 밥티스트는 자기를 사랑하는 나탈리(마리아 카자레스)와 결혼해 아들까지 두나 끝내 가랑스를 못 잊는다. 그런데 가랑스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는 밥티스트다.
마침내 두 사람은 달빛 밝은 밤 서로 영원한 사랑을 고백하고 정열을 불태우나 이튿날 가랑스는 다시 밥티스트를 떠난다. 수많은 군중들이 가면을 쓰고 광란하는 카니발 사이로 마차를 타고 떠나가는 가랑스를 뒤 쫓아 가면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밥티스트. 마치 꿈을 꾸는듯한 황홀한 작품이다. 24일과 25일 하오 7시30분. 뉴베벌리 시네마(7165 베벌리. 323-939-4038)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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