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12월 19일 월요일

제74회 골든 글로브 각 부문 후보작


드라마 부문에서 작품상 등 총 6개 분문 후보에 오른‘문라이트’


지난 12일 발표된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가 수여하는 골든 글로브상 각 부문 후보의 특징은 흑인배우들과 그들이 연기한 작품들이 예년에 비해 많다는 점이다.
주 조연을 비롯해 연기상 후보에 오른 이들은 ‘울타리’(Fences)의 덴젤 워싱턴과 바이올라 데이비스, ‘문라이트’(Moonlight)의 마헤르샬라 알리와 네이오미 해리스, ‘러빙’(Loving)의 루스 네가 및 ‘히든 피겨즈’(Hidden Figures)의 옥타비아 스펜서 등 모두 6명이다. ‘문라이트’로 감독상과 각본상 후보에 함께 오른 배리 젠킨스도 흑인이다. 또 ‘라이언’(Lion)으로 남우 조연상 후보에 오른 데브 파텔은 인도계 영국인이다.
이 밖에도 파렐 윌리엄스 등이 작곡한 ‘히든 피겨즈’의 음악과 스티브 원더 등이 작곡한 만화영화 ‘싱(Sing)’의 노래 ‘페이스’(Faith)도 각기 해당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가히 흑인들의 잔치라 부를만한데 2년 연속 연기상 부문에서 흑인이 제외돼 ‘오스카는 온통 백색이다’라는 비판을 받은 아카데미가 내년 오스카상 후보발표에서 HFPA의 선례를 따를지 궁금하다.
이번 발표의 또 다른 특색은 강한 내성과 독립심을 지닌 여성위주의 영화들이 여러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는 것. 음정과 박자가 전연 맞지 않게 노래를 부르는 뉴욕 사교계 여성이 이에 불구하고 자비로 카네기홀 무대에 서는 실화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Florence Foster Jenkins)와 외아들을 파격적으로 키우는 자유사상을 지닌 독립적인 홀어머니의 드라마 ‘20세기 여자’(20th Century Woman), 며칠 전 작고한 존 글렌의 우주비행에 큰 기여를 한 흑인 여성 수학자들의 드라마 ‘히든 피겨즈’ 및 워싱턴의 여자 로비이스트의 얘기 ‘미스 슬로운’(Miss Slone) 등이다.
HFPA는 작품과 남녀주연상 부문에 한해 드라마와 뮤지컬/코미디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한다.  HFPA는 매년 상을 다양한 작품에 골고루 나누어 주는 경향이 있는데 올 해도 마찬 가지. 특히 올 해는 작품상 후보에 오른 많은 영화들이 메이저가 아닌 독립영화사들의 것들이다.
모두 7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라 최다 후보작이 된 ‘라 라 랜드’(La La Land)와 이에 이어 총 6개 부문에 후보에 오른 ‘문라이트’ 및 총 5개 부문에서 후보에 오른 ‘바닷가의 맨체스터’(Manchester by he Sea)등이 다 독립영화사 작품들이다. 이 세 영화는 오스카상 경쟁에서도 치열한 접전을 벌이게 됐다. 이들에 이어 총 4개 부문에서 후보에 오른 ‘라이언’과 텍사스의 형제 은행강도와 이를 추적하는 텍사스 레인저(제프 브리지스)의 현대판 웨스턴 ‘헬 오어 하이 워터’(Hell or High Water)도 마찬 가지.
이 영화들은 작은 규모의 성인용 영화들로 비평가들의 평에 의해 흥행의 성패가 달린 영화들이다. 이들은 이제 골든 글로브상 후보에 오름으로써 앞으로 흥행 호조가 순풍에 돛을 올린 격이 됐다.
수상 후보 발표 때마다 늘 있는 일이지만 이번에도 뜻밖에 수상 후보에 오른 작품과 배우들이 있다.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폭력적이요 상스럽기 짝이 없는 ‘데드풀’(Deadpool)과 주연배우 라이언 레널즈가 각기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 이와 함께 그 누구도 후보에 오르리라고 짐작하지 못했던 사람이 ‘전쟁의 개들’(War Dogs)의 주연배우(뮤지컬/코미디) 조나 힐. 이라크전쟁의 와중에 무기를 팔아 떼돈을 번 두 젊은이의 액션 코미디 드라마인 이 영화는 평과 흥행이 다 신통치 못해 힐의 후보 선정이 한층 더 화제가 되고 있다.
HFPA로부터 완전히 무시를 당한 두 베테런 감독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마틴 스코르세지. 이스트우드가 감독하고 탐 행스가 주연해 호평과 함께 빅히트한 여객기 사고영화 ‘설리’(Sully)와 스코르세지의 심혈을 기울인 야심작으로 17세기 일본에서 핍박을 받는 예수회 선교사들의 드라마 ‘침묵’(Silence)도 외면을 받았다.
외면을 당한 또 다른 베테런들은 워렌 베이티와 로버트 드 니로. 베이티가 감독하고 하워드 휴즈로 나온 ‘룰스 돈 어플라이’(Rules Don‘t Apply)는 그가 15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작품으로 영화사 사장이었던 휴즈가 신인으로 발굴한 앳된 여배우 역의 릴리 칼린스가 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이 전부. 그리고 ‘코미디언’(The Comedian)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나와 상소리를 침 뱉듯 하는 로버트 드 니로도 제외됐다.
이들과 달리 할리웃의 망나니로 취급받아온 멜 깁슨은 자기 작품이 세 개 부문에서 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그가 감독한 태평양전쟁을 다룬 실화 ‘핵소 리지’(Hacksaw Ridge)가 드라마 부문에서 작품, 감독 및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또 패션디자이너 탐 포드가 자신의 두 번째 영화 ‘야행성 동물’(Nocturnal Animals)로 감독과 각본상 후보에 오른 것도 작은 이변. HFPA가 사랑하다시피 하는 메릴 스트립은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로 주연상후보에 올랐는데 이번으로 총 30번째 후보에 오르는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스트립은 내년에 1월에 열리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생애업적상인 세실 B. 드밀상을 받는다.  제74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2017년 1월 8일 지미 팰론의 사회로 베벌리힐스의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다. NBC-TV가 전 세계로 생중계 한다.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 작품상 등 총 7개 분문 후보에 오른‘라라랜드’


<골든 글로브상 각 부문 후보 영화들>
▶작품(드라마)
‘핵소 리지’ ‘헬 오어 하이 워터’ ‘라이언’-어릴 때 길을 잃은 뒤 호주에 입양된 고아가 25년 만에 고향을 찾아가는 감상적인 드라마. ‘바닷가의 맨체스터’-가족의 처참한 사고 후 폐인처럼 살고 있는 남자의 후유증과 갱생의 드라마. ‘문라이트’-마이애미의 달동네에 사는 흑인 남자 동성애자의 갈등과 자아 인식을 세 시간대로 나누어 그렸다.

▶여우주연(드라마)
에이미 애담스-지구에 도착한 외계인과 소통하려고 애쓰는 언어학자의 드라마 ‘도착’(Arrival) 제시카 채스테인(미스 슬로운) 이자벨 위페르-강간당한 여사장의 후유증과 변태적 성적 호기심 그리고 반격을 그린 프랑스영화 ‘엘르’(Elle) 루스 네가-흑백결혼이 불법이던 버지니아주에서 백인 남자와 결혼한 흑인여자와 남편의 투쟁실화 ‘러빙’. 나탈리 포트만-케네디대통령 암살 작전과 직후의 재클린 케네디의 이야기 ‘재키’(Jackie)

▶남우주연(드라마)
케이시 애플렉(바닷가의 맨체스터) 조엘 에저턴(러빙) 앤드루 가필드(핵소 리지) 비고 모텐슨-숲 속에서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히피 아버지의 드라마 ‘캡튼 팬태스틱’(Captain Fantastic) 덴젤 워싱턴-한과 분노에 묻혀 사는 피츠버그의 쓰레기 수거원의 드라마 ‘울타리’

▶작품(뮤지컬/코미디)
‘20세기 여자’ ‘데드풀’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 ‘라 라 랜드’-옛 할리웃과 뮤지컬에 바치는 로맨틱한 찬미. ‘싱 스트릿’(Sing Street)-1980년대 더블린의 14세난 소년이 자기가 좋아하는 소녀의 마음을 사기 위해 친구들과 밴드를 급조한다.

▶여우주연(뮤지컬/코미디)
엠마 스톤(라 라 랜드) 릴리 칼린스(룰즈 돈 어플라이) 헤일리 스타인펠드-여고 3년생의 성장기 ‘에지 오브 세븐틴’(Edge of Seventeen) 아넷 베닝(20세기 여자) 메릴 스트립(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

▶남우주연(뮤지컬/코미디)
칼린 패럴-독신자가 45일 안에 새로운 짝을 못 찾으면 동물이 되는 우화 ‘랍스터’(LObster) 라이언 가슬링(라 라 랜드) 휴 그랜트(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 조나 힐(전쟁의 개들) 라이언 레널즈(데드풀)

▶감독
데이미언 차젤(라 라랜드) 탐 포드(야행성 동물) 멜 깁슨(핵소 리지) 배리 젠킨스(문라이트) 케네스 로너갠(바닷가의 맨체스터)  

▶여우조연
바이올라 데이비스(울타리) 네이오미 해리스(문라이트) 니콜 키드만(라이언) 옥타비아 스펜서(히든 피겨즈) 미셸 윌리엄스(바닷가의 맨체스터)

▶남우조연
마헤르샬라 알리(문라이트) 제프 브리지스(헬 오어 하이 워터) 사이몬 헬버그(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 데브 파텔(라이언) 아론 테일러-잔슨(야행성 동물)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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