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조자들과 함께 도주하는 파블로 네루다(앞). |
1940년대 칠레… 노벨상 수상 시인 네루다의 삶
현재 상영 중인 케네디 대통령 암살 직전과 직후의 재클린 케네디의 모습과 심리상태를 사실과 상상력을 섞어 역사의 재해석 식으로 묘사한 ‘재키’를 연출한 칠레 감독 파블로 라레인의 영화다.
독특한 작품으로 ‘재키’처럼 칠레의 노벨상 수상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삶을 사실과 감독의 상상력을 동원해 재구성 했는데 거의 초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환상과 현실의 구분이 애매모호하고 또 교묘히 직조된 심각하면서도 시치미 뚝 떼는 유머를 곁들인 영화로 작품의 음색이 고르지 못해 다소 혼란을 일으킨다.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
1940년대 말. 공산당 출신의 상원의원으로 노동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네루다(루이스 그네코)는 좌파에서 우파로 돌아선 가브리엘 곤살레스 비델라 대통령(알프레도 카스트로)이 공산당을 불법화 하면서 아내 델리아(메르세데스 모란)와 가까운 지지자들과 함께 지하로 잠적한다.
이어 야심에 찼으나 약간 덜 떨어진 형사 오스카 펠루초노(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가 네루다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많은 부분이 오스카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데 애증과 동경과 환상이 뒤엉킨 일종의 추적자와 도주자의 얘기이다.
오만하고 자기 영광을 마음껏 누리고자하는 민중의 영웅 네루다와 이런 거물을 추적하면서 보잘 것 없는 신분에서 유명인사가 되어보고자 하는 오스카(경찰간부와 창녀 사이에서 태어났다)의 관계가 영화의 중심 주제로 둘은 영화에서 거의 만나지 않으면서도 마치 몸이 붙은 쌍둥이처럼 연결된다.
잠복하고 도주하는 네루다는 아내와 동조자들을 돌려보내고 낯선 사람들과 함께 안데스 산맥을 넘어 달아는데 그 뒤를 오스카가 끈질기게 따라 붙는다.
그러나 오스카는 자신의 흔적을 일부러 남기고 도망가는 네루다의 은신처에 늘 한발 뒤 늦게 도착한다.
이런 과정에서 오스카는 네루다의 시 속의 인물처럼 변신한다. 어떻게 보면 네루다와 오스카는 한 인물로 둘이 혼연일체가 된다. 그네코의 밉상스러울 정도로 오만한 연기와 멕시코 배우 베르날의 서푼짜리 같은 어수선한 연기가 조화를 잘 이룬다. 희한한 영화다. R.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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