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왼쪽)과 로즈가 다정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 |
유망한 야구 선수가 몰락한뒤 가족과 겪게 되는 갈등
심리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강력한 극적 경험과 흥분을 느끼게 하는 신맛 나고 유머가 있는 드라마로 호언장담 하는듯한 연기를 하는 덴젤 워싱턴이 감독하고 주연한다. 오거스트 윌슨의 펄리처상과 토니상을 받은 연극이 원작으로 긴 독백과 대화 위주인데 말의 성찬이라 할 만큼 언어가 풍성하고 다양하다.
12일 발표된 골든 글로브상 후보에서 워싱턴이 주연상(드라마부문) 그리고 워싱턴의 아내 로즈역의 바이올라 데이비스가 조연상 후보로 올랐다.
1950년대 피츠버그의 쓰레기 수거원인 트로이(워싱턴)는 한과 분노에 가득 찬 사람으로 집안의 독재자다. 그 이유는 니그로 리그의 야구선수였던 그가 프로가 되지 못한 것이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트로이는 툭하면 과거의 자랑을 늘어놓는데 남편을 사랑하는 인내심 깊은 로즈는 남편의 이 같은 허세를 못 들은 척하고 지낸다. 트로이도 아내를 매우 사랑한다.
트로이의 허세와 변덕 그리고 쓴 맛 나는 독설을 들으며 참아야하는 사람은 로즈 외에도 트로이의 고등학생 아들 코리(조반 아데포). 특히 코리는 아버지가 자기 꼴이 될 것을 우려, 풋볼선수가 되려는 것을 막아 아버지와 갈등이 심하다. 트로이는 “이 집의 주인은 나다”면서 독재자처럼 로즈와 코리를 다룬다. 트로이의 허세를 너그럽게 받아주는 사람이 그와 함께 쓰레기를 수거하는 나이 먹은 친구 보노(스티븐 헨더슨).
트로이의 주변 인물들로는 이들 외에 전처소생의 30대의 재즈음악가 라이언스(러셀 혼스비)와 전쟁에서 머리를 다쳐 정신박약자가 된 동생 게이브리엘(미켈티 윌리엄스)이 있는데 라이언스는 아직도 아버지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는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로부터 온갖 모욕적인 말을 듣는다.
얘기는 거의 집안에서 진행되면서 상당 부분이 한과 분노와 좌절감에 가득 찬 트로이의 허세와 독설과 욕설과 주정 그리고 독백으로 이어지는데 그의 언어가 고약하고 때론 사악할 정도이나 또 한편으로는 유머가 배어있다. 이어 영화후반에 가서 트로이의 폭탄선언이 나온다. ‘울타리’는 트로이가 짓기를 계속해 미루는 자기 집 작은 뒷마당의 담장을 뜻하면서 아울러 그의 삶을 가로막는 장애를 상징한다.
연기들이 좋은데 워싱턴의 연기는 거의 과장됐다고 할 만큼 화려하다. 자세와 태도와 걸음 그리고 제스처와 얼굴 표정이 득의양양하고 압도적이다. 이에 반해 데이비스의 자상하고 연민하며 참는 연기가 워싱턴의 오만한 연기와 좋은 대조를 이루며 화합한다. PG-13. Paramount.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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