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파괴력을 지닌 액체 금속 터미네이터 T-1000역의 이병헌. |
액션도 스토리도 다 어디서 본듯한데…
‘터미네이터’시리즈 제5편… 내용도 연기도 참신성 실종
1984년 그의 나이 37세 때 자기를 수퍼스타로 만들어준 ‘터미네이터’ 제1편에 나와 “아이 윌 비 백”(나 돌아올 거야)이라고 말한 뒤 속편을 통해 자꾸 돌아오고 있는 전직 가주 지사 아놀드(아니) 슈워제네거가 관객에게 상의도 없이 또 돌아온 ‘터미네이터’ 시리즈 제5편으로 과거 보고 들은 얘기를 재탕 5탕한 영화다.
아니는 주지사 자리를 떠난 뒤 스크린에 컴백, 지금까지 총 6편의 액션영화에 나왔지만 모두 흥행서 실패했는데 과연 제작비 1억7,000만달러짜리 이 난장판 영화를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매우 궁금하다.
아니는 67세이지만 아직도 신체 건강한데 그렇다고 7순이 다 된 나이에도 계속해 소음과 파괴의 불협화음과도 같은 영화들에 나와 체면을 구기는 것을 보면 “이제 그만 은퇴하세요”(적어도 또 같은 액션영화에서만 이라도)라는 말을 해 주고 싶은 심정이다.
이 영화는 내용과 액션이 모두 지난 영화들을 마구 뒤섞어 잡탕을 만든 것으로 모든 것이 보고 들은 것이어서 구태의연하고 식상하다. 도무지 참신성이라곤 없는 나태한 영화로 배우들의 연기가 다 1차원적이요 음악도 단조롭고 귀에 거슬린다. 상영시간 125분이 길기도 한데 액션영화가 왜 그렇게 플롯이 복잡한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국 팬들에게 있어 이 영화에서 하나 볼만한 것은 이병헌이 파괴가 거의 불가능한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액체 금속 킬러 터미네이터인 T-1000로 나온 것. 그는 시리즈 1편에서 T-1000으로 나온 로버트 패트릭의 바톤을 받아 무표정으로 날렵한 연기를 한다. 인터뷰에서 만난 아니도 이병헌을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좋은 새 식구라면서 “그의 정확성과 속도감에 감탄했다”고 칭찬했다.
제5편은 특히 제1편의 내용과 장면을 여러 면에서 베껴 먹었다. 1997년 핵폭탄이 터져 30억 인구가 멸살된다. 이어 2029년. 스카이넷 휘하의 터미네이터들과 존 카너(제인슨 클락)가 지휘하는 인간들 간에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면서 인간의 승리가 목전에 다다랐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적이 인류의 구원자인 존을 낳을 어머니 새라(에밀리아 클락)를 죽여 존이 태어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막강한 파괴력을 지닌 터미네이터 T-1000을 1984년으로 보냈다는 것이 알려진다.
이에 존이 T-1000을 처치하기 위해 자기가 터미네이터들로부터 구해 전사로 키운 카일(자이 코트니)을 역시 1984년으로 돌려보낸다. 과거로 돌아간 카일이 새라를 만나는데 새라의 새로운 동지는 새라가 팝스라 명명한 나이 먹은 터미네이터(슈워제네거). 이들 셋이 집요하게 자기들을 죽이려고 쫓아오는 T-1000을 맞아 보고 또 본 요란한 액션이 벌어진다.
그리고 여차여차해 카일과 새라는 인류의 세상종말이 올 2017년으로 미래여행을 해 비극을 막으려고 필사의 노력을 한다. 영화 끝에 또 속편이 나올 것 같은 기미를 보이는데 “아니, 플리즈 돈 에버 컴백 어겐”이다. 앨란 테일러 감독. PG-13.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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