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7월 13일 월요일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샬리즈 테론




“남자보다 강한‘진짜 여자’보여주려 했죠”


넉달간 매일 14시간 촬영 배우생활 20년간 가장 힘들어
속편 위한 속편이 아닌 바른 이유 있는 속편엔 출연할 것


황폐화한 미래 세상에서 벌어지는 액션 모험영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흉악한 독재자의 생식을 위한 젊은 여자 노예들을 대형 트럭에 숨긴 채 이상향을 향해 도주하는 여전사 퓨리오사로 나온 샬리즈 테론(39)과의 인터뷰가 할리웃에 있는 사이렌 스튜디오에서 있었다. 이 영화는 멜 깁슨 주연으로 1979년에 개봉된‘매드 맥스’의 제4편 격으로 감독은 제1편을 만든 호주의 조지 밀러가 다시 맡았다. 주인공은 매드 맥스(탐 하디)라기보다 왼 팔이 금속 팔인 퓨리오사라고 해야 옳다. 따라서 여권신장의 영화이기도 하다. 뒤로 딴 금발에 하이힐을 신은 장신을 짧은 스커트로 더욱 강조한 테론은 얼음처럼 차가운 미를 뽐냈는데 자세가 아주 당당했다. 처음에는 다소 긴장한 듯이 뻣뻣한 태도를 보였으나 시간이 가면서 제스처와 함께 몸을 흔들면서 농담까지 섞어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했다.  

당신은 첫 차는 무엇이었나.
“1980년제 갈색 닷선이다. 난 운전하기를 좋아하지만 신제품이나 멋진 차보다는 편한 차를 몰고 다닌다.”    
     
일을 안 할 때는 어디서 무엇을 하는가.
“난 여러 다른 것들을 좋아한다. 사막과 해변을 좋아하고 산과 정글도 좋아한다. 등짐을 지고 하이킹과 산길을 따라 걷는 것도 좋아한다. 여러 곳을 찾아가 탐험하기를 좋아한다.”

이 영화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강력한 여자를 찬양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조지 밀러는 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영화는 세상 종말 후의 얘기지만 사실 우리의 현재 얘기라고 해도 좋다. 조지는 여자들은 어려운 환경과 재앙 속에서 남자만큼 잘 견뎌내지 못한다는 통념을 이 영화로 지워버렸다. 난 영화에서 사회적으로 쓸모없는 여자로 나오지만 결국 장한 여자임이 드러난다. 조지는 그런 나를 통해 어느 것이 진짜 여자인지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본다.”

퓨리오사 역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가.
“조지는 영화를 매우 통렬한 것으로 만들고자 했다. 아울러 그는 영화를 몰고 가는 동력을 감정에 두고자 했다. 따라서 우린 대사를 별로 많이 필요로 하지 않았다. 이 영화에 감정이 없었다면 단순한 자동차 추격영화로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퓨리오사를 단순히 여전사로만 표현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감정적으로 갈등을 겪는 살아 있는 여자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부모와의 관계는 어떠한가.
“우리 가족은 어머니날이나 아버지날 또는 생일과 같은 어느 하루에 특별히 가깝게 지낸다는 것은 일년의 나머지 날들은 소홀히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활철학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 날들도 지켜야겠지만 어머니는 내가 자랄 때 내게 매일이 다 귀중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다.”

퓨리오사는 여자 모세라고 봐도 좋겠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리가 있다. 퓨리오사가 하는 일을 보면 모세의 행동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왜 퓨리오사는 목숨을 내걸고 핍박 받는 젊은 여자들을 구한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것이 퓨리오사가 자신을 구하고자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세상 종말 후의 지구는 지극히 혹독한 지경으로 생존만이 중요한데 그런 환경에서 자신을 돌본다는 일은 참으로 잔혹한 일이다. 내가 맥스와 퓨리오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은 그 누구도 상관 않고 자기의 생존법칙에만 따라 행동하는 이단적인 전사들이라는 점 때문이다.”

당신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으로 그 곳에선 여자들이 강하고 그들이 생활의 근본이라고 아는데 그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삶에 있어 유연성을 지니고 스스로 모든 일을 하도록 배우며 자랐다. 그러나 때론 가족이나 친구들이 자신들이 남에 의해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난 한 동안 이것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았는데 이젠 그것을 즐길 줄 알게 됐다.”

당신의 유머감각에 대해 말해 달라.
“나 아주 이상한 유머감각을 갖고 있다. 긴장을 하면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고 크게 후회를 하곤 한다. 몇 주 전에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그랬는데 대통령에게 너무나 터무니없는 소리를 해 이 기회를 통해 사과를 하는 바이다. 그러나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밝힐 수가 없다.”
왼팔이 금속 팔인 퓨리오사가 총을 들고 적과 맞서고 있다.

당신은 퓨리오사가 쉽게 남을 믿으려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아까도 말했지만 남아공에선 어렸을 때부터 자립하고 독립하도록 교육을 받아 나도 남의 도움을 요구하지 않는 편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면 우선 그 사람을 믿어야 한다. 타인에 대한 진정한 믿음이란 자신을 완전히 무방비상태로 두었을 때에서야 가능하다. 그런데 그런 것이 내겐 자연스럽지가 못하다. 그래서 난 요즘 그런 나를 고쳐 보려고 노력중이다.”

아이의 어머니로서 당신은 인류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단 아이를 갖게 되면 책임감이 강해진다. 난 내 아이에게 이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남겨주고 싶다. 자식은 부모에게 삶의 추진력과 영감을 고취시켜 준다. 내 아이는 내가 하고 있는 에이즈퇴치 운동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당신은 곧 40세가 되는데 느낌이 어떤가.
“기분 좋다. 여자들이 40세가 되면 피부의 탄력성을 비롯해 잃어버리는 것들만 생각하고 얻는 것은 생각하지를 않는다. 나이를 먹으면서 보다 차분한 이해력을 갖게 되고 아울러 자신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됐다. 20대엔 느껴보지 못한 자신에 대한 편안함을 감지하게 되더라.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이 영화 속편에 안 나오겠다고 했다는데 사실인가.
“그것은 과장된 보도다. 난 단지 속편을 위한 속편이 아니라 바른 이유가 있어야 나오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션 펜이 당신에게 주는 기쁨에 대해 말해줄 수가 있는가.
“션이 나를 사랑하게 된 이유는 내가 삶을 사랑하고 행복하며 또 충족된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가 서로의 삶을 보다 나은 것으로 만들어주고 있어 션을 사랑하고 또 그와의 관계를 사랑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서로 상대방의 공허를 메워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둘 다 아주 건전한 사람으로 둘이 함께 아주 멋있는 삶을 누리고 있다. 이 나이에 아름다운 아들의 어머니가 되고 그리고 내 인생의 사랑을 만나고 또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나는 참으로 운이 좋은 사람이다.”

맡은 역을 위해 신체단련을 얼마나 했는가.
“영화의 스틸을 보고나서야 내 목이 풋볼선수의 것처럼 굵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팔 굽혔다 펴기와 역기를 들었는데 따라서 상체는 튼튼해진 반면 하체는 게을리해 꼭 포파이처럼 몸이 변했다. 신체훈련과 영화촬영 모두가 너무나 힘들었다. 130여일간을 매일 14시간씩 촬영을 했는데 매일 힘을 유지하기 위해 45분간 훈련을 받았다. 배우생활 20여년간 이렇게 힘들어 보긴 처음이다. 특히 무게가 10파운드가 넘는 금속 팔을 영화 내내 목과 어깨와 몸에 달고 액션을 하느라 기진맥진 했었다.”           

퓨리오사는 수퍼우먼이라고 보는데 수퍼우먼 영화에 나올 생각이 있는지.
“난 퓨리오사가 수퍼우먼이라고 보질 않는다. 난 그런 아이들 영화에는 관심이 없고 의사 역이 하고 싶다.”

탐 하디와 육박전을 벌이는 장면은 얼마나 힘들었나.
“그는 인정사정없더라. 그 앞에선 결코 약골이 될 수가 없었다. 매우 힘들었는데 스턴트 책임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 당신이 하고 있는 자선사업에 관해 말해 달라.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의 에이즈 예방이다. 그 곳에 사는 아이들이 사춘기가 돼 첫 성경험을 할 경우 50%가 에이즈균에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은 끔찍한 일이다. 그들을 돕기 위해선 국제적으로 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와 자금이 필요하다. 유엔도 이같은 사실을 마침내 인식하고 올해부터 우릴 적극적으로 돕기로 했다. 특히 위험한 것은 15~22세 여자들이다. 우리의 계몽과 노력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모유를 통해 아기가 에이즈균에 감염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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