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12월 29일 월요일

나의 베스트 10

'버드맨'

매년 300여편의 영화를 보지만 가슴을 강렬하게 진동시키는 영화 10편을 고르기가 그리 쉽지가 않다. 보고 나서도 오래도록 잔상을 남기는 것들이 별로 많지가 않다. 할리웃의 메이저들은 예술성보다는 흥행위주의 영화들에 집착하기 때문에 연말 결산 때면 늘 마음이 흡족하다기보다는 어딘가 빈 것 같은 허전함을 느끼곤 한다.    
올해 나의 베스트 10 미국 영화 중 넘버원은 멕시코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나리투가 만든 ‘버드맨’(Birdman·사진)이다. 한물 간 할리웃 스타(마이클 키튼)가 브로드웨이를 통해 재기를 노리는 블랙 코미디로 도전적이요 파격적이다. 현재 상영중이다.
나머지 9편을 알파벳순으로 적는다.

▲‘새 출발’(Begin Again) - 음악과 함께 균열된 관계를 재 연결시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그린 아름다운 드라마. 마크 러팔로와 키라 나이틀리 주연.
▲‘빅 아이즈’(Big Eyes) - 눈이 큰 아이들의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마가렛 킨(에이미 애담스)의 작품을 자기 것으로 속여 명성과 돈을 차지했던 마가렛의 사기꾼 남편 월터(크리스토프 월츠)의 실화. 알록달록하다. 상영중.
▲‘보이후드’(Boyhood) - 소년의 12년간의 성장과정과 소년과 그의 부모의 관계를 12년 동안에 걸쳐 찍은 리처드 링크레이터 감독의 유려한 작품.
▲‘갈보리’(Calvary) - 남이 저지른 죄를 대속하는 아일랜드 작은 마을 신부(브렌단 글리슨)의 심오하고 우스우며 종교적이요 또 세속적인 다크 코미디 드라마.
▲‘폴트 인 아우어 스타즈’(The Fault in Our Stars) - 암을 앓는 두 10대 소년과 소녀(앤셀 알고트와 쉐일린 우들리)의 청순한 사랑이 감상적으로 곱다. 클리넥스 한 상자가 필요하다.
▲‘폭스캐처’(Foxcatcher) - 펜실베니아주의 억만장자 존 E. 뒤판트(스티브 카렐)의 미 레슬링 올림픽 챔피언 데이브 슐츠(마크 러팔로) 살인사건을 다룬 어둡고 긴장감 있는 심리 드라마이자 성격 탐구영화. 상영중.
▲‘미스터 터너’(Mr. Turner) - 19세기 영국의 낭만파 화가 조셉 맥로드 윌리엄 터너(티머시 스팔)의 삶을 얘기한 짙은 물감으로 그린 풍경화와도 같은 150분 짜리 드라마. 터너의 그림과 성격을 탐구했다. 상영중.  
▲‘셀마’(Selma) - 1965년 앨라배마주 셀마에서 일어난 마틴 루터 킹 주니어(데이빗 오이엘로)의 흑인 투표권 확보를 위한 민권운동을 그린 강력한 드라마. 상영중.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 - 영국의 이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에디 레드메인)의 업적과 그의 부인 제인(펠리시티 존스)과의 사랑과 이혼을 그렸다. 이 영화와 역시 영국인으로 2차 대전 때 나치의 암호를 해독한 알란 튜링(베네딕 컴버배치)의 삶을 그린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을 함께 묶는다. 상영중.
이 밖에 웨스 앤더슨 감독의 기발 난 코미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호전적인 이라크전 실화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상영중)도 잘 만든 영화다.
다음은 나의 베스트 10 외국어 영화들이다. 넘버 원 ‘윈터 슬리프’ 이후는 알파벳 순이다.
★‘윈터 슬리프’(Winter Sleep) - 터키의 한 시골을 무대로 갈등을 겪는 부부관계와 빈부 그리고 힘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의 심각한 차이를 고찰한 강력한 196분짜리 작품. 올 칸영화제 대상 수상. 누리 빌지 세일란 감독. 상영중.
▲‘불가항력’(Force Majeure) - 알프스로 스키 휴가를 온 스웨덴의 부르좌 기족이 눈사태를 겪은 뒤 맞는 후유증. 깨어지기 쉬운 부부관계와 남성적인 것의 정체를 묻는 심리 드라마이자 블랙 코미디. 스웨덴영화. 상영중. ▲‘게트’(Gett) - 남편 동의 없이는 이혼이 안 되는 이스라엘에서 사랑 없는 결혼에 시달리는 여자가 이혼소송을 낸다. 여인의 5년간의 법정투쟁 실화를 다룬 긴장감 있는 드라마. ▲‘이다’(Ida) - 예비수녀가 속세를 완전히 떠나기 전 가족을 만나러 갔다가 자신이 유대인임을 알게 되자 집안의 어두운 과거를 캐들어 간다. 폴란드 영화. ▲‘리바이아탄’(Leviathan) - 성경의 욥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러시아 영화. 바렌츠 해안의 땅을 소유한 남자가 이 땅을 노리는 부패한 시장 때문에 생고생을 한다. 31일 개봉. ▲‘레이드 2’(Raid 2)-자카르타 경찰의 부패와 비리를 파헤치면서 아울러 강력한 범죄집단을 무너뜨리기 위해 언더커버로 이 집단에 가담한 형사의 액션 영화. 작렬하는 액션이 장관이다. 인도네시아 영화. ▲‘탠저린’(Tangerine) - 1990년대 초. 전화 속 구 소련 조지아의 아브하지아에 있는 탠저린 농장을 지키기 위해 피난을 거부하는 나이 먹은 에스토니안 남자를 통한 평화의 메시지. 에스토니아영화. ▲‘이틀 낮 하루 밤’(Two Days, One Night) - 동료 직원들의 투표로 공장에서 해고된 여근로자(마리옹 코티야르)가 복직을 위해 동료들의 집을 하나씩 방문한다. 벨기에 영화. 상영중. ▲‘우리가 최고’(We Are the Best) - 로큰롤에 심취한 세 명의 10대 초반 소녀들의 우정과 성장을 그린 앙증맞은 덴마크 영화. ▲’와일드 테일즈‘(Wild Tales) - 6편의 기차게 재미있고 엽기적인 단편들로 구성된 아르헨티나영화.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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