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12월 29일 월요일

인터뷰 (The Interview)

김정은이 데이브를 소련제 탱크 안으로 초청해 무기를 자랑하고 있다.

‘정치풍자’불구 유치하고 어설픈 코미디


영화를 만든 컬럼비아의 모회사 소니 엔터테인먼트의 컴퓨터 해킹으로 영화가 나오기도 전에 세계적 화제가 된 넌센스 코미디로 연출력이 고르지 못한 어설픈 스케치 코미디식의 작품이다. 물론 우습기는 하지만 어리석고 거칠고 상스럽고 또 음탕하고 유치한데 영화에서 암살의 표적이 되는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을 조롱한 만화영화 ‘팀 아메리카: 월드 폴리스’가 이 보다 훨씬 낫다.     
정치풍자 영화의 옷을 입은 영화이지만 그러기엔 수준 미달이다. 그냥 두서없이 늘어놓은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의 한 스케치로 마음대로 자란 아이들 장난질을 보는 것 같다. 섹스와 드럭과 음주와 상소리의 난장판으로 보면서 낄낄대며 웃으면서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태블로이드 인기 TV쇼(영화는 이런 쇼에 대핸 조소가 섞인 비판이기도 하다)의 사회자 데이브 스카이라크(제임스 프랭코가 심한 오버액팅을 한다)는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쇼의 제작자 아론(세스 로갠-공동 감독에 공동 각본)을 꼬드겨 자기 쇼의 팬인 김정은에게 인터뷰를 청한다. 뜻밖에도 좋다는 회신이 온다. 
데이브는 미디어 사상 전무후무한 단독 인터뷰를 하게 돼 좋아서 길길이 날뛰는데 이 때 CIA의 예쁜 여자 요원 레이시(리지 캐플랜)가 둘을 찾아와 조국과 세계 평화를 위해 김정은을 암살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둘은 이를 수락하는데 레이시가 섹시하지 않았더라면 “노”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평양에 도착한 둘은 시가를 태우는 김정은(한국계 코미디언 랜달 박이 체중을 늘리고 김정은의 헤어스타일을 한 채 아주 잘 하는데 그냥 우스운 연기가 아니라 매우 민감하고 깊이가 있 다)의 융숭한 접대를 받는다. 김정은은 데이브만 개인 주색을 겸한 대마초 파티에 초청하고 또 소련제 탱크 안으로도 안내한다. 
재미있는 부분은 데이브와 김정은의 농구장면. 이 장면은 농구광인 김정은의 초청을 두 번이나 받고 평양에 간 데니스 로드맨의 북한 여행을 상기시키는데 아마 그도 데이브와 같은 대접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둘을 돌보는 총책은 겉으로는 세나 안은 따뜻한 도전적인 섹스 덩어리 숙(캐나다의 한국계 다이애나 방이 매운 연기를 잘 한다). 아론이 숙에게 반하는데 숙도 마찬가지.  
그런데 데이브는 자기를 친구처럼 대해주는 김정은에게 호감을 갖게 되면서 그를 암살할 계획에 대해 주춤하다가 여차 저차 하여 제 정신을 차리고 전 세계적으로 방영되는 김정은 인터뷰에 들어간다. 백두산에서 나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순종 한국산 호랑이도 나온다. 세스 로갠과 에반 골드버그 공동 감독. R. Columbia. 일부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