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포로수용소장은 루이를 목검으로 무차별 구타한다. |
인간의 생명력 다룬 전쟁실화“다소 밋밋”
인간의 불굴의 생명력에 관한 전쟁실화. 앤젤리나 졸리의 두 번째 감독 작품으로 훌륭하나 졸리의 고고한 이상을 제대로 다 구현치는 못했다. 졸리는 2011년에도 전쟁의 비인간화를 다룬 ‘인 더 랜드 오브 블러드 앤 허니’를 만들었는데 이 역시 졸리의 의식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었다.
2014년 7월 97세로 사망한 루이스 잠페리니의 2차 대전 태평양전쟁 참전 실화인데 영화 전반은 해상 조난을 그린 ‘파이의 인생’과 ‘올 이즈 로스트’를 연상시키고 후반은 가혹한 ‘콰이강의 다리’를 닮았다. 여러 부문에서 오스카상을 노리고 나왔는데 골든 글로브상 후보에서는 완전히 물을 먹었다.
뛰어난 기능인의 솜씨로 별 흠잡을 데 없이 준수하게 만들었으나 47일간의 해상 표류와 2년간의 끔찍한 포로수용소 생활을 그린 영화가 피와 땀이 결여됐다. 졸리의 정열과 드높은 예술정신 그리고 강렬한 영화제작에 대한 의무감이 느껴지기는 하나 극적인 강한 충격과 에너지가 부족하다. 더럽고 냄새 나고 또 거칠고 사납고 내장이 들여다보여 할 영화가 악착같은 근성이 모자라고 말끔히 소독이 된 것 같아서 감동을 느낄 수가 없다. 마치 파도가 잔잔한 태평양 바다처럼 펑퍼짐한 영화다.
그러나 주인공 루이스 잠페리니 역의 잭 오코넬의 뛰어난 연기와 탁월한 촬영과 음악 및 믿기 어려운 생존투쟁 실화인 내용 등 여러 가지로 볼만하다. 이 영화는 일본군을 냉혹한 학대자로 묘사했다고 해서 일본이 졸리에 대한 보이콧운동을 펴려고 한다는 보도와 함께 잔인한 포로수용소 소장으로 나온 일본의 인기 팝가수 미야비에 대한 자국내 비판도 일고 있다. 원작은 로라 힐렌브랜드의 소설.
1943년 5월27일 일본 기지를 공격하던 미군 폭격기가 태평양에 추락하면서 8명이 죽고 루이스(루이라고 부른다-오코넬의 얼굴표정 연기가 아주 좋다)와 조종사 러셀 앨란 필립스 대위(돔날 글리슨)와 기총사수 프랜시스 맥나마라(핀 위트락) 등 3명만 살아남는다. 여기서 영화는 플래시백으로 루이의 과거를 보여준다.
캘리포니아주 LA 인근의 토랜스 태생인 루이는 어렸을 때 사고뭉치였으나 달리기를 잘해 고교 육상선수(‘토랜스의 토네이도’라 불렸다)로 발탁되고 이어 베를린 올림픽에도 출전한다.
셋은 두 개의 구명 래프트에 의존해 기아와 갈증 그리고 태양과 상어 및 일본 제트기의 폭격 등 온갖 악조건을 견디어내면서 구출을 기다리다가 한 달 만에 맥나마라는 숨진다. 그리고 표류 47일 만에 루이와 필립스는 일본군에 의해 발견된다. 별 일도 없는 해양 표류 장면이 너무 길다. 그리고 포로수용소 장면도 길다. 이를 잘라 137분의 상영시간을 줄였어야 한다.
둘은 여기서 헤어지고 루이는 도쿄의 오모리 연합군 포로수용소(그는 1945년 3월에 나오에추 수용소로 이송된다)에 수감되면서 루이의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한 악몽이 시작된다. 별명이 ‘새’인 새디스틱한 수용소 소장 미추히로 와타나베(미야비)가 반항정신이 강한 루이를 점찍고 가혹한 학대를 하는데 그는 특히 자기가 들고 다니는 목검을 사용해 루이에게 가차 없는 폭행을 행사한다. 와타나베의 이런 끔찍한 가혹행위는 자기와 비슷한 강한 생명력을 루이에 대한 질투의 표시라는 것이 느껴진다. 이런 내용의 영화가 등급 PG-13이라는 것만 봐도 영화의 온순함을 알 수 있다. Universal. 전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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